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서 바라본 광안대교.
우리 아버님 올 2월에 마지막 여행이 이 곳이었지요. 여기서 이 멋진 야경 바라보시며
'채윤이 에미가 오면 좋아하겠다' 하셨다지요.
그리고 꼭 데려가겠다 하셨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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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래? 잘래?"
새벽기도 갈 준비를 하고 힘들어 하는 내 귀에 속삭이는(오글?) 남편의 목소리다.
'사모'라는 미명하에 그 어떤 종교적 행위도 강요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강압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남편.
남편의 한결같은 온유한 사랑으로 난 (자주 못 가지만) 새벽기도를 좋아하고,
평생 기도하며 살겠다고 나의 하나님께 고백하고 또 고백한다.
남편이 좋고 하나님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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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운동엔 별관심 없으시고 입담만 좋으신 언니(라고 무조건 부름)가 내 옆에 오더니
평영 딥따 잘하고 말 없는 다른 언니를 가리키며 무슨 정보기관 요원의 신분을 알아냈다는 듯

"저 여자~ 목사 부인이래"라며 속삭인다.
실은 오늘로 두 번째 듣는 얘기임.


나도... 자수해야 하나? 저도 목사는 아니지만 약간 목사랑 비슷한 가..... 강도사.... 부인이예요. 요...용서해 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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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망아지가 각각 음악캠프로, 또 한 놈은... 어, 이 녀석도 결국 음악캠프를 갔네요.
챈이는 지 음악캠프, 현승이는 사촌형이 음악캠프 가서 하는 향상음악회를 보러 멀리 온양까지
고모를 따라 가고 없습니다.
아우, 이게 왠 횡재냐?
원고 마무리해서 보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뒤로 하고 데이트 나갔다구요.


둘이 오붓하게 밥 먹고 돌아오는 차에서 "그냥 이대로 애들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아?"
했더니...
"여태 밥 먹으면서 애들 얘기 했잖아!" 하시네요.
그러고보니, 밥 먹으며 내내 아이폰에 현승이 동영상 보고, 애들 얘기했네요 그려.


간만에 엽기사진 찍었고요.
우리 종필님 안할 것처럼 빼다가 결국 시키는 거 다 하구요.
이렇게 재밌게 놀았구요.
집안이 조용하고 참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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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내를 드러내는 얘기,
조금이라도 오글거리는 얘기.
는 가족간에 거의 하지 않는 것이 불문률인 김씨 일가.

친정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라 결혼 초에는 이해도 잘 못하고 때로 남편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속깊은 정은 면면이 흐르고 있는 것을 며느리도 알게 되었다.

결혼 10년을 넘기는 사이 어쩌다 보니 부모님 두 분 사이, 부모님과 남편 사이에서 살짝 속내를
드러내는 얘기를 중간에서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내가 가진 성격도 있을 거고,
박힌 돌이 아니라 굴러온 돌이라는 잇점도 있었을 것이다.

수줍음 많으시고 낯 많이 가리시고, 사람 어려워 하시는 아버님과 가장 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채윤이와 현승이 그리고 채윤이 에미였다.
게다가 '사랑한다'는 말을 가장 많을 들은 사람도.
정확하게 말하면 채윤이 현승이는 할아버지의 사랑고백을 들었고,
채윤이 에미는 그 사랑을 보았다.

가끔 오그라드는 문자를 아버님께 보내기도 했지만 편찮으신 이후로 대놓고 질러대곤 했었다.
목표는 하루에 하나 씩! 이었는데 사실 이것조차 마음 먹은 만큼 해드리질 못했다.

돌아가시기 전 며느리를 '둘째 딸'로 등급조정을 해주셨다.
그래서 내게는 아버님이 아버지가 되었나보다.

'에미야, 밥 먹었냐? 나는 지금 동창회 사무실에서 한 잔 하고 들어가는 길이지. 지금 너 살던 백조현대
아파트 지나간다. 니 목소리 들을려고 전화한 게 아니고.... 우리 현승이 바꿔 봐' 하시며 전화를 걸어오실
것만 같아 저녁 어스름할 때는 자꾸 휴대폰을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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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착하디 착하셨던 우리 아버님,
그 착하신 성품 그대로 이 세상의 마지막 시간들 보내시고
하늘로 되돌아 가셨습니다.


