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에 자주 들었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있다. '아버지 안 계신데 생활은 어떻께 하니?' 주로 학기 초 새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들었던 것 같다. 정말 곤란한 질문이었다. '아버지가 안 계신데다 엄마는 늙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면 질문하신 선생님 '궁금해서 돌아가셔 봐~야 정신 차리'는 사태가 벌어질까봐 꾹 참았다. 설명하기 난감하지만 그럭저럭 우리는 잘 살고 있었으니까. 그 질문을 안 받아도 되는 지금의 삶이 급 감사해진다. 


그때만큼 당혹스럽진 않지만 최근에도 그 비슷한 느낌을 유발하는 질문을 받는다. '어쩌
가 이런 강의를 하시게 됐어요?' 여기서 '이런'이라 함은 연애를 말한다. 어쩌다 연애 강의를 하게 되었을까? 매우 난감한 질문이다. 대학이나 대학원에 '연애학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연애를 잘 하게 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 연애를 마치고 결혼에 골인한 파릇한 나이도 아닌데 어쩌다가 연애 강사를 하게되었단 말인가.


가장 쉬운
대답은 '가만히 있는데 사람들이 불러요. 하다보니 늘더라구요.' 일까? 발단은 남편과 함께 <복음과 상황>에 쓴 결혼 이야기이다. 그 글을 계기로 연애나 결혼에 대한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서 '브리짓 자매의 미혼일기' '유브 갓 메일_목적이 이끄는 연애'를 연재하게 되었다. 연재는 다시 강의를 불러왔다. 그러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다. 물론 남편이 신학을 하고 목회를 할 때는 물론이고 그 전부터도 청년인 제자들, 후배들과 늘 허물없이 대화하고 있었던 것이 큰 자산이 되었다.


사람에 관한 모든 일에서 진정한 의미의 전문가는 없다고 생각한다. 몸을 다루는 의사도 자신의 전공분야 안에서 전문가이지만 몸이란 게 유기적인 것 아닌가. 모든 걸 진단할 수 없고 처방내릴 수 없다는 의미에서는 분명 한계를 지닌 전문가이다. 정신분석을 하는 정신과 의사 역시 사람의 마음에 관해서 충분히 알지는 못한다. 정신분석에서 말하지 않는가. 무의식이 95%라고. 하물며 연애나 부부문제, 자녀양육 등
에 관해서랴. 조금 더 생각하고 공부하여 어떤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언정 모든 사람에게 정답을 줄 수 있는 전문가는 없다.


이런 지점에 다다를 때 '연애 강사'라는 타이틀이 불편해진다. 심지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이런 일을 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받으면 질문하는 사람의 호의와 상관없이 난감하고 숨고 싶은 심정이다. 이번 여름 유난히 이 질문을 많이 받았다. 질문을 한 입으로 의외의 답을 듣게도 되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말이 나온 김에 주절주절 정리 한 번 해보자. 그닥 재미는  없겠지만 연애강사로서의 나의 '자산'을 까발려보는 것은 영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번에 코스타에서 얻은 동생님의 말이다. '언니, 나는 대학 졸업하고 거의 바로 결혼을 했는데도 그 짧은 싱글 기간에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언닌 그 시절에 꽤 늦은 결혼을 하셨고 긴 싱글 기간을 지내시면서 별 생각을 다 해보셨겠어요. 그러니 이렇게 지금 청년들에게 해 줄 이야기가 있으시겠죠.'  이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 젊은 시절에 가장 부럽고, 부럽다 못해 얄미운 족이었다. 일찍, 것두 (내가 보기에) 거의 모든 걸 갖춘 남자와 결혼해서, 게다가 무려 행복하게 살고 있다. 신앙, 의식, 인품, 능력까지 갖춘 남자에게 일찌거니 찍혀서 결혼한, 이쁜데 착하기까지 한 자매 말이다.


이 말로부터
20대의 나와 연애강의를 하는 40대의 나를 통합시키는 눈이 하나 떠졌다. 20대 초반에 연애를 했고 남편을 만난 30 직전까지 도통 연애를 하지 못했다. 처음 연애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기나긴 싱글의 나날 동안 서점에 나와 있는 연애서적이란 서적은 죄 읽은 것 같다. 문제를 만나면 그 주제에 관련한 세상의 모든 책을 읽어버리겠노라 달려드는 건 예나 지금이나 지병이다. 결혼 뿐 아니라 육아에 관한 책들을 닥치는대로 읽었다. 그리고 결혼에 관한, 연애에 관한 생각과 그때 그때 올라오는 외로움, 흔한 낮은 자존감 같은 것들을 글로 썼다. 미래의 배우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썼는데 두꺼운 대학노트 한 권이 다 채워지고 남편을 만났다.


