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주일이었드랬다.
교회에서 영아부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했드랬다.
마침 강의 장소가 남편의 사무실 옆이었드랬다.
요즘 '강의하는 사진'을 달라는 데가 꽤 있는데,
제대로 된 '강의하는 사진'을 갖고 있질 않았드랬다.
(여기까지 오니 '드랬다'드립, 좀 어색하군)

남편에게 지나치다 여유가 되면 창문을 이용해서
강의하는 사진을 찍어 보라고 부탁했드랬다.
이느무 목사님께서 도통 지나가는 게 보이질 않길래 '바쁘구나' 했드랬다.
저녁에 이걸 찍었다고 보여줬드랬다.

내가   
"앞 유리창으로 찍었어야쥐이~ 내가 제대로 나왔어야쥐이~"
라고 하니, 그가 말했다.
"그러려고 했는데, 내가 앞 유리창으로 쳐다보면 사람들이 날 봐. 그래서 찍을 수가 없었어."
내가 다시
'그러면 어때. 그냥 빨리 찍으면 되는거지. 나 참."


분명 옆에서 딴 일을 보고 있던 그의 아들이 툭 던졌다.
"엄마는 외향형이라 그게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아빠는 내향형이라 어려워. 사람들이 보는데 사진 찍는 게 내향형한텐 어려운 거야."

천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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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있잫아. 고모가 나를 좋아해?
그래? 맞아. 좋아하는 것 같은데 고모는 표현을 안 해.
그 대신 나한테 뭐든지 사주지? 그게 나를 좋아해서 그러는 거지?
세상에 있는 고모들이 다 그렇게 사주지는 않지?
알아. 고모가 나를 정말 좋아하지.


(고모 뿐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 큰 아빠, 모두 내향형인 것을 감각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런데 엄마, (외)삼촌이 나를 좋아하지? 좋아하는 것 같애.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런 말 안 했어. 삼촌이 나를 좋아한다는 말 안 했는데... 그래도 삼촌이 나를 좋아한다는 걸
알겠어.


(삼촌 뿐 아니라 할머니, 더 큰 삼촌들 까지 모두 외향인 외가를 감각적으로 느끼긔)


할아버지가 나를 많이 좋아하셨지?
나를 제일 좋아하셨어? 왜애?
내리사랑이 뭔대? 아, 내가 혜인이 누나랑 시으니 누나까지 다 합해서 막내니까?
그건 무슨 말이야? 나 말고 범식이 형아도 손주잖아.
김씨가 아니니까? 외손주?
할아버지가 누나하고 나한테 그렇게 했어? 그래서 엄마 속상했어?
그건 말도 안 된다. 남아선호?  옛날에나 그랬을지 몰라도.
딸하고 아들하고 뭐가 달라서 그래?
그리고 지금 우리 나라 대통령이 여자 대통령이 됐는데.
물론 좋은 대통령은 아니지만.
어쨌든 여자가 대통령도 되는데 왜 아들이 중요해?


(양성평등은 물론 민주주의 감각까지!)


너 쫌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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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아침, 늦잠을 자고 늦늦잠은 한 판 더 자기 위해 자리를 옮겨 소파로 갔습니다.
기분 좋은 잠이 오락가락 하고 있는데 현승이가 일어나 나와 안깁니다.
부비부비 하는데 엄마가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이자 방으로 가더니 책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후에 냉장고 여는 소리가 나고 달그락거리기에 녀석 배고픈가 싶었습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잠시 후,
쟁반에 저렇게 구운 식빵 한 조각, 두 종류의 잼, 우유 한 잔을 담아 소파로 가져오는 겁니다.


'엄마, 이거 엄마 거야. 내가 엄마 아침 차려줬어. 식탁에 가지말고 여기서 그냥 편하게 먹어'
이러는 겁니다. 왜 갑자기 이러냐는 말엔 대답도 하지 않고,
'빵이 너무 안 구워졌지? 헤헤헤.....
내가 토스터기 무서워서 많이 못 돌리겠어. 그냥 먹을 수 있겠어?'
합니다.


