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물 일곱 되던 해 2월.
나는 그 2월을 불안에 떨며 울며 불며 지냈다.
그 때 내 손에 들려 있던 책은 폴투르니에의 <모험으로 사는 인생>.

4년간 다니던 유치원을 그만 두고 분당에 있는 유치원으로 옮기기로 했었다. 월급 더 올려줄테니 그만두지 말라고 설득에 설득을 하던 원장선생님이 소개한 유치원이었다. 2월 중순, 가르치던 아이들 졸업시키고 새로운 유치원으로 가서 원장님을 만났던 자리.
'이번 주일에 교사 엠티 갑니다. 다들 교회 다니는데 1부 예배 드리고 갑니다. 시간 되죠?'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아니요!' 하고는 그럴 수 없는 나만의 소신을 밝히고 새로 사람을 구하시라 하고는 나왔다. 이미 교사채용이 다 끝난 2월 말에 더 이상 유치원을 구할 수가 없었다.
나는 우리집 생활비의 절대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러고 난 다음 밤마다 불안해서 울었다. 내년 2월까지 기다려야 제대로 된 유치원에 갈 수 있는데...
1년 동안 어떡하나? 엄마한테 미안해서 어쩌나? <모험으로 사는 인생> 읽으면서 감사함으로 또 울었다. 암튼, 2월 마지막주 한 주 동안 중고생 과외 아르바이트 섭외가 막 들어왔다. 당장 그 다음 달 3월 한 달 수입이 유치원교사 월급의 두 배 보다도 많았다. 그로 인해, 대학원 공부도 꿈꿀 수 있었고 나의 또 다른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런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 직장을 그만두고도 불안함이 없었다.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좀 신경 쓰이는 정도였다. 그리고 욕심도 없었다.

음악치료 파트는 아직 그리 많지 않았고 있다하더라고 페이가 약하다.
달크로즈 하기로 하고 알아보니 적잖은 아이들이 모아질 것 같았다. 망설이던 엄마들 수업 한 번만 보여주면 그 자리에서 하기로 결정을 했다.내가 명색이 음악치료산데 안 할 수는 없고 환경미화로 하루만 하고 나머지 날은 달크로즈만 하기로 했다.

지난 주에 별 기대 없이 파트 음악치료사 구하는데 이력서를 넣었다. 이미 달크로즈 만으로도 내가 짤라야할 형편이라 배짱 튕기면서 인터뷰 갔다. 이게 웬일인가? 원장의 치료에 대한 생각이 나랑 너무 비슷하다. 내 이력과 얼굴을 보면서 너무 좋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근무조건이 딱이다. 무엇보다 산본에 있는 것이어서 일주일에 두 번 (또 다른 하루 짜리 파트를 합하면 일주일에 세 번) 남편과 함께 퇴근할 수 있다.

어찌나 감사한지....돌아오는 길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직장 그만두고 한 달 사이에 너무 적절하게 음악치료 하고 또 그리도 바라던 비장애 아이들 데리고 하는 음악활동을 하게 되었다. 오전 시간 집에서 보내고 오후에만 일하면서도 적정 수준의 수입을 낼 수 있게 되었고다. 달크로즈 해달라고 줄 서 있던 엄마들 배 내밀고 짤라버리고...ㅎㅎㅎ

이제는 정말 일이 이렇게 잘 되는 것만을 가지고 좋지는 않다. 진심으로 이것 때문만으로 기뻐하지는 않게 되었다. 이렇지 않은 날에도 기뻐할 수 있는 믿음을 선물로 받은 지 오래다. 그래도 감사하다. 이렇게 예비하시는 그 분의 손길...

200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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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사표를 냈습니다.

이 직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 채윤이 낳고 산후조리 중이었습니다. 출산하고 삼칠일에 면접 보고 5주 만에 입사해서 출근을 하게 되었죠. 제가 음악치료 대학원 2기 이기는 하지만 당시(지금도 마찬가지고) 풀타임 음악치료사 뽑는 곳이 드물어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는 출근을 했습니다.

입사 후 한동안은 (요즘도 가끔은) 점심시간 식당에서 식사기도를 할 때 저는 '하나님!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일할 곳을 주시다니요....'하고 기도 합니다. 인생의 모든 것들이 그렇지만 이 직장에서 일하게 하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알기 때문입니다. 유난스레 하나님께서는 내게 특혜를 많이 주신다는 생각을 가끔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만 다녀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자신의 마음의 소리도 그렇고, 복지관의 정황도 그렇고, 몇몇 관계들이 그렇고.....

