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를 안 낳았으면 어쩔 뻔 했니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이 말은 '너는 엄마를 위해 살아. 엄마의 욕구를 채워야 해'

아이를 잡아두는 올가미가 되겠지만.

우리 집 주방 창문에 대고 '니가 없으면 어쩔 뻔 했니' 하는 것은 정말 어쩔 뻔 했냐는 말이다.

다행이다 고맙다는 뜻이다.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주방 창문으로 가 밖을 내다본다. 

바로 보이는 저 나무를 본다. 

나무에 걸린 바람을 보고, 빛깔을 보며 날씨를 가늠한다.

계절을 확인한다. 깜짝 놀랐다. 단풍이 와 있었다.


# 빛으로 가는 길은 그림자에


건물에 부딪힌 아침 햇살이 단풍 든 나무 아래 검은 단풍을 들였다. 

그림자가 만드는 그림은 어쩌면 이렇게 늘 멋진가.

단풍든 나무와 불곡산 스카이 라인이 만든 그림에 그림자가 깔렸다.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만드는 찰나의 장면. 찰나라 더 가슴 설렌다.

사진으로 보는 그림자는 이렇듯 멋지고 낭만적일 뿐이지만

내 실존의 그림자는 어둡고 두렵기만 하다.


# 벚꽃이 너무 예뻐요, 외로워요


너무 예쁜 벚꽃 길을 보고 속에서 저절로 나온 말이 '너무 예뻐다. 외롭다' 했다는 제자가 있었는데.

주방 창문 너머 아침 풍경이 너무 예뻐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어제 못한 설거지를 하는데 '주님!' 하고 부르고 눈물이 났다.

어렵게 원고 마감을 하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연이은 강의를 하고.

채윤이는 입시를 치루고, 외롭게 연습을 하고, 수시 입시를 모두 마쳤다.

남편은 올 가을 꼭 비염을 치료하고 말겠다며 한약을 먹고 혼자 음식조절을 하고.

현승이는 고등학교 입시설명회에 꽂혀서 다른 세상 사람이다.


# 남의 일에 장담하고, 내 일에는 흔들리다


중학교 졸업하고 가진 안식년, 꽃친부터 시작해서 3년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외로울지 새삼스레 가엾다.

검정고시에, 매일 연습실 출근하는 피아노 연습, 대입 전형과정까지 혼자서 했다.

그 외로웠을 시간이 크게 밀려오며 가엾고 미안하다.

어제 강의에서 뵌 자매님이 자신의 성향 때문에 아이를 망칠까 걱정이라며,

엄마로서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 아닌 질문을 하셨다.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말씀 드렸다. 

"사람들이 저를 관계 전문가, 육아 전문가라 부르더라고요. 

제 강의 좋아서 지난 주 들으시고 오늘 남편과 함께 또 오셨죠?

믿을만 한 전문가 제가 장담을 할게요. 결코 아이를 잘못 키우지 않으실 거예요.

오늘, 이 좋은 토요일 오전 두분이 함께 아이를 위해 고민하는 이 시간에 앉아 계신 것 만으로 

이미 좋은 엄마 아빠세요. 

결국 잘 키우게 되실 거예요. 걱정하시는 것처럼 사춘기에 어려울 수도 있겠지요.

여러 어려움이 있겠으나 결국 잘 키우실 거예요. 제가 장담 할게요." 라고.


내게 들려줘야 할 말이다.

창문 너머 빛과 그림자를 품은 나무를 보며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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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오후


<뉴조> 원고 마감해야 하는 날이다. 하지 못했다. 엊그제 월요일에 대충 마무리 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니 이건 아니었다. 버리기로 했다. 이틀 남았고 화요일엔 하루 종일, 수요일 오전까지 일정이 있으니 틀렸다! 포기하기로 했....... 다가 사시 써지면 써야지 했다. 어제와 오늘 오전의 소임을 마치고 카페에 앉아 오후 내내 글을 썼다. 써질 것도 같다. 웬만하면 쓰다가 딴짓(인터넷 뉴스 구경)도 많이 하는데 것도 잘 안 되더라.

 

#2 오늘 저녁

수험생도 있고, 한참 키 크는 아이도 있어서 저녁은 챙겨야 하겠기에 짐 싸들고 집으로 왔다. 생선이 구워지는 동안 뉴스를 보았다. 이재명 지사와 김정숙 여사에 대한 강용석의 개소리를 보았다. 하필. 두 아이 마주보고 앉아 수다 떨며 길어지는 식사 시간 동안 페북에 짧은 저녁기도를 써 올렸다. 강용석을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이미지 관리 위해 자체 검열했지만 마음으로는 쌍욕을 했다.

#3 오늘 오전

이우교회 온 첫 봄부터 '이우영성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내적여정 그룹을 시작했다. 방학으로 쉬는 기간이 더 길었지만 4학기의 여정이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긴 여정을 마무리 하는 한 마디는 중년 이후의 영적 여정, 깊은 상처 이후의 신앙 여정은 '내어맡김의 영성'이다. 잘 알아들으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어맡기기 위해서는 매일 매순간 나의 현재를 알아차려야 한다고 했다. 대단한 알아차림이 아니라 지금 현재 나의 정직한 감정이다. 

#4 어제 저녁

어제는 오전 강의와 오후 집단여정으로 꽉 찬 하루였다. 벅찬 시간이었다. 벅차야 얼마나 벅차겠나 싶지만 요란을 떨 수 없을 만큼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만남들이었다. 몸은 피곤했다. 티맵의 지도가 거의 빨간색이었던 길을 헤치고 운전을 해 집에 도착. 집 앞에 주차를 하고 끙끙 짐을 내리는데 '아줌마!' 라고 어떤 아저씨가 신경질적으로 불렀다. 사람이 다니는 길에 딱 붙여 주차하면 어떡하냐고 화를 냈다. 그런 길인줄 알기에 늘 신경 쓰면 대고 있다고 말했다. 밤 늦게 쓰레기 치우는 차가 들어오는데 바짝 대지 않으면 그 차를 돌릴 수 없다(고 까지는 말하지 못했다). 저렇게 비어 있는 곳에 대지. 매번 이딴 식으로 대냐고 나무랐다. 저렇게 비어 있는 곳은 어차피 나보다 큰 차가 댈 것이고, 이 공간에는 내 차를 대야 그나마 보행자나 쓰레기차에 무리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더 신경 쓸게요, 라고 말하고 들어왔다.

