2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치른 채윤이 어제는 머리에 염색을 하고, 오늘은 교회 언니와 홍대 노래방에 갔다가 빙수를 먹고 온다며 신이 났더랍니다. 살짝 오렌지빛이 날락 말락 하는 염색 머리가 너무 사랑스러워 매직기로 정성스레 쓰다듬고, 엄마가 미국에서 사다 준 수트를 입고 살랑거리는 걸음으로 찬양팀 준비하러 나갔습니다. 나가서 10분 만에 전화. "엄마, 그런데 나 돈이 하나도 없어. 놀아야 하는데" 아빠 만나서 용돈 받으라고 했더니 그러겠노라고. 잠시 후 남편에게서 메시지 "채윤이가 용돈 달라고 문자 왔어. 얼마 줄까? 했더니, 만원 달래" 에고 개념없고 가엾은 녀석. 기껏 부르는 게 만 원이냐? 그걸로 노래방 가고 빙수 먹고 홍대 앞에서 머리끈이랑 귀걸이 살 수 있겄어?


중학교 가서 벌써 여섯 번째 시험을 치렀습니다. 시험 성적은 거기서 거기라도 시험을 대하는채윤이의 자세는 제법 자기주도적이고 성실해졌습니다. 피아노 전공을 하면서 평소에 공부도 꾸준히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디다. 한 시간 거리 학교를 지하철로 오갑니다. 레슨이 있는 날에는 잠실을 찍고 다시 집에 오는 긴 여정이구요. 친구들은 그러고도 밤에 과외공부하고 12시, 1시까지 공부하고 연습을 하고 잔다는데.... 채윤이는 참 건강한 청소년이라 학교 갔다 오면 연습 깔짝거리고 밥 먹고 내일을 위해서 일찍 자는 일상을 살았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실기나 향상연주회 시즌이 되면 선생님 스튜디오와 교회 빈 공간을 메뚜기처럼 찾아다니며 열심히 합니다. 기특합니다. 실기가 마치고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나름대로 계획을 짜고 공부합니다.


기말고사 전에 엄마가 미국에 가 있었더니 아빠의 도움을 받아서 수학공부를 하고, 영어는 인강을 열심히 듣고, 국어는 삼촌한테 가서 한 번 배우고 알아서 잘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암기과목은 시험기간 당일치기고 몰아서 외우고 시험 보자마자 다 까먹는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했고요. 이 모든 것을 점점 자발적으로, 주도적으로 해나가니 눈물나게 고맙고 대견합니다. 아, 물론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정상적이라면 채윤이 정도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상위권에 있어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헌데 애들을 인간이 아닌 성적제조기로 만들어서 학원으로 과외로 잠을 줄이는 공부로 쥐어 짜다보니 영어, 수학 점수 평균이 88점 이상이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피아노 실기도 마찬가지. 채윤의 정도의 음악성에 열심히 레슨받고 연습하면 실기 상위권에 있어야 할 텐데요. 아이들이 교수님 레슨에, 연습기계가 되어가니 보통의 가정경제에서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자고 쉴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채윤이는 어떻게 따라잡을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실기나 필기나 직선 위에 줄을 세워놓는 평가라서 그 줄에서 뒤쪽에 있는 채윤이를 보면서 속이 쓰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더 닦달할 생각은 없습니다. 사실 지금보다 더 많이 놀게 하고 싶습니다. 헌데 대한민국 중딩이 어디 제대로 놀 데가 있어야지요. 주일에 중등부 예배 마치고 찬양팀 언니 오빠들과 떡볶이 먹고 한강 가서 사진 찍고 놀았다는 말이 반갑습니다. 되든 안 되든 중등부 예배 반주를 하면서 즐기고 누리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참 고맙구요.


시험이 놀짱 채윤이가 어디 가질 않아서 시험공부를 여전히 놀이하듯 하는 것이 재밌습니다. 채윤이에게 공부는 공부가 아닌 듯. 그야말로 시험공부를 통해서 교양을 쌓아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문자에 관련된 능력이 취약해서 책도 잘 안 읽고, 보유하고 있는 단어 수도 협소한 채윤이에게 시험공부가 얼마나 유익한지요. '모골이 송연하다' '귀추가 주목되다' '된서리를 맞다' 등등 지성에 있어서 소영이 등급인 채윤이가 어디서 이런 고급진 말을 배우겠냐는 거지요. "아~ 이게 이런 뜻이었구나....." 하면서 국어시험 공부를 하는데 얼마나 뿌듯한지요. 그러고 보니, 지난 시험 등에서는 도덕시험을 봐주면서 '자아상' 이런 주제를 설명하며 깊을 얘기를 나눴네요. 가정과목에서는 '사춘기의 변화' 부분을 봐주면서 신체적 정서적인 변화 등에 채윤이 자신의 어려움을 대입해가며 딥토킹했구요. (시험 필요하네요!ㅋㅋ 내가 보는 거 아니니까)


채윤이가 시험공부 하고 거실 테이블 위에 놓아둔 메모장 여백에 아빠가 설교 구상한 것을 적어놓은 모양입니다. 아침에 일어난 채윤이가 빵터져서는 "엄마, 아빠 너무 귀여워. 내가 시험공부 한 거에 설교준비 했어. 나 이거 지하철에서 외워야 하는데 갖고 가도 돼?" 합니다. 학교에 가서 친구가 이걸 빌려 달래서 줬더니 "야, 밑에 있는 거 뭐야? 이것도 외워야 해?" 했다는. 시험보는 내내 거실에 뻗치고 앉아서 온 집안을 시험기간 모드로 만드는 바람에 날도 더운데 불쾌지수를 더욱 상승시켰던 채윤이. 열심히 했지만 그다지 만족스러운 점수는 못 받고 한 학기를 마쳤습니다. 그래도 잘했다. 우리 소영이, 아니 아니 채윤이! 엄마가 돈 열심히 모아서 꼭 쌍수 해줄게!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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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우 2014.07.21 20:00

    배움의 즐거움을 아는 건강한 청소년 채윤에게 들려주고픈 노래!

    꿈꾸지 않으면

    작사 양희창
    작곡 장혜선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리 알고 있네 우리 알고 있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 BlogIcon larinari 2014.07.21 22:55 신고

      그 노래 우리 소영이가 좋아하는 노래지~^^
      피아노 치면서 가끔 불러.
      나한테 옆에서 하모니 넣으라고 시키기도 하고.

      실기 열심히 했는데 생각만큼 좋은 점수를 못 받아서 이번엔 많이 의기소침 하더라. 오늘 꽤 무거운 마음으로 캠프 갔어. 내일 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연습한다네. 에잇, 왜 이리 마음이 짠하냐.....
      배운다는 것은 꿈을 꾸는 것이야!
      배우는 건 성적을 받는 것이 아니지. 암만.

 

 

예중 2학년이 된 채윤이.
그다지 쉽지 않은 청소년 음악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연주회 했는데,
드디어 언니들 드레스를 입을 수 있게 되어 의미가 크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연주회 컨셉은 '연주보다 드레스!'
키가 갑자기 크고,
덩달아 마음도 주체할 수 없이 자라면서
음악적인 키와 마음이 따라오질 못하는 것 같아요.
어릴 적 몸과 음악이 혼연일체가 되어 나오는 그런 느낌은 없지만,
차차 자기의 음악을 찾아갈 거라 믿습니다.
그다지 완성도 있는 연주는 아니지만서도 열심히 하고 있는 채윤이 연주 공개합니다.


