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치료 보강을 가야했던 토요일 아침.

오전 한 시간이라서 얼른 갔다 오려고 했더니 토요일이라 부모님 두 분 모두 약속을 잡으셨다.

막 나가려고 준비를 하는 상황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어,

나보다 아버님이 더 당황을 하셨다.

"애들 어떡하냐? 지 고모 있는 어린이 집에 갖다 맡기든지.."

하시는데 아버님 걱정하실까봐

"염려하지 마세요. 아버님. 수민네다 잠깐 맡겨도 되고요..."했다.


이 말을 들은 김채윤 흥분해서는 난리다.


준비하다 시간을 보니 수민네 들를 시간이 없어서 "안 되겠다. 시간이 없으니까 엄마 음악치료 하는데 따라가서 놀자" 했다.

바쁘게 준비하고 두 녀석 준비 시키고 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나오는 동안 김채윤 계속해서 "엄마! 제발 제발이예요. 수민네 우리를 맡기고 갔다 와요" 이러면서 징징징징....

여러 번 "채윤아! 엄마가 시간이 없어서 안 돼. 지금은 이미 늦었어" 차분히 설명을 해도 계속 징징징....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서 브레이크를 확 밟고 차를 세웠다.

"엄마가 안 되는 이유를 여러 번 설명했지? 엄마가 친절하게 말하면 정말 안 된다는 걸 못 믿겠어? 꼭 엄마가 이렇게 화를 내야 정말 안 되는 걸 알겠어?"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제서야 징징거리기를 그친 김채윤.


실은 치료를 마치고 수민네 놀러 갈 생각이었다. 수민네서 놀다가 성가대 모임에 가면 딱 되겠구나. 하는 계획을 갖고 있는 터였다.


"엄마가 원래 치료 마치고 수민네 놀러 갈려고 했는데 그것도 끝났어. 오늘 니가 엄마가 아무리 친절하게 말해도 안 듣고 결국 엄마가 화를 내야 말을 들었기 때문에 벌이야" 했더니...

김채윤 난리가 났다. "엄마! 죄송해요. 그러니까 이따가 꼭 수민에 가요. 내가 정말정말 잘못 했어요. 엄마가 친절하게 여러 번 말할 때 들었어야 했는데....내가 진짜 앞으로는 엄마가 친절하게 말할 때 들을께요"

"그래. 니가 잘못했으니까 오늘은 수민네 안 가. 니가 잘못해서 벌이야. 앞으로 또 엄마가 친절하게 말할 때 안 듣고 싶으면 오늘을 생각해. 오늘 수민네 못 가서 얼마나 안타까웠는 지를 생각해"했다.


치료를 마치고 오는 길에 김채윤 속 뒤집어지라고 수민네 옆을 지나게 되었다.

"엄마! 제발 수민네 가면 안 돼요?"하는 말에...

"엄마도 수민네 가고 싶어. 엄마도 화경이모랑 노는 거 좋은데 안 되는 건 안 돼. 오늘은 안 가기로 했으니까 엄마도 참고 집으로 갈 거야."하고 김채윤을 벌 주기 위해서 엄마도 같이 벌을 받았다.ㅜㅜ

2006/08/28

토요일 아침,


음악치료 보강이 있어서 마천초등학교에 가야 했었다.

채윤이가 여기 갈 때 한 두 번 따라 간 경험이 있는데다,

토요일에는 엄마랑 같이 있는 날이라 여기기 때문에 "엄마! 혹시 오늘 마천 초등하교 가는 거야?"

하는 채윤이의 말에...

"아니, 광장 초등학교!"했다.


나중에 아버님과 어쩌다가 마천초등학교로 가는 것이 뽀롱나고 말았다.

"엄마! 아까는 아니래매? 내가 물어 봤을 때 마천초등학교 가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순간 당황이 됐는데...

"채윤아! 미안해. 엄마가 거짓말 했어. 그러면 안 되는데...채윤이가 따라간다고 할까봐 거짓말 한 거야.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 했더니..

"괜찮아. 엄마. 나도 전에 거짓말 한 적이 있어. 괜찮아"했다.

옆에 있던 현승이.

"그래도 거짓말은 죄야!" 하고 한 마디 거든다.