싱글의 외로움을 피하지 않고 실전의 연애가 오기까지 치열하게 공부하고 글을 썼으니 이제 와 연애 강의 외에 무엇을 강의할 수 있을까 싶다. 무엇보다 그 기간이 징글맞게 길기도 길었으니. 연애 강의를 하면서 '외로움과 맞장떠라'를 첫 주제로 다루는데 이 말만큼은 한 점 부끄럼 없이 할 수 있는 것 같다. 결혼을 하고보니 남편은 나보다 더 심한 공부 중독이라 좋은 부부관계 만들어 가기 위해서 다시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정도면 '어쩌다 연애 강의를 하시게 됐어요?' 가 아니라 '당신은 연애강의를 위해 태어난 사람' 축복송을 들어야 하나? 이런 사연을 배경으로 연애강의를 하고 있으나 전문가는 아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대학생이 될 딸내미가 본격 연애고민에 돌입하기 전 연애계를 은퇴하게 되길 바란다. 딸 같은 아이들과 연애상담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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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케가 <와우 결혼>에 대해 짧은 평을 써줬다.
카카오 스토리에선 인기 많은 파워 유저.
이 서평으로 책을 산 사람들의 인증샷 20 장을모아 오면 빕스에 데려가기로 했다.
시누이로서 별다른 압력을 행사하거나 때리거나 하진 않았다.
사진은 방학을 맞아 고모집에 놀러와서 정신 쏙 빼놓는 아기 돼지 삼형제와 현슝이 형아.

책으로 만나고, 책 때문에 헤어지고, 책을 읽다가 다시 만나고....
1장 만남 이야기부터 독자를 흥미롭게 하더니 2장에는 '부부의 성' 이야기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몰입하게 만든다. 3장 양육이야기를 보면서는 함께 공감하며 먼 옛이야기 같이 되어버린 아이들 어린 시절을 함께 추억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이 부부가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에서의 고통과 인내함과 기쁨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서로의 글 속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고부간에 사소한 일로 상처 받는 거 누구에게나 그런거구나. 공감하면서, 고부간의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며 또한 배울 점을 발견한다.

중간중간 끼어드는 글에 삽입 된 아이들 일화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앉은 자리에서 두 세시간 만에 뚝딱 읽고 말았다. 재미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 부부, 발 내 시누이 부부 이야기다. 연애시절 부터 결혼초까지 '사랑과 전쟁'의 삶을 방불케 했던 우리 부부에게 조언자, 멘토, 롤모델이 되어 준 시누이 부부의 이야기다. 저자는 말한다 하늘 사랑을 흉내내며 사는 오늘이 행복이라고. 행복한 결혼은 이 시대 가장 강력한 복음증거라고.

이 땅에 사는 모든 부부들이 행복해지는 그 날까지!

* 이런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1.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
2. 이제 막 신혼을 사는 새내기 부부
3. 안정기에 접어든 중년부부
4. 남편이나 아내가 개 미운 부부
5. 지금은 솔로지만 '미리보기'를 통해 현실적인 결혼생활을 맛보고 싶은 분
6. 순, 목장, 구역모임, 부부모임에서 교재로 활용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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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고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일정 정도 그럴 것 같습니다. 자신의 책이 팔려야 하는 이유, 자신의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이 읽혀져야 할 이유를 백만 가지 댈 수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특히 첫 책 <오우 연애>를 내고는 정신없이 그러했습니다. 오죽하면 책을 한 권 내는 것을 애를 낳는 것에 비유하는데요. 백만 가지 이유에 집중하다보면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하는 환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아, 물론 아주 잠깐이요. 아주 잠깐!)


그런데 책이 많이 팔리는데는 책이 아니라 출판사의 재력이라는 것을 아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드는 것, 눈에 띄는 자리에 떡 허니 누워있을 수 있는 것 역시 돈이라는 것을요. 그저께 영등포 교보에 갔는데 딱 한 권 남은 <와우 결혼>이 심지어 기독교 서적의 출판사별 모음에 있지 않고 일반서적의 '가정과 결혼'에 있더군요.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웠지만(왜냐면 검색을 했을 때
는 그 자리가 '여행, 취미'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차차 웃음이 샐샐 흘러나왔습니다. 출판사 또는 서점의 착오일지라도 일반서적 쪽에 혼자 삐대고 있는 <와우 결혼>이 볼수록 쌩뚱맞아 귀여웠거든요.


급 딴 얘긴데. 글을 쓰면서 가지는 원칙이 있습니다. 아래 포스팅한 글에 드러낸 원칙 외에 '종교적이지 않을 것' 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신앙적'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거부감이 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적'이기마 한 글은 나 자신도 읽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나름의 가장 깊은 신앙적 고뇌와 고백을 담되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내놓자는 것이 부부 사이의 불문율 같은 것이었습니다. 단지 글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그러하길 바라고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아래 붙인 글은 제게는 참 소중합니다. 종교를 가지지 않으신 털보 선생님께서 (아무리 애써도) 종교적일 수 밖에 없는 저희 책을 소개해주셨다는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고 자랑스러운지요! 이 분을 만나
대화를 하다보면 '종교인이 아니라 참 구도자로, 신앙인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참으로 아이러니 하죠. 여하튼 무한 자랑 겸, 이 신선한 책 소개를 나눕니다. '성찬 예배'는 부부의 '성을 찬미하는 예배'로 읽으셨다니! 이거 정말 제대로 읽으신 것이죠.  (털보님께서 페북에 알라딘을 링크하며 쓰셨던 글을 허락 없이 가져왔습니다.ㅎㅎㅎㅎ)