먼저, 쇼팽 흑건 에뛰드.


 




이번엔 베토벤 소나타 한 곡입니다.


 




쇼팽 녹턴을 제일 잘 쳤는데.....
아까비! 용량이 커서 안 올라가네요.
쥔짜 잘 쳤는데 보여드릴 방쁩이 없네. ㅎㅎㅎ
대신 아빠랑 찍은 사진 한 장으로 마무리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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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y 2014.06.10 13:41

    오마나. 완전 늘씬한 숙녀 연주자가 되었네. 엄마를 한참 내려다 보겠어 ㅎㅎ
    정말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채윤이를 보게 되다니..
    라이브 공연장 관객모드로 잘 감상했슴다. 훌륭하고 부럽네
    재즈필 채윤이가 정규클라식 교육을 밟아가는 과정이 힘겹기도 하겠다 싶지만 .
    녹턴은 몇번을 치셨는지
    연주를 바라보면서 엄청 가슴 떨리고 뭉클하고 그랬겠다

    • BlogIcon larinari 2014.06.10 22:50 신고

      잘 들어주실 줄 알았어요.
      그래서 특히 mary 언니님 보시라고 올렸어요.ㅎㅎㅎ
      재즈필 채윤이가 잠시 슬럼프를 경험 했어요.
      뭔가 맘 같이 되지는 않고, 힘들고, 열심히 해도 더 열심히 하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 못하는 것 같고.....
      저는 저대로 필요한 지원도 못해주는 엄마라 미안하고, 미안할수록 괜히 채윤이에게 더 퉁명스럽게 굴고요.ㅠㅠㅠㅠ
      채윤이나 저나 비교하지 않으면 조금 더 행복하게 음악을 하고, 바라봐줄 수 있는데 쉽지 않네요.

      녹턴은 9번이었어유.

  2. BlogIcon 다둥맘 정연 2014.06.14 09:06

    와우~~~~ 넘 멋지다. ^^

  3. BlogIcon 예지쌤 2016.03.25 21:28

    와 멋짐멋짐~ 예고 입시까지 합격했던 채윤이는 또 훌쩍 실력이 늘었었겠죠? 재즈피아노도 어여 배워서 이렇게 멋지게 선보일 수 있음 좋겠어요 ^^

    • BlogIcon larinari 2016.03.26 12:46 신고

      꺄아~ 예지쌤이닷!
      재즈 피아노 입문하여 요즘 즐겁게 하고 있어요.
      올해 꽃친과의 만남도 복이지만
      채윤이가 롤모델 삼고 싶다는 예지쌤 만난 것도 큰 선물이에요.
      채윤이의 예지쌤으로 곁에 계셔주셔서 고마워요.

 

 

아빠의 오래된 농담. 또는 진담.

아빠는 엄마를 제일 사랑한다.
엄마가 일등이야.
너희는 이등이야.
엄마도 그래.
엄마도 아빠를 제일로 사랑한대.
엄마한테도 아빠가 일등이야.
(누가 그래? 여보. ㅋㅋㅋ)
너흰 이등이야.

불쑥, 청소년 채윤이가 던지다.

그런데, 사랑에 등수를 매길 수 있어?
사랑은 모두 사랑이지.

오~~~~~~ 김채윤.

10여 년 전에 이랬던 ↓  채윤이가.

 

http://larinari.tistory.com/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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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의피리 2014.04.09 09:42

    채윤이의 말에 말문이 막히긴 참 오랜만이네. 간만에 우리 딸이 말 다운 말을 했네.

    • BlogIcon larinari 2014.04.09 13:07 신고

      맞아. 간만에 당신 딸이 말다운 말을 했어.
      내 딸은 늘 말다운 말을 했었어.
      어안이 벙벙한 니트, 더 괜찮다는 뜻의 '낳다', 받침은 H.
      아흐, 귀여워!!!ㅋㅋ

 


'광대' ( 1. 음악하는 사람   2. 여자 광수  3. 광대뼈) 라는 별명이 엄마로서 정말 자존심 상하고 맘에 들지 않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바, 받아들입니다. 우리 채윤이 별명입니다. 사춘기라도 숨길 수 없는 우리 채윤이의 최대 장점. 담백하고 쿨한 성격에다 광대로서 자신의 약점을 웃음을 위해 내어주니.... 이보다 아름다운 희생이 있을런지요. 

어제 종일 집을 비웠던 엄마 아빠가 각각 아홉 시가 되어 들어왔지요. 아빠가 사 온 통감자 먹으면서 잠시 식탁 수다. 먹는 자리 피하고 싶은 현승이 녀석은 샤워한다는 핑계로 공석.


#1

채윤 : 엄마, ㅇㅇ랑, ㅇㅇ랑, ㅇㅇ가 셋이 앉아서 나를 부르는 거야. 갔더니 '야, 채윤아 너 진심 광대 튀어나왔다. 농담 아니고 진심' 그러는 거야. 정색하고....


아빠 : 기분 안 나쁘냐?

채윤 : 아니, 튀어나왔잖아. 사실인데 뭐. 
        '어쩔래.
그래도 내가 니네보다 거든(의미의 표기)' 그랬어.

아빠 : 아니지. 걔네보다 더 높지. 걔네가 더 아. 광대.

채윤 : 아~ 진짜. 아빠! 더 괜찮고 이쁘다고.
         낮다는 게 아니고 더 다고(화자의 의미로서는 분명 ''). 
         히읗, 
히읗 받침말야. 에이치(H) 받침!

엄마, 아빠 : (눈빛 교환 후 쓰러짐)

아빠 : 쟤 정신실이았어. 김채윤을 정신실이 았어.

엄마 : 그래. 내가 았어. 받침은 에이치야.

채윤 : 왜애? 이게 다 내가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증상이야. 오늘 영어 많이 외웠단 말야.

엄마, 아빠 : (눈빛 교환할 새도 없이 빵 터짐 증상으로 쓰러짐)


(낫다, 낳다. 낮다의 구별에 관심도 개념도 없는 채윤이, 덤덤하게 2차전 준비)


#2

채윤 : 근데 날나리 된 애들이 거의 다 입학 때 실기 우수자다.
         실력 믿고 연습도 안 하고 공부도 안 해.


아빠 : 와, 걔네들 몇 명인데? 우리 채윤이 가만히 앉아서 몇 명 제꼈네.

채윤 : 아! 그리고 좋은 일이 있어. 이번에 우리 반에 하위권 애들이 많이 모였어.
         이번 중간고사에서 내가 엄청 유리해졌어.

엄마, 아빠 : (어이없음 증상인데 아까의 빵 터짐 증상이 남아 있어서 그냥 쓰러짐) 

엄마 : 누가 하위권인지 다 알아? 넌 뭔데? 무슨 꿘이야? 친구들이 알아?

채윤 : 아, 물론 하위권이지. 그런데 내가 티를 안 내서 애들이 잘 몰라.
         그러니까 내가 이번 중간고사에서 조금만 잘 해도 중위권으로 갈 수 있어.
         사실 내가 다른 성적은 좋은데 영어가 낮아서 그러니까 어쩌면 상위권으로 갈 수도 있어.
         (영어공부 열심히 한 증상이 부디 시험에선 많이 안 나타나길 ㅠㅠㅠㅠㅠ)

아빠 : (내내 어깨를 흔들며 소리없는 빵터짐 증상에 시달리다 수습하고) 
         채윤아, 너 오늘 참 예쁘다. 참 예쁜 캐릭터야.