장례식과 삼우제 예배까지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가슴 터지게 천국을 그리고 소망하게 됩니다.


아버님 투병 중에, 장례식 내내 사람이 사랑이고 사람이 위로인 것을 실감했습니다.
특별히 블로그에서 마음을 나누는 분들을 뵐 때마다 위로가 얼마나 컸는지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할 수 있다면 아버님과의 이별을 글로 조금씩 조금씩 풀어내며
슬픔 또한 나누어서 잘 흘려보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와 사랑을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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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죽음은 아직 철없는 아이들을 두고 예고없이 훌쩍 아버지가 떠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죽음은 가난과, 외로움과, 서러움 같은 것을 쓰나미처럼 몰고왔다.
사춘기에 막 접어든 내가 '와, 새로 지은 좋은 집에서 이렇게 행복하게 살다니....'라고 일기를 쓴 지
딱 보름만에 찾아온 일이었다.
'이번에 서울가면 신실이 피아노를 알아보고 오겠다'며 또 예쁜 보조가방을 사다준다고 약속한 아버지가
새벽밥을 드시고 멋진 털모자를 쓰고 나간 그 길이 마지막이 되는 그런 것이었다.
그 날 이후로 커다란 고통 하나가 가슴에 자리를 잡고,
그 고통은 청소년기 내내 부끄러움이 되고, 콤플렉스가 되고, 서러움이 되었다.


그 고통을 넘어서 나는 자랐다.
그 고통 때문에 인생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좀더 빨리 배우고 (적어도 외적으로는) 단단해지고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자라가게 되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넘어서, 아버지 없는 아이로 자라면서 내가 아무리 얻은 게 많다한들 어찌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었겠는가. 아버지의 부재를 넘어 더 어른스러워질수록 죽음은 더 무섭고, 예기치 않게 찾아와 많은 것을 앗아가는 두려운, 너무나 두려운 것이 되고 있었다.


죽음 너머에 천국이 있다는 것은 머리의 고백일 뿐, 나는 평생 엄마도 죽을 지 모른다는 상상만으로도
이유없는 공포와 슬픔에 떨곤 했었다.
은하철도 999에서 기차가 정차한 어느 별은 화석이 되게 하는 검은 구름이 있는 곳이었다.
검은 구름이 예고없이 덮치면 그 그림자 안의 모든 생물은 화석이 되는 것이다.
내게 죽음은 그렇게 예고없이 들이닥쳐 속수무책으로 점령당하는 것이었다.


내 인생에 가장 그리운 이름 아버지.


지난 2년여, 아니 가깝게는 최근 몇 개월 내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실패, 고통, 기도해도 억울함에 놓아두시며 기도할수록 더 진창으로 빠져드는 느낌, 선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악한 사람들이 더 높은 곳으로 가서 약한 자들을 더 큰 고통에 밀어넣는 현실.
그 현실을 뼛 속 깊이 느끼며 그 분의 손을 잡았다 놓았다를 반복하는 동안 그 분이 내게 말씀하셨다.
인생의 어두운 면,
실패,
부조리,
눈 앞에서 거절되는 오랜 기도,
들을 통합하지 못하면 온전한 진리가 아니라고.
부활의 영광은 지난한 십자가의 고통 너머에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아들어 가고 있었다.
죽음은 삶과 가장 확실하게 밀착된 것 또한.


긴 터널의 끝은 '사랑'이었다.
삶과 죽음, 부활과 십자가, 응답되어 간증거리가 되는 기도와 거절된 기도, 성공과 실패....
이 모든 것을 두려움 없이 아우르게 하는 것은 그 분의 사랑이었고.
그 사랑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일상을 사는 방식임을 나는 알게 되었다. 