 

아는 부부가 책을 냈다.
나는 남편은 feel님이라 부르고 있고 아내되는 분은 실님이라 부르고 있다.
부르는 이름을 달리 둔다는 것은 상대가 특별한 존재일 때 종종 있는 일이다.
남편은 목사님이고,
아내는 뭔가 이것저것 하는 것이 하도 많아서 정체성이 헷갈리곤 하는 분인데
나는 합창단 지휘자이자 미모의 여성으로 기억을 하고 있다.
요즘은 합창단 지휘는 그만 둔지 오래된 것 같고..
미모의 여성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계신 둣하다.
나는 믿는 종교가 없어 대개 종교인들을 만나면
함께 있기만 해도 어디에 갇힌 듯한 구속의 느낌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분들은 함께 있어도 나를 자유롭게 해준다.
세상에, 믿는 사람들 가운데도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니.
책의 제목은 <와우 결혼>.
책을 받아서 다 읽지는 못하고 한부분만 읽어보았다.
부부의 성에 관한 부분.
성찬예배라는 말이 나왔다.
나는 그 말이 무엇을 뜻하지는지 잘 모른다.
그렇지만 책을 읽어본 느낌에 의하면 그건 성을 찬미하는 예배가 틀림없었다.
아니, 그런 예배가 다 있다는 말이야.
갑자기 예배를 매일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며,
장소 불문하고 사람들하고 예배드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마음을 접었다.
이게 아무래도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고
책을 잘못 읽었을 때 나타나는 나만의 부작용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혹시나 내 얘기 듣고 부작용을 기대하며 책을 사는 것은 말리지 않으련다.
만나서 얘기해도 내게 자유를 주는 이들 부부의 책과 한번 만나들 보시라.
구입처 헤맬까봐 책방까지 안내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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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보면 쓰고 있는 이 글에 대한 '주해'의 글을 하나 따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더하는 작업'이 아니라 '빼는 작업'임을 갈수록 배우게 되는데 그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이 왜 이럴 수 밖에 없냐면요. 제가 원칙을 가지고 썼기때문에 이런 부분을 다룰 수가 없었어요. 이런 의미로다가 다른 것들은 행간에 넣어두었지요' 이렇게 할 수 있는 말들이 백만 가지가 있지요.

<뉴스앤조이>에 김진형간사님이 서평을 올려주셨는데 그걸 읽자니 내 마음에 담아두었던 백만 가지의 '변명' 또는 각 장마다 끝마다 달고 싶었던 '토'를 힐끗 보신 건 아닌지 싶군요. 그런 감수성과 통찰력에 감동을 받았고, 더불어 위로까지 받게 된 서평입니다.

애써 의식하진 않지만 나만의 글쓰기 원칙 같은 것이 있습니다. 어려운 말 쓰기 않기, 인용은 최대한 줄이기, 꼭 인용할 일이 있으면 내 말로 바꾸기, 가르치거나 설교하는 태도가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기 등입니다. 그렇게 쓰다보면 글이 쉬워지는 반면 무게가 없다고 느껴지는데 이것은 제 글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열등감이기도 합니다. 글이 수다스러울 뿐 문학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있구요. 그런 면에서 언어의 미적감각이 돋보이는 김간사님의 서평이 더욱 감사합니다. 아래 링크 따라가면 볼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크로스로 진은지 편집장님이 찍어주신 것입니다.)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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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zine>에 '유브 갓 메일'이라는 꼭지로 연애 이야기를 썼었지요. 연애도 인생사인데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한 가지 답이 있겠냐며 스토리를 가지고 쓰기로 했습니다. 고심 끝에 주인공의 이름은 '은혜'로 정해졌습니다. 여러 의미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연애든 결혼이든 결국은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의미를 담았었습니다. 은혜가 사랑에 눈을 뜨고, 짝사랑을 하고, 거절 당하고, 소개팅을 하며, 비신자와의 결혼을 고민하는 과정, 남자의 능력을 보느냐 신앙을 보느냐 고민하며 한 사람을 향한 확신을 견고히 해나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기고하는 동안 수많은 '은혜들'로부터 메일을 받았고, 그 메일은 다시 다음 달의 글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오우연애 :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연애를 주옵시고>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 책의 저자였던 덕에 Kosta USA에 강사로 초청받았고 곡절 끝에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말하자면 <오우연애>의 은혜 덕분에 멀리 시카고까지 날아가 일주일 내내 진한 시간을 보내게 된 것입니다.