#5 다시 오늘 오전
 
영성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대단한 환상이 아니다. (사소한 일상의)체험, (소화 되지 않는 자잘한 일과 감정에 대한)성찰, 그리고 신비이다. 이 세 단어를 내적여정 세미나를 통해 알려 드리고 싶었다. '알아차림'에 대한 질문에 어제 저녁 주차 사건을 얘기하게 되었다. 그 얘길 왜 했을까? 내 상태가 어떤지 알아차리고 있었고, 그 아저씨가 스스로 타인을 배려하고 공중도덕 지키는 자의식 충만하여 나를 가르쳤지만 나는 알아차렸다.  에고, 그 도덕성 개나 주세요. 모르는 아줌마 불러 세워 가르치는 아저씨랑 사는 아줌마랑 아이들이 불쌍하네요. 어제 저녁 내 몸이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 채윤이 입시와 써야 할 글로 얼마나 눌려 있었는지 나는 알았다. 들어오는 길에 친절한 동네 사람을 만나 거네는 말 한 마디로 위로를 얻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세상이 그렇지 않음을 안다. 그래서 대체로 괜찮았다. 아마 오늘 오전 그 얘기를 고 싶었던 모양이다.

#7 다시 오늘 저녁

강용석이 이재명을 조롱하고 김정숙 여사를 폄하하는 것이 웃기지도 않다. 그 뉴스에 신경질을 쓰는 것조차 아깝지만 그래도 분노가 치미니 쓰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강용석, 너 같은 저급한 도덕성으로 이재명의 모멸감이 보이겠느냐. 스스로 제 몸을 드러내어 신체 검증 받는 마음을 알겠느냐. 너의 그 저급한 입에 당장 불이 내렸으면 좋겠구나. 여성의 몸이라면 날씬하고 팽팽해야 한다는 악한 눈에 뚱뚱하고 주름진 여자 몸의 아름다움이 보이겠느냐. 헬스 트레이너를 비서관으로 두고, 얼굴을 잡아 당기고 집어 넣어 만든 박근혜에게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너의 눈. 그대로 두는 것보다 더 큰 벌이 어디 있겠느냐.

#8 어제와 오늘과 내일

어제 저녁 그 아저씨와 싸우지 못한 것이 잠깐 후회가 된다. 뚱뚱한 몸, 주름진 얼굴, 흰머리를 조롱하는 말들에 즉각 대처하지 못하는 내가 바보같다. 스스로 가장 도덕적이라 여기며 주저없이 타자를 가르치고 판단하고 폄하하고 혐오하는 나르시스트들에게 분노의 불이 타오른다. 타오르는 불을 모아모아 오늘 강용석에게 쏟아 붓는다. 이렇게 끝낼 것이다. 사로잡히지 않겠다. 이젠 밤이니, 아까 그 저녁의 감정들에 계속 붙들려 있지 않겠다. 여기서 끝내겠다. 그리고 될 지는 모르겠으나 원고에 매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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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즈음에 섬광처럼 나타났다 없어지는 홍옥이려니.

가슴 시리도록 하늘이 맑고, 바람이 서늘한 이 즈음에 딱 맞는 사과향은 홍옥이려니.

젊고(실은 철 들고 엄마가 젊어 보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건강했던 엄마를 불러내는 홍옥이려니.  


망원시장 멀어지니 이제 홍옥도 못 먹어보네

라고 오늘 아침인가 어제 아침에 남편에게 말했는데,

글쎄 바로 이 저녁에 망원시장 홍옥을 득하여 먹게 되었다.




벌써 몇 달 전 약속된 강의가 있었다.

그땐 그저 다이어리에 적어 넣었는데, 닥쳐 보니 추석 전야이다.

장도 보고, 준비를 해야 하지만 명절 기분에 강의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

한산해진 서울 길 통과해 가 은평구에 있는 교회에서 강의를 했다.

돌아오는 길, 네비 따라 운전하다 보니 어머어머 월드컵 경기장.

수영 하고 집에 가던 길 그대로다.

충동적으로 망원지구 한강공원으로 빠졌다.

마음의 네비게이션이 이끄는대로 갔더니 여기는 망원시장.

주차할 곳 없겠지, 없으면 그냥 가고, 역시 없네, 그냥 가서 동네에서 장 봐야지,

하는 순간 모닝만을 위해 준비된 차 0.8대를 주차할 수 있는 자리 발견!


그래서 추석 장을 망원시장에서 봤다!!!!!

발 디딜 틈 없는 시장에 들어서니 

전 부치는 냄새, 족발 삶는 냄새, 떡볶이 냄새, 닭 튀기는 냄새가 시끌시끌 하다.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양팔에 빠져라 검은 봉다리 들고 차에 실었는데

마음의 네비게이션이 집을 향해 출발을 안 한다.

더 살 것은 없지만 망원시장 길 건너 월드컵시장에 가보기로 한다.

정장에 하이힐 신고 하릴 없이 시장구경.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과일가게 앞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볼품 없는 사과를 발견.

갯수가 적은 것 하며, 크기가 작은 것 하며, 뭔가 없어 보이는 품새가 딱 홍옥이다.

박근혜가 마트에서 감자 냄새 맡던 폼으로 향을 딱 맡아보니, 

어머나,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리움의 향기, 홍옥이 맞습니다! 


망원시장 멀어지니 이제 홍옥도 못 먹어보네

누군가 이 말을 새겨 듣고 

홍옥을 그 자리에 가져다 놓고, 나를 데려다 그 앞에 세워 놓은 것 아닌가 싶음. 





손가락마다 검은 비닐봉지 하나 씩 걸고

지갑 들고, 휴대폰 들고, 차키 들고 정신 없이 다니던 중에

누군가 내 카메라를 눌러 신나는 내 걸음을 찍어 폰에 남겨 놓았다.