 

'치유'라 부르는 결혼이 내 삶에 '아버님'이라는 '아버지'와 비슷한 호칭의 어른 한 분을 선물로 주었다.
아버님은 아버님이었다.
남편의 아버지인 아버님은 소심하시고 말이 없지만 자상하시고 일을 하지 않고 지내신 지 오래 된 그런
분이었다. 채윤이와 현승이를 손수 키워주신 분이다.
한 집에서 2년 여를 살았고, 현관을 마주보는 집에서 3년 정도 살았나보다.
시간이 많으시고 자상하시고 건강하시고 손재주가 많으신 분이라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 도움이 되는
아버님이었다. 매주 강의를 가는 화요일마다 집에 오셔서 현승이 유치원에서 찾아주시고, 두 녀석을 데려다
간식 챙겨주시고 봐주시다 가시곤 하셨다. 아버님이 가시고 나면 냉장고 한켠에 검은 비닐 봉지로 싸인
병이 하나 씩 있었는데 막걸리 병이었다. 심심하고 출출하시면 막걸리를 하나 사셔서 드시면서 오후 시간
보내시는데 전도사인 아들에게 누가 될세라 검은 비닐로 남은 막걸리를 꽁꽁 싸서 숨겨두고 가신 거였다.
약주를 하시면 가끔 전화를 하셔어 '에미야,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씀도 하시고 문자도 보내셨다.


나는 그런 아버님이 고마워 우리끼리 하고픈 여행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고,
흥행작 영화를 예매해서 보여드리고,
생신 때면 정성껏 생신상을 차려드리고,
신앙 좋은 며느리라 눈치보시는 아버님께 직접 참이슬을 사다드리고,
인터넷뱅킹을 가르쳐 드리고,
운전을 해드리고....
나름대로 아주 아주 많은 것을 해드린다며 자부(自負하는 자부(子婦)였다.


아버님이니까.
유난히 착하시고 우리 아이들을 키워주신 고마운 아버님이니까.


건강하시던 아버님이 위암 말기에 여기 저기 전이가 많이 되셨다는 진단을 받으신 지 한 달이 좀 더 됐다.
처음 진단을 받으실 때 6개월이라 했었는데 이번 주에는 한 달이란다.
어제는 노인병원 호스피스 병동으로 입원을 하셨다.
아버님의 죽음을 맞닥뜨려야 했을 때 나는 수십 년 교회 다니셨지만 아버님이 구원을 얻으실까?
하는 종교적인 질문으로 조바심을 냈었다.
아버님을 생각하며 기도할수록 내게 분명해지는 것은 사랑이다.
구원은 내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랑이다.


숙제에 늘 할 일이 많은 아이들을 닥달해서 가능한 저녁에는 아버님을 뵈러 간다.
다행히 두 녀석도 그 일을 즐거워한다. 힘들고 피곤한 일일텐데.
하루하루 눈에 띄게 쇠약해지시는 아버님을 뵈면서 비로소 나는 다시 아버지의 죽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아버지을 사랑하는 이상 이 죽음을 직면하지 않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아버님지 생명이 사그러드시는 걸 직면해야 하고, 헤어져 다시는 볼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오늘 낮에 병원에서 아버님과 함께 긴 시간을 보냈다.
어젯밤에 갔을 때 채윤이가' 할아버지 손톱이 너무 길어요' 하던 말이 생각나 손톱깎기를 챙겨갔다.
손톱을 깎아드리고, 아버님의 손을 꼭 잡아 드리고, 쓰다듬어 드리고 아낌없이 사랑을 표현했다.
그럴 수 있는 내 자신을 대견해하다보니 이 분이 아버님이 아니다.
아버지다. 남편의 아버지가 아니라 내 아버지셨던 것이다.


내가 처음 아버지를 죽음에게 뺏길 때는 예고없이 덮쳐와서 속수무책으로 빼앗기고 그 슬픔과 상처
가누지 못해 오랜 세월 길을 잃고 헤맸는데.
이제 이 아버지의 죽음을 아버지보다 내가 먼저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죽음까지도 다스리시는 하늘 아버지께 감사히 맡길 마음이 조금 생겼났다.
그건 더 이상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의 고통을 차단하지 않겠다는 의미하기도 한다.
죽음같은 잠을 주무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마음이 찢어지는 슬픔을 회피하지 않는다.


어쩌다 이 분이 내 아버지가 되셨을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분명 아버님이었는데 어쩌다 아버지가 되셨을까?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죽음으로 빼앗긴 나.
40이 넘어 두 번째 아버지를 죽음에 내어드린다.
준비할 시간, 사랑할 시간,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감사하다.
이런 며느리를 두신 우리 아버지, 정말 행복한 분이다.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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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전 진단을 받으신 이후 병원과 집안에만 계시던 아버님이 드디어 바람을 쐬겠다고 하셨습니다.
며칠 전부터 약속은 돼있었지만 주일날 교회 가시려 나서셨다가 기운이 없으셔서 다시 들어가셨다는
말씀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요.