 

 

블로그에서 많이 징징댔다시피 두려운 발걸음이었습니다. 여러 의미로요. 일정을 제대로 시작하는 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캠퍼스 여기 저기를 돌면서 강한 햇살에 비친 제 그림자와 여러 번 눈을 맞추었습니다. 여전히 나는 나를 믿지 못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강의 한 번으로, 상담 한 번으로 사람이 변하는 것도 아닌데.... 그 많은 비용을 치루고 여기 서 있는 것은 과연 의미있는 것일까?

 

 

그림자를 바라보며 떠올랐던 잡념들은 첫 번째 강의를 시작한 이후 바로 사라졌습니다. 떠날 때 결심했던 것처럼 눈을 맞추고 말하고 듣기로 하고 시작한 강의, 꽤 드물게 느끼게 되는 몰입의 순간이었습니다. 언젠가 내가 날개를 달고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거침없이 뜨거운 마음으로 말했고 듣는 이들의 눈동자가 잘 보였습니다. 강의 마치자 '질문'이라 불리는 짧은 순간에도 깊은 두려움을 눈물과 함께 내비치는 또 다른 은혜들이 줄을 섰습니다. 그리고는 그 이후는 강의와 상담을 위해서 쉼 없이 캠퍼스를 오가게 되었습니다.

 

 

개별로 상담하고, 그룹으로 상담했습니다. 상담실 강사 프로필 소개에 상담분야를 딱 '이성교제'만 적었습니다. 보통 상담봉사 하시는 분들이 '이성교제, 진로, 소명, 관계..'등 상담 가능한 여러 분양를 소개하고 계셨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싱글들이 자신의 '이성교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그들의 진로, 관계문제, 어린시절, 열등감, 욕망과 두려움... 이 모든 것이 줄줄 딸려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만나는 청년들마다 '이성교제'로 시작한 이야기가 가장 깊은 곳의 상처나 아픔에 가 닿았고 상처를 치유할 능력이 없는 저는 그저 같이 울고, 같이 기도했습니다.

 

 

폐회예배 직전까지 상담을 했는데 마지막으로 상담하러 온 친구의 이름은 '은혜'였습니다. 이 친구는 그 누구보다 진하고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마치고 폐회예배에 들어가서도 좀처럼 이 '은혜'의 이야기가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자꾸만 눈물도 났습니다. 여차저차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이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 이번에도 또 '은혜'가 왔습니다. 미시건에 가 있는 송은혜입니다. 한영교회에서 전지성 강도사님과 스파이 연애를 하고 결혼한 송은혜. 일각에선 <오우연애>의 주인공이 송은혜냐 묻기도 하지만 송은혜와의 만남은 탈고 후였습니다.

얘기 한 두 마디만 하다보면 어느 새 눈가가 촉촉히 젖어서 '은혜가 울지 않고 나눔을 하는 날은 없다'라는 신화를 남기기도 했던 송은혜. 그 은혜와 이틀 시카고 여행을 했습니다. 귀여운 딸 은슬이의 재롱과 개그코드가 맞는 전 강도사님과 내내 꿈같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의 마지막은 선셋보트. 두 시간 동안 그 장관의 경이로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경이로움 앞에 지난 일주일, 아니 지난 몇 개월의 마음의 여정이 주욱 펼쳐졌습니다. 그렇게 선상에서 붉은 노을을 바라보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어쩌면 내가 여기 서 있는가. 이 황홀한 곳에. 

 

 

이것은 창조주의 유머란 말입니까? 황홀하여 가슴 뭉클한 그 순간 하늘 저쪽에선 무지개가 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분께서 오늘 저를 감동의 도가니탕으로 만들어 국물 째 마셔버리 작정이신 모양. 못 미더우셨는지 마지막 무지개로 화룡점정까지!


은혜로 시작한 여정이 은혜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비롭기만 합니다.
브레넌 매닝님께서 하늘로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은혜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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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결혼 : 와서 보라 우리의 결혼을>이 나왔습니다.

어쩌다보니 감탄사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오우 연애>의 자매 책 <와우 결혼> 입니다. 결혼을 준비하시는 분들, 부부끼리 또는 부부모임에서 함께 읽고 나누시면 좋을 듯해요. 서점에서는 다음 주에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놓고 홍보할께요)

서문 일부와 목차 공개합니다.
감사의 글에 등장하신 분들을 눈여겨 봐주세요. (어마어마 합니다.ㅎㅎ)

"중매쟁이 세 분께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의 1장에서 보듯 손봉호교수님, 이현주목사님, 존스토트목사님 께서는 당신들께서 부지불식간에 무슨 일을 하셨는지 조차 모르실 것입니다. 이제 와 양복 한 벌 해드릴 수는 없고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세 분의 스승님을 책으로 소개해주셨고 젊은 날 ‘공부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가르쳐주신 또 다른 중매쟁이 지강유철전도사님께 특별한 감사드립니다."

-서문 일부
   

그리고 목차는 이렇습니다.