엄마 :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 동의함. '이래서 남자들이 무식한 캐릭터 여자애들 좋아하는구나. 쩌는 매력이 있구나' 싶음)

(잠자리 들기 전 남편이 천정을 쳐다보면 한 마디 내뱉음.
"어렸을 적에 채윤이 천잰 줄 알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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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y 2014.04.07 10:17

    무궁무진하구나 채윤이, 그 끝은 어디에..
    나두 쓰러짐 ㅋㅋㅋ

    • BlogIcon larinari 2014.04.07 10:42 신고

      이번 대화를 통해서 든 확신인데요.
      채윤이에게 끝은 없습니다.
      사춘기가 됐는 오춘기가 됐든 이대로 쭉 클 것 같아요.
      쟤는 결국 소영이를 능가할 것 같아요. ㅋㅋ

 

 


지난 화요일, 명지대에서 강의가 있었습니다.
강의 직전, 채윤이에게 메시지가 왔는데 다리를 다쳤는데 아프다는 얘기,
통화할 수 있으면 전화를 달라는 얘기.
이건 또 뭔 일인가. 싶어서 전화를 했습니다.
실기시험을 마치고 질풍노도의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서 디스코 팡팡을 타러갔던 상황입니다.
디스코 팡팡을 팡팡 타다가 떨어졌고 다리가 많이 아픈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순간, 속에서 불덩이가 훅 올라옵니다.
잘 하는 짓이다!
퍼부어주고 싶은 마음 충천하지만 엄마가 지금 갈 수 없으니 가까운 병원에 가라 했습니다. 
어찌 어찌 강의를 마치고 전화를 하니 발 뼈에 금이 가서 깁스를 했답니다.


얼마나 다쳐서 얼마나 아픈 걸까. 걱정에
강의 마치고 여유있게 늦은 점심에 커피 한 잔 해야지 했던 계획은 틀어졌고,
비가 오는데 꽉 막혀 있을 강변북로를 뚫고 천호동까지 태우러 가야하고,
앞으로 등하교는 어떻게 하나,
얘는 하는 일마다....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하냐.
부글부글했습니다.
이런 예기치 않은 고통, 정말 싫어! 라는 마음에 운전해서 가는 길이 무겁기만 했습니다.
거의 두 시간이 걸려서 천호동에 도착.
가는 동안 통화하는데 우산도 없는 채윤이,
엄마, 내가 차 세우기 편한 곳으로 갈께. 아주 못 걷진 않아.
엄마 강의하고 피곤할텐데 어떡해.... 합니다.


애써 감정을 누르고 엄마는 괜찮아. 기다리다가 바로 앞에 가면 나와. 했습니다.
차에 타서 경과를 설명하는 채윤이.
딱 떨어졌는데, 내가 알잖아. 이건 그냥 삐끗한 게 아니구나. 너무 아픈거야.
그런데 같이 있는 친구, 좋은 분위기 망칠까봐 그냥 내색을 못했어.
엄마가 걱정할까봐 전화 하지 않고 병원 가려고 했는데 혹시 돈이 모자를까봐.
솔직히 엄마, 다쳤는데 내가 아픈 건 괜찮은데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어.
엄마, 미안해. 엄마 강의하고  힘들텐데 여기까지 오게 하고.
그리고 앞으로 치료하려면 돈도 많이 들텐데. 
엄마 미안해.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이기적이던 챈이 속이 깊어졌구나.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챈에게 어떤 엄마이길래, 어떤 존재이길래
발이 아픈 것보다 엄마 힘든 거, 돈 들어갈 것이 더 걱정인 이 지경이 되었을까.
나는 채윤이에게 어떤 존재일까?
힘들고 아플 때 앞뒤 가리지 않고 그냥 뛰어들어 울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그런 품이 아닌가.
엄마는 그런 존재여야 하는데 채윤이 엄마는 도대체 어떤 존재이길래....


채윤아, 엄마가 갑자기 생긴 일에 힘들기는 하지만 니가 미안해 할 필요가 없어.
아니, 미안해 하면 안 되는 거야.
왜냐하면 하나님이 채윤이를 잘 돌보라고 엄마한테 부탁하신 거야.
엄마는 채윤이 힘들 때 돌봐주고, 안아주라고 있는 거야.
이건 엄마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까 그런 생각 하지마.
터질 것 같은 울음을 꾹꾸 누르며 겨우 참고 얘기했습니다.


얼마 전에 중간고사 성적을 가지고 채윤이가 담임 선생님에게 기분 상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나름대로 채윤이는 열심히 공부했고 성적과 상관없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던 차였습니다.
열심히 피아노 치고, 시험기간에 반짝 공부하는 채윤이가
열심히 피아노 치고 밤 12시에 과외 받고 새벽 2시가 되어 잠드는 친구들과 성적경쟁에서 비교가 불가하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채윤이를 그렇게 살도록 하지 않겠다는 의지 역시 확고합니다.
살짝 흥분을 해서 담임 선생님을 찾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남편과 의논한 끝에 그냥 지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성적으로 줄 세우는 세상에서 어떤 경우에도 엄마 아빠는 돌아와 안길 수 있는 품이 되자.
이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제 정신으로 살려면 채윤이가 많은 상처 받겠지만
그때마다 돌아와 안길 수 있는 품이 되자.


그렇게 결심한 지가 엊그젠데......
다리 다친 채윤이에게 엄마의 품은 돌아와 안길 곳이 아니라니요.
아픈 것보다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니요.
지하철로 등하교 하겠다는, 할 수 있다는 아이를 굳이 차로 데려다 주고
금요일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태우러 달려갔습니다.
일종의 참회이기도 하고,

이젠 정말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똑같은 아이로 살 것이 아니라 

어른으로, 진정한 엄마로 사는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결심입니다.
매일 매일 채윤이와 함께 자랍니다.
내 나이 14세. ㅠㅠㅠㅠ


* 오늘도 여지없이 소영이는 한 건.

엄마, 정말 고마워. 워커를 하니까 훨씬 따뜻해.
진작에 워커를 하고 다닐 걸 그랬어. 목에 바람이 하나도 안 들어와.
(워커가 왜 목의 바람을 관리하고 그럴까요?)
워머 맞습니다. 워머를 하나 사줬더니 자꾸 워커라네요.
(이제 이 정도는 놀랍지도, 웃기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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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01 00:56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larinari 2013.12.01 22:15 신고

      저희 교회 이재철 목사님은 아이들을 위한 기도를 하실 때
      '저희 부부를 믿고 맡겨주신 ㅇㅇㅇ'라는 표현을 하세요.
      믿고,
      맡겨주다.
      두 단어가 다 부모됨에 대해서 겸허하게 숙고하도록 만들더라구요.
      엄마 된 우리, 각자 그렇게 기억하며 감당해보자구요.^^

  2. 맑음 2013.12.01 22:14

    어제 채윤이랑 현승이 보고 아무래도 저 사랑에 빠진것같아요.^^;; 저희가 너무 늦게 일어나서 쉬시지도 못한게아닌가 걱정했지만, 정말 너무나도 달콤했던 크리스마스 첫날이었어요. 곧 틸란에서 뵈어요^^

    • BlogIcon larinari 2013.12.01 22:21 신고

      실시간이다!
      달콤한 시간을 오래 가지면 피로가 날아가죠. ㅎㅎㅎ
      저희도 참 좋은 시간이었어요.
      (현승이가 가신 다음에
      아! 나는 또 누가 오시나 했더니 ㅇㅇ자매였어.
      엄마 아빠가 얘기 많이 했었잖아. 하대요.ㅋㅋㅋ)
      참 좋은 짝지 만나셨어요.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만나 보니 확실히 그렇더군요.
      어제 크리스마스 첫날을 시작하고 오늘 대림절 첫 주일 예배 드리고.
      좋다. 딱 좋다.