기운을 내서 나가시겠다고 하시고,
양평 쪽으로 가자고 하시고,
처음으로 고기를 드시겠다고 하셔서 반갑고도 기뻤습니다.
집에서 나설 때만 해도 아버님의 힘겨운 발걸음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하늘이 저렇게 말합니다.

'이렇게 좋은 날, 아버님과 함께 있음을 즐기라'고요.






분위기 띄우시려고 '평생 니 아버지가 나한테 해준 게 있어야지' 하시다가,
'어머니, 아까 가스검침기가 어디 있는 지도 모르시던데 평생 그런 일 아버님이 다 해주시고...
어머니 공주로 사신 거예요' 하면서 며느리 아버님편이죠, 아들 아버님편이죠.
본전도 못 건지신 어머니.






'난 믿음이 있어 강하다'고 하시지만
아버님 곁에서 누구보다 몸과 마음 고생이 심하실 어머니입니다.
가족 모두 걱정과 염려 속에서 깊은 곳에 묻어둔 상처들이 드러나 서로를 찌르기 쉬운 어려운 때입니다.
두 분이 함께 살아오신 세월을 감사하시며, 서로에게 못했던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며 더 영원한
장래를 약속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기도합니다.


 




한 때는 아버지의 무등을 타기도 했을 막내아들 입니다.
이제는 몸과 마음이 어린 아이처럼 약해지신 아버님을 마음의 무등, 영혼의 무등을 태워드릴
차례입니다. 막내아들이 사랑의 사람으로 잘 준비되었기에 아주 조금 아버님의 손을 잡아드리며
힘이 되어드릴 것입니다.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아들은 단단해졌고, 더 큰 사랑에 눈을 떠가고 있으니까요.



 



아버님 진단을 받으셨을 때만 해도 세상 모든 것이 아득하여 깜깜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버님 저는 이제 아버님 앞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울며 외면하지만은 않으려고 합니다.
제가 먼저 죽음을 손님처럼 받아들인 후에,
지금 아버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오늘을 누리려고 합니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우리 넷이서 맛있는 고기를 먹고, 맑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눈이 시리도록 투명한 푸르름 속에서 대추차를 마시고 한담을 나누는 이 좋은 시간들을 말이예요.






슬픔이 오면 슬퍼하되, 슬픔으로 오늘을 허비하지는 않겠습니다.
아버님께 이 아름다운 세상에 소풍 오셨다 본향을 돌아가시는 기쁨을 함께 일깨우며
저 또한 그렇게 삶을 살겠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아버님과의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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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날을 맞이해서 우리집 작은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채윤이 고모가 제안을 했고, 만장일치로 손주들로 구성된 공연단이 나름대로 각자 연습,
당일 만나서 대충 맞췄지만 구색이 잘 맞은 공연입니다.
공연에 앞서 우리를 찡하게 만든 자막입니다.
어머님 표현에 의하면 몸이 힘들셔서 '진땀을 뻘뻘 흘리시면서' 달력을 붙여 만드신 우리 아버님표 자막.






당일 결혼식이 있어서 늦게 도착해보니 손주녀석들이 순서지도 만들어 놓고 연주회 분위기 굿입니다.
이 날의 코드는 '부끄러움'이었는데 식구들이 죄다 부끄러운 분들이라.....
어찌어찌 막내 아들인 채윤이 아빠가 사회를 보게 되어 어색한 오프닝을 합니다.






아버님 암진단에 누구보다 충격을 받았고, 여러 모로 누구보다 마음이 무너지는 막내 아들이지만,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아픔과 죽음에 직면하여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묻고, 정직하게 답하며,
그 답을 가지고 말씀을 전하며 위로하는 자로 굳건히 서기 위해 이 시간을 잘 보내고 있습니다.






출연진들이 다들 조금씩 부끄러워 하시는 것이 오늘의 코드랍니다.






자, 부끄럼 실내악단이 연주하는 파헬벨의 캐논입니다.
순수하게 편곡은 김채윤 양 입니다.
오빠의 베이스, 언니의 플륫, 현승이의 바이올린 나름대로 고려하여 편곡하고 본인은 반주를 넣어줍니다.