지지난 주일 예배 설교가 다니엘서 1장 8절이었는데 하나님을 체험하려면 '거룩해야 한다' '믿음으로 모험을 해야한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믿음으로 모험이라? 나한테 하시는 말씀인가?'하는 생각을 했죠. 그래도 서두르지는 말자. 확신 주실 때까지 기다리자.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지난 주 남편과 둘이 여행 갔을 때 이런 저런 얘기 끝에 8월 정도까지만 다니기로 허락을(?) 받았습니다.그러고 나서도 마음이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아, 글쎄! 지난 주일 목자모임 시간에 남편과 간증을 했는데 담임목사님이 '정신실 목녀는 지금 직장을 8월 정도까지만 다닌다고 합니다. 기도해 주십시오'하고 광고를 하시는 겁니다. '어라? 목사님 요즘 기도 많이 하신다더니 영빨 디게 세지셨네. 아무한테도 얘기를 '하고 놀랐는데 알고 보니 바로 전 점심시간에 남편이 얘길 했더구만요.ㅜㅜ
이제 갈등은 끝이 난 거죠. 광고를 해버렸으니....사표를 내야지.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 교회 김낙춘 목사님이 나의 굵직한 인생의 전환기 때마다 슬쩍 개입을 하시게 되는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늘 만날 때마다 근황을 물으시고 귀기울여 들으시는 분이기는 하지만 자쥐 뵙는 것도 아닌데두요. 한참 여성학과로 대학원 준비하고 있을 적. 음악치료 대학원이 생겼다는 얘길 듣고 평소 관심 있어하던 교회 후배한테 소식을 전해주고 있었는데요. 친구 명선이가 '니가 하면 좋겠다'하더니 함께 계셨던 목사님께서 적극적으로 동의해 주시면서 해보라 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음악치료 대학원에 가게 됐었죠.

암튼, 이렇게 또 다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사직 이후. 그러나 마음은 평안 합니다.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아야 하나님의 일하심을 명명백백하게 볼 수 있을테니까요.

기도해 주세요~ 여러분!

200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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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음치, 막치, 몸치를 삼치라 하는데...

나는 나 자신을 이 삼치 중 몸치라 칭한다.
보시는 바와 같이 몸치가 저런 옷을 입고 저런 무대에서 저런 공연을 하다뉘....

그런데 나는 몸치 중에서 몸을 안 아끼는 몸치다.
내 비록 몸치이기는 하나 열심히 한다. 무조건 열심히 한다.

저 군무를 가르치신 선생님이 내가 엄청 열심히 하니까 잘 아는 줄 아셨나보다.
세상에나 나를 네 명이 앞에 나와서 하는 노래로 말하면 사중창에 뽑아주신 것이다.
일단 뽑아놓고 나중에 공연이 임박하니까 후회하는 것 같았다.ㅋㅋㅋ
'저렇게 뻣뻣하다뉘....'하면서.

이번 학기 달크로즈 강의를 들으면서 가장 큰 수확은 바로 이것이다.
내 자신 몸치임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것. 사실 원래도 크게 부끄러워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열심히 하질 못했었다. 이젠 열심히는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열심히 하니까 재미도 있다.

공연을 보러 오신 부모님이 어떻게 보셨을까?
몸은 뻣뻣한데 너무 열심히 하는 며느리가 민망하진 않으셨을까?
남편 역시 별다른 평을 안 해준다.

몸치는 이 뻣뻣한 몸에 날개를 달고 유연하게 날고 시프다....

200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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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긴 시간 동안 나는 목장모임에 가서 나누지 않았다.
김종필이 인정하는 진솔한 나눔의 선수인 정신실이 나눔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었다.
맘에 맞아서 위로가 되던 목장에서 분가를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마음이 조금 다친 후로 그렇게 마음을 닫아 버렸다.
나눠야 할 기쁜 일 또는 기도제목이 있을 때마다 나는 결심했다.
'이건 목장모임에 가서 결코 나누지 않을거야. 오늘 목장모임에서 나는 반드시 이건 나누지 않을거야' 하고 말이다.

당연히 목장 공동체에 대한 기대가 없어지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이 기대가 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건 내 탓이 아니라 당신들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나는 그렇게 마음 먹었던 내 마음 까지 다 드러내고 나눴다. 제한적인 나눔을 하는 틀은 나눔의 원칙을 많이 얘기하는 것 보다 그냥 누군가가 확 나눠버리는 것이 지름길 이라는 것을 안다.
오랫만에 우리 목장의 '나눔' 자체에 관한 얘기가 나왔고 나눔이 안 되는 이유들에 대해서 분분할 때, '지금이야! 용기를 내! 너의 얘기를 해!' 라고 누군가 재촉하는 것 같았다.
힘겨웠던 지난 일주일과 그간 나누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혼자 뻐팅기고 있었음을 고백했다.

나를 그렇게 드러내서 나누는 일은 일종의 망가지는 방식인 것 같다. 우아하기로 맘 먹고 고상하기로 맘 먹으면 쉬 되기가 어려운. 그래서 나를 그렇게 보이고 나면 '나를 판단해 주시오' 하고 칼자루를 여러 사람에게 준 것이 되기 때문에 두렵기도 한 것 같다. 내게 우호적이진 않다고 여겨지는 사람 앞에서 그렇게 드러내기는 더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실은 그렇게 나눌 수 있음은, 이미 성령님께서 내 문제에 개입하고 계셔서 해결에 착수하셨다는 것임을 오늘 고백을 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 전혀 그럴 생각으로 모임에 간 것이 아닌데 그렇게 나누고 있는 그 순간 나를 옥죄던 것들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하나님께서 나를 빡시게 만지셔야 했기 때문에 이런 일주일을 주셨나보다.
2004/05/15
        