[1부 : 결혼, 공부하다]

1. 책을 사이에 두고, 책을 함께 보며
2. 공부하던 성에서 즐기는 성으로
3. 양육 이야기
4. JP&SS 부부공부 리포트

[2부 : 결혼, 살다]

5. 하나가 되는 수고로움
6. 냉정과 열정사이 싸움의 법칙
7. 며느리 고생은 남편도 몰라
8. 돈 걱정 없는 가정

[3부 결혼, 세워가다]

9. 일하는 엄마의 기쁨과 슬픔
10. 반쪽의 소명을 찾아서
11. 가장의 리더십, 부부의 파트너십
12.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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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면 세상에 나올 책 <와우 결혼> 첫 인사드립니다.
본문의 글에 공감 터지는 삽화로 먼저 인사드립니다.
지어져가는 중인 '우리의 결혼'. 네, 여전히 지어져가는 중입니다.
가장 맘에 드는 삽화입니다.

 

 

두둥,
목차를 확인하세요.

보자마자 빵 터진 이 그림.
'며느리 고생은 남편도 몰라'라는 챕터에 들어가는 그림인데 구구절절한 내용을 그림 한 장에 딱 담아냈습니다. "여보, 여보" 목놓아 부르는 며느리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이 그림에는 '한 방에 정리하는 센스작렬상(賞)'을 수여하는 바입니다.

 
제목은 '책을 사이에 두고 책을 함께 보면서' 입니다.
그나저나 사뿐히 즈려밟고 올라온 책들이 누구는 가지런한데 말이죠.
1장에 들어가지만 4장까지 아우르는 이 그림은 '깨알 센스상(賞)'을 수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하나됨'을 이루는 것은,
믹서기에 들어가 부서지고 갈리는 일이지요.
당근과 사과, 뛰어내리기 직전의 저 표정들은 어쩔.

<와우 결혼> 커밍쑤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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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님 젊은 시절에,
(그땐 늙었다고 느꼈으나 지금 돌이켜보니 젊었다.)
'눈이 높아서 시집을 못 간다.'는 말에 뚜껑이 열렸다 닫혔다 했어.
그러나 어쨌든지 시집을 못 간 것은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이라 뚜껑이 열렸어도 혼자 김이나 빼고 말았느니라.


20여 년 전의 일이니 한결 너그러운 마음으로 차분히 돌아본다.
'눈이 높아 시집을 못 간다.... 눈이 높아 시집을 못 간다?'
아, 여전히 뚜껑이 열려. 
아니, 그럼!!!
일생에 한 번 선택하고 웬만하면 무를 수도 없는 결혼을 하는데 눈이 낮아서 되겠어?


선택권도 없이 던져진 우리 집, 엄마 아빠의 딸로 태어나 지긋지긋한 시절을 보냈는데
내 손으로 가정을 일굴 유일한 기회가 눈 앞에 있는데,
그 가정을 함께 일궈갈 사람을 정하는 일에 어찌 시작도 하기 전 저자세가 되어야 하지?
신데렐라 콤플렉스라고 조롱을 당하든,
환상을 '내려놓으라'고 종용을 당하든 굳건하여 흔들리지 말거라.


'내려놓았더니 지금의 신랑을 만났다.'는 선배들의 조언은 다 기억의 오류니라.
이런 저런 조건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이 아니라,
지 짝을 만나고 보니 이런저런 조건이 자연스레 보이지 않아서 결혼한 거야.
배부르고 등 따신 지금에 와 돌이켜보며,
'어라, 내가 꼽던 그 조건들 다 어디 갔지?' 이렇게 된 것이니라.


돈과 외모에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애매히 고난 당하는 자가 된 너희들,
3:7 성비의 '3'에 해당하는 어여쁜 너희들아.
너희보다 더 무뚝뚝하고, 더 욕심이 많고, 더 심한 환상을 가진 너희 친구들도 결혼해 사는데
너희가 뭘 더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이냐.


몇 년을 만나서 나눔을 하고 함께 기도를 하던 '교회 형제님'께도 도통 나오지 않는 '오빠' 소리를 어떻게 처음 만난 남자에게 할 수 있다는 말이냐.
그딴 것은 안 되는 사람에게는 '울어도 못하고, 힘써도 못하는 것'이니니라. 
내게 있지도 않은, 세상이 만든 여성성 따위와
그것이 없다고 자책하는 순진 무궁함은 개나 줘 버려.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있어서 백마 탄 왕자를 기다려도 좋고,
그 왕자를 통해서 계급상승을 꿈꿔도 좋다.
눈이 높아도 좋고, 키 180 이하의 남자는 남자로 안 보여도 좋아. 다만,
다만 이것이 없으면 안 돼.
정말 네가 그것을 원하는 지 너 스스로 깨달아 알아야 한다.


'나는 무엇을 원하나?'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나'인 '너' 자신이 해야한다.
결혼, 직업, 관계, 오늘 하루의 삶..... 결국 너의 인생에서 '너는 무엇을 원하니?'
그 답을 찾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딪히고, 거절 당하고, 거절 하고, 실패하고 아파봐야 해.
그 고통을 선택할 수 있으면 되는 거야.


