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꿈같은 여름 휴가를 말로 풀어내기가 쉽지않다.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의 주인공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정원이 있는 그림 같은 곳이었다.
이 믿을 수 없이 아름답고, 안락한 곳으로 믿을 수 없는 우정이 우리 가족을 초대해 주었다.






쌩뚱맞은 청승 에피소드 하나.
얼마 전 운전 중에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생전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다녀온 부부의 이야기였다. 비행기에서 주는 기내식이 돈을 내고 사는 건 줄 아는 아내가 남편에게 '여보, 배 안고프다고 해. 참어. 비행기에서 사 먹으면 얼마나 비싸겠어' 했다는 얘기다. 남편은 아내를 놀릴 양으로 두 개씩 식사를 주문했고, 화장실 가고 싶은 아내에게 지금은 내륙을 날고 있으니 이따 바다 쪽으로 날아가면 화장실을 가야한다고 놀렸다는 얘기.
진행자들이 사연을 읽으면서 요절복통 하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서 낄낄거리며 운전했지만 부끄럽게도 그 웃음 끝에 눈물이 나는 청승작렬로 에피소드 마감이었다.

그 아줌마에게 내 모습이 오버랩 되어서다. 나도 해외 나가는 비행기를 타면 딱 그 아줌마의 심정으로 긴장을 하겠지 싶어서였고, 두 진행자가 그 내용을 정말 재밌고 웃기게 희화해주는 것이 나를 놀리는 듯 착각을 하게 되어서였다.
그렇다. 난 비행기로 하는 여행, 해외여행 이런 것들에는 살짝 주눅이 든다.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게 일상사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느껴지기에 더 내색도 못하고 안으로 숨겨놓는 콤플렉스가 되는가보다. 이번 휴가를 정리하면서 자꾸만 이 에피소드가 머릿 속에 맴도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번 제주여행은 지난 5월 말 중미산 휴양림에서 영빈이 아빠 백현웅씨가 던진 한 마디가 씨앗이 되었을 것이다. 주구장창 1박2일 붙어서 놀고도 헤어질 때는 '우리 어느 집이라고 가서 쫌 더 놀자'고 징징거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다음 번에 제주도 가서 오래 놀자. 우리 한 번 기도해보자.'라고 던지신 것이다. 그리고는 부부끼리 '한 **만원만 있으면 채윤네랑 우리랑 제주도 가서 맘껏 놀텐데....'했다는 얘기다.






지난 6월을 지내면서 이런 저런 변화들이 생겼고, 매주 목요일 마다 백현웅씨와 나는 기도를 배우는 모임에 함께 가기도 하였다. 제주도 여행을 슬슬 추진하는 것을 보면서도 난 속으로 '결국 우리는 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국 7월21일 제주행 아시아나 항공티켓은 예매되었다.






자신들이 충분히 누리고 남는 것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우정이라고 아니 하늘의 우정이라고 설명할 수 밖에 없는 마음으로 우리를 최고의 휴가로 초대해준 이 사람들은 누구? 이 선물같은 가족은 누구인가?






생각해보면 우리는 직장동료 것두 한 2년 정도의 짧은 기간동안의 직장동료였을 뿐이다.
남편들? 남편들은 그저 우리의 인연으로 만났을 뿐이다.
내가 채윤이 낳고 들어간 직장에 첫출근 하던날 <시냇가에 심은 나무>로 큐티를 하는 그녀를 보았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라는 걸 알았고, 우리처럼 집에 티브이가 없다는 것등으로 끌렸고, 조금씩 마음을 나누게 되었다. 그저 말이 잘 통한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부부관계를 성숙시켜가는 일, 아이를 키우는 일, 여성으로서 직장생활을 하거나 접는 일, 교회를 섬기는 일, 부모님을 섬기는 일, 영적인 지도자들로 인해서 받는 상처들, 인생의 소명을 발견해 가는 일.... 어느 주제하나 이들 부부와 나누고 공감할 수 없는 것이 없다. 그렇게 우리의 만남이 10년이 되었다.






현승이는 영빈이 형아랑 만나서 노는 일이 가끔씩 가장 원하는 것의 1순위이고,
이번 제주여행에서 그 맛있는 먹을거리, 물놀이를 제치고 가장 즐거웠던 일이 '영빈이 형아랑 베개싸운 한 것'일 정도로 형아가 좋다.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채윤이는 '엄마, 나 벌써부터 유진이가 너무 보고싶어. 우리 방학이니까 유진이 자주 만나서 놀면 안돼?' 라면 울먹이기도....
언니들보다 동생을 데리고 노는 걸 좋아하는 채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 유진이는 어렸을 때 나같애. 응, 놀 때 내 말을 안듣고 지가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그래서 함께 놀기가 힘들어' 하더니, 이번 제주여행에선 그것도 다 좋았단다.






엄마가 누나말고 형아를 낳아줬으면 좋겠는데 이제 낳으면 자기가 형아가 되는 거니까 싫은 현승이, '현승이 같은 애 말고 여자애를 낳았어야지' 하고 가끔 시위하는 채윤이의 소원이 다 이루어진 셈이다.






아이들에게도 이 만남과 이 여행을 선물 그 자체이다.






넷이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어느 새 '아침마당'이 되기 일쑤다.
부부사이의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결국 두 사람을 관객으로 놓고 한 부부가 아침마당식 고발과 공개부부 싸움을 하기 일쑨데.... 그러다가 나같은 경우는 찔찔 짜는게 다반산데...
이런 쪽팔린 짓을 기꺼이 지켜봐주고 비난하지 않으며 조심스레 내 모습을 보게 해주는 친구들과 삼일 밤을 지낸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선물인가?






저거봐, 저거봐.
형님은 저렇게 망가지시는데 끝까지 카메라 응시하면서 관리하는 점잖은 동생 김종필씨.
이런 어려운 형삘나는 어려운 동생도 기꺼이 품어주시는 형님.ㅎㅎㅎ





이렇게 누려도 되는거야?는 마음이 3박4일 내내 마음 한 켠에서 떠나지 않았지만, 그 마음까지 알아서 배려해준 친구들. 3박4일 내내 신비로운 구름으로, 수영할 때는 구름기둥으로 우리의 우정에 함께하신 그 분의 사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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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만에 그 고된 공부를 다시 시작하다.


'그만하면 많이 배웠지 뭘 더 배워~~~어. 애들이나 잘 키우고 남편 보필하고 살면 되는겨어~ 이제와서 배워서 뭘 어쩌겠다고..... 쯧쯧....'
는 흑석동 우리 엄마를 비롯하여 사촌언니나 그 외 다수의 지인들께서 보여주실 첫 반응일게다.