거짓말을 본을 보이게 되어 너무 부끄럽기도 하지만,

잘못을 회피하는 것까지 가르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순간 용기를 냈다.


그래.

거짓말을 가르치긴 했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함께 가르쳤으니...

그나마 위안을 삼자.ㅜㅜ

2006/08/28

엄마들 기도모임에서.


모이면 예외없이 지난 한 주(이번엔 한 주가 아니었지) 어떻게 짐승같이 애들에게 포효했는지를 서로 고해성사 하는 시간이다.

서로들 '설마 저 엄마가 저런 얼굴로 애들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우리는 안다.

애들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짐승이 되는지...


늘 결심하지만 애들은 끊임없이 엄마 말을 듣지 않고,

참고 참지만 어느 새 우리는 아이들을 향해 소리 지르고, 협박하고, 빗자루를 거꾸로 들고 내 정신이 아닌 우리를 발견한다.


서로 어떤 상황인지 알기 때문에 그런 우리 모습을 돌아보며 자지러지게 웃기도 하지만....


회개할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아이들을 향한 분노가 과연 온전히 아이들 때문이었던가?

아이들이 힘이 없고 약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다른 데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지는 않았던가?

우리가 하나님 앞에 제대로 서지 못해서 마음에 기쁨이 없었던 것을,

단지 아이들 때문에 힘든 것이라 하면서 아이들을 윽박지르지는 않았는가?


함께 회개의 기도를 했다.

기도를 마치고 모두 크리넥스를 하나 씩 뽑아 들어야 했다.


이렇게 기도하고 돌아서서 다시 우리 감정으로 아이들을 혼내고 분노할지언정,

끊임없이 우리를 돌아보고 회개하고 새롭게 되기를 결심하는 일은 홀리 맘이 되는 중요한 축이라 생각이 되었다.

기도하지 않으면서 좋은 엄마 되겠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죄를 고백하고,

다시 새롭게 되고,

또 다시 죄를 고백하고,

새롭게 되고...


그러면서 우리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하나님을 닮은 엄마가 되어갈 것이다.

2006/08/28

엊그제 아침에 식사준비를 하고 있는데 자고 일어난 채윤이.

뜬금없이 '참치전'이 먹고 싶다고 만들어 낸란다.


이미 국이며 모든 다른 반찬도 다 만들어져서 거의 상을 차리기 직전인지라 '말도 안 되는'주문으로 치고 "다음에 해 줄께"했다.

헌데 이 녀석 포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참치전을 해 내란다. 아무리 다른 맛있는 반찬을 했다해도 소용이 없다. 그냥 참치전이 먹고 싶단다. 자다가 꿈을 꿨나? 눈을 뜨자마자 참치전 타령이람? 옆에 있던 아빠도 기가막혀 한다.


뜬금없이 참치전을 찾는 것이 황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침에 시간이 많은 날이라서 휘리릭 참치전을 해서 먹였다.


요즘 짜투리 시간에 읽고 있는 <내려놓음>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상의 작은 사건 하나하나 까지 기도로 응답을 받는 저자의 신앙생활을 보면서 '나는 왜 이러지 못할까? 나는 왜 이러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필요한 걸 구하기만 하는 하나님이라면 요술램프의 지니 요정과 뭣이 다른다? 내 기도가 단지 그렇게만 드려져서는 안 된다. 하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단지 내가 가지고 싶어서 구하는 기도는 웬지 자신이 없고 믿음의 수준이 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내 맘 구석에 있었다.

목원들이나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어떤 기도든 자신있게 할 수 있는데, 내 일이 잘 풀리게 해달라는 기도는 웬지 잘 드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매사 기도로, 기도의 응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작아지기도 하고, 아니면 너무 기복적인 신앙이라고 판단해 버리기도 하면서 좌충우돌 했던것 같다.


채윤이 참치전을 해주면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했다.

채윤이가 참치전을 해달라고 조르는 것이 나쁜 의도도 없고, 그저 단지 먹고 싶다는 것이다.

채윤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엄마로서 나는 먹어서 몸에 해가 되지 않는 이상 허허 웃으면서 그 뜬금없는 요구를 들어주기도 한다.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는 것이 아닌 이상,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에는 응답하실 준비를 항상 하고 계실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

문제는 그거다.