오늘 이벤트를 도모한 이, 대체 누굽니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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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모아 현금처럼 쓰고,

흩어진 포인트 모아서 한 방에 제대로 쓰고,

이벤트 응모하여 공짜 여행, 선물 받아 누리고,

시간 맞춰 앉아 클릭클릭 하여 저가 항공권 잡는 거.


이런 거 아주 못 하는 거.

주유를 하며, 장을 보며, 뭔가 계속 적립하고 있긴 하지만 이걸 언제 써먹는 지도 모르는 거.

이런 거 알뜰쌀뜰 챙기고 누리는 사람들 부럽지만 나는 틀렸으니, 여러분 많이 누리세요.


헌데 내게도 이런 일이 생겼답니다. 

응모한 기억조차 없는데, 누구에게 왜 주는지도 모르겠는데 티스토리에서 선물을 받았습니다.

뭐가 당첨이 되었다며 예쁜 노트, TISTORY 새겨진 볼펜(이 볼펜은 심지어 원래 좋아하는 펜), 스티커가 왔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거 생활 11년.

브런치니 뭐니 새 아파트들이 떴다 사라지고 떴다 사라지는 세월 동안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콕 박혀 죽순이로 살았습니다.

좋아서 쓰고, 괴로워서 쓰고, 자랑하고자 쓰고, 위로 받고자 쓴 세월이 11년.

싸이 클럽 시절까지 합하면 더 긴 세월이겠군요.


그 사이 블로그에서 잉태되어 나온 책인 여섯 권.

글을 쓰기 참 잘했습니다.

나를 위해 한 가장 잘한 일이 글쓰기입니다.

손일기 37년, 인터넷 글쓰기 15년, 블로그 활동 11년.


애써 계산하며 쌓은 포인트는 아니지만 그 포인트로 얻은 선물이라 해두겠습니다.

티스토리,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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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주중에 미팅이 있어서 광화문에 나갔다. 종로 2가에서 광화문까지 걸으며 뭉클했다. 지난 겨울, 저 넓은 차도를 운동장 삼아 걸었었지. 촛불 하나 들고 수많은 촛불에 떠밀려 걸었었지. 그때 외친 구호를 떠올리니, 오늘이 꿈인가 생신가 싶다. 꿈을 꾸듯 걸어 교보빌딩 앞에 도착. 익숙한 어떤 자리에 다시 앉았다. 대학로에서 시작해 광화문까지 걸었던 날이다. 바로 그 자리에 앉아 쉬는데 시시각각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들었었다. 잠시 앉아 어둑어둑해지던 그날의 거리를 떠올려본다. 빼곡히 촛불이 된 사람들이 앉았던 차도에 느릿느릿 자동차가 지나가고 아무렇지 않은 오후이다. 


약속 장소인 교보빌딩 1츠의 파리크라상에 도착하여 창가에 앉았다. 세월호 피켓팅을 하며 서 있던 바로 그 자리가 딱 보인다. 촛불의 파도를 타고 밀려다니던 겨울, 그 한참 전부터 세월호와 함께 광화문에 들락거렸다. '세월호에 있던 형과 누나들이 불쌍해요. 그 엄마 아빠들이 불쌍해요. 진실을 알려주세요' 앳된 현승이가 앳된 글씨체로 쓴 손피켓을 들고 엄마 옆에 서기도 했었다. 세월호 가족과 함께 홍대 앞에서 출발해 광화문까지 걸었던 봄날도 있었지.


광화문, 이 동네가 새삼스럽게 뭉클하고 애틋했다. 

미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되짚어 종로를 다시 걸으며 '광화문 연가'를 불렀다.



# 양화대교


주일 오후, 고양시에 있는 교회에서 강의가 있었다. 티맵이 안내하는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가는데 조금 돌아가는 길이고, 톨비도 꽤 나오지만 뻥뻥 뚫린 길 가는 맛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 시내 도로 사정이 나아졌는지 티맵이 올림픽대로를 경유하여 경부고속도로를 타란다. 알겠다, 하고 출발하려는데 상세경로에 '양화대교 북단'이 보인다. 양화대교 북단, 양화대교 북단. 거길 지나기 싫어서 다시 톨비 많이 내고 돌아가는 길 외곽순환을 선택했다.


굳이 피할 곳도 아닌데 피하게 되었다. 이유는 그리워서. 그리운 곳을 지나치다 너무 그리워 슬퍼질까봐. 합정동 살 때 강동 하남 쪽에서 일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 올림픽대로를 달리다 양화대교를 타러 올라가는 길을 좋아했다. 집이 가까워 오고, 다리로 올라가는 짧은 길에 키가 큰 나무들이 서 있는데 그 지점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그리 푸근할 수가 없었다. 티맵에서 '양화대교 북단'이란 글자를 보는 순간 그 길이 떠올랐고, 그리움이 사무쳤다. 망원시장, 절두산 성지, 성산대교 아래 벤치..... 짧은 순간 불쑥불쑥 소환되는 나오는 장소들. 강북강변을 거쳐 전에 살던 집 옆을 지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돌아돌아 집에 왔다.


뜬금 없는 감정이다. 새삼스런 그리움이다. 며칠 전, 갑자기 부른 '광화문 연가' 때문일까. 광화문 가까운 합정동이었기에 마음 먹을 때마다 달려갈 수 있었다. 울고 있는 이땅의 '을'들과 연대하기 쉬웠던 동네, 참으로 '을'스러웠던 동네, 그리하여 나도 을이지만 혼자는 아니라고 느꼈던 시절. 참 좋았구나. 광화문이 가까운 합정동, 참 좋았었구나.


현승이가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에 쓴 시가 떠오른다. 명일동 살다 합정동으로 이사하고 쓴 시이다. 할머니 댁에 가느라 명일동 근처를 지나노라면 마음이 이상하다며 쓴 시이다. 생각해보면 여기저기에 두고 온 마음이 많다. 과거는 '두고 온' 것들, 두고 와서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엉킨 어떤 덩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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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님께서 제작한 짤들입니다.