'대단하다. 그 나이에 또 시작해? 대단해'
라는 반응도 있을 것이고.


'뭐어어? 공부? 누가? 애비가? 뭐어어? 에미가?........................
 그래!!! 할 수 있으면 해라. 해야지'
이것은 시시때때로 나를 시험에 빠뜨리시는 우리 시어머니의 반응이지만 거의 유일무이한 전격 지지반응이다.


짧게는 5개월, 길게는 1년 여의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
지난 1월 첫 주, 특새를 갔다온 어느 새벽 몸을 뒤척이다 몸을 휙 뒤집어 모로 누우며,
'하나님! 저 삐졌어요. 정말 이러신다면 저는 이렇게 돌아누워 버릴거예요'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끝이 없는 듯한 긴 터널은 계속 되었다.
살아보자고 몸부림을 했지만 서서히 어둠은 짙어져가고 급기야 남편의 입에서
'당신 혹시 우울증 아닐까? 치료 한 번 받아봐야는 것 아닐까?' 하는 말이 나왔다.


길고 어두운 터널이었지만 그래도 기도를 멈추지 않았고, 공개적으로 허튼 불평을 나불거리지 않았고, 터널을 빠져나갈 길은  가장 어두운 그 곳, 내 마음에 있다고 믿었다.
기도를 하되 끝없이 정직하게 기도했다. 따지고, 대들고, 울부짖고, 실망감을 그대로 표현하고....
아.... 나의 그 분은 묵묵히 그대로 다 들어 주셨다. ㅠㅠㅠㅠㅠㅠ
'그래도 나한테 와서 이러니 고맙구나' 하시는 것 같았다.


3월에 에니어그램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왔다.
이건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기도응답이란 말인가? 몇 년 전 에녀그램 처음 배우면서 슬쩍 마음에 품어봤던 꿈이 아니었던가. 가톨릭 단체인 연구소에서 숙고 끝에 처음으로 채용한 개신교 출신의 강사라니.
가슴 설레이며 결정했으나 결정적으로 무료 자원봉사 라는 말에 실망감도 있었다.
그러나 시작한 수습교육은 빡세고, 날 한 없이 겸손하게 만들고, 내적인 통찰에 가속도를 붙여 주었다.


그럼에도 깊은 우울감은 감출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지저귀는 종달새, 익살녀, 지상에서 가장 웃기는 곳의 주인장은 점점 웃음을 잃어가고 어둠이 더욱 짙어가는 어느 날,
홀로 긴 드라이브를 다녀 온 남편의 전격 진단이었다.
'여보, 당신 공부해라. 그럴 때인 것 같아. 내가 다 알아봐 줄께 원서 내고 공부해. 우리가 계속 그랬잖아. 서로 교대로 공부했잖아. 이번엔 당신이 공부할 차례야.'


언젠가 공부를 하게 된다면 그 분 이다. 라고 싶었던 오제은교수가 계신 학교에서 석사 편입을 받아준다는 정보와 함께 남편의 이례적인 강력한 제안.


그렇게 다음 학기부터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음악치료를 전공하면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마음'에 대해 10년 간 홀로 공부해 오던 것이 구슬 서 말이라면 이제 한 번 꿰는 작업일런지 모르겠다.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서 늘 내가 계획하고, 노력하고, 내 손으로 문을 열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곤 했었다. 한 번도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내 손이 아니라 남편의 손이 새로운 문을 열어주었고, 등 떠밀어 발을 내디딘 느낌이다.
자신의 일로도 좀처럼 빨리 결정하거나 빨리 액션을 취하지 않는 남편이다. 그런 남편이기에 그가 열어주는 문은 신뢰할 수 밖에 없다.
문을 열어준 그 손은 짧게는 5개월, 길게는 1년 동안 고통 속에 헤매던 내 손목을 잡아 빛의 세계로 다시 올려놓아준 느낌이다. 지난 세월 내가 열고 들어간 문을 통과하면서 느꼈던 설레임과 두려움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잘 될 것 같다'는 작은 일렁임 정도의 고요함이 일상처럼 느껴진다.  


그(He)의 사랑이 그(he)의 행동으로 내게 다가왔다. 하나님 앞에 조차 혼자 설 수 없어서 비틀거릴 때 손잡아 일으켜주고, 잃어버린 길을 찾아 문을 열어주라고 선물로 주신 사람. 일명, 돕.는.베.필.


그(he)의 인내로 인해
끝까지 기다려 당신의 사랑을 알리시는  그(He)의 마음을 힐끗 보았다.
다시 조금씩 내 마음의 방에 소망의 빛이 비추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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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같은 도사님 생신.

경황이 없어서 미역국은 커녕 씨리얼로 아침상을 본 이 죽일놈의 마눌.
결혼기념일 선물한 지도 얼마 안됐고 선물은 충분히 받았으니 선물준비도 하지 마라시는 하늘같은 남편의 명을 받자와 선물도 준비하지 않았다.
게다가 에녀그램 연구소 가는 날이라 밤늦게 들어와서 늦은 생일축하를 하얐다.
그동안 잘해줬으니까 한 번 쯤은 이래도 되지 뭐. 하면서 죄책감 안 느낄려고 했는데...
이 양반 미역국 없이도 충분히 배부르고 행복한 생일을 보낸 것이다.


TNT 공동체에서 커다란 카네이션 바구니에, 선물에,
무엇보다 거의 모든 TNTer들이 쓴 축하카드를 한아름 들고 오시었다.
위의 이쁜 그림은 표지이고 8절지 열 두 장의 생일축하 카드라니....
참 당신은 행복한 목회자이구려.






남편 생일 내내 밖에 있으면서 채윤이에게 생일선물 준비하라고 한 마디 코치할 여유도 없었다. 에잇, 할 수 없어. 이번 생일은 그냥 지나가자. 했었는데....
우리 생활연령 20세인 딸 김채윤.
현승이 데리고 선물과 카드를 준비한 센스!
문방구 가서 액자를 사다가 앨범을 뒤져서 아빠 사진 두 장을 선택. 요렇게 예쁜 선물을 만들어 놨다. 이걸 아빠 책상에 놓으라는데 참 특이하게 자기 사진 두 장 넣어서 책상에 놓는 건 그렇지만....  기특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승이까지 카드를 쓰게 시켰으니 이건 참 리더쉽 있는 딸을 가진 아빠만 누릴 수 있는 행복 아니겠는가? 게다가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라니... (채윤이 요즘 아빠는 이대로 있고 자기는 자라서 아빠랑 결혼하면 안되겠냐구 엄마한테 양해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
현승이는 누나한테 질세라. '세상'에 버금가는 단어를 고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 '지구'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얼마나 쾌재를 불렀을꼬?ㅋㅋㅋ 


이러니 모.... 미역국 따윈 내년 생신쯤으로 미뤄둔다해도 아쉬울 것이 있으시랴!