현승이가 연주하는 <미뉴엣> 반주는 김채윤이 '왜 내가 반주를 다 해야 하냐!'며 나가 떨어지셔서
부득불 엄마의 어설픈 반주 찬조가 되었습니다.
김현승이 중간에 틀린 이유는 보면대의 고정핀이 악보를 가려서 입니다.
연주를 마치고 김현승이 여러 번 강조하셨습니다. 믿어주십쇼.







부끄러움 종결자 혜인언니의 <사계> 연주입니다.
연주회 내내 식탁 의자에 앉아서 야윈 등만 보여주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시는 찬송가 '나같은 죄인 살리신'
가슴이 뭉클하고 한 구석이 그저 묵직하고 아플 뿐입니다.







요즘 한창 연습 중인 슈베르트 즉흥곡을 연주하는 김채윤입니다.
그랜드 피아노 아니면 연습하기도 싫다면서 학원 가서 연습하면 안되냐고 까탈을 부리시는데,
헛개비 같은 헐렁헐렁한 디지털 피아노 건반으로 황공하옵게도 연주를 해주십니다.
자주 틀리는 건 악기 탓이라고 해두죠.

 







모든 식구들이 모두 할아버지를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범식이 형아와 현승이의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은 남다릅니다.
아니, 할아버지의 두 손주에 대한 마음이 남다르다고 하는 게 맞을지요.
엄마를 두고도 할아버지의 살뜰한 손에 자란 범식이가 '하나님의 은혜'를 연주합니다.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
나를 부르신 이가 하나님,
나를 보내신 이도 하나님,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우리 아버님을 지으신 그 하나님의 손길이 쇠약해지신 그 몸 또한 귀히 보시고 있는 줄 믿습니다.

나의 달려갈 길 다 가도록,
나의 마지막 호흡 다 하도록,
나로 그 십자가 품게 하시니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76년의 긴 인생길을 달려오신 아버님.
그 인생길 구비구비에 하나님의 은혜가 늘 함께 하셨다는 것을 알아요.



 




한량없는 은혜
갚을 길 없는 은혜
내 삶을 에워싸는 하나님의 은혜
나 주저함 없이 그 땅을 밟음도
나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은혜....


어버님, 두렵고 힘드시지요?
아버님 좋아하시던 얼큰한 음식 못 드시는 생각에 얼큰한 건 먹을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먼저 매워져요.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고, 아버님의 고통 앞에 무력할 뿐이지만.
기도해요.
아버님을 지으신 그 손길이 아버님의 마지막 호흡 다 하도록 붙드시길요.
그리하여 우리 앞에 놓인 내일이 어떠하든 두려움 없이 주저함 없이 발을 내디딜 수 있기를요.




 

 

 

 

연주회가 끝나자 아버님께서 종이 한 장을 또 꺼내시더니 세로로 붙이십니다.
이 날은 김종필 아빠의 생일이기도 하였던 터.
우리 아버님 이런 분 이시죠. 손으로 뭘 만드시길 좋아하시고, 만드시되 꼭 집에 있는 걸 활용하시지요.
그리고 말 없이 세심하시지요.







우리 가족 작은 음악회는 이렇게 아버님의 막내 아들 사랑으로 끝이 나네요.
이후에는 아버님이 쏘신 치킨과 피자로 초딩 생일축하 같은 파티가 있었다지요.


아버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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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이 좋은 이유는 잊을만 하면 기념하게 만든다는데 있는 것 같다.
결혼과 사랑, 둘이 하나되는 것의 의미를 한 번 되새길 즈음이 되면 5월1일이 슬며시 다가온다.
신혼 초에는 이벤트와 선물과 어디 가서 식사를 하느냐에 많은 시간을 들여 고심하곤 했었는데,
어느 새 우리가(아니 내가) 많이 자라서 이젠 정말 되새기고 감사해야 할 것들에 마음을 쓸 줄 알게 된 것 같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

 