어떤 내용의 기도, 무엇을 구하는 기도인가 아닌가 보다 항상 더 우선이 되는 것은 불순한 의도가 없는 마음이다.


눈을 뜨자마자 참치전을 요구하며 굽히지 않는 채윤이 처럼,

그런 태도의 기도를 더 배워가야 하지 않을까....

200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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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컴터를 하면 모두 컴터 방으로!

침대에 누워 있으면 모두 침대로!

거실에서 책을 보면 모두 거실로!

주방에서 일을 하면 모두 식탁으로!


얘네들 놀이의 수칙 중 하나다.

엄마 따라다니면서 놀기.

그렇다고 놀이에 엄마를 참여시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엄마가 있는 장소에서 지들끼리 노는 것이다.


'제발 좀 절루 가서 놀아. 엄마두 혼자좀 있어보자'

하고 구박하는 날들이 많았는데...


오늘 오전에 거실에 앉아 책을 읽는데 어느 새 이 녀석들 엄마 옆에 와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엄마라구 그렇게 좋아해주고, 따라 다녀주고, 사랑좀 받아 볼려고 치대고...

그러는 아이들에게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윤이 한 살 두 살 때의 재롱이 벌써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운데,

그 시절 그리운 건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 행복을 모르는 어리석은 엄마다.

불과 몇 년 후면,

"저 오늘 목장모임 안 가면 안 돼요? 엄마빠 끼리 다녀 오세요"

"저는 오늘 친구들 만나기로 했어요"

하면서 자신의 길을 갈 것을 말이다.


지난 주에 남편이랑 저녁에 "얘들아! 엄마 아빠 올만에 데이트좀 하고 올께. 엄마가 마음이 우울하대. 그러니 엄마빠가 나가서 맛있는 커피 한 잔 마시고 올께. 할아버지 할머니하고 있어"

했다가 김채윤 "제발요....엄마빠 데이트 하는데 조용히 힘들게 안할께 우리 데려 가세요"

하는 통에 어찌나 애를 구박해댔든지.


일곱 살 채윤이,

네 살 현승이.

오늘의 모습에 감사할 것을 다시 생각해본다.


오늘,

이 순간.

이것은 참으로 소중한,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인데...

200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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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엄마 중 유일하게 풀타임 일을 하는 예찬이 주찬이 엄마, 김명회.

특기 : 흥분하지 않고 훈육하기, 즉 여느 엄마들 같으면 자기 분에 겨워 소리 먼저 지르고 볼 일에도 특유의 이성을 잃지 않는 장점을 살려 좋은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을 잘 한다. 아이를 말씀대로 양육하고 싶어서 '말씀 과외 선생'이라도 두고 싶다는 엄마.^^

 



양육이 좋고, 그저 그렇게 하고 싶어서 풀타임 일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 앉은 영빈이, 유진이 엄마

김인아.

특기 : 상담을 전공하기도 했고, 워낙 가진 성품이 그러하기도 하여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고 기질에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면 마음을 읽어주는데 탁월하다. 무엇보다 기도가 쎈 엄마.^^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집 안의 살림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살림꾼 엄마.
또 두 아이를 키우면서 퀼트에 리본공예 까지 많은 작품을 내고 있는 수민, 다인 엄마.
특기 : 타고난 유순함과 온유함으로 어떤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 만드는 게 장점. 이로 인해서 아이들까지 두루두루 사랑받게 만드는 엄마. 아이들 먹이고 입히는 것, 가장 필요한 일상의 일들을 가장 귀하게 섬기는 엄마.
 


주변에서 '은강이 엄마가 누구야? 애를 어떻게 기르는 지 정말 궁금해. 어떻게 기르면 애가 그렇게 잘 커' 하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는 은강, 은택이 엄마. 정다희.
특기 : 모임에서 나이는 제일 어린 엄마지만 누구보다 여유와 믿음을 가지고 두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 넘치는 에너지로 개구장이 두 아들을 키우면서도 좀처럼 지친 모습 보이지 않아서 옆에서 보기에 늘 대견스러운....^^
 
 
 
 

'낼 모레면 불혹인데...' 하면서 놀리는 젊은 엄마들의 놀림에도 꿋꿋한 푼수쟁이 채윤이 현승이 엄마.
정신실.ㅋㅋㅋ
 
 
 
이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생각하면서 사진도 보고 한 두 줄 글을 쓰다보니....
우리 모임이 참으로 귀하게 느껴지네.^^
명회, 인아, 화경이, 다희! 고마워!