카페투어를 빙자해서 월요일마다 나랑 같이 데이트를 해주는 남자, 이 남자.
옛 데이트 시절 추억하며 벚꽃 피고 바람 엄청 불는 날에
광진교를 함께 걸었던 남자,  남자.
남방이든 바바리든 맨 위의 단추는 좀 열어두라고 그렇게 말해도
꼭꼭 다 채우는 남자,이 남자.






한 때 내게 '커피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 하던 남자, 이 남자.
이젠 '커피 한 잔' 하며 시도 때도 없이 주문을 들이대는 남자,
 가끔 나보다 커피 감별을 더 잘하게된 남자. 이 남자.
커피 마실 때마다 다섯 번에 한 번 꼴로 '야, 나는 진짜 행복한 남자다'라며
주제를 적절하게 파악하신 발언으로 점수를 따는 남자, 이 남자.






같이 마주앉아서 얘기 꺼리가 떨어질 즈음이면
'줘 봐' 이러며 카메라를 받아들고는
이렇게 저렇게 내 얼굴을 예쁘게 담아주는 남자, 이 남자.


결혼 후 몇 년 동안 '난 정말 완벽한 아낸가봐. 난 약점이라곤 없는 인간이야'
라고 착각을 할 정도로
 내 있는 모습 그대로를 잘 수용해줬던 남자, 이 남자.
어느 날 갑자기 그게 아니란 걸 깨달은 내게
공황상태에 가까운 배신감을 느끼게 했던 남자, 이 남자.
그로 인해 그 어떤 강력한 지적질보다 더 깊이 나의 어두움을 돌아보게 했던
고마운 남자, 이 남자.






다 좋은데 돈 버는데는 재주가 없어서 내게 늘 미안해 하는 남자, 이 남자.
적절한 시기가 되면 알아서 '여보, 나 택시운전 할까?' 이러면서 자학모드로 들어가는
고도의 테크닠으로 갈수록  바가지도 못 긁게 하는 남자, 이 남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신 안의 잠재력을 꽃피우게 하기 위해 
내 한 몸 인당수에 몸을 던지고 싶게끔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남자, 이 남자.


복음에 마음에 빼앗긴 남자, 이 남자.
자기에게 맡겨진 사람들에게 약한모습 내보이기를 주저하지 않는 남자, 이 남자.
세이비어 교회 같은 교회를 꿈꾸며 설레기도 하는 남자, 이 남자.
교회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남자, 이 남자.
아내의 행복을 위해 꿈을 접기도 할 무서운 남자, 이 남자.
선의의 해석을 할 줄 아는 온유한 남자, 이 남자.
바보같은 남자, 이 남자.






크고 작은 염려와 마음의 풍랑이 일 때 '작은 일에 충성해야겠어'라며
지금, 여기의 삶을 살려고 결심하는 남자, 이 남자.
'당신에게 지금 작은 일은 뭐야?' 라고 묻는 말에
'아내를 기쁘게 하는 일!' 이라며 오글거리는 너스레도
진지함으로 승화시키는 남자, 이 남자.
아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꿀같은 월요일 휴일을 온전히 바친 남자, 이 남자.






'당신하고 헤어졌을 때 걸어서 한강 건넜던 날 생각난다.
진눈깨빈지 뭔지 내렸고 추워서 죽는 줄 알었다'
 이러며 나와 나란히 광진교를 건넌 남자, 이 남자.

말 없이 걷다가 작은 소리로
'주님 뜻대로 살기로 했네. 어떠한 시련이 와도 세상이 이해 못해도
신실하신 주님 약속 나 받았네. 결코 돌아서지 않으리'
뜬금없이 흥얼거리던 남자, 이 남자.
같이 걷는 내 맘을 울컥하게 하는 남자, 이 남자.


방금 전에 전화통화한 남자, 이 남자.
'오늘 저녁 먹으로 집에 왔다가 수요예배 갈거야?' 하니깐
'그럼, 6시에 먹을거니까(시간 늦지 않게 준비해)' 했던 남자, 이 남자.
'밥하기 싫은데 어디서 때우고 갈 데 없어?' 했더니
'그래? 그러면 라면 끓여먹자' 이러는 보기보다 쿨한 남자, 이 남자.


커피보다, 카페를 하는 것보다 더 좋은 남자,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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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끼고 1박2일 목자 엠튀를 갔따왔따.

나는 특강이라는 명목으로 망아지 두 마리와 함께 따라 붙었따.

버버벅 특강 후에 대박 솔직한 나눔의 밤을 보냈따.
밤사이 눈 섞인 비가 내렸따.
그래서 더 좋았따.

이틀 째 아침에 스터디가 계획되어 있었다.  
스터디, 남편 말고 도사님다운 프로그램이다.
"그거 째고 윷놀이 하면 어때요?" 도사님께 비비적 댔따.
나도 나지만 애들이 너무 공부만 하며 엠튀를 보내는 건 안쓰러웠따.

쫌 잼있게 놀아야 추억이 만들어질텐데....
카리스마 쉐프 최현욱, 아니 김종퓔 도사님께서 근엄한 목소리로 안된다고 하셨따.
조용히 말판을 꾸겨서 한 주먹으로 쥐고 이층으로 올라갔따.
굴욕감이 느껴졌따.

뭐,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랬나? 어디다 대고 카리스마 작렬이야? 흥! 칫! 뿡!
빗소리를 음악 삼아 소파에 누워 독서를 했따.
와, 쥑이는 기분이었따.




강릉댁 해란목자 부부의 안내로 게장이면 게장, 찌게면 찌게, 김치면 김치...
반찬이 다 맛있는 집에 가서 점심을 먹꼬, 커피볶는 카페에 갔따. 
커피맛은 내꺼만 못했꼬......

매장 안은 커피전문집 다웠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따.

드뎌 서울로 출발했따. 세 시 삼십뿐!
"얼렁 올라가서 내일 현뜽 망아지 입학식과 챈망아지 새학기 준비를 해야지."
하면서 말이다.

강릉 톨게이트 앞에서 졸린 나머지 한 잠 때렸따.
한 잠 자고 일어나서 문막 휴게소쯤 됐을까? 하고 '어디야?'했따.
애들이 한 목소리로 '강릉이요' 했따.
문막 휴게소는  이때로부터 여덟 시간 쯤 후에 들를 수 있었따.