  3. 2013.12.02 12:34

    너무 오랜만에 왔더니.. ㅠㅠ
    유행 하나를 놓친 것 같은데

    소영이가 누구에요????? 어느 포스팅 참고하면 되요?

    • BlogIcon larinari 2013.12.02 15:11 신고

      야!!!!!
      진도 너무 떨어졌어.
      자습으로 안 됨.
      일단 개인교습으로 떨어진 진도 따라 잡아야겠다.

      아, 생각해보니 그거야. 원조는.
      우리 피아노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스튜어디스. ㅎㅎㅎ


  4. 아우 2013.12.02 13:50

    난 엄마로 태어난지 18세! ㅋㅋ 이거, 자랑이다~
    근데, 한 15세까지는 이 없이 젖만 먹다가, 이후 3년간 이유식 좀 먹다가, 최근들어
    겨우 밥 먹기 시작한 발달지체 엄마! 이건, 부끄러운 고백이다~ --;;
    그래두! 자라고 있긴 한 거 같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하나님 믿음도 참 대단하셔. 나를.. 뭘 보고 이 귀한 애들을 맡기셨는지...ㅋㅋ
    언니, 좌우지간 눈물 꾹 참고 어른엄마 마음으로 채윤이에게 믿음직한 언덕이 되어준거
    참 잘했어요~~~~도장 다섯 개! 꽝 꽝 꽝 . .

    • BlogIcon larinari 2013.12.02 15:14 신고

      맞아.
      철 없을 엄마가 되기만 해봐라. 최고의 엄마가 되어줄테니...
      자신만만 했었어. 시간이 지날수록 좌절과 후회만 쌓어가대.
      그나마 요즘 '조금씩이라도 자라가고 있다는 것,
      그래서 다행이고 감사하단 생각이 들어.
      이쁜데 강의도 잘 하는 강사님을 아우로 만나서 이런 부분에서 더 깊이 통찰을 하게 되는 거야.^^





예중의 한 학기는 향상 음악회와 실기시험을 중심으로 돌아가는군요.

오늘 실기시험을 치루는 채윤이, 어제가 생일이었네요.
한 달 이상 학교 마치면 잠실에 있는 선생님 스튜디오에 가서 9시, 10시까지 연습하고 집에 오는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피곤하니까 오늘은 일찍 와라 해도, 그럴 수 없다며 늦게까지 연습을 하곤 했지요.
어느 날  힘들지 않냐고 하니까 힘들긴 한데... 지가 공부를 하려면 한 시간도 못 앉아 있을텐데 피아노를 치면서 오늘 이거 외워야지 싶어 치다보면 두 시간이 휙 가있다고 합니다.
고민 끝에 간 예중이고, 여러 고충은 많지만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보내다 시험 하루를 앞 둔 어제가 생일이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 펑펑 쏟으며 울고 말았지요.

친구들도 축하 한 마디 안 해주고,
아빠나 현승이도 축하 문자도 안 주고,
아침엔 엄마랑 둘이만 밥 먹고 나온 건 이해가 되지만,
친구들이 실기시험 때문에 경황이 없는 건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너무 섭섭하잖아.
카스에도 축하글 하나도 없고,
그럴 수 있긴 하지만 섭섭한 건 어쩔 수 없잖아.


시험 마치고 생일파티 하자는 생각에 너무 무심했었던 것 같아 미안함의 쓰나미가 밀려왔습니다.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 아침에 아빠랑 다같이 깨워서 함께 식사할 걸. 엄마도 문자 보냈어야 하는데.... 오는 내내 손을 잡고 한 손 운전을 하며 왔습니다.
한 때 채윤이 리즈시절, 아빠가 청년부 하던 때, 청년부 언니들의 축하문자 폭주에 연예인 된 채윤이가 단체문자로 '오늘 제 생일 축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렇게 날리기도 했었는데요.


오늘 레슨을 마치고 선생님께서 서프라이즈 축하를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집에 널부러져 있는데 선생님이 보내오신 카톡사진을 보고 제가 다 울컥했습니다.


 

사실 현승이는 벌써 얼마 전부터
엄마, 누나가 매일 너무 힘들겠어. 늦게까지 연습하고 아침에 또 일찍 나가고....
내가 누나 얼굴을 잘 못 봐. 이번 누나 생일에 나 정말 큰 선물 해줄거야. 내가 생일을 크게 축하해주면 누나가 힘이 날까?
하면서 벼르고 있었지요. 헌데, 현승이도 당일을 놓친 겁니다.


밖에 있는 아빠한테 문자해서 서프라이즈를 지시했습니다.
주워 들은 건 있어서 최근 채윤이가 관심있어 하는 화장품이 있다는 걸 알고는 화장품 가게에 가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도통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점원에게 전해서는 사가지고 들어왔습니다.


 

밖에서 친구 만나다가 식겁한 아빠는 점잖은 인품에
꼬깔모자를 쓰고 한 손에는 케잌, 한 손에는 화장품을 들고 튀어 들어왔습니다.
참회의 고깔모자!


 


차에서 찔찔거리던 채윤이 엄마의 사과에 약간 마음이 풀린데다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와이파이 팡팡 터지는 집에 와서 카스에 축하 메시지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아기 적 친구 수민이와 현동이, 머슴아들의 뚝뚝한 축하에 감동.
기분이 급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바로 소영이로 변신.

식탁에 앉아 있다가 바로 옆 현관 유리를 보더니,
어. 이 그림 사군자였네. 이거 봐. 난초, 국화..... 어머 어머 사군자였구나.
(매화 가리키며) 이건 뭐지 매란국죽.... 죽이 뭐지? 죽이 뭐야? 엄마.
매란국쭉.... 아, 철쭉이구나.
헉4

(스릉흔드. 소영이라 불리는 우리 딸 채윤이)


채윤이 또 한 건.
좀처럼 볼 수 없는 아빠의 귀여운 표정의 아빠도 한 건.
지금 쯤 실기시험 치고 있을 채윤아.
너는 이미 백점이야!!!
몇 점을 받아도 넌 이미 백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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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우 2013.11.27 00:51

    어제 나를 웃음의도가니탕이 되게 한 매란국쭉이 이런 맥락에서 나온거라니...
    채윤이 정말 백점이다!!! 아무나 못한다. 이거...
    사랑이 뭉개뭉개 솟아오른다 언니야~

    • BlogIcon larinari 2013.11.27 19:17 신고

      이런 맥락의 대미는
      디팡 타다 뼈에 금가서 깁스한 거. ㅠㅠㅠㅠ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은 이런 때 하는 거지?

  2. forest 2013.11.27 09:52

    아이쿠, 저 길고 이쁜 채윤봐라~^^
    넘 이쁘당~

    푸하하핫, 매난국쭉이니까 철쭉이 맞네~ㅋㅋㅋ

  3. BlogIcon 털보 2013.11.29 11:04

    채윤이 얘기는 밥먹을 때 보면 너무 위험해. ㅋㅋ

    • BlogIcon larinari 2013.11.30 09:52 신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마주앉은 forest님 밥풀 마사지 받으셨나요?