감동받아서 잠이 달아났고, 어서 먹으라는 재촉에 벌떡 일어나 앉아 계속 물었지요.
갑자기 왜 엄마 아침을 챙겨주냐?
'아니~이, 엄마는 매일 우리 밥을 챙겨 주잖아. 엄마도 한 번 쯤 이렇게 받아보고 싶지 않아?
그래서 내가 해주는 거야. 좋지 않아?'


하도 기특해서 '그래도 어쩌면 이런 생각을다 했냐?' 묻고 또 물으니,
버럭! 하면서,
'그냥 해주고 싶었다고~오. 빨리 안 먹으면 버릴거야'


진짜, 넌 진짜..... 어느 별에서 왔니? 내 맘 가지러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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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자도 일찍 일어나는 모녀와 달리
일찍 자도 늦게 일어나는 몸을 가진 부자의 아침식탁이다.
맛있고 간지가 흐르면 귀찮음을 무릅쓰고 달려드는 모녀와 달리
아무리 맛이 있어도 귀찮은 건 딱 질색인, 먹을 것을 비롯한 속세에 초연한 선비 부자에게
아침부터 쌈을 싸라고 시킬 수는 없었다.
고상하신 선비들을 아침부터 눈을 부릅뜨고 입을 이따만큼 벌려 우그적거리게 하면 되겠는가.
상치를 썰어서 젓가락질 한 번에 쌈 싸는 효과까지 내는 것으로
친절한 주부가 꼼수를 발휘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잠'을 떨쳐보내는 것이 너무 힘든 아들 선비는 예민하시다.
평소 빛을 발하는 티슈남의 면모는 어디 가고 아침 식탁에 앉으시면 까칠하기 이를 데 없다.
'잠'을 떨치는 문제라면 아버지 선비도 쉬운 문제가 아니기에
두 선비가 마주한 식탁은 다소 몽롱하다.

비록 근본은 선비의 본체시오나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서 돌쇠됨을 자처하는 아버지 선비가
분위기를 띄워볼 요량으로 엄마 코스프레를 했다.
'현승아, 너 야채랑 같이 먹어'
이 말 한 마디에 '먹고 있어. 뷁!!!'했고,
아버지 선비 심기가 불편해졌다.
'너, 진짜 아침마다 그렇게 아빠한테 짜증스럽게 말할래?'
'여보, 나 진짜 상처받았어'

두 선비 사이에서 때론 무술이 때론 마님이기도 한 엄마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끼어들어 중재를 했다.  
아버지 선비의 장난끼도 아들의 까칠한 반응도 대략 이해할 수 있는 것이기에 금방 풀렸다.

다만,
중재가 진행되는 동안에 아들은 고개를 완전 처박고 밥 한 번, 국 한 번 짜증스럽게 먹어댔다.
안 봐도 비디오.
눈이 벌개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곧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이다.
그 놈의 깨지 않는 잠이 웬수다.

여차저차 식사는 끝났고 아빠는 씻기 위해서 자리를 떴다.
시간이 늦어져서 '현승아, 너 빨리 준비하고 아빠한테 태워다 달라고 해'
평소 같으면 반색을 했을텐데, 아니 지가 먼저 태워달라고 졸랐을텐데 단호하다.
'싫어'
'늦었잖아'
'빨리 달려가면 돼'
'엄마가 말해줄까?'
'말하지마'
'에이, 아빠도 마음 다 풀렸고 너도 이제 괜찮잖아'
'그래도 싫어. 빨리 달려갈거야'


에헤, 이 알량한 자존심.
지 아부지하고 똑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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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중학생이 되면 원래 재미가 없어져?
아니~이, 누나가 그래 보여서.
웃기는 웃는데 즐거워 보이지가 않아.
맞아. 누나는 원래 진짜 즐거운 사람인데....
너무 안타까워.
나중에 다시 즐거움이 돌아와?
누나가 학교 갔다 집에 올 때.... 모습이 쫌 그래.
그런가? 기운이 없어서 그렇게 보이는 거야? 피곤해서? 그래서 이러~어케 하고 들어오는 거야?
(누나한테 직접 물어보라고 했더니, 갑자기 눈가가 빨개지면서)
내가 그걸 어떻게 물어봐?
(뭘 어떻게 물어보냐고, 그냥 물어보면 되지 했더니, 왈칵 울음이 터지면서)
엄마는 지금 무슨 얘길 하는 거야.
내가 물어보면 누나가 대답을 해줄 것 같애?