엔돌핀 폭발 선물이 되었습니다.

(사랑한다. 췡!)

설명이 필요 없는 정신실적 짤입니다.

'너 자신이 되어라'





작년 북토크에서 우연히 출시한 대사 '여보, 나 당신 버릴 거야'를 그렇게들 좋아하실 줄 몰랐습니다.

북토크 반응 보고 <새롭게 하소서>에 나가서도 해봤거든요.

눈물 찍어내는 장면도 있었는데,

역시나 가장 은혜를 많이 받으시고 반응 보여주신 부분입니다. 




뭔가 좋은 일이 있을 때 강렬하게 표현하고 싶으나

선천적으로 잘 되지 않으시는 분들은

가져다 쓰셔도 되겠습니다.

선물입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안면 근육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짐 캐리도 비슷한 선물을 받았다고요.

저의 안면 근육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정말 입니다.

정말 정말 하나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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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신다는군요.

이처럼.

당신의 아들, 아니 당신 자신을 내어주실 만큼이요.

우리의 관심은 그래서 그렇게 사랑하신다는데!

그 사랑으로 내게 떡이 생겨, 밥이 생겨, 애인이 생겨!

그런 나날을 살고 있는 제가 사랑을 논하러 갑니다.

코스타 참석차 시카고에 갑니다.

올해의 주제는 보시다시피 저러한데,

저는 또 보란듯이 패러디를 하여 강의에 쓸 PPT 첫화면을 만들었습니다.

연애 강의, 에니어그램 강의로 듣겠다고 모여든 청년들에게 은근 슬쩍 저는

다른 사랑 얘기(결국 그 사랑이 그 사랑인 바로 그 사랑 얘기)할 요량인데.

계획대로 될런지 모르겠네요.


브래넌 매닝, 리처드 로어.

두분의 글에서 눈에 익은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집을 

비행기 안에서 독파하겠습니다.  

무려 747 페이지입니다. 어, 보잉 747? ㅎㅎ

두근두근입니다.


백팩에 노란리본을 주렁주렁 달았습니다.

코스탄들에게 나눠주려고 노란리본을 많이 가져가는데요.

컨퍼런스 마치고 시카고 여행하는 동안에도 나눌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손에 들고 다닐 수도 없고....

손피켓 만들어서 사람 바글거리는 밀레니엄파크 커피콩 앞에서 잠깐 서 있을까?

라고 말했다가 같이 가는 채윤이 '엄마, 제발! 엄마 마음 알겠지만 여행하고 싶어. 맘 편히'

같이 가지도 않는 현승이 '엄마, 진짜 왜 그래? 누나, 같이 가기 싫겠다' 

욕만 먹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가방에 주렁주렁 달고 다니기로 했습니다.

뭐예요? 왜 그렇게 많이 달고 다녀요? 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하나 드리려고요. 하려구요.


노란리본은 기억하겠다는 뜻이고,

사랑하겠다는 뜻이며,

물처럼 오신 예수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가장 낮고, 가장 아픈 곳을 사랑하겠다는 뜻이니까요.

'이처럼' 사랑하심은 그렇게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사랑이니까요.


두 남자 두고 떠나는 마음, 갓 나온 넷째(what?)를 두고 떠나는 마음,

가서 해야할 강의에 대한 부담.

어리바리 영어 울렁증 모녀 둘이 며칠 여행을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뭔가 찜찜한 마음 다잡아 캐리어의 지퍼를 주욱 닫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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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 하는 게 많지만요.

제일 잘하는 건 아이들 꼬시기거든요.

아무리 시크한 아기도 몇 번만 찝적거리면 다 넘어오곤 하는데요.

치료는 몰라도 수업에서는 첫 시간에 담판을 짓곤 하지요.

어린이집에 처음 와서 '엄마, 엄마'하며 울던 아기들도

암말 안 하고 기타 줄 한 번 튕겨주고 '반짝 반짝 작은 별' 해주면

'저건 뭔 처음 보는 시끄러운 장난감인가?' 울음 뚝 하고 쳐다보곤 하죠.

그리고 기타 좀 만지게 해주고 몇 번 웃겨주면 끄읕!

처음 보는 아기 꼬시는 게 제일 쉬었어요.

 

그른데, 그른데~에,

3월이 되어 새로 만난 아기들이 20년 넘은 음악 션샘미 핵존심을 무참히 짓밟고 있네요.

 

두번 째 수업이었던 오늘.

 

음악 션샘미가 노래를 하는데도 계속 우는 아이가 있어요. ㅜㅜ

잘 들리라고 크게 불렀더니 더 크게 울어요.

내가 무슨 노래를 해도 다 복음성가가 되는 목소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기들 귀에는 딱 꽂히는 소리라는 자부심 하나로 버티고 있는데....

나로 말하자면 애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음악 션샘미인데 애들이 내 노래도, 내 말도 안 들어요.ㅜㅜ

지난 주 첫 시간에 빼앗았어야 하는 마음인데..... 더 어려워진 거죠.

아, 정신실 이제 이 바닥을 떠날 때가 된 건가? 패배감과 무능감이 밀려옵니다.

그 찰나 복도에서 완전 천진난폭한 녀석을 만나 확인사살 당합니다.

네 살, 다섯 살 때 내 음악수업을 들었던, 이제 일곱 살 형님이 된 녀석이 절 보자마자 그럽니다. 

어, 음악 션샘미다. 그런데 음악 션샘미 왜 할머니 됐어요?

야!!!!!!!!!!!!!!!!!!!!!!!!!!!!!!!!!!!!!!

 

음악 션샘미, 정신실.

이렇게 중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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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리버빌 또 하나의 가족 '동인이'를 보는

동인리버빌 주민 두 개의 시선.

 

빌라의 미관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나동 아줌마가

개 판자집과 그 앞에 놓인 개 음식들에  개빡치셔서 아래쪽 대자보를 먼저 붙이셨다.