함영심 잘했다...쉽지 않았을텐데...성령님이 함께 하셨으니 가능했겠지?^^ 남들이 칼자루를 쥐고 흔들던 어쩌던 그건 주님께 맡겨야지 (04.05.15 02:09) 댓글삭제
함영심 그치? 누군가 그러더라. 비난은 비난하는 사람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라고... 나도 쉽지 않지만 타인의 판단과 비난에서 자유로 (04.05.15 02:10) 댓글삭제
함영심 워지려고...신실이네 목장 앞으로 눈물바다 되는거 아냐??^^ (04.05.15 02:11) 댓글삭제
조혜연 그러게....아무쪼록 이번 기회를 통해 다드림의 나눔이 더욱 진솔해지고 풍성해지길,,기도합니다! (04.05.15 21:32) 댓글삭제
김종하 나눔..특히 자기 상처에 대한 나눔은 다른 사람들에게 간혹 용기를 주곤 하죠..ㅋㅋㅋ (04.05.19 17:50) 댓글삭제
권순경 목장모임에 드러내 놓은 나눔으로 인해서 답답했던 나의 맘이 풀렸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나도 마찬가지지만 내안에 나를 드러내지 (04.05.22 11:00) 댓글삭제
권순경 않는다면 어쩔수 없는 철저한 베일에 가릴수 밖게 없겠지요.. 나눔을 통해 주님께 치료받는 목장이 되길소망한답니다...^^ (04.05.22 11:02)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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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1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몇 백 년 된 느티나무가 여름마다 무성한 잎을 자랑하는 교회 마당. 그리고 바로 밑에 목사관. 계절마다 갖가지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그 꽃밭이 있는 집에서 새로 지은 멋진 양옥집으로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남은 엄마와 나와 동생의 거취 문제를 놓고 가족회의가 열렸다. 중요한 사안들이 결정되고 나서, 외삼촌인지 고몬지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신실이 나중에 커서 뭐 되고 싶니?' '성악을 전공해서 교수되고 싶어요' 별 생각없이 그렇게 말했었다. 내게 질문했던 삼촌인지 고모가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음악을 전공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야 한다. 아마도 이제 니네 형편상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 어쩌구 저쩌구~#%$^%^#$%#^

별다른 아쉬움 없이 '아! 안 되겠구나~'하고 별로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꿈을 또 별 생각 없이 접어 버렸다. 난 노래도 잘했지만 공부는 더 잘 했으니까....ㅎㅎㅎ

유아교육 전공하고 유치원에 근무하면서 음악교육과 관련된 것들을 맡아서 연구하게 되었다. 교회에서는 찬양인도를 했고, 그리고 교회에서는 어린이 성가대 지휘도 하게 되었다. 또 그러다 보니 어느 새 음악치료 석사과정을 공부하게 되었다.

어느 새 나는 음악인과 가까운 자리에 서 있다. 내 주변에는 음악을 전공한 선후배가 허다하고...아주 오래 전 어느 날 꿈꿨던 대로 '아이와 음악을 사랑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하면서 내가 음악 전공이 아나라는 것이 가끔은 나 스스로 컴플렉스로 여기기도 한다. '아! 음악을 전공했더라면 어떨까?' 그런데 사실 더 정직히 생각해 보면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음악치료사로서의 메리트 또한 포기 하기 싫다.
그리고 바울에게 가시가 있었던 것처럼, 음악치료사인 내게 이런 가시가 하나 쯤 있어줘야 더 겸손히 노력을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다행인 것을 나는 지금까지 한 순간도 음악이 즐겁지 않은 적이 없으니 이 또한 얼마나 큰 행복인가?

얼마 전 드림목장 서목자님이 '뮤지컬 배우 같은 정신실 자매'라고 평을 해 주셨는데 얼마나 마음에 들고 기뻤는 지 모른다. 음악! 언제나 행복한 음악!

실은 나 요즘 혼자 피아노 맹연습 중. 달크로즈 과정 숙제이기도 하지만 내일의 나를 위해서 즐겁게 연습 중이다.
아~ 음악은 즐거워!!
2004.04.14

전미순 : 샘의 노래 솜씨에 내가 얼마나 부러운지! (04.14 12:50)
김종필 : 뮤지컬 배우와 함께 사는 즐거움을 서목자님은 아시는가보당! (04.14 14:58)
정신실 : 뮤지컬 배우 옆에는 또 아리랑 노래 반주기계가 있쟈너~^^ (04.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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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노조를 탈퇴했다. 지난 주 금요일 노조 수련회가 있어서 노조원들이 모두 회사에 없었다. 인턴 나와있는 대학원 후배가 '선생님은 노조가 아니세요?' 그렇게 묻는데 '응? 아니예요' 라고 대답하는 상당히 쪽팔렸다. 날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없는, 의식없는 아줌마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암튼 순간적으로 낯이 붉어졌다.

나는 87학번이다. 이것 역시 편견이라는 것 인정하지만 나는 87학번 중에 지금 한나라등을 지지하거나 또는 최소한의 운동권적 마인드가 없다면 거의 인간적으로 점수를 주지 않는다. 87학번이 어떤 학번인가? 대학들어가자마자 호헌/호헌철폐/6.10민주화 항쟁...이 소용돌이에 맞딱뜨린 학번이 아닌가? 대체 선배들이 왜 이러나? 왜 저리 삭발하고 돌 던지고 난린가? 웬 회사원들이 저렇게도 거리로 쏟아져 나와 난리인가? 이런 아주 상식적인 질문만을 가지고도 의식화 되기에 충분했다. 암튼, 그래서 87학번은 웬만하면 운동권적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다닐 때 열심히 운동하지 않았을 지언정, 기본적으로 나는 운동권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걸 차치하고, 그런 맥락에서도 나는 당연히 노조에 대해서 적극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 직장에 입사하고 그런 저런 생각보다는 뭔가 감각적으로 알았다. 여기서는 노조가 힘이라는 것을. 그래서 만약 노조를 들지 않으면 뭐든 불이익이 있을 것 같다는 동물적 감각에서 노조 가입을 했다. 그리고 노조원으로 있는 동안 나는 거의 한 번도 노조원으로 자부심을 갖지 못했다.