하늘을 향해 공격적으로 치솟은 저 빌딩들 같아.
너희 속에 뚫고 들어와 위협하며 불안을 조장하는 세속의 가치들이 말이야.
너희를 위한답시고 하는 위로와 충고와 멘토링에 교묘히 녹아 들어 있지.
'웃기지 마. 내가 원하는 것은 이거야.' 라고 말하면서 너만의 컬러플한 색을 보여 줘.
그리고 저 빌딩들 사이의 몰아치는 바람을 타고 너울너울 춤 춰.


저 우산 하나 하나가 너희들 같애.
저 우산 아래서 나눴던 얘기들을 품고 하루 종일 기도했어.
알록달록 매달린 저 우산처럼 너희 참 이뻐. 정말 이뻐.
쫄지마! 골드 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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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보라 우리의 결혼을!>



수년 전 <복음과 상황>에 연재했던 <JP&SS의 사랑과 책 이야기>가 책으로 나옵니다.
원고를 다듬고, 다시 쓰느라 간만에 그 시절처럼 '의견 조율하다 싸우기'도 해보고.
신혼의 추억은 방울방울 입니다.

오늘 서문까지 모든 것을 다 넘기고 완전 홀가분!이었음 좋겠는데 
살짝 찜찜한 마음 어쩔 수 없습니다.

책에 들어갈 소개 글을 공개합니다.
(입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 없떠요.)

 

 

 정신실이 김종필을 :

  

JP라 불리는 저의 남편 김종필을 소개합니다. ‘Joy Peace’의 JP입니다. ‘나는 숲에 새와 같이 기쁘다’라는 찬송이 내 것이라며 살아온 제게 진짜 기쁨을 가르쳐 준 사람입니다. 저는 자칭 타칭 기쁨의 사람이었지만 재미, 행복, 긍정, 밝음만이 기쁨의 조건인 줄 알았었습니다. 고통, 슬픔, 어두움을 껴안는 기쁨이 참된 기쁨임을 그와의 동반여정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그의 성품이 가져다 준 선물입니다. 그는 JP, Joy Peace라 불리기에 합당한 사람입니다.

  

  

김종필이 정신실을 : 


ss라 불리는 아내 정신실을 소개합니다. ‘small s라인’의 ss입니다. 인생을 준비모드로만 살던 네모반듯한 제게 지금 여기의 일상을 누리는 비결을 가르쳐 준 사람입니다. 라인이 살아있는 그녀의 삶에 중독된 덕분입니다. 큰 비전과 선지자적인 비장감을 잃지 않고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삶만이 의미 있는 삶인 줄 알았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울고 웃으며 공감할 수 있어야 비로소 큰 비전도 의미 있음을 그녀와의 동반여정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작은 일에 신실한(sincerity) 그녀의 성품이 가져다 준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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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강의에 쓰는 PPT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숙원사업이었죠.)

완전 맘에 듭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
시간도 없고 늘 피곤하지만 기꺼이 도와준 남편으로 인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편집상태의 화면을 캡쳐했더니 글씨 밑에 빨간 줄 NG^^)

하트2

 

'그림 어느 쪽에? 색깔은? 이거? 됐어?
분명 남편은 묻기만 했고,
내 대답에 따라 편집을 했는데 전혀 새로운 PPT가 탄생했습니다.

축하2



신혼 초에 남편에게
'당신 소크라테스야? 왜 자꾸 산파법을 써? 내가 제자야? 질문으로 날 깨우치려 드는거야?
항의했던 적이 있었는데 말이죠.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으면서 일이 되게 하는 신비한 능력을 가졌단 말이죠.

굿잡



오늘 우리 교회 '싱글 데이트 학교'에서 이거 가지고 강의 했습니다.
소크라테스 종필님 덕분에 깔끔하게 했싐다.
이래저래 기분 좋아서 마플 스티커 붙이면서 유치찬란한 포스팅 해봄돠.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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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가 넘었으니 오늘이 오늘.
오늘은 이 곳 백주년기념교회로 온 지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대림절 첫째 주일 1부 예배에 신임교역자로 인사를 하며 시작되었지요. 믿어지지 않는 1년이 흘렀습니다. 매 주일 예배가 이렇게 좋아도 되는걸까? 너무 좋아서 불안하기까지 했지요. 1년이 꼭 채워지는 어제 밤에는 특별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이 곳 백주년 기념교회 30대 구역장(리더)들과 '오우 연애'로 만나게 된 것이지요. 구역장 송년모임에 초대를 받아 갔는데 2,30분 짧게 강의 아닌 강의를 하기로 하고 시작했는데 3시간에 가까운 만남이 되었습니다.