그러니까 갑작스런 폭설로 정체가 시작됐는데 말하자면 이랬따.
시속 1Km로 6시간을 달렸따.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걸어서 한 시간 반 걸릴 거리를
차로 여섯 시간 움직였다는 것이었따.

놀아야 했따. 우리 차엔 모두 머리형들만 가득했따.
글애서 말도 안돼는 끝말잇기가 말이 되어가고 있었따.
성대모사의 달인도 있었따.
차 사이를 헤집고 달려가 뒷차에 가서 간식을 구해온 라이언 일병같은 총각도 있었따.

그리고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던건,
미치도록 웃기는 순간순간이었따.
복근 쪽의 어떤 근육도 자극이 불가한 , 그래서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그런 슬픈 일이었따.
급박해지자 남자들은 도사님이고 초원장이고 간에 대놓고 이렇게 말했따.
"저기 계단 밑에서 싸.세.요!"
"볼일 보세요"도 아니고 "싸세요!"였따.
다시 뒤집어지게 웃겨서 쌀 뻔 했따.

여자들은 학구적이라서 결국 강릉영동대학 학생회관 해우소를 통해 근심을 해결했따.
그리고 얼마나 행복하고 날아갈듯 한 지 저런 사진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따.
진짜 시원했따.
그것 말고도 천하에 공개할 수 없는 추억을 간직했따.
재밌는 애들이 나랑 놀아조서 너무 곰하워따.
우리는 새벽 1시 반, 뒷차(챈이는 뒷차에 타고 있었씀)는 2시 40분에 도착했따.

다음 날 현승이는 대망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마치자마자 내게 그랬따.
"엄마, 나 빨리 집에가서 자야게따. 졸립따"

우리를 따스하게 극진하게 맞아줬던 강릉댁 해란이는 우리를 보내고 담날 아가를 출산했따.
참으로 잊지못할 2010 TNT 목자 수련회였따.

참 보람있고 즐거운 하루, 아니 이틀, 아니 삼일이었따. 


  





건강보조식품과 의료기구 수집가이신 어머님.

아직 생일이 되려면 좀 남았는데 전화하셔서 '에미 생일 선물로 목에 안마해주는 거 있잖냐. 우리집에 있는 거 그거 해줄려고 한다. 어떠냐? 괜찮겠? 됐다'는 식으로 통보해 오심.



바로 주문을 하셔서 다음 다음 날이 되니 '에미 생일 선물 왔으니까 가져가라'셨다.
이것과 함께 홍삼까지 챙겨주시면서,
"채윤이 애비 피곤해서 입술이 다 터졌다고 채윤이 할아버지가 저번 날에 갔다와서 그러시더라. 피고하면 목에 대고 뜨뜩하게 안마하라고 해라. 어깨도 풀어주고, 등도 풀어주고, 피곤할 때 발다닥을 대고 있어도 된다. 걔가 내 체질을 닮아서 기가 약해서 그렇다. 건강해야 사역도 잘하는데.... 홍삼도 부지런히 먹고, 아싸이(이것두 건강보조식품)도 부지런히 먹으라고 해라. 남자들은 혼자 잘 안 챙겨 먹으니까 옆에서 챙겨줘야해.


암튼, 이 안마기에 관한 요지는...


애비 피곤할 때마다 부지런히 하라고 해라.
그...리......고...... 에미도 해라...
'




세상에 이런 와입흐가 오딨어. 생일선물로 남편 안마기 벌어오는 와입흐 말이여.
ㅠㅠㅠㅠㅠㅠㅠㅠ


에미는 꾸준한 운동으로 온 몸 어디 한 군데 딱히 뭉친 곳도 없고, 풀어줄 곳도 없는 몸이지만 가져오자 마자 괜히 부지런히 해보고 있다. 일단은 에미 생일선물인깐.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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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forest님



황혼의 어머님과 하루 데이트를 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어머니랑 하루를 온전히 함께 해드려야지 하고 있었다.



우리 어머님들이 고생없이 살아오신 분 많지 않을테지만....
사실 결혼 전에 세상에 우리 엄마처럼 고생하신 분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그런게 아니었다. 시어머님을 알면 알수록 '고생'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지는 삶을 살아오셨던 것이다. 그런 삶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감내해 오시느라 몸과 마음이 너무 많이 망가신 것 같다.
늘 호소하시는 건 두통이지만 나는 확신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두통이 아니라 메말라 갈라진 마음이시라는걸. 물론 수 년 동안 두통을 잘 본다는 병원이란 병원, 한의원이란 한의원, 검사란 검사, 건강보조식품 내지는 의료기 까지 두루 섭렵하셨고, 그 때마다 늘 동행해 드리면서 얻은 결론이다.



얼마 전 에니어그램 연수를 보내 드리고, 두어 권 책을 사다 드렸다. 그러고 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신데 늘 하루에 30분 씩 통화하는 것으론 아쉬움 그 자체. '어머니, 수요일날 시간 비워 두세요. 저랑 데이트예요. 제가 드라이브도 시켜드리고 맛있는 것도 사드릴 거예요' 하고 전격 통고.
수요일에 뫼시러 가서는 '어디 가시고 싶으세요?' 했더니 '거기 있잖냐. 양수리에 우리 그전에 갔던 연꽃 있고, 그 옆에 멋있는데...'  눼에, 정기사 두물머리로 갑니다~~~








그리고 나서 커피는 봉쥬르카페에서....
대추차와 커피를 사이에 두고 기나긴 얘기를 풀었다. 뭐, 딱히 주제가 있는 건 아니다. 일정 정도 내 맘에서는 치료적 상담의 저의가 없지 않았지만 아주 편한 수다와 수다를 풀어놨다. 얼마 전 현승이가 '엄마, 고부간의 갈등이 뭐야? 하고 물어온 적이 있었는데 고부간스럽지 않은 대화라고나 할까?








아주 오래 전 이런 저런 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사람의 마음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로서는 어느 것 하나 미리 계획한 것이 없었는데 돌아보니 내적여정의 먼길을 떠나온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을수록 이 길은 내게 은총의 길이었다.
이 은총의 길을 어느 새 나는 아프고 외로운 60평생의 삶을 살을 살아오신 어머님께 조금 씩 나눠드리고 있다. 이것 역시 예상에 없던 일이다. 나는 오랫동안 어머니의 상처로부터 나오는 부정적인 기운으로 힘들었고, 요즘도 가끔 그렇다. 그럴 때마다 원망도 하고, 불평도 하고 비난도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러해야 하듯이 '어머니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는 말자'는 소극적 태도였다.