여기 노조가 늘 가장 분개하고 있는 것은 그 어떤 것 아니라 '노조가 열심히 싸워서 임금 올려 놓으면 비노조들이 무임승차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얄미워 죽겠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딜레머 중의 하나는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그 말을 하는 노조원이 크리스챤일 경우는 가슴이 턱 막혀 버린다.
그렇다. 실질적으로 이 사람들은 노조를 위해서 남들이 내지 않는 시간을 내고 공을 들인다. 희생을 한다. 말하자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내는 시간과 노력도 희생이라고 말하면 희생이다.

우리 직장에서 노조는 권력이다. 오히려 사측보다 위에 있는 권력이다. 그리고 비노조원들은 언제 갈굼을 당하지 않을까 씹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조금씩은 주눅들어 있는 사람들이다. 노조 집행부의 대부분은 회사의 팀장급들이고....마음으로부터 동의할 수 없는 권력의 덕을 보고 있는 게 싫었다.
결국, 노조에 적응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 안에서 개혁의 노력을 해 보지도 않고 상처만 안고 혼자 나온 초라하고 내 모습이 실망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진짜 쪽팔리다.

오늘 같은 시점에서도 노조가 모여서 분개하는 것은 저 무식하고 이기적인 탄핵이 아니다. 지난 토요일 민주노총이 함께 하고 있는 탄핵반대 100만인 집회가 있던 날에, 여기 노조는 수련회를 갔다 왔다.
ㅜ.ㅜ

2004.03.25.


한선혜 : 쌤, 노조수련회는 토요일 아침 7시30분에 식사하고는 끝났어요. 박은선 선생님을 비롯해서 촛불시위 가신 분들도 계세요. 넘 개탄하지는 마시길.. (03.26 21:20)
한선혜 : 수련회를 미룰 수도 있었겠지만 탄핵정국이 일어나기 전에 우린 노조창립기념일에 기념회 겸해서 수련회 가려고 2월부터 계획해서 숙소예약도 다 끝난 상태였어요. (03.26 21:26)
한선혜 : 선생님 보시기에 부족하고 말도 안되는 부분 많아 안타까우시다는 거 알아요. 선생님이 그 안에서 사람들에게 또는 노조 방향성 때문에 힘들었던 것 압니다. 많은 잘못된 부분들이 있을지라도 지금은 단순히 남부복지관 노조가 아니고 서울경인사회복지노조인 만큼 단순히 우리의 임금과 이득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힘든 사람들 위한 총체적인 일들도 진행되고 있답니다. (03.26 21:39)
김인아 : 언니, 맘이 참 복잡다단 했겟수. 지금도 쉽지만은 않을 꺼고..기도하리다. 나중에 얼굴보며 나눕시다.^^ (03.27 10:21)
정운형 : 매일 출근해서 놀다가 오는 줄 알았더니... ^^ 맘고생이 적지 않구나. 나도 기도할게. 위로가 되면 좋겠네. (03.29 17:25)
김종필 : 여보, 김근태, 정동영.... 유시민, 임종석... 군사쿠테타 정권들의 독재와 싸운 민주화 투사들이 지금 다 어디에 있을까? 민노당? 아니지. 열린우리당에 모여 있더구만. 복지관의 발전과 성장, 직원들의 수평적 공동체, 개개인의 전문성과 성실성 신장... 이 모든 것들을 위해 당신이 할 수있는 건 노조 말고도 많이 있을 거야. 서로 비난하지 말고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다 잘 할 수 있게 존중하고 협력했으면 좋겠네. 복음 안에서 사는 마음좋은 당신이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 아니겠어? 기도할게 화이팅!! (04.01 13:17)
정신실 : 셋 다 진짜루 기도해줘야해~탱큐!! (04.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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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달크로즈 강의를 들으러 가서 말이죠...

코레오그라피라는 시간이 있어요.
몸치인 정신실이 몸의 관절 하나하나를 분리시켜 움직여야 하는....
그러니까 들리는 음악을 보이는 음악으로 만들어 내기 위한 몸의 훈련과정 이라고나 할까?

첫 수업 시간의 선생님의 몇 마디가 가슴에 남네요.

'자신의 몸을 만져 보세요' 손을 비비고, 얼굴을 만지고....
이번에는 머리. 하는데 머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죠. 그랬더니...
'아니~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만지 듯 부드럽게 만져 보세요'
팔꿈치, 발가락 마디마디....정말 별로 만져 보지 않았던 내 몸이예요.