올해는 책을 내고 다른 해보다 더 많은 청년들을 만났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에서 만나는 만남이 없었지요. 과거의 만남이 지속되어 왔고, 여러 교회이 청년들과 일회성 만남이 있었을 뿐 입니다. 1년을 채우는 마지막 날에 지금 여기의 청년들과 만나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게 되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저자로, 강사로 살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저자로만, 강사로만 입니다. 꾸밀 수 없는 내 삶의 정황이 드러나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마음을 나누고 싶은 것입니다. 연애 얘기든, 에니어그램 얘기든 한 번의 만남으로 띡 준비된 것을 전하고 강사료를 챙겨오는 그런 만남으로만 살고 싶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정서적, 일상적 스킨십이 있는 만남 없이 글쓰기와 강의로 나를 소비하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 같은 것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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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감사절 행사 때 30대 청년들이 찬양하는 모습을 교회 홈페이지에서 캡쳐하여 업어왔습니다. 낯익은 얼굴이 되었고, 그들의 생기가 몸으로 전해오니 새삼스레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희한한 일이지요. 이런 일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니.... 삶, 살아있음은 결국 사람과의 부대낌, 영적인 스킨십에서 확인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여기의 사람들과 조금씩 깊이 부대껴가며 새로운 사랑을 배워나가야 하겠지요. '오우 연애'는 늘 현재형이어야지 싶습니다. '오우 연애'는 늘 지금 여기의 청년들을 마음으로 품어내는 만남이고 사랑이어야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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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카페를 가득 메운 청년들의 눈은 초롱초롱,
사회자의 위트 넘치는 리액션에 모두들 빵빵 터지고,
4커플 4색의 초대손님들은 각각의 역할을 다하셨고,
마지막에 남편 등장하셔서 함께 노래도 해주시고,


걱정하고 기도한 이상으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한 가지 치명적인 NG는 저자의 헤어스타일이었습니다.
드라이 하고난 미용실 원장님께서 '옆으로 따서 내리면 더 어려보이는데.... 한 번 따볼까요?
하시기에 어.려.보.이.는.데.에 눈이 뒤집혀서 '네네' 했더니 말이죠.
바로 한복 입고 피로연 인사드려야 할 기세였어요. 유유유유유유유...


그 순간을 충분히 누렸음에 감사합니다.




# 1  미리 알려주는 북톡의 결론 '선배 집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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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새집 냄새가 가시지 않은 선배의 신혼집, 아니면 사람 초대해놓고 찡찡거리는 아기때문에 쩔쩔 매는 초보 엄마빠가 사는 집이라 해도 좋습니다.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 배우기에 최고의 교육장은 '결혼한 선배의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자주 들락날락 하긴 뭐해도) 정말 힘든 날에 연락하면 언제든 '집으로 와라' 하는 선배라면요. 선배들의 삶을 가까이서 보고 때로 격려받을 수 있다면 연애 관련 책 수십 권과 결혼학교니 데이트학교 수강효과 이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우 연애> 북토크는 그런 마음으로 준비합니다. 신혼집에 앉아 조곤조곤 듣는 선배들의 연애와 결혼이야기 입니다.



생각보다 초대손님으로 모실 수 있는 커플 섭외가 쉽지 않더군요. 아니, 섭외가 아니라 '선정'이요. (대한민국 5%의 부부를 찾아내는 일이니까요) 그 커플들의 이야기 들으면서 가끔 소름 돋고 그랬습니다. 감동이 밀려와서 말이죠. 북톡에 온 한 사람이라도 이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을 포개며 '소망'을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 2 두 개의 개콘 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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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가장 웃긴 아줌마,

지상에서 가장 웃긴 아나운서 의기투합!
<오우 연애> 북톡의 마우스입니다.
재밌어도 너~무 재밌을까봐 걱정(도 팔자)
입니다.



# 3 엄마와 기도와 북톡



'엄마, 기도해줘' 이 한 마디는 늙고 병약한 엄마에게 '존재의 이유'를 확인시키는 말입니다.
'기도해줘' 이 한 마디에 엄마의 눈에 힘이 들어가고 표정은 비장해집니다.
'이렇게 연약한데 아직 안불러가시는 이유는 아직 기도할 게 있어서'라 믿고 계시니까요.


"엄마, 주일 저녁에 나 중요한 일 있어. 기도해줘."
"그려? 강의허남?"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요. 북토크라고.... 음, 내가 책을 썼잖아. 그니까 사람들이 모이면 책 얘기를 하고 책을 알리는 거....&₩@#%^$¥&..."
"이~ 그릉게 책을 파는거여?"
"아니, 그게 아니라..."
(어떡하지? 북토크를 뭐라고 설명하지? 엄마한테)
"아, 그냥 엄마. 청년들이 많이 오는데 다들 와서 은혜받고 시집 장가 잘들 가라고 기도해줘"
"그려! 알었어. 기도 허야지. 기도 밲이는 옶어."(비장하게 콧구멍 벌렁벌렁)

 

 

 

<오우~연애> 북토크 합니다.


크리스쳔의 연애에 관한 글을 쓰면서
굳이 '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형식을 취한 이유가 있습니다.
연애를 비롯한 디테일한 인생문제에 정답이 있을까 해서지요.
주어진 자기만의 길에서 열심히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것이
답이라면 답일겁니다.
싱글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커플들의 이야기가 있는 특별한 북토크에 초대합니다.