어머니 편에서는 세상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얘기를 할 수 있고, 가장 힘들 때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채윤이 에미인 것이다. 기분좋을 정도의 무게로 책임감을 느낀다. 아니 가끔 엄청난 책임감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나는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사랑하기를 포기하지만 않으면 그나마 어머니를 궁극적으로 책임지실 그 분이 하실 일임을 안다. 



맨 위의 사진은 '해질녘의 두물머리'라는 이름으로 forest님이 찍으신 것이다. 저 사진의 나무처럼 황혼의 어머니의 마음은 메마른 가지를 앙상히 드러내고 바람이 불 때마다 잉잉 울고 계시는 듯하다. 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는 사람이 친구가 되어드려야 하지 않겠나.


뱀의 발)
지난 번 아버님 생신상 이후로 포스팅이 본의 아니게 어두워~워워워~   한데다가,
바로 기도하러 떠나는 등 잠수타는 분위기가 돼서 그게 시어머님 때문이었나 걱정하신 분들 계신가효? ㅎㅎㅎ 그렇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기도하러 떠난 건 예전부터 계획된 것이었고요.
그럼에도 걱정해주시는 말씀만 들어도 그게 사랑인 줄 알아 마음에 감동과 위로가 되었답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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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아버님의 생신입니다.
아버님이 사랑하시는 막내 며느리가 아버님 생신상 차렸습니다.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자주적으로 차렸으면 기쁨이 있었을텐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지라 기쁨이라는 조미료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생신의 주메뉴, 어머님 (나름의) 지혜로움인 영덕게 놓아요.
저 영덕게를 선택하신 어머님의 지혜. 어머님 당신께는 충만한 지혜의 말들이 그저 어머니 한계에서, 어머니께서 원하는 걸 얻고자 하는 지혜일 뿐일 때, 그 지혜의 말씀은 영덕게의 엄지발가락 끝처럼 날카로운 것이 되어 제 마음을 찌르고 상처를 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갈비찜은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사랑은 사랑 그것으로만 오지 않고 때론 너무 과도하거나,  너무 믿거라 하여 표현되지 않기도 하지요. 오랜 시간이 제게 가르쳐 준 것, 때로 넘치거나 부적적해 보이는 사랑의 표현에도 쉽게 오해하지 않는 것을요. 그래서 이 갈비찜이 사랑인 것을 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 화려함으로 뾰로퉁한 마음을 감춰보려고 준비한 양장피 입니다. 색색의 재료들을 썰고, 볶고, 가지런히 담아 내놓으면서 감추려던 제 마음 제대로 가려졌는지요/
ㅠㅠㅠㅠㅠㅠㅠ





감추고 누르려고 해도 자꾸만 눈물로 차올랐던 일종의 분노 같은 매운 골뱅이 무침입니다. 새로나온 매운 골뱅이에 태양초 고추가루로 양념한 불같은 맛이지요. 바보같은 제 자신에 대한 분노, 누군가 바보 같은 나를 이용하는 건 아닌가, 바보같은 나를 업신여기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분노로 잠시 분노로 변하기도 했었습니다.
 





골뱅이 무침으로 입안을 달군 매운맛을 희석시키시라고 올린 굴전입니다. 벌건 음식에 비교해보니 누워있는 굴전들이 착하고 순한 마음 같이 보여요. 서운함과 자기비하로 복잡한 제 마음이지만 아버님을 향한 순한 사랑도 역시 있다는 거, 아시죠?






토마토 카프레제. 이것은 그 누구도 아닌 요리하는 제 자신을 위한 음식이예요. 제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만든, 아버님께는 음식이 아닌 이것을 상에 올려요. 토마토 위에 치지가 아버님이나 어르신들께는 가당치도 않은 조합이지만 저 이쁜, 저 색다른 음식이 만드는 제 마음에 색다른 신선함을 불러일으켜요. 그러면서 저는 생각해요. '아, 나 참 요리 좋아해. 새로운 거 또 한 건 했어. 역시 난 삶은 요리야...' 그러니 아버님 맛있게 안드셔도 저 하나도 섭섭하지 않은 음식이예요. 헤헤...







저는 초록빛 사람이예요. 초록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초록빛 사랑을 나누고 싶기도 하지요. 비록 이번 생신상을 차리는 제 마음 복잡하고 울퉁불퉁하기도 했지만 저는 저를 잃지는 않을 거예요.
다시 저 자신을 추스리고, 마음을 회복하고, 더 깊이 두 분과 제게 주어진 사람들 사랑하는 일을 포지하지 않을께요.

그리고 아버님이, 어머님이, 남편이, 제게 맡겨진 사람들이 하나님이 아님을 용서할께요. 사람들이 하나님 같은 사랑을 줄 수 없음도 다시 용서할께요.






이렇게 김수영할아버지의 생신을 지냈어요.
울퉁불퉁한 제 마음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지만, 그래서 힘들고 아팠지만 이렇게 글과 사진으로 제 마음을 내보일 수 있는 저는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인가요?
이제 많이 편안해요. 저는 지금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있으니까요.

아버님 진심이 담긴 생신축하를 조금 늦게 드릴께요. 축하드려요. 아버님.
오래오래 건강하게 저희 곁에 계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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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수련회 시즌은 다가왔습니다.

<아바타> 뺨치는 대박흥행이 준비되어 있을 줄 믿쓉니다.
제 한 몸 바쳐 수련회 풀참 한 명이라도 더 얻어진다면 무엇인들 못하오리....
허나... 아벌쥐~ 저 들쑥날쑥한 치아가 부끄럽사옵니다.ㅠㅠㅠㅠ






Jesus First,
Others Second,
You Third.

JOY!  JOY!  JOY! JOY! JOY! JOY!





갈수록 말도 잘 만들어 내시는 JP도사님, 설교의 도사가 되게 하소서.

살아있어 운동력 있는 그 분의 말씀을 좌우에 날이 선 검과 같은 그 분의 말씀을,
자신의 욕심으로 오염시키지 않은 말씀을 전하여

스펙공화국에서 진학과 취업의 기계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죠이, 죠이, 죠이를 누리도록 사용하옵소서.

팔과 다리에 저 무시무시한 근육이 말씀의 능력으로 녹아져 나오게 하소서.