 

가동 202호 아줌마는 얼굴없는 주인 중 하나로 주로 남편을 통해서 동인이를 돌보시더니

또 다른 대자보를 내걸으시며 동인이의 실소유주로 커밍아웃 하셨다.

 

그리하여 동인이 근황은 이렇다.

허술했지만 정겨웠던 주차장 옆 판자집은 철거되었다.

동인이는 농성 한 번 해보지 못했다.

철거 후 건물 뒤쪽으로 이사를 했다.

 

반전.

형편이 훨씬 좋아졌다.

유령 주인이 여럿이다 보니 서로 의견 조율할 방법이 없는 탓.

집이 갑자기 두 채나 생겼다.

이 녀석 개 주제에 다주택 소유자가 되었다.

개 부럽.  

이 주인 저 주인, 이것 저것 마이 멕여서 핼쓱했던 볼도 통통해졌다.

완전 개 부럽.

 

여하튼 동인리버빌의 동인이는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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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차지했던 겨울이 아침과 낮까지 차지해버린 지난 주 어느 날.

빌라 계단에 커다란 개가 앉아 있다며 현승이가 호들갑을 떨었다.

개를 키우는 집도 없는데 무슨 소리냐, 잘못 본 거라며 일축했다.

주차장에 강아지라 부르기엔 크고 개라고 부르기엔 아담한 놈이 하나 어슬렁거린다.

아, 저 녀석이었구나.

날이 추워서 따뜻한 곳을 찾다 어떨결에 들어왔었나보다.

얘가 빌라 건물 옆에 자리를 잡았다.

날은 더 추워지고 있었다.

계속 저러고 있으면 무슨 조치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승이랑 걱정을 하며 박스로 집이라도 만들어줘야 할까 의논을 했다.

다음 날 아침 먹을 걸 가지고

내려가 보니 누군가 이불을 깔아놓았다.

우리 빌라의 이름을 따서 '동인'이라고 이름을 지어줬다.

이 녀석 집이 내 차 바로 뒤인데 내가 돌아와 주차를 할라치면 

퍼져 앉아 있다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후진을 잘 하고 있는지 내내 지켜보고 있다.

오라이, 오라이, 핸들 풀고, 오른쪽으로, 오른쪽, 오른쪽! 할 기세. 

내려서 '동인아' 하고 부르면 꼬리 치고 따라와 맴돈다.

잠깐 놀아주다 빌라 현관 키를 누르고 자동문이 열리면 허망한 표정으로 서 있다.

따라 들어오진 않는다. 착한 녀석.

강아지 트라우마가 있는 채윤이를 제외하고 세 식구가 동인이 사랑에 푹 빠져있다.

세 식구 뿐 아니라 지금 이 골목의 여러 사람들이 동인이로 인해 대동단결이다.

박스로 만든 집이 생기고, 그 위에 담요가 덮이고, 먹을 것이 즐비하다.

주차하고 잠깐 놀고 있으면 

동인이 보러 나오 주민1이 머쓱해 하며 지나가던 사람 행세를 한다.

모른 척 하고 자리를 내준다.

현승이는 학교 마치고 소시지를 사가지고 친구들을 몰고 온다.

주민2 아저씨가 소시지는 몸에 나쁘다며 주지 말라고 했단다.

그래서 지가 먹었단다. 

 

현승이는 가게 가서 우유 사오라는 심부름은 뺀질거려도

동인이 먹을 것 갖다주라는 말을 잘도 듣는다. 

동인이 아빠, 아니 아니 현승이 아빠는 가끔 화곡시장 족발집에 동료 목사님들과 간다.

입에서 살살 녹는 족발, 정말 맛있는 족발이다.

가는 길에 포장 좀 해다주지, 나도 먹고 싶은데. 하면

바로 사무실로 가는데....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말을 안 들어준다.

그러던 동인이 아빠, 아니고 현승이 아빠가 밖에 있는데 메시지를 보내왔다.

'화곡동 족발 사다 집에 갖다 놨어. 맛있게 먹고 뼈는 동인이도 좀 갖다줘'

개 덕분에 그렇게 먹고 싶던 화곡동 족발 먹어보네. 개고맙!

뼈를 갖다주는데 살 다 뜯어먹고 뼈만 주냐며 뭐라 한다.

'내가 자세히 봤는데 그 녀석 얼굴이 말랐더라. 그동안 못 먹고 다녔나봐'

(얼굴 마른 걸로 치면 개보다 당신 와이프가 더 말랐다!)

이런 와중에 개 트라우마 채윤이는 들고 날 때마다 무서워서 벌벌 떠는데.

어오는 길 내가 동인이랑 놀며 시간을 벌어줘도 차에서 벌벌거리고 못 내리고 있다.

개가 아닌 딸한테 빡쳐서 '얘가 착한 앤데 뭐가 무섭다로 그래!!!'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또 하나의 가족 개가 아니라 가까이 있는 사람 가족을 아끼고 보살피는 마음 회복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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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의 기대가 가장 높은 주일 저녁의 메뉴는 '닭볶음탕'이었다.

('닭도리탕'아니고 '닭볶음탕'이라고 현승이가 아무나 붙들고 강조한다.)

닭을 사러 망원시장에 갈까 하다가 동네 마트에 갔다.

최근에 동네 마트 하나가 문을 닫았다.

건물이 철거되는 모양인데, 굳이 철거가 아니라도 오래가긴 힘들 거라 생각했다.

상치는 늘 시들어 있었고, 무순은 상해서 문드러져 있었다.

 

그런데 이곳 정육점은 조금 달랐다.

정육점 아저씨! 아, 진짜 재밌는 분이었다.

삼겹살을 한 근을 사려면 아저씨만의 삼겹살적 세계관에 대해 한참 들어 드려야 한다.

삼겹살로 시작하지만 결국 결론은 늘 같다.

좋은 고기를 가져오기 위한 경로가 따로 있고,

아저씨는 그 경로를 알기에 좋은 고기를 가져올 뿐 아니라 

(거의 손해 보면서) 싸게 팔고 있으며,

다른 정육점들이 얼마나 성의 없이 장사하는지가 하는 것들이다.