그런던 중 어떤 동작을 하는데 이러는 거예요. '꼭 자기 몸에 삐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제 움직임이 뻣뻣하고 주눅들어 있고, 자유롭지 못하고 정말 뭔가 삐진 것 같은 거 있죠. 어? 그래 내 몸과 화해 해야지. 내 비록 몸치지만 누가 어떻게 보든 자유롭게 움직여봐야지. 예쁘게 보일려고 이쓰지 말고 가장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움직여 봐야지~ 하니 막 즐거운거 있죠.

그래요. 내 외적, 내적인 모습들에 대해서 못마땅해 하고 삐진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내 모습과 화해하는 일은 내 안에 거하시는 성령님을 맘 편히 살게 해드리는 일일지도 몰라요....^^


2004/3/8

함영심 : 나도 언젠가 어느 자연주의자의 책을 읽었는데 그 사람도 자신의 몸을 사랑하라고...자신의 몸을 거울에 자주 비춰보고 어루만져 주라고...그래서 나두 샤워하고 로션으로 천천이 마사지하며 이뻐해주려고 하는데 맘에 안드는 부분만 눈에 띄네.^^ (03.08 15:52)
정신실 : 구체적으로 어디???? (03.0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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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저의 두 번째 마음이 드러나게 하셨습니다.

관계의 어려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 드디어 어려움의 저 밑바닥에 있는 제 자신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단순하게 사람에게 거절당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야 하고 인정해야 하고 칭찬해야 한다는 잘못된 신념에서 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을 때, 저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앞에서는 위축되고 뒤에 가서는 무자비하게 비난하는 방식으로 일관되게 살아왔습니다.

저의 여러 어려운 환경 중에서 저를 붙드신 하나님께서 제가 이제 발견한 제 자신을 넘어서 더 하나님께로 다가갈 수 있도록 지켜주옵소서.

예전 어렸을 적에도 친구들과 관계에서 따돌림 당한 경험. 이미 그 때부터도 이기적인 마음과 나를 합리화시키는 죄성으로 인해 자초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껏 주관적으로 제 입맛에 따라서 사람들을 판단하고 심하게 정죄했던 것도 용서해 주옵소서.
주님!! 사람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표현을 더 잘 절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과 거절에 당당해질 수 있기를 원합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원합니다.
저의 온갖 아픔과 분노와 두려움이 그리스도 안에서 아무것도 아님을 고백합니다. 선언합니다. 주님! 이제로부터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옵소서.
주님!! 저의 숨은 마음, 두 번째 마음을 만지고 고쳐 주옵소서.
오늘 저녁 식구들과의 만남 가운데서 함께해 주시고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되 마음으로 또한 죄 짓지 않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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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되는 선물.
위로가 되는 꽃다발.

전혀 예상치 못한 꽃다발을 선물 받았습니다.
치료 중에 이걸 받고 카드에 적힌 한 문장을 읽고는 울어버렸습니다.

내 마음 깊은 슬픔에 와서 닿은 당신들의 위로.
당신들을 만난 것이 내게 얼마나 큰 복인지.....
고맙단 말로도 마음이 다 표현되지 않는군요.

오늘 내게 위로가 됐던 것처럼 나도 당신들에게 늘 위로가 될 수 있도록 할께요.

값진을 받고 갚을 길 못 찾겠는 신실이가.


함영심 : 누구한테 받은거지...당신들이라는 거 보니 그 남자가 아닌가 보네...^^ 난 또 그 남자, 바로 종필형제가 보낸건가 했더니...^^ (02.24 17:02)
정신실 : 열 받고 있는데 거기다 꽃다발 까지 보냈다면 죽었죠!! (02.24 22:24)
함영심 : ㅋㅋㅋ 그취... 아줌마들은 남이 주는 꽃바구니야 즐겁게 받지만 울 식구가 주는 꽃바구니는 용납할 수 었죠...^^ (02.25 11:31)
김인아 : 함영심님의 말씀에 크은 공감 올커니....그렇취....그러취........ (02.25 13:17)
정신실 : 이거 아줌마들만 할 수 있는 공감일꺼야~ 어때 임정연, 김주연? (02.25 13:37)
김종필 : 아내 생일날, 아내를 감동시킨 건 내가 아니다. 우이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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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치료사 사명서 ****



나는 다른 사람을 살리고 세워주는 일을 하겠습니다.

나는 내가 변화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변화 할 수 있음을 압니다.

나는 음악의 힘을 믿으며 음악적 기술과 역량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치료사로서의 내적감수성으로 다른 이들과 공감해 가겠습니다.

나는 음악치료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열정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멋진 말이죠?





멋진 말이죠?





김종필 : 우와~ 정신실 멋지다~ (02.02 15:13)
정신실 : 여보~오, 이거 내가 쓴 거 아냐. 우리 대학원 사명서야` (02.0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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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인격에 대해서 최악의 평을 들은 것 같다. 사실은 처음에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인격에 대해서 환자취급을 해 버리려는 마음 없지 않았다. 기가 막히고 분노가 올라오기도 하고 말이다.
말도 안 된다고 하면서 그 얘기를 들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내 모습이다. 나는 대부분의 관계에서 최선을 다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긍정적인 평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차분히 생각해보면, 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그것이 나의 전부가 아니다. 또 그렇다고 해서 그런 내가 내가 아닌 것은 아니다. 칭찬받고 존경받는 '나'만을 나로 인정하고 싶지만 그것도 역시 아니다.