아버님 일도 있고,
주일과 겹쳐서 남편은 10시나 돼야 집에 들어올 터여서 별 기대없는,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은 결혼에 대한 감사로 충만한 날을 보냈다.
경건의 삶 인도를 마치고 늦게 들어온 남편이 꽃다발과 한스 쵸코무스 케잌을 들고 들어왔다.
빨간 장미가 예쁘기도 하다. 지치고 피곤한 시간에 이런 것도 챙겨가지고 들어올 줄 알게 된 남편도 정말 많이 컸다.ㅎㅎㅎㅎ


컴 앞에 있는 내게 다가와서 저렇게 꽃다발을 안겨주자,
옆에서 엎드려 일기 쓰고 있던 사춘기 초기 신드롬의 김채윤이 이러신다.
"쑈를 한다. 쑈를 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







날이 갈수록 '사랑의 하나님'이 내게 어떤 분인지를 마음으로 몸으로 더 배워가고 있는데...
그렇게 내가 사랑의 하나님께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존재라는 것이 믿어질수록 내게 자유와
참된 소망의 빛이 함께 자라감을 느낀다.
이 귀한 남편이 준 사랑이었다.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고, 용서해주고, 사랑해준 남편 덕에 결혼
12년 동안 하나님을 아는 지식도 자랐고, 내 마음의 키도 자랐고, 더 자유로와지고 행복해졌다.



 




월요일에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문득, '나는 이 남자에게 받은 것이 많고, 이 남자 때문에 변화된 것이 많은데, 이 남자로 인해서 많은 정신적 성장을 했는데....'
(스캇펙은 말하기를 사랑이란 '자기 자신이나 또는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라고 정의한다)
'과연 나는 남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왔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물었다.


'나는 결혼하고 당신으로 인해서 많이 성장했다고 느끼는데 당신은 나로 인해서 변한 게 있어?'

(전 한 조각 입에 우겨 넣으며)

'어, 지금 그런 말 할 타이밍이 아니야. 밥이나 먹어. 지금 분위기가 그 코드가 아니야'

'아니, 궁금해서 그래. 말 좀 해 봐'

(샐러드 이따 만큼 우걱거리며)
'당신이 다 알고 있는 그대로야. 당신이 다 알고 있잖아. 바로 그거야.'


'음..... 이런 거?  당신은 당신이 공부를 좋아하고 잘한다는 거 결혼하고 알았지? 음.... 또....#$%&#$^^$%#'
내가 또 당신한테 해준 게 뭐가 있을까? 밥 해주고, 빨래해주고...옷 챙겨주고, 설교 얘기 들어주고...
$$%^*$%&%$..........'

'내가 결혼하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지'

(반색) '어, 진짜? 자신감! 그래~애, 자신감... 자신감이 생겼어?'

'어,  어느 정도... 어느 정도 생긴 거야. 한 75% 정도. 그니깐 이 얘기 고마하고 밥 먹어. 이거 더 안 먹을래?
자, 이거 한 조각 더 먹어'



그래서 그냥 입 닥치고,
밥 먹었다.
커피 배우러 가는 길 명일역 까지 데려다 주고 무심히 돌아선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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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당신.......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아무리 내가 해준 키과(키위+사과)쥬스가 환상적으로 맛있다고 해도....
다.....당신.......
이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아.


내가 당신에게 표정연기까지 나한테 맞추라고 그렇게 심하게, 모 폭력을 행사하거나...모...그러진 않았잖아.


미안해. 여보.
결혼 11년 만에 내가 당신을 완전히 망가뜨리고 못 쓰게 만들었어.
저런 당신을 보고 누가 '그 점잖은 김종필씨' 하겠수.


헌데, 너무 억울해 하지는 말어.
나도 당신때매 망가져서 사람들하고 얘기가 쫌만 길어지면 자꾸 다큐가 되어가고 있으니까
말하자면 쌤쌤이라고.


암튼,
미안하고, 고맙고, 그리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 말야....
여보, 나....
나.......그냥 크게 한 번 웃어도 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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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소명을 찾아 방황하고 나는 기도했던 시절이 있었다.
'도대체! 남편의 소명은 무엇일까? 진정코 교사가 아닐까? 다른 게 있을까?'라면서 말이다.
남편의 소명찾기가 난항에 빠지고 안개 속에 길을 잃어 가장 캄캄하던 시기에 '신경성 소화불령' 이라는
손님이 찾아왔다. 물론 남편에게.
병원은 물론 난다 긴다 하는 민간요법을 다 동원해도 가시지 않는 소화불량이었다.