그리고 바라옵나니,
수련회가 끝난 다음에도 저 근육만은 살아남아 저도 한 번 튼실한 몸을 가진 몸짱 남편과 살아볼 기회를 주옵소서.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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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김치통 부여잡고 눈물 흘리던 암울하던 시절이 있었다.
눈물 없이 먹을 수 없는 김치 이야기..... 아, 휴일만 되면 긴장되던 그 시절이여...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슬픈 김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때는 바야흐로 2003년 5월.
위로 손녀 딸 셋을 보신 시부모님께 잠깐 외출하셨다가도 그 놈 얼굴 보고파서 서둘러 들어 오시도록 했던 그
손주놈이 태어난 지 딱 4주가 지난 토요일이었다. 그 손주놈을 낳은 며느리 조리원에서 2주, 친정에서 2주의
산후조리를 마치고 온 주말에 어머니는 김치를 하셨다. 두 종류의 김치를 대따 많이 하셨다.
아직은 산후조리중, 내지는 이제 막 산후조리를 마친 며느리와 함께 장을 봐서 김치를 하신 것이다.
아직 산후조리 중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며느리는 몸이 힘든 것보다 대접받지 못했다는 마음에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말았다. 바로 며칠 전,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마치고 오는 아침에 엄마가 울었었다.
'아이구, 내가 늙어서 우리 신실이 조리도 제대로 못혀주고.... 자꾸 물에 손대게 허고....'  엄마가 생각나서
더 많이 울었다.

그렇게 김치 시련은 시작되었다. 그 때 부터 시작해서 시어머님과 함께 살던 3년여의 생활은 휴일만 되면
김치 때문에 긴장을 해야했다. 쉴 만한 휴일이면 '김치하자' 하시던 어머니.

많은 눈물의 시간을 보내며, 김치 냉장고 쪽은 쳐다보기도 싫은 나날을 보내며 조금씩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열 아홉에 맏며느리로 시집 오셔서 대식구 살림을 꾸리시던 어머니는 쌀독에 쌀이 떨어져 가거나,
김치독에 김치가 떨어져가면 불안하신 거였다. 이제 그런 걱정 하나도 하실 일이 아님에도 마음은 아직
그 시절을 떨쳐내지 못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어머니을 이해하게 되자 늘 눈물을 삼키며 배추를 절이고,
달랭이 무를 다듬던 며느리도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 이제 어머니 김치 이렇게 안 하셔도 돼요. 어머니도 힘드시잖아요. 사서 드시는 게 어쩌면 훨씬 싸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흘러 가는데....
어머니께 한 번도 '어머니 저 김치 하기 싫어요' 말한 적이 없다. 그저 김치 하자 하시면 묵묵히 했고,  대신 밤에 남편의 품에서 울고불고 하였다. 휴일마다 김치 계획을 잡으시는 어머니와 살면서 '세상에서 제일 싫은 음식'이 김치가 되었고, 그럼에도 같이 아침 저녁으로 먹어야 하는 김치처럼 어머님와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하는 현실.... '바보같이 할 거 다 하고 그렇게 마음만 다쳐서 그러냐? 그렇게 뒤돌아서 힘들거면 앞에서 못한다고 하지....' 이런 내 안의 목소리가 날 괴롭혔다. 그런 나를 향해 '이중인격자'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들릴 때 두 배로 견디기 힘들었다. 헌데! 어머님이 우리 침실을 엿보셨나? 내 마음을 읽어버리셨나?

한 집에 살다가 마주보는 현관으로 어설픈 분가를 하고 다시 하남과 덕소로 분가를 하는 사이 어느 때 부턴지 어머님이 김치 하자고 부르시질 않는다. 단지 같이 살지 않으니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머님이 김치 담그기에서 며느리 열외시키기에 꽤 노력하시는 느낌이 든다. 심지어 김장도 친구분 하고 하신다. '어머니, 저 갈까요?' 하면 '바쁜데 뭘 오니? ' 하시면 다 해놓으면 가져가라신다. 이런 어머니를 보면서도 아직도 마음 그릇이 작은 며느리는 '가져가라'는 말씀에도 때론 귀찮아 투덜거렸다.

수년 전 목장모임을 하면서부터 어머님이 '이번 주에는 뭘해서 대접하냐? 김치는 있냐?' 라고 자주 물으셨다.
'그냥 뭐 한 가지 해서 먹었어요. 저는 여러 가지 안 하고 한 가지만 하니깐요 그렇게 힘 안들어요' 하면 '넌 참 어떻게 손님이 안 무섭냐?' 하시면서 희한하다 하시고, 일면 기특해 하시는 것도 같았다.
여름이 되면 열무김치를 담궈주시면서 '열무김치에 국수 말아서 모임을 해라' 하시고 겨울엔 신김치 주시면서
'돼지고기 넣고 김치찌게 끓이면 딴 반찬 필요없다'고도 하신다.

이젠 어머니 몸도 많이 안 좋으시고 김장 하시지 마시라고, 두 분 얼마 드시지도 않는데 사드시라고 말씀 드려보지만 어머님 마음 그게 아닌 걸 안다. 손님 오는데 김치 없으면 더 심란하다시며 니네가 우리보더 더 가져가라신다. 

여전히 어머니는 예전의 상처에서 못 벗어나시고, 그 때문에 김치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음도 안다. 당신 몸이 그럴 수 없일 지경이라도, 다 드시지도 못할 김치를 하고 또 하시는 중독같은 선택으로 김치를 하시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가끔 수용해 드리기 어려운 꼬이고 꼬인 심리적인 요인들이 있다 할지라도 일정정도는 우리 가정을 향한 사랑임을 이제 난 알 수 있다.

현승이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김치를 담그고는 눈물로 밤을 지샜던 나는 김장 때가 되면 나름대로의 긴장이
되지만 이젠 아주 조금 사랑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김장하는 날, 여전히 순간순간 마음이 경직되고 긴장의 순간을 맞닥뜨리지만  '아~ 어머니! 그렇게 콧물 많이 나오실 것 아까 소금 덜 넣고 마음껏 떨어뜨리실 걸 그랬어요. 근데 저는 제가 한 것만 가져갈께요.ㅋㅋㅋ' 하면서 함께 웃을 수도 있고, '이거면 충분해요. 어머니! 어머니 진짜 김치 욕심 그만 내셔야 어머니도 살고 며느리도 좀 살죠' 하면서 속에 있는 말을 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번에 해서 가져온 배추김치, 백김치, 달랭이김치는 특별히 곱씹고 곱씹으며 먹을 예정이다.
곱씹다보면 한 두 번 입맛으로 느낄 수 없는 아주 깊이 숨어있어 쉬 맛볼 수 없는 어머니의 속깊은 사랑의 맛일 느껴질 것이다.