  4. BlogIcon 뮨진짱 2013.12.02 14:34 신고

    그러잖아두, K팝스타3보다가 14살 이채연이라는 중딩이 춤을 정말정말 잘 추는데
    끼있는 채윤이 생각나서 들어와봤어요^_^
    채윤이 연습쟁이네요. 채윤이 시험 잘 봤을거라는 믿음이 퐉퐉!

    • BlogIcon larinari 2013.12.02 15:15 신고

      시험은 어땠는지 몰라도.
      그저 그렇게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이 신통하게 느껴져.
      학교 분위기도 그렇고 썩 공부를 잘 하지 못하니까 전처럼 끼를 발산하지도, 활달하지도 못한데... 그래서 마음이 아프지만 그 나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해.^^

 

엄마, 오늘 우리 인성 시간에 무슨 검사했어.
I'm ok. I'm not ok. 이런 검사 뭔 줄 알어?
, 아는구나. 나는 뭐 나왔는지 알아? I'm ok. You're ok. .
역시, 나는 그럴 줄 알았어.이게 좋은 거잖아.


엄마
, 내 별명이 광대잖아. 성형수술 얘기가 나왔어.
내가 쌍꺼풀이랑 앞트임 뒤트임 할 거라니까 애들이 그러지 말고 먼저 광대를 깎으래.
하하하하하....

(엄마 왈 :  채윤아, 너 친구들이 광대라고 부르면 기분 안 나빠?)

아니, 광대가 나왔잖아. 그리고 별명이 있으니까 좋아.
하하하하하하....
애들이 야, 너 솔직히 말해 봐. 눈 내리깔면 광대 보이지? 이래.
우하하하하하하.... 실은 나 이렇게 하면 광대 보인다.

(우리 딸 I'm ok. You're ok. 확실하네!)

엄마, 그런데 OO이는 I'm ok, I'm not ok가 점수가 똑같이 나왔어.
그래서 내가 뭐라고 말해줬는지 알아?
내가 엄마 딸이잖아.
그건 너가 너 자신을 잘 모르는 거야.
너 자신이 I'm ok, I'm not ok인지를 모른다는 거지.’ 라고 했어.
그랬더니 애들이 ~ 광대!’ 그러더라. 나 진짜 똑똑하지?

 (I'm ok의 갑!)


(
한참 수다 끝에 엄마가 설거지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노노노노! 노 스탠드 업. 더 얘기해. 노노노.... 빨리 스탠드 다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닮아 태생이 광대, 우리 딸)

 

두 장의 사진은 엊그제 향상 음악회에서 찍은 것.
많은 고민 속에 예술학교 보냈는데 학교생활을 200% 즐기며 하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성악이면 성악 작곡이면 작곡, 친구들 어깨 너머로 보고 와서 집에서 혼자 막 해보고...
경험으로 배우는 채윤이가 아주 좋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렇게 아가씨 같이 다 컸는데 멘탈은 가끔 초2나 초3 정도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춘기가 왔나 싶었는데 벌써 가신 것 같기도 하고요.
하긴 오늘 이랬다가 내일 저랬다 하는 중이긴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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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ami 2013.11.01 13:54

    제목 보고서 예술하는 광대 얘긴줄 알았어요.ㅋㅋ

    • BlogIcon larinari 2013.11.02 01:13 신고

      예술하는 광대 얘긴데요...
      하필 그 광대가 광대뼈가 튀어나와 가지고
      별명이 광대라서
      그 광대가 이 광댄지 저 광댄지 막 헛갈리게 된 거죠.ㅋㅋㅋ

  2. 아우 2013.11.02 10:05

    예술하는 '소영이'...넘 좋아^^
    어안이 벙벙한 옷 이후로 한건 또 했네ㅋㅋ
    스탠드 다운! ㅋㅋㅋㅋ

    (나, 수진 . 아우로 이름 바꿨음)

    • BlogIcon larinari 2013.11.02 10:30 신고

      음~ 아우, 죠타. 죠타. 딱 죠타!
      편하게 앉아 있어. 아우.
      스탠드 다운!ㅋㅋㅋㅋ


 

#1
저녁을 먹으면서 시작된 수다와 게임이 끝나질 않더니
'아이 엠 그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아이 엠 그라운드 수도 이름 대기!
서울
도쿄
뉴델리
........
(현승이가) 워싱턴.
(채윤이가) 야아, 베이징이지.
(현승이가) 무슨 소리야? 어느 나란데?
(채윤이가) 중국 말야. 베이징이지.
(현승이가) 미국 얘기거든.
(채윤이가) 아~아, 맞다. 하하하하하. 야, 워싱턴 디씨까지 해야 사람이 알아듣지.


#2
입고 싶어하던 니트를 하나 사줬다.
애가 말라서 헐렁하게 나온 니트를 입으면 우습길래 개중 슬림한 걸 골라 샀다.
기분이 좋아가지고 집에 와 입어보면서,
"엄마, 그런데 니트를 너무 어안이 벙벙하게 입으면 좀 웃기지? 이게 이쁘지?'
란다.
진짜 어안이 벙벙하다.


#3
너의 매력의 끝은 어디냐. 소영아. 아니, 채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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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larinari 2013.10.12 20:44 신고

    게임에 몰입하여 촬영하는 것에 신경을 안 쓰셨음.

  2. forest 2013.10.15 08:55

    이렇게 계속 어안이 벙벙해서 자주 출현하셨음 좋겠다~~~^^

    • BlogIcon larinari 2013.10.15 17:49 신고

      이대로 쭉 소영이로 캐릭터 잡고 클 건가봐요.
      나름 매력 있어요.ㅋㅋㅋㅋ

  3. mary 2013.10.15 09:32

    나두 이 가을에 어안이 벙벙한 옷 하나 사 입어 줘야지 ㅋ

    • BlogIcon larinari 2013.10.15 18:02 신고

      그렇다고 너무 벙벙 한 걸 사시면,
      입고 나셔서 '어? 안이 벙벙하네' 이렇게 되세요.ㅋㅋㅋ


 

아흔을 바라보는 (엄마 연세를 내가 꼭 이렇게 표현하는 건 88인지, 89인지, 어쩌면 86인지... 늘 헛갈리기 때문) 엄마가 가끔 전화해서 그럽니다.

"야이, 너 내가 이쁜 브라우스 있잖어. 느이 대전 올케가 사 준거. 그게 품이 좁아. 그거 내가 입고 나가믄 권사님들이 아~이구, 어디서 이쁜 옷만 사 입으신다고 그려. 그런디 그게 쪄서(껴서) 못 입겄다. 너 갖다 입어. 너는 딱 맞을거여.'

그리고 가면 한 번만 입어보라고 하신 후에.
"얼라, 너한티 딱 맞는다. 그릉게 내가 그릉게 내가 못 입지. 너 입어. 너 갖다 입어."

됐다고, 내가 이걸 어떻게 입냐고 몇 번 거절하다가 그래도 엄마가 포기를 안 하면 확 신경질 한 번 내줘야 조용해지십니다. (그 다음엔 같이 사는 막내 며느리한테 '너 입어'....ㅎㅎㅎ)

 

 

아, 진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내가 연식에 비해 주름은 많지만 패션 나이는 젊다고요. 중1 딸하고 옷 같이 입는다고요!


엄마의 옷장,
내 옷장,
내 옷장을 넘보는 딸의 옷장.