난 이런 데 걸려들기 딱 좋은 성격이며 연령대의 주부라서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웠다.

헤~ 웃으면서 조바심 나는 마음을 누르며 들어 드려야 했다.

 

헌데 그 마트가 없어졌다.

내게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다.

없어질 만한 마트가 없어졌다.

오늘 닭을 사러 또 마트에 갔는데...... 갔는데......

어, 없어진 마트 정육점 아저씨가 거기 정육 코너에 딱 계시는 것이다.

"어, 아저씨. 여기 계시네요.'

반가워서 한 마디 했는데, 아뿔싸! 뇌관을 건드렸다.

바로 네버 앤딩 스토리가 시작되었다. 

이 쪽으로 온 지 두 달 됐다. 명절 때부터 이미 와 있었는데 몰랐냐.

나를 아는 아줌마들은 이미 다 알고 이리로 왔었다.

명절에는 소고기들을 많이 찾는데 내가 파는 소고기는 블라블라블라.................

또 다시 붙들려 있었다.

결재한 내 카드와 영수증을 손에 들고 건네주질 않으시니 더욱 자리를 뜰 수가 없다.

 

'하여튼, 여기서 다시 뵈니까 좋네요' 하고 나오는데 기분이 막 좋아졌다.

아, 이 아저씨 잘못 걸리면 지겹지만 캐릭터가 살아 있어서 좋다.

그저 그렇고 그런 많은 고기 파는 아저씨 중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또렷하게 각인시키는 매력이 있다.

익명의 고상한 수백 수천의 사람들보다 캐릭터가 살아 있는 한 사람과의 만남이 인간적이라고 느껴져서일까?

 

기분이 좋은 김에 꽤 무거운  비닐 봉투 들고 집으로 오는 길에

역시나 재건축 때문에 이사를 한 카페를 일부러 찾았다.

원두 100 그램을 사면서 전에 없이 말을 막 걸었다.

새로 옮기고 장사가 더 잘 되냐,

집 앞에 있을 때와 달리 마음은 안 그런데 자주 오게 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처음 집 앞에 카페를 열었을 때는 꽃미남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살지 쪄서

이젠 후덕한 아저씨 삘이 나는 카페 사장님도

'처음 제 손으로 만든 장소라 저도 많이 아쉬워요' 했다.

내 스타일을 아니지만 자꾸만 말을 주고받자니 캐릭터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카페도 잘 되고,

네버엔딩스토리 정육점 아저씨도 잘 되었음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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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오늘 딸내미 수학여행을 보냈다. 딸내미는 내 딸 아니랄까봐 오로지 패션에만 올인하여 수학여행 준비를 하였다. 나는 그것이 매우 꼴비기 싫었다. 난 고딩 때 여차저차한 이유로 수학여행도 못 갔었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내 패션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엄마였다. 그런데 내 딸내미는 나보고 옷을 사줘야 한다는 압력을 계속 넣었다. 나는 사주고 싶기도, 절대 안 사주고 싶기도 하였다. 결국 여행 전날에 딸내미 마음에 쏙 드는 바지와 벨트를 사 주었다. 짐을 싸는데도 나는 도와주고 봐주고 싶기도 안 봐주고 싶기도 하였다. 내 물건을 자꾸 가져가고 싶어했다. 나는 주고 싶기도 안 주고 싶기도 하였다. 그러다 애 속만 벅벅 긁어놓고 줄 것은 다 주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찌질한 엄마였다. 새벽에 딸내미를 공항에 태워다 주었다. 어떤 아이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 할 수학여행을 갔는데.... 딸내미 학교 수학여행이 괜시리 못마땅하고 마음이 구겨졌다. 그렇다고 딸에게 뭐라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안녕, 다녀올게. 하고 가는 딸내미의 뒷모습은 거의 걸그룹 같았다. 흐뭇했다. 내 속에서 저런 기럭지가 나오다니..... 
 

 

나는 오늘 남편을 노회에 보냈다. 노회는 일 년에 두 번 가는 곳인데, 말만 들어도 따분한 곳이다. 어렸을 적에 우리 아버지가 엄청 다니시던 곳이 노회였는데 그때부터도 뭔가 따분한 것 같았다. 남편은 지금 소속도 애매해서 노회에 가는 것이 꽤나 불편한 것 같다. 정말 가기 싫어하는 것이 역력했다. 나는 막 수영에 다녀온 길이었다. 노회에 가더라도 월요일 점심은 언제나처럼 외식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집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게다가 원하는 메뉴는 면류였고 집에는 면류를 만들어 낼 재료라곤 없었다. 나는 수영선생님이 바뀌는 바람에 완전 빡센 수영을 하고 와서 완전 기진녹진(기진맥진에 플러스 녹초) 상태였지만 하나도 빡치지 않았다.(몸이 귀찮다고 사랑하는 이의 부탁이 빡친다는 사람들, 이해할 수가 없다!!!)  다만 싫다고 몇 번 뻐팅기다 문득 냉동실에 있는 빠넨지 뭔지 하는 빵이 생각났다. 라볶이를 해서 거기 집어넣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서 벌떡 일어나 라볶이를 만들었다. 남편은 '이거 일인분이냐? 이인분이야?' 하면서 혼자 이인분을 거의 폭풍흡입 했다. 그리고 남편이 나가려고 넥타이를 매고 있는데 나는 책을 들고 소파에 누었다. '잘 거지? 아, 진짜 부럽게' 했다. 나는 아니라고 책 볼 거라고 했다. 분명 남편이 양복 다 입고 왔다 갔다 하는 걸 봤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남편은 없고 시간은 한 시간 반이 지나 있었다.  저녁에 돌아온 남편이 '정신실과 떡실신이 잘 어울린다'고 했다. 난 정말 책을 보려 했었다.
 