아, 긴장되는 김장 이젠 쉽게 된다. 아, 김장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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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식당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더니...
개도 아니고,ㅋㅋㅋ 3년은 커녕 한 3개월도 안됐는데...
우리 필님은 저렇게 훌륭한 조수가 다 되셨네.


'커피 한 잔!' 하면서 고자세로 주문만 해대시더니
엊저녁에는 바리스타님 TNT 클럽에 글 하나 올리고 계신 사이에
설거지를 깨끗이 마쳐놓으시고

커피 갈아 놓고,
물 끓여 놓고,
드리퍼 까지 완벽하게 세팅해 놓으신 겸손함이라니...

단골 고객 모드에서 완전히 알바 모드로 전환하셨고,
알바 중에서도 사장님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쓸모있는 알바로서의 일익을
 충분히 감당하셨으니
이번 일주일 다시 황제의 커피로 모셔드리겠씀!



========================================

추석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덕분에 저도 잘 지냈습니다.
명절과 주일을 어정쩡하게 섞어서 보냈습니다.
애들 학교가 내일까지 휴교인 관계로
멀지 않은 자연휴양림으로 가서 하룻밤을 보내고 오겠습니다.
동생네 식구하고 같이 갑니다.
동생네는 강아지가 세 마리 있어서 강아지들 재롱 보는 게 보통 재미가 아닙니다.
맑은 공기와 솔향내 그윽한 숲에서 산림욕하고
바베큐 해먹고,
커피 기구 몽땅 싸가지고 가서 커피도 마시고 올께요.
부러우면 지는 겁니다~~ㅋㅋㅋ

내일 후기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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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 때 즈음이면 쪄서 손으로 깐 밤이 우리집에 옵니다.
부모님의 작품입니다. 어머님 밤을 사다 삶으시고, 아버님 그 밤을 까시고...
오늘도 그 밤이 부모님의 사랑과 유머를 싣고 우리집으로 왔습니다.
그저께 '밤 쪄서 까놨으니깐 갖다 우리 아들만 줘라. 니네 아들 절대로 주지 말고....'
'네, 어머니 갖다가 저희 아들만 먹일께요'
'니 아들 주지말고 내 아들만 줘'
'네, 일단 주기만 하세요. 제 아들 먹일께요'
매년 같은 농담.....ㅎㅎㅎ


어제 밤을 가지러 시댁에 갔었는데 홍삼, 물김치, 참기름, 아들 매라고 사놓으신 넥타이, 애들 과자..... 챙길 게 하도 많다보니 가장 심혈을 기울이신 밤을 빼뜨리고 왔네요.
집에 왔더니 어머니 전화하셔서 '니네 아버지가 아들 며느리 손주 멕인다고 얼마나 정성스럽게 깠는지 모른다. 이거 또 언제 가져가냐?' 하십니다.  하루 이틀 더 묵혀두기가 싫으셨는지 급기야 오늘 아버님께서 손수 교회 교육관으로 가져오셨습니다. 어머님께서 '교육관으로 가져가면 거기서 다 풀어서 먹으면 어떡하냐? 애비한테 그냥 집으로 가져오라고 일러라' 시며 걱정하셨습니다. 저녁에 가지고 들어온 쇼핑백을 보니 이건 뭐 사무실에서 뜯어서 먹게 되어있지가 않더라는 거지요. ㅋㅋㅋ 어찌나 단단하게 포장을 하셨는데 절대 뜯지를 못하도록 하셨고.... 테잎을 여러 번 붙여서 새로 만들어 다신 저 귀여운 손잡이!ㅎㅎㅎ


쇼핑백을 뜯었는데 다시 얼기설기 포장된 상자. 그리고 그 위에 우리 아버님의 메모. '현승이 밤 많이 먹여라'  그리고 그 상자를 여니 비로소 비닐에 든 밤이 들어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아.... 눈물없이 먹을 수 없는 우리 사랑의 밤 이야기.

아, 내 맘이 쪼금만 감상적이었어도 눈물 나올 뻔 했는데....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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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SS

 
요즘 우리 TNT 아그들은 밝을 때는 점프놀이, 어두워지면 불꽃놀이 하며 논다?
한강에서 놀던 TNT 편집부 아그들이
굥화의 주도하에 이런 멋진 선물을 남겨주었답니다.
만들기도 잘 만들었어!
진짜 가슴 설레게 기분 좋다.
이런 선물 받아본 사람? 안 받아봐서 모르죠?
이 기분.....
굥화랑 그 일당 고맙다!^^

우리 부부를 싸잡아 부르는 고유명사 JP♡SS는 가끔 블로그에 댓글 남겨주시는 iami님의 작명센스지요. 수 년전 같은 목장에서 만나던 시절 싸이 클럽에서 둘이 주고 받는 닭살 댓글에 '아~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JP와SS의 사랑....'이렇게 불러주시며 시작되었다지요. 그러다 <복음과 상황>에 같이 글을 쓰면서 꼭지 이름을 'JP&SS의 사랑과 책'으로 정해버렸구요. 그러고 보니 갑자기 그 시절 싸이의 목장클럽이 그리워지네요. 생각해보니 작명을 해주신 분의 따님이 저 다섯 개의 불꽃 중 하나를 맡고 계시지 않나 싶은데요... 이거, 부녀간에 감사합니다.

결국 최고의 선물은 이 모든 만남, 
예전 어느 날의 만남, 그리고 오늘의 만남 이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만남들 사이에 끊임없이 만남의 풍성함을 주선하고 계시는 그 분과의 만남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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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주 한 잔 안하시면 '에미야!' 이렇게 크게도 잘 못 부르시는 수줍과 소심하신 아버님.
막내 아들인 김종필씨 태어나서 아버지로부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하신 '사랑한다'는 고백을 나는 들었다. 것두 맨 정신이신 아버님께....

생신 차려드린 것이 너무 기쁘셨던 어느 날 약주 이빠이 취하셨을 때 전화하셔서는 '채윤에미야, 내가 우리 막내 며느리를 이뻐해. 젤루 이뻐한다... 왜냐믄...그냥...이뻐....&%#&*....' 이러신 적이 있으셨다.

헌데 오늘 오후에 생전 처음 아버님으로부터 날아든 문자고백. '사랑한다 신실아. 시아버지가' 아버님의 문자에 부응하여 손발 오그라드는 사랑고백으로 답문을 보내드렸다.
인터넷 뱅킹도 하시는 아버님께서 이제야 문자 보내는 것을 배우신 것이다. 것두 채윤이 한테. ^^ 배우신 지 한 달 정도 되셨는데 첫문자를 이렇게 쎈걸루 받게 될 줄이야...