곡절 끝에 신대원을 가겠다는 결정을 하고 하남 도서관에 다닐 무렵.
희한하게 별 약도 없이 그 병이 나았다.
그래서 생각했다. '남편이 가는 이 길이 별로 탐탁치 않아도 남편의 길이 맞기 맞는가 보다'라고.


몇 개월 공부도 못하고 입시를 치뤘고, 남편은 영어에 매우 약한데도 불구하고.
기적같은 수석입학을 하였다.
그래서 생각했다. '니 남편이 갈 길이니 너무 서러워 말아라. 하고 낙인을 찍어주시는 구만...'


3년 내내 남편이 죽도록 공부하고 그 사랑하는 잠을 포기하면서 공부했다.
인간인가? 오디오인가? 라는 오래된 CF의 카피가 생각나도록 죽도록 공부했다.
주말에 올라오면 목장과 초등부 사역을 하느라 눈 한 번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고 기숙사에 내려가기도 하였다.
그래도 미치도록 공부하는 걸 보면서 생각했다. '정말 이 공부가 좋은가봐....'


졸업을 하고 청년부 사역을 시작해서 평소 그답지 않게 목자들을 향한 애정의 표현을 하는 걸 보면서 질투도 나고
믿어지지도 않았다. 때로 알아주지도 않는 짝사랑 같은 걸 하는 남편을 보면서.
미쳤어. 미쳤어. 그런 사랑 있었으면 나를 더 사랑할 일이지... 근데 저 남자 왜 저러지' 했었다.


목회라는 게 양을 사랑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보다 더 델리킷트한 역학들이 존재하고, 그 속에서 타협할 수도 포기할 수도 좌절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헌데, 이 남자가 포기를 안 하네!
넘어져서 못 일어날 자리에서 일어나 또 다시 검을 찾아 거머쥐는 남편을 보면서 '이거 장난 아니네 '싶었다.


비로소.
나는 요즘 알았다.
소명을 따라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그렇게도 바라던 남편의 소명을 찾았고, 그게 장난이 아니었다.
어느 새 그 소명에 나도 오염돼 가고 있었고....
그 소명은 사랑이었다.






이번 수련회에서 '외로움'이란 주제로 짧은 강의를 했다.
아주 짧고 단순한 강의였지만 결과적으로 그간의 내 독서와 여정이 다 녹아들게 되었다.
헨리나우웬, 래리크랩, 데이비드 베너, 브레넌 매닝, 고미숙, 칼 융, 제랄드 메이, 스캇펙.
강의 이후로 기도 할 때마다 그 강의는 내가 청년들에게 한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내게 하신 강의라는 확신이
든다. 내 외로움, 내 채워지지 않은 마음의 텅 빈 구멍을 위해서 살 것인가?
아니면 내 텅 빈 웅덩이를 그 분께 맡기고 나는 그저 사랑을 선택하면 살 것인가?


비로소 내 반 쪽 남편의 소명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
말하자면 남편과 상관없이 내가 우리 청년부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물론 사랑했었다. 지금보다 더 이기적으로.


그래서 비로소 목회의 길을 선택한 남편에게 감사의 마음이 드는 것이다.
나를 사랑, 그 깊은 길,
그 좁은 길로 안내해 준 그 선택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나는 여전히 이기적이다.
그렇지만 나의 강의를 듣던 그 의외의 아이들과 낯선 눈빛들에 대해서도 이젠 더 자유로움으로
나를 내어주고 싶으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많은 두려움이 사라진 것 같다.


소명으로 사는 삶.
이 삶이 주는 자유를 누리고 또 누리는 일이 내 삶에 숨겨진 보물인가보다.


이 깊은 밤에도 떠올리면 그저 사랑스럽고 고맙고 미안한 젊음이 내 맘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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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에 대한 복잡한 중압감에서 도통 자유의 길을 찾지 못하시는 어머니.
김치를 해서 나눠주시는 이유가 복잡다단한 어머니의 마음이 있기에,
가끔 나는 그저 주시는 김치 얻어먹을 뿐이데 김치와 함께 욕도 같이 얻어 먹기도 한다.


사랑은 사랑으로 전달될 수 밖에 없는데 김치통에 담겨져 날아오는 김치들이 사랑이 아닌 것 같아서
젓가락 한 번 가는데 버거울 때가 있다.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서 결심하고 선언했다.