며칠이 지나면서 생각하니 결국 최악의 나를 받아들여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일면 맞는 말이다. 내 행동과 나의 인격을 하나도 미화하지 않고 속마음, 숨은 의도를 그대로 드러낸다면 어쩌면 그보다 더한 혹평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성경이 말하는 나의 정체성이 어쩌면 그렇지 않겠나? 후한 점수 주지 않고 빨간펜 들고 조금이라도 죄성이 있는 말과 행동을 찍찍 그어버린다면 빵점이 아니겠는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 아침에 이 찬양으로 기도를 대신한다.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사 내 영혼을 깨끗게 하소서.
나를 주님 앞에서 멀리 하지 마시고, 주의 성령을 거두지 마소서.
그 구원의 기쁨 다시 회복시키시고 내 영혼을 깨끗게 하소서"

2004/01/27

정신실 : 여보! 다시 생각해보니 나 의사소통하는 방식이 독특한 부분이 있는거 맞어. ^ (01.27 10:09)
김종필 : "정신실은 특이하군~" -.- 내 말이 실언인건 내가 인정하고 정~말 미안하지만, 당신이 오버한것도 분명한 것 같아. 우린 모두 제각각 특이하지. 난 그걸 얘기하려고 했던 건데... (01.27 17:10)
정신실 : 이 사람이 글도 안 읽고 답글만 먼저 써? 본 글은 당신의 '특이하군'의 발언과 무관함을 밝힙니다. (01.28 09:04)
김종필 : 다시 보니 그렇군. 난 또 내가 한 말 가지고 그런 줄 알았지... 휴~ 그 새 소화기능 더 악화됨.. ㅜ.ㅜ (02.0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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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어려운 사람을 사랑하려고 노력하기가 힘들다는 걸 배운다.
치열하게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웠다.

하나님이 사랑하라 명령해서 사랑하는데 그 사랑하는 일이 왜 그리 어려울까? 그 안에서 왜 은.혜.를 누려보지 못할까? 진정 하나님을 바라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일이라면 마음에 참 평안과 안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그간에 괴로웠던 것은 그런 안식이 없었던 탓이다. 하나님의 방식대로 사랑하려 한다면 아무리 힘이 들고 어려워도 내 안에 마르지 않는 샘이 흘러 고갈되지 않을텐데.....

결국, 돌아보니 그 사랑의 노력이라는 것은 나의'의' '깨끗함'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나는 하나님 앞에서 무죄하다' 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한 노력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의 노력들은 저 수면 위에서 살랑 거리는 물결에 불과하고 깊은 곳에서는 죄의 꾸정물이 나를 공포와 외로움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통찰이 생겼다 해도 썩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죄의 본성을 끊어버릴 자신이 없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하나님의 은혜의 방법을 구하는 기도를 드렸다.
더 이상 '사랑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미명하에 죄 짓지 않기를 결단하며....

2004/1/19

권순경 : 오늘 아침에 목싸님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이세상을 살면서 근심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요.. 근심이 없다면 죽은사람이라고 하네요.. 끈임없는 내안에 나를 버려야 겠지요^^ (01.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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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부딪혀 오는 통찰들을 기록하지 않고 그저 흘려 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기록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요즘의 이유는 '기록할 곳' 이 없다는 것입니다.

따로 일기를 써볼까 생각하고 시도를 해보기도 하고, 미니홈에 비공개 다이어리도 써보지만

것두 썩 맘에 드는 방법이 아니구요.

예전처럼 예쁜 스프링 노트에 펜으로 써보는 일기를 써야지 했는데 이미 손가락 근육들이 키보드에 더 많이 친해져서요...


예전처럼 클럽에 글을 쓰면 되는데, 예전에는 내밀한 얘기도 스스럼 없이 잘 쓰곤 했는데 클럽에 더더욱 잘 써지지가 않아요.

정말 '진실하게' 글을 쓰자. 맘 먹으며 걸리는 것이 참 많아지는 것 같아요.

이것이 완전 비밀인 일기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개하고 공유하자는 것도 아니고...클럽의 글들이 그렇잖아요.


그래도 결국 4년이 넘도록 클럽을 통한 글쓰기로 제가 너무 많은 걸 배우고 성장했으니까 여기가 지금으로서는 젤 적절한 곳이라는 생각에 다시 이런 저런 생각들 흘려 보내지 않고 글로 잘 정리해서 담아두도록 해야겠어요.

날이 갈수록 '진실한 글' 쓰기, '누구 들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글의 속과 겉이 똑같은 글을 쓰는 게 중요하게 느껴져요.

글 뿐이 아니라 말이 그렇고 삶이 그래야 하지만요.


아마 일기장을 따로 만들어 비밀글을 써도 될 것을 이렇게 제한적으로나마 공개된 곳에 내밀한 얘기들을 쓸 때는 마음에

그런 바램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저 같은 '외향형'에 '감정형'의 사람들은 누구보다 따뜻한 피드백에 연연해하는 편이니까 그런 걸 기대하며 이 클럽에 애정을 갖고 있나봐요. 4년이 넘게 하루에도 몇 번씩 글을 써놓고 들락날락 하면서 반응을 살피고 이모티콘 하나에 연연하며 지내면서

역시 많은 걸 배우고 나름 성장도 했죠.