나는 오늘 오랜만에 커피를 볶았다. 다음 날 약속이 취소되는 바람에 갑자기 여유가 생겼다. 이 여유가 너무 여유로와서 '좋아하는 모임이지만 내가 준비하는데 부담을 많이 갖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도 머리도 안 쓰고 몸만 움직여 커피를 볶으니 거참 재미 있었다. 연거푸 두 번을 볶았다. 여름에 커피 볶는 일은 불가마 속에서 설렁탕 먹는 기분이다. 로스팅 한 번 하고나면 온몸이 땀에 젖는다. 게다가 냉각기 없이 베란다 창문에 매달려 열을 식히노라면 이게 식는 건지 더 뜨거워지는 건지 헷갈릴 정도이다. 커피를 볶아 채반에 들고 창가에 섰는데 와우! 솔솔 부는 가을바람이 이렇게 감미로울 수가 없다. 후후 불어 폴폴 날아가는 체프를 바라보는데 내 몸이 다 날아갈 것 같았다. 딸내미 수학여행 보낸다고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공항에 다녀왔지, 빡세게 수영했지, 예상에 없던 점심 만들었지..... 정말 피곤한 하루였는데 말이다. 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은 순전히 다 한 시간 반의 떡실신 덕분이다. 참 보람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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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길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 입구에 미용실이 하나 있다. 작년, 막 날씨가 추워지던 때 오픈한 곳이다. 미용실 다니는 것이 귀찮아서 1년에 두 번 정도 파마를 한다. 내 머리는 그렇다치고 한 달만 지나면 덥수룩해지는  현승이 머리가 너무 자주 찾아오는 귀찮은 숙제이다. 들고나는 길의 미용실이라 괜히 좋았다. 매섭지 않은 찬바람이 불던 어느 날 저녁 처음으로 현승일 데리고 갔다. 어쩌면 현승이가  첫 손님이었을지도 모른다. 머리를 자르고 카드로 계산을 하려하니 아직 카드 결제할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 현승일 볼모 잡혀놓고 집으로 가 현금을 가져다 지불했다. 아줌마가 마음에 들었다. 미용사로서는 초보인 것 같은데 말이 없고 착해 보였다.


지나다닐 때마다 마음이 쓰였다. 손님이 있는 날이 많지 않았고, 아줌마 혼자서 작은 난로에 손을 대고 불을 쬐며 TV 보고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저렇게 손님이 없어서 어떡하냐?' 걱정을 하니까 현승이도 덩달아 걱정. '엄마, 오늘 학교 갔다 올 때 보니까 미용실에 손님 있어' 온 가족이 단골이 되었다.  남편은 일단 가까워서 편하게 다녔다. 사실 머리를 잘 자르는 편은 아니라서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으나 아줌마 성품이 좋아 다니는 것 같았다. 미용실 가면 앉아서 신상 캐기 질문공세 당하는 게 나도 그게 싫은데 남편은 얼마나 싫을꼬. 그런데 이 분은 나한테도 많은 말을 안 하니 남자에겐 더더욱 그러하겠지. 차츰 익숙해져서 현승이가 혼자 머리 자르러 가기도 해서 나는 더 편해졌다.


아줌마도 우리 식구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현승이가 참 예뻐요. 이 앞을 지날 때마다 꼭 쳐다보고 눈 맞추고 지나가요. 현승이네 식구들이 다 착하신 것 같아요. 이 정도 얘길 주고받았는데 어쨌든 마음이 늘 쓰이고 잘 됐으면 싶은 마음이었다. 그 바로 옆은 훈남 총각이 하는 카페이다. 여기 역시 장사가 잘 되나 신경을 많이 썼는데 갈수록 손님이 많아지고 잘 되는 것 같아 마음을 좀 놓았다. (오지랖도) 미용실도 최근에는 손님이 꽤 많아졌다. 헌데, 얼마 전에 머리를 자르고 온 남편이 미용실 옮긴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 건물주가 새로 건축을 하겠노라고 다 비우라고 했단다. 지난 주에 일부러 파마를 하러 가서 물었더니 이제 좀 단골이 생겼는데 나가야 한단다. 이 근처로 옮기려고 알아보는데 세가 비싸서 등촌동으로 가기로 했다고. 그러면서 현승이 못 보게 되어 섭섭하다고 했다.


마음이 많이 짠하고 슬프다. 얘기를 많이 나눈 것도 아니고, 심지어 나는 딱 두 번 머리를 했다. 헤어지고 다시 못 보는 것도 슬프고, 겨우 안정되고 무엇보다 이 동네에 마음을 붙였을텐데 원치 않게 떠나셔야 하는 것이 남일 같지가 않다. 현승이를 비롯해서 우리 가족에 대해서도 크게 내색하진 않지만 아쉬워 하는 마음 느껴졌다. 여기서도 그랬지만 다른 곳에 가서도 인테리어를 거의 하지 않고 시작할 것이다. 밖에서 보면 그다지 들어가고 싶지 않은 번듯하지 않은 미용실이 될 것이고. 그러면 또 한참을 혼자 앉아 난로를 쬐며 TV를 보며 손님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 사이 수입이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까?


그제 저녁 현승이가 '엄마, 나 너무 슬퍼'했다. 학교 갔다 오는데 미용실 아줌마가 불러서 '현승이 아줌마 이사가. 이제 현승이 못 봐. 잘 지내. 안녕' 했단다. 아, 게다가 이 아줌마가 동네 고양이들 밥을 살뜰하게 챙긴다. 자신처럼 고양이 밥을 챙기는 동네 다른 아줌마에게 앞으로 앞으로 더 넉넉히 챙기셔야 할 거라고 부탁했단 얘기도 들었다. 아, 진짜! 늘 약한 사람들이 약자를 챙기고, 자기보다 약한 존재를 챙길 줄 아는 이런 사람들은 꼭 강하고 많이 가진 사람들로 인해서 고통을 받더라. 얘기를 듣자하니 건물주가 다른 입주자들보다 여자 혼자 하는 이 아줌마에게 가장 가혹하게 대했다. 가진 것 없는 우리와 우리 이웃들의 여전한, 더 가벼워질 것 같지 않은 일상의 짐이 참 아프다. 학교 다녀 오는 길, 따스한 마음으로 기웃거려주는 현승이를 보지 못하는 아줌마의 허전한 마음에 내가 지레 슬프다. 아 그냥, 헤어지는 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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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가 사랑한' 이라는 수식어를 쓰는 분들이 계시던데요.
저도 약간 느낌은 있습니다.
코스타가 저를 맘에 두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정식으로 고백을 못 받아가지구 공식적으로 말하기는 그러네요.
오늘 아침 11시 비행기로 시카고 휘튼대학에서 열리는 코스타에 갑니다.