 

 

현승이, 태어나보니 채윤이 누나의 동생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이보다 더 재밌을 수 없는 놀이의 신을 누나로 두다니 말이다.
내향성이 강한 현승이가 가진 상상력과 표현력은 누나님 인도하신 놀이의 힘일런지도.




베개를 보면 쌀차 놀이,
책상 위 스탠드를 보면 치과놀이,
음악 틀고 춤놀이,
A4 가득 메뉴를 적어서 식당놀이, 카페놀이,
물감놀이,
박스를 보면 택배놀이,
돼지저금통을 보면 돼지몰기 놀이,
그 많은 놀이 이름을 붙일 수도 없다.

 

랬던 누나가 '청소년기'라는 전혀 다른 세계로 떠나려 한다.

게다가 딱히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은가보다.
누나가 웃어도 그 웃음에서 즐거움을 읽어낼 수 없으니 말이다.

(채윤이 떠나보내는 것이 엄마 아빠만의 숙제가 아닌 것 같다.
현승이 역시 나름대로의 상실감을 겪어야 하는 것임을 오늘 문득 깨달았다.
왜 아니겠는가. 가족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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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 누나의 어린이날.

(아빠) 채윤이 올해까지는 어린이날 하자. 무슨 선물 줄까?
나 엄마가 선물 줬어. 샤이니 앨범 사줬는데.
(엄마, 뜨끔. 분명히 지 돈을 내고 샀고 엄마는 주문만 했는데 쟤가 왜 저래?)
아, 참! 내 돈으로 산 거지. 그래도 괜찮아. 됐어.


현승이 형아의 어린이날.

며칠 전 생일 선물로 레고를 사줬더니,
이거 생일선물 하고 어린이날 선물 합해서 주는 거지?
괜찮아. 어린이날 선물 안 해줘도 돼. 이거면 돼.


아기 돼지 삼형제의 어린이날.

동생네 돼지 세 마리를 교회에서 만나서 동생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뭘 좀 해줬냐고 물어보니,
어제 회를 사줬단다.
(장인 장모님과 어버이날 식사를 하면서 얼렁뚱땅 퉁 친 것)



저녁에 모두 모여 아이스크림 케잌 놓고 촛불 한 번 끄고 요란
스럽게 퍼 먹으며 행복했다.
행복하기로 따지면 거의 매일이 어린이날인 아이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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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휴) "엄마, 나는 엄마라는 벽을 넘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엄마가 자기에게 게임을 얼마든지 하도록 허락해주면 서로 좋을텐데 이해할 수가 없다며 느닷없는 태클을 걸어왔다. 자기는 좋아하는 게임을 하니까 기분이 좋고, 엄마는 싫은 소리 안 해도 되니까 편할텐데 도대체 왜 그러냔다.

그래서 시작한 논쟁이었는데 한참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하는 말이 '엄마라는 벽' 이란다. 살다 살다 말 안 통하는 벽창호 취급은 처음 받아본다. 앞으론 대화 따위 없이 확, 그냥 '엄마라는 몽둥이'로 느껴지게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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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널러 옥상에 올라가면 조금 후에 꼭 따라 올라옵니다.
입고 있던 내복 위에 파카나 잠바 얼른 걸치고 현승이가 따라 옵니다.
"엄마, 내가 도와줄게. 내가 털어서 줄테니까 엄마가 널어."
(아빠가 하던 걸 많이 본 거죠.)