재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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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larinari 2013.09.21 11:46 신고

    이 글, 며칠 준비한 야심찬 글이었는데,
    오늘 아침 개그감 저하로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ㅡ.,ㅡ

  2. Duddo 2013.09.24 13:10

    첫번째 옷이랑 핸폰 케이스랑 깔맞춤ㅋㅋ 이제 채윤이가 사는옷 뺏어입으실것같아요 울엄마도 싸이즈만 맞으면 제옷 잘입었을텐데 그걸 아쉬워하더라고요ㅋㅋ

    • BlogIcon larinari 2013.09.24 20:41 신고

      너 내 핸드폰 케이스에 눈독 많이 들인다. 맘에 들어?
      너~어 해. ㅎㅎ

  3. 신의피리 2013.09.24 18:06

    가끔 채윤이가 방에서 나올 때 깜짝 깜짝 놀라. 그나마 얼굴이 안닮아서 다행이야. ㅋ


 

북한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가 남한의 '중2'가 무서워서라는데.
무섭기로 치자면 중2로 가는 중1도 만만치는 않다.
사실 힘으로 누르자면 얼마든지 누를 수도 있다.(아직은)
그렇게 해결해서 될 일이 아니라니 하루에도 '참을 인'자가 수십 번이다.


중1 뒤에 서서 호흡조절을 하면서 릴렉스, 릴렉스를 되뇌는 것 역시 일상다반사.
그러는 동안 상상 속의 분열된 자아는 이렇다.
나비처럼 날아가 벌처럼 따갑게 중1의 등짝을 '따~악' 때려주는 것이다.
남편과 둘이서 노인네처럼 마주 앉아 '김채윤 네 살 때에.....' 이러면서 했던 얘기 또 하고 했던 얘기 또 하는 것으로 억눌린 분노를 해소하곤 한다.


이쁜 짓을 추억하기.
그걸로 버텨난다.
그런데 어제 아주 아주 보기 드문 이쁜 짓 발견.
난 외출을 했었고 오후에 예상치 않은 비가 왔다.
우산을 안 들고 나가서 지하철에서 약속 장소까지 뛰느라 내 코가 석 자.
옥상에 널어 놓은 빨래는 생각지도 못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옥상에 있던 빨래들이 현관 앞에 저렇게 널려 있었다.
비가 오자 빨래를 걷고,
단정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개켜서 개킨 그 자리에 모셔 놓은 것. 


중1,
너도 사람이구나.
스릉흔드. 으직드.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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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의피리 2013.07.31 16:08

    중1 누나와 초4 남동생이 우두두두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빨래 걷는 걸 생각하니 참 귀엽네. 질풍노도의 시기, 이제 절반은 지났겠지?

    • BlogIcon larinari 2013.07.31 16:13 신고

      무슨 소리? 이제 시작이고마이~
      중2가 절정이라니까.
      긴장을 늦추면 안 돼. 여보.

  2. BlogIcon 털보 2013.08.02 12:11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셔요.
    곧 주방에서 빵굽고 파스타 만들어 저녁까지 먹여줍니다.
    중학교 때가 제일 무서워요. ㅋㅋ

    • BlogIcon larinari 2013.08.02 15:08 신고

      타코의 케잌과 빵과 파스타는 저의 희망입죠.
      그걸 보면서 제가 오늘을 견디죠.
      조금만 지나면 다시 사람이 될 거야. 하면서요.ㅎㅎㅎㅎ
      그나저나 여기 와 있으나 일본에 있으나 저는 문지 얼굴을 거의 못 보는 건 마찬가진데 다시 떠나 있다고 생각하니 제 마음이 다 허전해요.

 


중학교, 그것도 예술 중
학교를 선택한 채윤이는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번 월요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일주일 동안 입학 전 특강을 듣고 있습니다.
예중 특유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두려움과 위축감에 압도된 듯 보여 마음이 아픕니다.
아무리 객관적이려고 해도 아이의 아픔은 내 것과 분리되질 않습니다.
가엾지만 도울 수 없고,
언젠가 나도 느꼈었던것 낯설지 않은 감정들인 것 같아 바라보기도 힘겹습니다.
긴장을 하고 있으니 준비물을 빼먹고 가고, 그로 인해서 더 당황하고....
쫄아든 목소리로 전화가 오면 엄마도 덩달아 안절부절이고요.
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 채윤이를 안고 기도해주고,
보내놓고도 할 수 있는 것이 기도 밖에는 없습니다.
몇 주 학교 다니다 보면 또 친구가 생기고,
익숙함으로 인한 안정감도 느끼겠지만 처음은 이렇게 힘듭니다.


저녁에 외갓집을 갔다 오는 길에 채윤이와 이런 감정들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처음엔 삐뚤어지겠다는 식으로 '친구 하나도 안 사귈거다.'로 시작하더군요.
질문하고 들어주니 나름대로 정말 두려운 것들에 대해 곧잘 이야기를 합니다.
실기점수로 매 학기 줄을 세우는 분위기의 학교생활이 자신이 없다며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로 서로를 바라봐야 하는 것이 두려워서 다가가기도 싫다는 것입니다.


들어주고,
잘 할 거라고 격려하고,
예전에 잘 했던 부분들을 상기시켜주며 집까지 왔습니다.
(마음은 여전히 아팠습니다. 잘 될 거라고 말하면서 마음까지 그렇지도 못했고요.)


집에 들어와 정리를 하고 있는데 채윤이가 그럽니다.
"엄마, 난 엄마가 너무 좋고 자랑스러워. 그리고 엄마가 우리 엄마여서 참 좋아.
세상에 엄마 같은 엄마는 없을 걸. 내 마음을 정말 잘 이해해주고 고민에 대해서 잘 해결해 주잖아. 물론 나랑 현승이랑 싸울 때는 불공평하고 그런 면이 있지만.... 참 좋은 엄마야."


아침에 채윤일 보내놓고 기도하며 흘렸던 눈물에 대한 보상과 위로 같네요.
사춘기 딸에게 '좋은 엄마' 라는 평을 받다니.....
그리고 이 말을 하면서 아침보다 조금은 더 가벼워진 채윤이 마음이 느껴졌으니까요.
덕분에 그 많던 근심이 후~ 어디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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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의피리 2013.02.21 12:16

    부럽소.
    나는 맨날 엉뚱하게 마플 날리는 이상한 아빤데...ㅠ

    • BlogIcon larinari 2013.02.22 21:59 신고

      아빠표 위로가 나름대로 먹혀.
      '엄마, 아빠는 자꾸 아침마다 이상한 마플 보낸다.'
      이러면서 행복해서 죽겠는 얼굴이었어.

 

 

#1.

엄마 : 야, 이거 누가 이랬어.
채윤 : 몰라. 나는 진짜 몰라. 나는 명백해.
현승 : '결백해'겠찌이~
채윤 : 아. 뭐~어. 됐다고~오.

#2.

채윤 : 아빠, 왜 나는 영어 이름이 없어?
아빠 : 왜 없어. 너 전에 뭐 지은 거 있잖아.
채윤 : 아니~이. 그런 거 말고.... 엘리자벳 이런 거...
아빠 : 그니까아~
채윤 : 내 친구들은 엘리자벳 이런 영어 이름을 어릴 적에 어디서 받았대.
아빠 : 영어 이름이 아니고 영세받고 세례명 아니야? 세례명이겠찌이~
채윤 : 아, 몰라. 그니깐 교회에선 왜 그런 이름을 안주냐고.
엄마 : 엄마도 세례명 있어.
채윤 : 진짜? 지원이도 세례명 하나 짓겠다고 했는데... 뭐야? 엄마 세례명?
엄마 : 안젤리나 졸리!
채윤 : 와, 진짜야? 대박! 나도 지어줘.