근사한 인사를 남기려는 야심찬 계획이 있었으나.....

마치고 가야할 일,
미리 당겨서 해야할 일,
가서 해야할 일,
일,일,일,일,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면서 폐인으로 살았답니다.


그리하여 간단히 인사드립니다.


코스타가 사랑 '하는 심증은 있으나 딱히 고백을 받지는 못한' 연애강사는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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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에 있는 날 비가 오지 않는다면 반드시 빨래를 한다. 하루는 이불, 하루는 긴팔 옷들을 빨아서 옥상에 넌다. 저녁에 빨래를 걷으러 올라가 햇볕 냄새를 머금은
 빠닥빠닥해진 수건을 접을 때는 '여자라서 행복해요' CF를 찍고싶을 지경이다. 빌라에 사는 기쁨이다. 물론 이 기쁨도 한 철이다. 겨울에는 베란다도 없는 집안에서 빨래를 말려야 하고, 장마철에 빨래 말리기는 더더욱 듁음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지금은 좋을 때다. 저기 멀리 보이는 우뚝 솟은 건물은 합정역 메세나 폴리스인데,  연예인들이 많이 산단다. 영화관도 있고 식당도, 쇼핑할 곳도 있어서 살살 걸어가서 누리기 좋은 곳이다. 그런데 사진으로 보면 아스라하다. 사실 마음으로도 뭔가 가닿을 수 없는 아스라한 곳이다.


 


남편이 먼저 와서 계약을 하고 집을 보러 왔을 때, 참 심난했었다. 겨울 초입이라 거리는 물론 동네도 건물도 다 을씨년스러웠다. 나무 한 그루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았다. (가로수도 있었건만 겨울이라 나무로 보이질 않았었다) 이 동네 온지 벌써 3년 차.  이 동네는 유난히 폐지 모으러 다니시는 할머니들이 많다. 동네 구석구석 고물상도 여럿이다. 재활용 쓰레기를 내놓으면 웬만한 건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만다. 우는 사자와 같이 박스를 찾아다니시는 할머니들이 한두 분이 아니다.  사진의 전봇대 아래 쪽은 쓰레기 모으는 곳이기도 하고 할머님들의 모임 장소이기도 하다.

현승이는 할머니들이 모여 계신 걸 보면 그렇게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여러 생각이 든다며. 어느 날 그랬다. "엄마, 내가 여기 처음 이사오던 날은 좀 놀랬어. 몰랐지? 내가 이런 동네에 살아야 하다니. 아파트 아닌 곳에 산다는 것도 그렇고. 동네를 보고는 조금 놀랬어. 그런데 여기 이사와서 난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애. 특히 할머니들을 보면서 왜 저 할머니들은 늙어서 몸이 불편한데도 저렇게 폐지를 모으러 다니셔야 하나. 집에서 편안히 쉬셔야 할 때인데.... 이런 생각도 했고. 그런데 저 할머니들은 막상 모여서 디게 재밌게 지내시는 거야. 별로 속상해하지도 않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쓰레기 옆에 모여서 밝게 지내셔. 그래서 내가 많은 걸 배웠어"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연민이 많은 현승이가 이 할머니들께 마음이 가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루는 학교갔다 오는 길에 바람에 날리는 스티로폼을 막 달려가서 주워다 드렸단다. 자기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고 했다. 마침 쓰레기를 모으고 계신 할머니가 편마비로 몸이 불편하신 분이셨다. 그 이후로 할머니와 안면을 트고 지날 때마다 인사드린다고 한다. 학교 갔다 오는 길에 손에 고구마, 뻥튀기, 과자 등을 쥐고 들어오는데 할머니가 주셨다고 한다. 어슬렁거리는 동네 고양이들도 사랑한다. 주차장 아래 있는 고양이들에 티고, 에스엠, 갤로퍼 등으로 이름을 지어주고 가끔 먹이도 갖다준다. 

현승이만 동네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엄마도 좋아하고 심지어! 차도녀 채윤이도 며칠 전에는 이런다. "엄마, YG 앞에 길 있잖아. 내가 그 길 좋아하는 거 알아? 이상하게 요즘은 그 길을 걷는 게 좋아. YG 때문이 아니라 쫌 조용하잖아. 뭔가 좋아. 그래서 합정역에서 일부러 마을버스 안 타고 걸어오고 교회갈 때도 걸어 가. 걷다보면 이상하게 생각이 정리가 돼. 아, 그냥 이런 저런 생각말야. 그래서 심지어 CU가 보이며 아쉬워. 걷는 게 끝나는 거니까. 이 동네가 처음엔 싫었는데 나름 괜찮은 것 같애"

 

 

옥상에서 빨래를 걷고나면 한참을 이쪽 저쪽 바라보며, 길을 내려다보며 서 있게 된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한강이다. 한강이 살짝 보인다. 일련의 일들로 개신교 목회자들의 충격적인 민낯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요즘. 무기력의 나락으로 자꾸만 떨어지는 것 같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의미없는 자조섞인 넋두리로 자주 내뱉는다. 하나님 나라가 너무 아스라하다. 긍휼과 정의가 넘쳐 흐르는 내 주의 은혜의 강물은 어느 곳에 흐리기는 하는 걸까? 나는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다. 어제는 그 무기력이 더 심했는데 그나마 빨래해서 널고 걷으며 나와 아이들이 이 동네를 좋아하고 있구나 싶어 실낱같은 의미 같은 게 느껴졌다. 장을 봐서 4층 까지 들고 올라올 때는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데, 한 층만 올라가면 햇볕과 바람 가득한 옥상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4층 사는 위안이기도 하다. 손에 닿는 것들에서 그나마의 살아가는 희망과 의미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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