간장게장 담궈 놓으셨다고 가져가란 어머님 말씀에 저녁에 잠깐 시댁에 들렀는데 아버님이랑 서로 민망, 민망... 그래도 입이 찢어지게 좋은 이 기분. 으흐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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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할 날은 다가오고,
집은 비싸고,
게다가 나온 집은 없고,
근심과 잔머리 굴리기로 휴가 이틀 까먹고 수요일이 되었다.
안되겠다. 떠나자.
떠나자! 신두리 해변으로!

낮게 드리운 구름처럼 묵직한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우리를 맞은 신두리 하늘은 뭉게뭉게 천진난만한 솜사탕의 향연이다.


뛰어 오르자규.
근심으로 키를 한 자라도 자라게 할 수 없다규.
엄마처럼... 이렇게 뛰어보라규.
엄마 얼굴을 봐. 엄만 말이지 굴욕 따위는 두렵지 않아.
키는 자라게 할 수 없지만 순간적으로 높아질수는 있다.ㅎㅎㅎ



벌써 2년 전 점프의 도를 깨우친 아빠는 이제 더 이상 뛰어오르지 않는다.
뛰어오르기 보다는 뛰어 내리는 포즈 같지 않냐는거지.
특히나 현승인 나로호에서 뛰어내린 우주인스럽지 않는가 말이다.


무사히 하강하신 아빠 기분이 별로 안 좋은 채윤이와 셀카로 기념촬영.
실은 뒤에 함께 뛰어내리신 우주인도 숨어 있다.


실내수영 4년 만에 바다수영의 도를 터득한 엄마는 도통 뭍으로 나올줄 모르고...
심심했던 아빠는 별의별 사진을 다 찍어 보는 것.
아, 우리 채윤이 각썬미.


몇 년 전에 처음 바다에 갔을 때,
밀려오는 파도를 보고는
'물이 와, 물이 와' 하면서 하얗게 질렸던 현승이.
그리고는 모래만 만지작거리다 돌아왔던 현승이가 이젠 제법 표정이 살아있다.
이 녀석... 물에 대한 공포를 없애달라고 하나님께 생떼를 쓴 엄마의 기도를 알까?


신두리 해변, 우리나라 최대의 사구라는데 정말 모래와 모래사장이 끝내준다.


채인징 파트너. 이번엔 아빠랑 모래성 만들기.


그러잖아도 한적했던 해변이 점점 물이 빠지면서
사람들도 어디론가 빠져나가고 더욱 한적해진다.



바닷게에서 놀며 잠을 자본 경험이 없어서
해지는 해수욕장을 느긋하게 즐겨본 경험이 거의 없다.
사람이 빠져나가고, 물이 빠져나가고, 햇볕마저 서서히 몸을 빼는 저녁 무렵 신두리.


그리고 그 해변에 나타난 해파리 아니고,
시퍼런 불가사리 한 마리.


갑자기 떠나는 휴가라 아무런 채비를 하지 못했다.
조개를 미리 사갖고 가면 팬션에서 구워먹을 수도 있다는데
그런 준비까지 할 여유가 없었다.
다행히 해수욕장 근처에서 노천 조개구이집이 있어서 맛있게 즐겼다.


우리 돌쇠 아버님.
쩍쩍 입벌리고 익어가는 조개는 많지만 배고픈 식솔들 거둬 먹이시느라 자기 입에는
넣어보지도 못하신다.
한 놈 익어서 입 벌리면 토끼 같은 마누라 입에,
또 한 놈 입 쩍 벌리고 먹어주쇼 하면 망아지 두 놈 입에...


그런 멋진 아빠 치켜 세웠더니 옆에 앉은 딸내미가 바로 자기 몫을
아빠 입에 넣어준다.
저 딸내미 앉으신 폼.ㅋㅋㅋ


두 놈 배불리 먹고 먼저 들어가 보겠다고 일어선 다음 칼국수 하나를 시켰는데...
주인 아줌마가 칼국수에 숨은 그림을 하나 띡 넣어 놓으셨다.
아빠의 사랑을 상징한다고나 할까?
크게 보고 숨은 그림 찾아보시기!


밤에는 해변에 앉아 허접한 불꽃놀이도...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밤새 다시 들어온 바닷물이 팬션 앞까지 들이쳤는지 새벽에는 파도소리에 잠을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이 묵직하다.
아니나 다를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결국 우리는 비오는 바닷가의 운치까지 만끽하게 된 것.


누군가 여행 가면서 왜 책을 가져가냐고 했다는데
우리 부부는 여행 가면서 칫솔을 빠뜨려도 책을 챙겨가자는 주의.
조그만 원룸 팬션이 아담하고 깨끗하긴한데 기대앉을 소파 하나가 아쉬웠다.
약간의 컴플레인을 하니 우리 돌쇠 아범께서 바로 밥상과 이불을 활용하여
독서하기 좋은 소파를 마련해 주셨다.
일고 있는 책은? <래리크랩의 깨어진 꿈의 축복>ㅎㅎㅎ


비 와서 나가지도 못하는 두 망아지.
큰 망아지는 엄마빠 따라서 독서삼매경.
큰 망아지가 저렇게 책에 빠져 있다면 그 책은 반드시 만.화.책이다.
위인전 좋아하고, 글씨 많은 거 싫어하는 채윤이에게 딱인
<만화, 안네의 일기>


빗방울은 좀 떨어지지만 그냥 오기는 아쉬워 다시 해변으로 나간다.
그 새 물은 또 멀리 달아나 있다.
아빠와 아들은 멀리 달아난 바다에게 인사를 하러 가고,
발에 진흙 묻는 게 싫었던 여자들은 모래에 글씨를 쓰면서 놀고...


디따리 큰 '정신실 하트'에 대한 답으로 새긴 제이피 하트.
하트를 선사받으신 제이피 께서는 '당신 쫌 불쌍해 보인다'


모두 돌아서서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혼자 남아서 하트를 지우고 있는 넘.
일명 질투의 화신.
아나~ 결혼하면 나 때문에 서로 시기 질투하는 남자들 없어서 좋겠다 싶었는데...
결혼해도 이느무 인기는...ㅋ


마지막으로 제 멋대로 가족사진 하나.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큰 기대 없이 가 본 신두리 해수욕장에는
우리를 맞는 솜사탕 같은 하늘이 있었고,
놀기 딱 좋은 깨끗한 바다가 있었고,
아빠가 있고, 엄마가 있고, 딸이 있고, 아들이 있고...
언제 어디서나 공기처럼 우리를 감싸는 그 분의 사랑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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