 

---------

낼 모레면 중딩인데 여전히 일관성이 있는 캐릭터로 웃겨주고 있는 채윤이.
콧물이 난다고 양 볼에 대일밴드 붙이고 다니던 그 시절부터 쭈~욱 그렇습니다.
스릉흔드. 너의 무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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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larinari 2013.01.15 22:38 신고

    내일 강의 준비와 원고가 함께 밀려 있는지라...
    간만에 푹풍 블로그질, 페북질 됩니다.

  2. BlogIcon 털보 2013.01.16 08:08

    안젤리나 졸리가 세례명이었어요?
    오늘 알았네.

    • BlogIcon larinari 2013.01.16 17:51 신고

      네~
      어, 밑에 제 남편 브레드가 왔네요.
      ㅎㅎㅎㅎㅎ

  3. 신의피리 2013.01.16 13:45

    아빠! 런던올림픽은 어디서 해? 라고 묻던 우리 채윤이 이야기...
    개콘 멘붕스쿨 소영이에게 줄 아이디어 무궁무진한데...^^

    • BlogIcon larinari 2013.01.16 17:51 신고

      잊을만 하면 웃겨주고, 잊을만 하면 웃겨주고!ㅎㅎㅎ

    • BlogIcon 털보 2013.01.17 16:16

      요건 내가 알 듯.
      런던 올림픽은 영국에서 하는 거야요. ㅋㅋ

    • BlogIcon larinari 2013.01.18 11:24 신고

      합정동 소영이가 원했던 답이 이거였군요!ㅎㅎ

 




(아마도) 미공개 동영상.
노래를 썩 잘부르지 않아서 블로그에 올리질 않았던 것 같은데,
노래보다 공연 전 세러모니가 더 눈길을 끄네요.


저러고 거침없이 코딱지 후벼파는 모습이 딱 김채윤스러운거죠.



 

  1. forest 2012.11.06 12:50

    ㅋㅋㅋ 챈이 넘 귀엽당~
    너무 빨리 크는 것 같아요. 애들이.

    • BlogIcon larinari 2012.11.06 20:02 신고

      그니까요. 저희집에 첨 오셔서 오프라인으로 제대로 말 트던 날이 채윤이 입학식 날이었어요.
      처음으로 털보 아저씨, 털보 부인.... 요럴 때 지금 생각해보면 저런 애기에서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더라구요.
      금방 타코처럼 대학생 되고 날개를 달고 떠나게 되겠지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손은 누구의 손일까요.
지난 번에 나는 거울에게 살짝 물어보았죠.
텔레비젼에 나오는 예쁜 탈랜트의 손일까.
피아노를 연주하는 뽀뽀하는 언니 손일까.
아니야 아니야 거칠어지신 우리 엄마 손.
그렇지 그렇지 가장 예쁜 손은 우리 엄마 손.




채윤이가 네 살 때 어린이집에서 배워 부르는 노래입니다. 노래든 학습이든 거의 청각을 통해서 습득하는 채윤이는 무조건 들리는대로 불렀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곱고 하얀 언니 손일까'를 '피아노를 연주하는 뽀뽀하는 언니 손일까'로. 이렇게 부르던 노래가 여러 곡 됐는데 일부러 바로 잡아주질 않았습니다. 채윤이만의 노래, 채윤이만의 독특한 발음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었죠. 그 독특함이 사랑스러웠고요.




음악치료 대학원을 다니며 음악 전공한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음악을 전공하고 그 전공에서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다 '음악 치료'를 만나고 '구원자'를 만난 것처럼 기뻐하던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연주공포가 있는 친구도 있었고, 여러 이유들이 있었겠지요.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만 붙들고 살았었을 겁니다. 그랬으니 명문대학들을 들어갔겠지요. 그 경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기 적부터 음악적 감각이 남다르던 채윤이를 굳이 음악을 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음악을 하더라도 정말 원할 때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해야 한다고 믿었지요.




때문에 예술중이니 예술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생각도 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대놓고 '보내지 않겠다. 가끔씩 절대 보내지 않겠다.'라고 지껄이기도 했지요. 곡절 끝에 대안에 없어서 가게 된 명일동의 음악학원에서 선생님을 한 분 만났습니다.(언젠가 이 만남에 대해서 글로 나눌 날이 있을 것입니다.) 처음엔 어려워만 하더니 차차 너무 좋아하고 선망하는 것입니다. 이 선생님을 만나고부터 피아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듣고 치는 수준이 달라졌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을 롤모델로 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중을 가겠다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자신의 진로를 선택한 것인데 그러지 마라 할 수도 없고, 그간 소신이 있기에 그래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기도하고, 미루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작년 이 맘 때 즈음 결정을 했습니다. 채윤이의 의지가 확고했고, 마음의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면서 된 일이지요. 그리고 채윤이가 참 열심히 해왔습니다.




끝없이 놀아야 하는 놀이의 신인 채윤이가 놀 시간이 없어서 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다섯 시간 씩, 아니 조금 과장해서 어쨌든 밥 먹으면 피아노 앞으로 가는 1년을 보냈습니다. 지난 여름 에어콘도 없이 무더위와 싸우면서도 내내 열심히 쳤습니다. 예중에 합격을 해도 안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 아직 어린 나이에 저렇게 매진해보는 경험이 소중할 거라는 생각조차 들었습니다. 그리고 늘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열심히 하되, 합격해도 좋고 못해도 된다. 이래도 좋은 일이고 저래도 좋은 일이다.'




입시를 얼마 앞두고 중요한 콩쿨이 있었습니다. 내심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마음의 좌절이 컸습니다. 해피 해피 채윤이는 금방 털어버리고 연습을 하는데 말이죠. 그러면서 '되고 좋고 안되도 좋다'는 말을 거두어 들이기로 했습니다. 궁극적으로 그렇게 믿는다 할찌라도 감정을 보니 정직한 말이 아니더군요. '되도 좋고 안되도 좋다'라고 말하면서 성숙한 믿음을 가졌다 뻐기도 싶었던 것 같아요. 입시 결과가 나오면 어떤 결과이든지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없음을 알기에 '바로 지금'의 마음을 흔적으로 남겨 놓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뽀뽀하는 언니 손.
이 우리 채윤이 손이 되었어요. 저 손가락에 쌓인 땀과 시간이 우리 채윤이를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라게 할 것을 믿어요.
오늘은 채윤이 손에 뽀뽀를 한 번 해줘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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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의 피리 2012.10.18 23:02

    실망이라는 감정이 싫어서 애써 믿음이라는 허공의 세계로 도피한 건 아닌지 싶네. 실패해도 낙방해도 좋다 라는 말이 도리어 느슨한 마음. 책임없는 행동이 되는 건 아인지 싶고. 깊은 좌절과 절망, 무책임이라는 나만의 뿌리깊은 죄를 느끼며, 잠든 당신과 채윤이를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 BlogIcon larinari 2012.10.20 10:38 신고

      그러게.
      실패와 고통 같은 것들을 맞닥뜨리기 두려워서 '믿음이라는 허공의 세계'로 도피하는 습관은 뿌리가 깊은 것 같아. 깊어도 너무 깊어.
      좀 인식하고 내 자신에게 정직해졌나 싶으면 어느 새 고개 드는 자기기만.
      이런 일로 다시 한 번 정신을 차리게 되는 것 같아.