한 손에는 레고를 들고 한 손으로 어설프게 수건을 털어서 건넵니다.
무심결에 한 번 더 털려고 어깨 힘이 딱 들어가는데.....
옆에서 찌리릿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현승이가 매의 눈을 하고 보고 있습니다.
얼른 그냥 널었습니다.
그러자 "내가 아주 잘 털어서 준 거야. 엄마. 응? 알았지?" 합니다.


햇볕에 말리는 수건 탁탁 털어서 쫙쫙 펴 널어야 제 맛인데....
현승이 갸냘픈 손으로 흔들다 만 것 같은 느낌의 꾸기적거리는 수건을 죄 그냥 널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바라봐 주고 믿어주는 건,
성에 차지 않는 것을 '꿀꺽'하고 삼켜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람을 변하게 하는 건 그렇게 부족한 그대로를 꿀꺽 넘어가주는 큰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성에 차지 않는 나의 여러 모습들을 보며
'어?.... 응, 그래' 하고 조용히 넘어가 줬을 것입니다.


현승이는 이래저래 엄마에게 많은 가르침과 통찰을 주는 아이입니다.
머리에 새집 짓고 아저씨 같은 스타일로 옥상 여기 저기를 뛰어다니는 현승이가 참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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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엄마의 생일 즈음에.
원고를 쓰다가 지병이 도져서 인터넷 쇼핑몰을 전전하고 있었다.
썩 맘에 드는 반코트가 70% 세일을 해서 나와서 넋을 놓고 보고 있는 중.
날개만 없었지 천사라 불리는 현승이가

"엄마, 뭐해? 그 옷 이뻐? 입고 싶어?"하며 달겨든다.

"어, 엄청 싸게 나왔어."

"그래? 그럼 엄마, 내가 엄마 생일 선물로 사 줄게. 맘에 들며 사."

"뭐? 이거 싸다는 게 많이 깎아준다는 뜻이야. 10만원 넘어."

"알아. 내가 사 줄게. 나 정말 엄마가 갖고 싶은 걸 사 주고 싶었어. 이거 사줄 거야."

"아니야. 안 돼. 다른 선물을 줘. 이건 어린이가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니야."

"싫어! 나 이거 아니면 선물 안 줄 거야. 이거 사. 내가 세뱃돈 안 받았다고 생각하면 돼."
하면서 꽁꽁 숨겨둔 만 원짜리를 세어 가지고 나왔다.

(이 놈 참! 무심한 남편에게 상처받고 아들에게 치유 받는군.)
거기다 또 이런 세심함까지....

"엄마, 그런데 너무 두껍지 않아? 이거 겨울에 입는 거잖아."

"맞어. 그래서 이렇게 싼 거야. 한
두 번 입고 내년에 입으려고 사는 거야."

"아, 그렇구나. 엄마 그러면 한 치수 큰 거로 사. 내년에도 입게."


(현승아, 엄마는..... 엄마는 말이지..... ㅠㅠㅠㅠㅠㅠ 내년이 된다고 키가.... ㅠㅠㅠ)

그렇게 정말 감동적인 선물을 하고야 말았다. 날개 없는 천사 현승이는.



며칠 전, 그러니까 생일이 지나고 20여일이 지났다.
근처에 홈플러스가 새로 들어왔고, 거기 가서 무선 자동차 하나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난 천사.

"엄마, 그런데 엄마는 왜 내 돈을 맘대로 못 쓰게 해?"


"뭘 못 쓰게 해. 니가 필요한 건 엄마가 다 사주잖아."


"아니이, 내 돈을 가지고 엄마 선물 살 때는 사라고 하고 장난감은 못 사게 하고."


(완전 어이 없어) "얌마, 니가 사준다고 졸랐지 엄마가 사달라고 했어?"


"사실 엄마가 말로는 사지 말라고 하면서 속으로는 좋았잖아. 그래서 몇 번 안 된다고 하다가
못 이기는 척 하고 받았잖아."