'무엇보다도 관계에서 오는 공감과 격려에 연연하는 '나'이지만 사실 그게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또 생각보다 사람들은 말과 글로 짧게라도 느낌을 표현하는데 부담을 느낀다'

'가끔은 '훔쳐보기'의 대상이 된다해도 그리 안 좋은 일은 아니다'

'쓰고 정리하는 그것으로 내가 얻는 유익의 90%는 달성이 된 것이니까'

'그러면서 여기에 글을 쓰는 것도 날이 갈수록 더 자유로와졌던 것 같아요'


근데 요즘은 쬐금 불편해졌어요.

남편인 김종필씨 조차도 학기말이라는 이유로 여기 잘 오지도 않고, 댓글 한 줄 안 달아주니 말예요.

그런데 여기는 들어올 시간이 없지만 '스포츠' 사이트와 신문의 정치면은 틈만 나면 들어가 죽치고(라고 표현하면

억울해서 죽을려고 하겠지만) 앉아 있다는 거.


그런데 그러든 말든 다시 키보드 자판을 열나 두드리기로 했어요.

기록을 안 하니까 계속 생각들이 둥지를 틀지 못하고 없어지고 날아가고 그래요.

기록 자체가 준 많은 선물들을 떠올리며!


아~ 이걸 쓸려고 한 게 아닌데....

결국 일하러 나갈 시간이 다 되버렸넹.



 
       
조기옥 왜 이걸 이제야 봤지요~ 오전에 내가 들어왔을 땐 없었던 것 같은데...
저는 이 클럽에 와서 너무 댓글도배하는 것 같아서 주저주저 했었는데...ㅎㅎ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라도, 단지 몇개의 단어일지라도 기록하다보면 길이 보이는 것 같아요.
처음에 무슨 생각의 단초는 있었을지라도 쓰다보면 저절로 길이 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거든요.
아무래도 박카스를 또 보내야 할 것 같은데요...^^ (07.06.18 23:55) 댓글삭제
정신실 그런 마음으로 '일단 써보자' 하는 생각으로 막 썼는데...
지금 읽어보니 오타에 문장 앞 뒤는 맞지도 않고 챙피해라.^^;;

다른 얘길 쓰려고 시작했던 글인데 마음에 꿍~ 하고 있던 것이 엉뚱하게 돌출이 된 것 같아요.
위에 달아주신 댓글 보고 다시 한 번 글을 읽으면서 왜 저렇게 촛점 없는 글을 쓰기 됐는지 생각해보고 나름 답도 얻게 되었어요.

김종일 목사님께서 그 분(?)께 하셨다는 말씀이 생각이 나요.
'이미 마음에 천국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다.라는 말씀요.
저는 요즘 두 분 블로그 넘나들며 글과 사진과 그것을 길어올리는 두 분의 마음에 정말 맑은 샘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진심으로요... 그걸 아마 김종일 목사님께서는 '천국' 이라고 표현하셨을 것 같아요.
제가 요즘 글이 잘 안 써지는 이유 중 하나가 두 분의 글을 자꾸 읽노라면 맑고 투명하지 않은 제 마음의 샘이 그대로 비춰지는 것 같은 느낌이예요. '에~무신 말씀!' 이러시겠지만요.^^
암튼, 두 분을 만나고 이렇게 저렇게 나누게 되어 참 감사하다구요. 쑥스러워랑~


(07.06.19 09:38) 댓글수정삭제
조기옥 '에~ 무신 말씀!' ^_________________^
무신 말씀인줄 알 것도 같은데요... 거기엔 비밀이 하나 있어요.
그게 무어냐 하면은요.... '연륜'이란 거, '시간'이란 거...
그거 쌓이니까 무섭더군요. 사실 전 더더더더더 더~~~욱 뒤죽박죽이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부끄러워요.
그런거 다 뛰어넘고, 안보여주고 만났으니 월매나~ 당행^^인지...ㅋㅋㅋ
그걸 다 뛰어넘고, 뛰어넘는 중에 두 분을 보니 얼마나 이쁜지 모르겠어요.^_~
나눌 수 있어서 참참참 감사하다구요. 저도~^^

오타두 워쩌면 그렇게 저랑 비슷할까요. 저는 오타의 여왕이랍니다^^ (07.06.20 09:55) 댓글삭제
조혜연 ............열심히 기록하시게....^^ 아님 거의 매일 드나들며 때론 위로로 때론 감사로 회개함으로 용서함으로 뉘우침으로 또.....사랑으로 내삶과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없어질거 아니오....ㅎㅎㅎ(종필 도사님 버젼) (07.07.02 11:51) 댓글삭제
정신실 내가 미친다. 조혜연땀시 미쳐~ 이거 조혜연 왜 이리 진지모드야? 하면서 읽다가 괄호 보고 뒤집어졌네. (07.07.02 18:39) 댓글수정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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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마당에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을 읽는 시간은 그녀가 시간에서 풀려난 시간입니다.
그녀는 종종 시간에 묶여 있습니다.
아침을 준비하고 딸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 아침 시간은 그녀를 묶고 있는 시간입니다.
물론 아침 시간은 좀 억울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녀를 묶어놓은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상하게 아침 시간은 그녀가 그 시간에 묶여있다는 느낌이 납니다.
그 시간이 지나면 시간은 그녀를 슬쩍 풀어놓습니다.
시간이 그녀를 풀어놓자 그녀는 책을 한권 들고는 마당으로 나갑니다.
책과 함께 하는 시간에선 시간에서 풀려난 자유의 느낌이 완연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그러고 보면 자유의 호흡입니다.   