오세요.
오시고, 소문도 내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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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채너티 투데이 한국판(CT Korea) 10월호에서 커버스토리로
'짝 찾아 주는 교회가 늘고 있다. 어떻게? 왜?!'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앞서 젊은 그리스도인을 만나 그들이 바라는 연애와 결혼을 가까이서 들었다. 그 시절을 거쳐 온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삶의 궤적이었다. 다행한 일은 교회가 이들의 청춘사업이 애먼 항로로 접어들어 난파하지 않도록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점이다. 청춘의 시행착오를 홀로 암중모색하면서 해결하도록 놓아두지 않고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 새로운 흐름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난파하는 연애를 구원할 수 있을까. 이 새로운 흐름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난파하는 연애를 구원할 수 있을까. 세 명을 찾아 다섯 질문을 내밀었다.  우문에 현답을 주셨다. 핵심을 추려 지면에 소개한다.
(CTK 10월호 기사 중 일부)


 
위에서 말한 세 명의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인터뷰를 했고 저런 헤벌쭉 사진과 함께 기사화 되었습니다. ('전문가 아니므니다' 라며 펄쩍 뛰면서 책임회피하기는 그만하기로 했음. 전문가도 아니지만 전문가 아닌 것도 아닌 것으로 하기로..... 픕)
여름 동안에 라디오, 티브이, CTK 인터뷰를 연달아 했는데 마지막의 CTK 인터뷰가 제일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여운이 많이 남았는데.... '대답을 잘 못했다. 에이, 바보같이 왜 그렇게 말했을까?' 이런 느낌이 아니라 많은 질문을 마음에 품고 인터뷰를 마쳤다는 것입니다. 그 질문들이 마음에 살아 기도하며, 일상을 살며 퍼뜩퍼뜩 떠오르고 그에 더욱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얘깁니다. 인터뷰 후에 내용이 정리되어 보내져왔는데 제목을 '내가 무엇을 못 견디는지 알아야 한다' 라고 뽑으더군요. 이렇게 뽑힌 제목 또한 내게 무엇인가를 던져주었습니다. 3인을 인터뷰하신 편집장께서 비교견적(뭐래? 견적이 뭐야, 견적이? 풉) 하셔서 아무래도 개성을 찾아 뽑은 문장이라고 생각하니 말이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문장이 들어있는 질문과 답을 옮겨놓아 봅니다.


Q : 그래서 미혼 그리스도인이 배우자를 찾는 기준이나 항목들이 비그리스도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상대의 '신앙'을 그래도 먼저 몬다는데, 대체 그 신앙의 정체는 무엇이 돼야 할까. 젊은 그리스도인이 그들의 결혼을 혁신하기 위해 필요한 시각은 무엇일까.ㅋ

A :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든, 소개팅을 했든 보통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에 질문이 머무른다. 신앙을 보든, 성품, 가정의 배경을 보든 내가 무엇을 못 견디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자매가 정말 가난하게 사는 것을 견딜 수 없다면 스펙이나 경제력 따져서 결혼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나님이 중요하고 그런 것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명품 가방 꼭 매고 다녀야하는 친구들은 자기를 잘 모르는 것이다. (모르거나 속이는 것이다. 형제들도 마찬가지.) 자기를 알고 자기가 견딜 수 있는 사람ㅇ르 만나야 한다. 하지만 결혼한 이후에는 자기가 견디겠다고 한 것들은 감수해야 한다. 자기가 경제력을 선택했는데 부부가 함께 교회 다니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고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남편을 교회 등한시 한다며 닦달하면 곤란하다. 그래서 결국 결혼은 선택의 문제다.



좋은 결혼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은 것 같지만, 최고의 준비는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서 '이 사람이 정말 하나님이 허락하신 내 짝인가?'를 고민하게 된다면 '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관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보다는 내가 '저 사람의 어떤 부분을 최악의 경우에 감당할 수 있겠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생각입니다.(물론 아무리 머리 터져라 생각해도 결혼의 뚜껑을 열어보면 예상문제는 거의 빗나가는 법이지만) 연애와 결혼이 아니어도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평생 하고 또 해봐야 한다는 생각을 더 절실하게 합니다.


그리하여 '나는 누구인가?'하는 질문에 대해 새로운 마음으로 생각해봅니다. 마침, 2년을 연재해오던 <에니어그램과 함께한 내적여정>이 마지막 한 개의 글의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 역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일정 정도의 답을 주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내가 그렇게나 믿고 싶은 내가 아니라 '아홉 개의 틀로 보는 객관'(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겠냐만은)이라는 관점으로 나는 누구인가? 정도는 정리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 하는 것이었지요.


소설가 이인화님이 묻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오우 연애>의 정신실도 덩달아 묻습니다.

내가 무엇을 못 견디는 지 아는 자는 누구인가. (풉,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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