'어머니, 올해부터 제가 김장할께요.
어머니 몸도 안좋으시고 신경쓰시는 것도 힘드시고 걱정 많으신데 제가 해서 한 통 드릴께요.
한 통이면 봄까지 두 분 드신다고 하셨으니까 제가 해서 드릴테니 걱정 마세요'

'그래, 그래라. 나는 편하고 좋네' 하면서 헛웃음을 웃으시더니...
지난 주일 김장벙개를 치셨다. 거두절미하고 담날 누가 배추를 주신다해서 김장할거니까 와라.
갔다.
추운데 밭에 가서 배추 씻고, 김장했다.
늘 그렇듯이 일개 시다바리일 뿐이 내 공은 없고 어머니 공만 무한한 김치가 큰며느리에게도 나눠졌다.
늘 그렇듯니 난 시다바리고, 만만하니까......ㅠㅠㅠㅠ
오래된 상처에 벌건 김장속을 척~하니 바르고 집에 돌아왔다.


나눠주신 김장속은 어머니 취향대로 엄청 짜고, 실은 그걸 다시 열어볼 마음의 힘이 없었다.
아침식사 자리에서 '저녁에 보쌈해줄께' 한 마디 던지게 되었다.
짜디짠 김장속에 무 하나와 배 하나를 썰어서 다시 버무리고 손을 좀 보니 놀부보쌈 울고 갈 맛이 나온 것이다.
게다가 보쌈 고기는 어찌나 부드럽게 잘 삶아졌는지....


내게 가져온 김장속은 내 방식대로 요리해서 맛있게 먹고 소화시킨 것처럼.
어머니의 사랑, 조금 왜곡되게 보이는 사랑이지만 그 분의 살아온 방식에 휘말려 짐을 더 지지는 말자.
어머니의 연약함에 매여 내 자유의 호흡까지 틀어막지 않도록 내 방식의 요리를 할 수 있으면 싶다.
내게 비밀 같은 엄청난 사랑이 하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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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설교'였음 좋겠어.
아님 'TNT 시즌 투' 여도 좋고...


그에게로 가서 난 '설교'가 되고싶어.
그가 나의 이름을 불러줄 때 난 '설교'가 될거야.


난 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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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 중 하루는 부부의 시간을 갖기로 했었다.
빵꾸똥꾸 네 마리는 하루종일 수영장에 풀어놓고 부부가 오전 오후로 나눠서 교대로 데이트를 하고 보육을 맡기로 한 것.
예상과 달리 빵꾸똥꾸들이 일찍 수영장에서 철수하는 바람에 인아네 부부는 잠시 요기를 하고 들어오는 것에 그쳤지만....





11년 전 제주도 신혼여행 때 커피 한 잔과 치즈케잌 한 조각과 바다가 보이는 절경으로 기억되는 장소가 있었다. 아름다운 기억을 더듬어 성산에서 서귀포까지 한 시간을 넘게 달려 파라다이스 호텔을 찾아갔으나...건물은 폐쇄. 공.사.중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였다.ㅠㅠㅠㅠ


방황 끝에 그 가까이에 있는 안 곳에 찾아 앉았는데....
언제든 제주도에 가면 있을 것 같았던 그 곳이 없다는 아쉬움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고.






바로 11년 전 그 때 그 장소이다.
커피 마시고 나와 야외 테라스에서 찍은 사진인데....
같은 사람 맞냐는 둥, 격세지감을 느끼신다는 둥의 촌평은 속으로 해주시길.ㅠㅜ



마지막으로....






사진의 주인공들에게 허락도 안받고 올리는 파파라치 사진.ㅎㅎㅎ(나름 브러셔 처리 했음)
애들 보기로 한 인아네 부부.
우리 데이트 하러 나가기 직전 숙소에서 몰래 찍은 건데...
애들 수영장에 풀어놓고 부부가 제대로 간지나는 휴가삘 내고 있었음.
그러나 저 시간 잠깐이었다는 건 안 봐도 비디오. 금방 애들이 불렀을 것이고 물 속에 들어가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네 놈을 마크하며 별 짓 다하면서 놀아줬다는데 그건 위의 사진과 달리 중노동이었을 것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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