 

출처: <김동원의 글터> '그녀의 책 읽는 시간' 중에서

========================================================================================



주말에 올라오는 남편이 시간이 나면 (본인이 의식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습관처럼 하는 일이 하나 있다.

침대 옆에, 거실의 탁자에, 주방의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내 책들을 스~을쩍 펴 보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검사하기.

그러면서 늘 하는 말 "아직두 안 읽었어?"

또 "부럽다. 나도 내가 읽고 싶은 책 마음대로 읽고 싶다"하면서 방학이 되면 읽을 책들을 나열하기도 한다.


기질과 성향이 삶의 방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석이 없어서 나는 책 읽기 스타일도 멀티다.

한 번에 네 권 이상의 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읽는 게 예사.



 

아무리 재밌는 책이 있어도 이 책보다 먼저 읽지는 않으려고 애쓴다.

좀 바쁜 날이라도 가급적 아침에 한 장이라도 읽고 나가려 한다.

그렇다고 의무가 되거나 이걸 안 지키면 뭔가 잘못한 것 같아 찝찝함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듣는 것 같은 마음으로 매일 손에서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내 삶의 지표가 여기서 나온다고 믿고 오감과 마음을 다 쏟으며 마음으로 읽으려고 하다.



 

저녁에 채윤이 숙제를 봐주면서 읽는 책이다.

홈스쿨의 대모 샬롯 메이슨 처럼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하루 한 챕터 정도 읽으면서 아이들 양육과 특히 채윤이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지침을 얻으려고 한다.

'양육문제'는 엄마가 된 이상, 또 아이들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이상 언제나 나에게 현안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분야인 것 같다.



날이 갈수록 책읽기가 너무 편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날에 읽었던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책들은 일상의 현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꾸 제쳐두게 되는데,

의식적으로 편식을 삼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오래만에 리영희 교수의 책을 손에 들고 매일 매일 그 분을 만난다.

미국과 하나님이 거의 동급으로 대우받는 우리들의 교회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하기만한데....


목장 모임에서 식탁 위에 놓여 있는 이 책을 보고 한 감각하는 디자이너 수현이가 그랬다.

" 이 책은 책이 이뻐서 어디 들고 다니면서 읽으면 좋다'구.




 

래리크랩을 만난 건 남편을 만난 다음으로 새 삶에 주어진 축복인듯 하다.

래래크랩의 상담가로서 성숙과 진화의 과정은 그대로 내게 선물로 주어진다. 그래서 은혜(gift)다.

'래리크랩이 기도에 관한 책을?' 하면서 책 광고를 보자마자 사서 읽는데 읽다가 책을 내려놓고 바로 기도할 수 밖에 없다.

자기 전에 읽고, 마음에 메말라서 생명의 샘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바로 펼쳐드는 책이다.



 

그리고 칼융을 만난다.

MBTI와 칼 융 역시 나를 돕고 세워주는 삶과 독서의 한 축이다.

융 심리학의 '그림자' 에 대한 공부는 수 년 전부터 탐구하기 시작한 내 마음의 끝에 다다르는 마지막 공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책이다.


부모님과 함께 지내던 한 3년 동안 책을 많이 못 읽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어리기도 했고,

퇴근 후에 책을 읽거나 컴터를 하는 것이 분위기상 적절하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저녁 시간은 부모님과 앉아서 티브이 보고, 애들하고 무성의하게 놀아주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남편이 학교 간 이후로 더더욱 저녁 시간이 한가로와서 아이들 노는 옆에 앉아서 책을 보는 게 꿀맛 같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로 인해서 감사. 내게 주어진 시간과 여유로 인해서 감사.

김동원님의 말씀처럼 '자유의 호흡'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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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신 때마다 요리사 기능,

심심하실 때 여행기능,

부부싸움 하실 때 스트레스 해소기능,

속상하실 때 상담기능,

무거운 거 드실 때 운전기능,

컴터 부팅부터 인터넷 뱅킹까지 24시간 대기 컴터 강사기능,

전도연이 여우주연상 받았으니 영화 예매기능,

패티김 콘서트 예매기능 까지....


 

진짜 다기능 멀티플레이어 며느리 아니옵니까?

 

-.,-

 
       
조혜연 ggggg 이런거 울남편 해킹하면 곤란한데....빨리 닫아야징!!ㅎㅎㅎ (07.05.30 14:37) 댓글삭제
조기옥 알토란같은 손주 앉겨드리는 재주까지....ㅎㅎ
저도 울 털보가 볼까봐 얼른 닫아야 겠어용~~~ㅎㅎㅎ (07.05.30 23:04) 댓글삭제
정신실 아~ 것두 있었네요. 아버님 편에서는 젤 맘에 드시는 기능이 그 놈의 손주 안겨드린 기능일 것인데요..
ㅎㅎㅎ (07.05.31 01:20) 댓글수정삭제
박영수 난, 해당사항 하나두 없다..... (07.05.31 08:31)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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