으아....... 이거 참!
우아..... 얘는 날개 없는 천사야?
아니면, 천사를 가장한...... 음........ 뭐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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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이거 누나야."


며칠 얼굴이 어둡던 누나가 이 그림 보고 빵 터졌다.

'누나, 누나는 웃는 얼굴이 어울려.'
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림이 그렇게 말하는 듯 하다.
('웃는 얼굴'보다는 '웃기는 얼굴'이 더 잘 어울리는 걸까?)


어른이 되어가느라 자기도 모르겠는 자기 마음으로 복잡한 누나가
가끔은 전처럼 저런 표정 지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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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에게 콩나물 심부름을 시켰다.

보내놓고 일을 하다 문득 정신 차려보니 애가 들어올 시간이 훨씬 지났다.
집 바로 앞이 가겐데. 무슨 일인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튀어 나갔는데 헉헉대며 계단을 올라오는 아이와 마주쳤다.
영문인즉, 집 앞 작은 가게에 콩나물이 없어서 한참 멀리 있는 마트까지 갔다 온 것이다.
아줌마가 '얼마치 줄까?' 해서 가진 돈 2000원 만큼 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단다.
너무 많은 콩나물이 다 보이는 비닐에 들어 있어서 들고 오기가 창피했다며
부끄러운 웃음을 웃는다.
또 엄마가 걱정할 것 같아 막 뛰었다면서 벌개진 볼을 하고 숨을 헐떡거렸다.


녀석, 참 착하다
.



'라마스떼' 라는 인도의 인사가 있다.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에게 경배합니다.' 라는 뜻이란다.
타인에 대한, 존재에 경외심의 표현일 터.
'당신 안에 있는 하나님의 성품을 내가 봅니다.' 라는 뜻으로 나는 이해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모르게 속에서부터 '라마스떼'를 외치는 때가 있다.
감동적이다. 예쁘다. 이런 표현과는 차원이 다른,
아이 안에 있는 놀라운 성품에 경이감을 느끼는 것이다.


콩나물 더미를 보면서 외쳤다.
현승아, 라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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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바, 여기가 거실이야.
이 쪽에 처음 왔지?
우리집이 이런 줄 몰랐지?
책 많지? 많아.
저~어 사람 있지? 여자.
우리 사진 찍으려고 하는 사람.
저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야.
니가 매일 매일 다리만 보던 그 사람,
설거지 하는 사람말야.
다리만 봤으니까 얼굴 봐바.
어떻게 생겼나.
저 사람 화내는 얼굴은 무서워.
자, 이제 안방으로 가 보자.

싱크대에 걸어두는 손 닦는 행주.
에 그려진 곰돌이를 데리고 다니며 집 구경을 다 시켜네요.
매일 현승이 엄마 다리만 바라보던 곰돌이는 신천지 경험 중입니다.
사람도 아닌 곰돌이, 것두 행주에 그려진 곰돌이의 눈높이를 맞춰 바라봐 주다니....
현승이 얘는 촴!


저 곰돌이 녀석, 매일 매일 설거지 하는 내 다리를 바라보고 있었다니...  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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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 설렁탕은 현승이가 애정하는 식당입니다. 명일동에서 수영할 때 수영 마치고 서훈이랑 같이 가서 처음 먹은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신선 설렁탕은 빡센 수영 후 성취감에 취한 맛이고, 우정에 취한 맛입니다. 가끔 현승이는 뜬금없이 신선 설렁텅에 가자고 합니다. 누나의 레슨, 엄마의 일이 함께 있었던 이번 주 어느 날 신선 설렁탕 그것도 '길동점'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래저래 신선 설렁탕에는 얽힌 이야기가 많네요.