  2. BlogIcon 뮨진짱 2012.10.19 00:38 신고

    우리 채윤이
    열심히 노력했으니, 꼭 좋은 결과 얻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저도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 BlogIcon larinari 2012.10.20 10:39 신고

      고맙다.
      어떤 결과든 궁극적으론 채윤이에게 좋은 결과가 될 것을 믿으며!

  3. BlogIcon 털보 2012.10.19 08:45

    좋은 결과가 있기를 비는 마음 하나 추가요.

    • BlogIcon larinari 2012.10.20 10:40 신고

      영월 동강의 정기를 받으신 신령하신 털보님의 기원이 큰 힘이 될 거예요. 감사 드려요.^^

  4. forest 2012.10.19 10:51

    <더라꾸떼이션>을 <왕십리>로 알아들은 타코로 미루어 짐작컨데
    <곱고 하얀>을 <뽀뽀 하는>으로 알아들은 건 아닐까요? ㅋ

    예전에 왕십리역까지만 운행하던 5호선의 마지막 역이 왕십리였어요.
    그때 왕십리역에만 가면 영어로 <더 라스트스테이션 이즈 왕십리>을 나름 해석해서
    왕십리 역을 더라꾸떼이션이라고 하더군요.ㅋ
    그래서 우리는 그때부터 왕십리역이 더라꾸떼이션이었지요. ㅋ

    채윤이에게 처음으로 찾아온 시험결과네요.
    저도 그 어떤 결과든 채윤이가 행복하기를 바랄게요.^^

    • BlogIcon larinari 2012.10.20 10:43 신고

      채윤이가 돌 전 부터 보던 <벅스라이프>가 영어로만 대사가 나오던 거였는데요. 말을 하기 시작한 어느 날 부터 '개미 영화(벅스 라이프를 그렇게 불렀)'에 나오는 말이라며
      '합뿌드 뻬이빨!' 하는 거예요.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채윤이 아빠랑 열심히 영화를 뒤졌어요. 결국 찾아냈죠.
      Hopper's afraid of birds. ㅋㅋㅋㅋ

  5. mary 2012.10.19 12:47

    그렇챦아도 때가 됐는데.. 하고 있덩 참인데.
    김정과 머리가 꼭 같이 가라는 법은 없는 거니깐.
    어찌보면 채윤이한테 첫번째 관문일텐데. 좋은 결과 있기를.
    바뜨, 바라는 결과가 안나온다고 절대 실망할 일은 아니라고,
    이 엄마 힘주어 말할 수 있으므니다~~

    • BlogIcon larinari 2012.10.20 10:55 신고

      mary님이 그냥 대충 말씀하셔도 맞는 말씀인데
      힘주어 말씀하신다면 확실히 맞는 말씀입니다.ㅎㅎㅎ

  6. iami 2012.10.19 16:09

    lari님은 책으로도 글로도 블로그로도 보니 그리 그립지 않은데^^,
    채윤이는 오래 못봐 보고 싶군요. 사춘기 소녀라서 낯을 가릴지도 모르겠지만요.
    장난꾸러기 아가씨가 내년이면 벌써 중학생이 된다니, 흠~ 세월 참 빠르네요.

    • BlogIcon larinari 2012.10.20 10:57 신고

      제가 요즘 그 생각 자주한다니까요.
      뭣도 모르는 신혼 초에 저희 집에 처음 놀러오셨을 때,
      해인이 기원이가 딱 지금의 채윤이 현승이 나이더라니까요.
      아, 이렇게 세월이 가는 거구나. 싶어요.
      입시 마치면 챈이의 영원한 '서쉐석 목짠님' 합정동으로 한 번 뫼실께요.^^



우리 채윤이의 '윤'자는 '물 깊고 넓을 윤' 입니다.
역시 이름을 잘 지어야 합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큰 웃음 작은 웃음 주는 채윤이의 개그의 샘은 깊고 깊다는 느낌입니다.
마른 듯 싶으면 흘러나오고, 또 흘러나오고.....


# 1


누나, 인천 상륙작전이 성공한 거야?


몰라. 엄마한테 물어
보자.
엄마, 그... 맥.가.이.더. 장군이 한 인천 상륙작전에 성공했어?


(맥가이더 장군! 이라면 손재주가 장난 아닐텐데 드라이버 하나로 인천 상륙을 성공으로 이끌었겠지.....만서도.... 정말 채윤아!!!ㅜㅜ)




# 2


(아빠가) 채윤아 너 '모네' 알어?

그럼 알지. 화가잖어.
오~올, 김챈! 유식한데....
그걸 왜 몰라. 모네가 '밀레의 만종' 그렸잖아.

(아.....악, 사랑해! 채윤아!)




이름 값 하며 사는 채윤이,
오늘 운동회에서 말춤 추며 신났었습니다
.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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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larinari 2012.10.10 11:51 신고

    밖에서 아이폰으로 포스팅 하느라 오타 많습니다.
    남편께서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노트북 하나 사주셔야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텐데요.....(아, 데탑은 오래된 거라 인터넷이 느려서 자꾸 오타가 나는거구요. 해결책은 새 놋북! ㅋㅋ)

    • BlogIcon larinari 2012.10.10 13:04 신고

      집에 들어와 오타수정 끝냈싐.

    • duddo 2012.10.12 01:10

      이글엔 답이없으신 도사님!!
      채윤이 왜케 늘씬해졌어요??
      부쩍 크고 있네요!! 채윤이 키걱정은 이제 안하셔도 될듯!! ㅋㅋㅋㅋ

    • BlogIcon larinari 2012.10.12 09:32 신고

      오랜만에 와서 위로의 한 마디 남겨줬는데...
      어쩌냐.
      나는 채윤이 키 걱정을 해 본 적이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 걱정이라면 현승이지.

  2. 신의피리 2012.10.10 15:31

    그 손재주 좋은 사람은 맥가이버!
    채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운동회가 생각나네. ^^

    • BlogIcon larinari 2012.10.10 18:14 신고

      뭔 부연설명을 하시공.
      꼭둑각시 한복 입고 했던 거...ㅎㅎㅎ
      찾아봐야겠다.

    • BlogIcon larinari 2012.10.10 18:26 신고

      1학년 때 운동회 얘기 찾아서 트랙백 쐈어.ㅎㅎㅎ
      블로그 꾸준히 한 보람에 벅차오르네.

  3. mary 2012.10.11 09:36

    푸하하하.. 손재주 좋은 드라이버맨 맥가이더! 그게 더 웃겨!
    밀레의 만종을 누가 그렸더라... 한참 생각했다는. 나두 참 ㅋㅋ

    • BlogIcon larinari 2012.10.11 09:40 신고

      와! 간만에 실시간이네요.ㅎㅎㅎㅎ
      밀레의 만종은 '모네'는 아니고 도대체 누가 그린거죠?
      우리 남한산성의 단풍이 한창일 때 한 번.....^^(커피 싸가지고요.)

    • mary 2012.10.11 10:44

      남한산성에서 커피일잔하며 연구해보자고. 모네말고 누군가?ㅎㅎ

    • forest 2012.10.12 14:09

      뒈체 밀레의 만종은 누가 그렸길래 이리 헷갈리게 하는걸까요? ㅋㅋㅋ

      남한산성 커피 일잔에는 빠질 수 없는 일인이 여기도 있사옵니다.^^

    • BlogIcon larinari 2012.10.12 18:57 신고

      올 가을 남한산성 회동의 주제는 '밀레의 만종은 누구를 위한 만종인가?'로 하겠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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