(벌써) 재작년 여름 휴가 때 부산의 어느 카페였지요. 아빠가 교회를 사임할 거라는 폭탄선언을 했지요. 어딘지 모르겠지만 다른 곳으로 이사 가게 될 것이고 전학도 해야 한다. 물론 교회도 옮긴다. 두 녀석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다다다 말로 먼저 반응이 나오는 채윤이, 말을 잃은 현승이. 말 대신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걸 참기 위해 천장을 바라보던 현승이가 그랬지요. '나 전학 가려면 학교 이제 안다닐거야. 교회도 이제 안다녀.' 그럼 뭘 할 거냐는 말에 '신선설렁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겠다'고 선언을 했었드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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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며칠 전 오랜만에 길동점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보통 현승이는 '어린이용'을 시켜서 먹습니다. 양이 적은 현승이에게는 것두 좀 많다 여겨지지요. 헌데 주문을 하려는데 어린이 설렁탕은 싫다고 그냥 보통 설렁탕을 먹겠다고 조용히 고집을 부립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주문받으시는 분이 서 계시니 편히 말을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머뭇머뭇 손가락으로 가리킨 메뉴판. '어린이설농탕-10세 미만의 어린이용' 입니다. 아, 맞다! 현승이가 며칠 전 11세가 되었어요! 깨알같이 지킬 건 지키는 현승이가 규칙을 어기며 '어린이설농탕'을 먹을 수는 없었던 것이네요.



그렇군요. 현승이가 열한 살이네요. 벌써 열한 살이에
요. 조금만 더 크면 신선설농탕에서 알바 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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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교 갔다와서는 다짜고짜 날이 추워서 수영을 안가겠다질 않나,
간식 먹으라니 안먹겠다고 짜증내질 않나....
일단 힘으로 제압하고 나서
"현승아, 엄마한테 뭐 화가 나는 게 있어? 엄마한테 화 난 사람같애."하니까,
(그냥 물어본 건데 정말 화가 나 있었던 모양)
"내가 스마트폰 지금 갖고 싶다는 건 아닌데... 그거 있는 애들이 자꾸 부럽고, 엄마는 스마트폰 얘기만 하면 그냥 안사준다고 하면 될 것을 자꾸 얄밉게 말하고..... 얄밉게 말하잖아. 저번에도 얄밉게 말했어
"
(이제 얄밉게 말해서 애를 노엽게 하지 말고 단호하게 '안돼'라고만 말하기로 함)



#2

엄마, 오늘 우리 반에 전학을 왔어. 남자애야.
그런데 어떤 애가 전학을 오면 걔가 좀 얄밉게 느껴져.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다 걔한테 신경을 쓰니까...
아니, 그렇다고 평소에 선생님하고 친구들이 나만 보고 나한테만 신경을 쓴 것도 아닌데...
그런데도 조금 재수없게 느껴져.
아니라니까. 평소에 나를 봐주지는 않는다니까. 그런데도 말야....
아, 그게 부러운거야? 재수없는 게 아니고 부러운거구나.



#3

칭찬도 비판처럼 하는 사고형 남편에게 원고 하나를 심사받고 있었다. 한 마디 한 마디 들을수록 점점 기분이 안좋아졌다. '좋은 점은 없어?' 했더니 '아니 좋다는 얘기야~' 이러는데 어쨌든 감정은 자꾸 악화되는 상황. 현승이가 무심하게 한 마디 거들었다. '아빠, 이럴 때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거야. 빨리 선의의 거짓말을 해.'란다. 아빠가 아들 반만 닮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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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엄마가 원고를 써야해서 또 예민해졌어요.
엄마가 빨리 글을 다 쓰고 자게 해주세요.


라고 내 목을 끌어안고 기도를 해줬다. 현승이가.


막혔던 글이 조금 길을 내려는 찰나에는 꼭
"엄마, 그런데~에........"
하면서 말을 시키거나 뭘 해달라고 하는 통에 예민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화를 낼 수는 없어서 심호흡 한 번 하고는 차분해도 너무 차분한 목소리로
"왜애?"
하니까 이 녀석이 또 그랬다.
"엄마, 그러지 말고 화를 내. 나한테 말시키지 말라고 막 짜증을 내란말야.
그렇게 참으면 더 힘들어."


사실 이렇게 한 발 앞서 가면서 엄마 감정을 읽어버리는 게 제일 힘들어 임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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