2006/07/17

나 자신 먹을 것에 그렇게 집착하는 스탈도 아니면서,

애들 한 두 끼 굶는다고 애를 닳는 엄마도 아니면서,

밥 안 먹는다고 밥그릇 들고 따라 다니면서 밥을 먹이는 열의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그래도,

요즘 아침마다 두 아이의 밥 먹는 모습을 보면 '안 먹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다시마 데친 것, 콩조림, 새송이 버섯 구운 것, 연근조림, 브로콜리 데친 것, 거기다 백김치까지...


골.고.루. 잘 먹는 채윤이와 현승이.


현승이는 원래 그리 잘 먹는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유식을 시작할 즈음에 뭐든 입에 깔끄러우면 뱉고 먹지 않았으니까.

이유식 하는 거 보면 편식할지 안할지 안다고 하시면서 어머님이 현승이 이 녀석 엄청 편식하겠다고 걱정하셨었다.


그런 현승이도 뭐든 잘 먹는다. 누나 따라서 파프리카도 우적우적 씹어 먹고...

현승이가 식성이 좋아진 건 뭐든 잘 먹는 누나를 둔 탓이 크다.

암튼 두 아이 다 밥상에 앉아 맛있게 뭐든 잘 먹는 습관이 너무 사랑스럽다.


사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어릴 적 먹는 습관 자는 습관을 위해서는 일관되게 마음을 써왔다.

유기농이며 고급 간식 찾아 먹인 적은 없고,

밥 안 먹는다고 쫓아다니며 먹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밥은 무조건 식탁에서 식구들과 함께.

그리고 어른들이 먹는 음식을 되도록 같이 먹기.

이 두 가지의 일관되게 지켰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탁에 정성을 다했다.

몇 개 안되는 반찬, 별것 아닌 반찬도 깨끗하게 담아서 '나는 너희들을 소중하게 생각해'하는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뭐든 잘 먹는 걸 무지무지 칭찬해줬다. 교묘하게 비교하면서...ㅎㅎ


채윤이가 샐러드의 야채들을 마구 씹어 먹을 때 느무느무 이뻐 죽겠다는 듯 칭찬하면,

칭찬에 예민한 현승이 억지로 한 두 개씩 먹는다.

대놓고 안 먹을 때는 '나는 뭐든지 잘 먹는 아들을 키우고 싶어'하기도 하고,

현승이가 라이벌로 생각하는 은강이를 들먹이기도 한다.

'은강이는 콩을 잘 먹어서 키가 그렇게 크대. 디게 잘 먹는데~'하면 단순한 현승이 예외없이 걸려든다. 그러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가리는 음식이 없어지고 식탁에 놓인 반찬들을 공평하게 한 번 씩 먹어주는 이쁜 현승이가 되어간다.


두 아이와 아침식사 하는 시간이 참으로 복되고 행복하도다~~~~~~

200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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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와의 대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할 수 있다.ㅎㅎㅎ


오랫만에 채윤이가 꼭지가 돌아서 엄마한테 퍼붓기 시작한다.


범식이 오빠 공부 한다고 나한테 화내고 말이야.

엄마가 그러는게 어딨어?

저런 엄마는 정말 싫어.

엄마를 바꾸고 싶어.

엉엉엉....

엄마는 지금 나를 싫어하는거야.

나를 미워하고 있어.

현승이만 이뻐하고 나는 미워하는 거야.

그치? 지금 채윤이를 미워하고 있지?


이러고 있을 때.

'채윤아! 너 엄마가 너 밉다고 말한 적 있어? 너한테 싫다고 말한 적 한 번이라도 있어?'

하고 일격을 가했다.

잠깐 생각하던 채윤이.

'없어!'

'그것 봐. 엄마는 너 미워하지 않어. 너는 엄마가 조금만 서운하게 해도 엄마 미워 그러지?

엄마는 니가 아무리 말 안들어도 속상하기는 했지만 너를 미워하지는 않아.

그런 것 같애 안 그런 것 같애?

했더니 합리적인 김채윤. 바로 꼬리 내리고 사실을 인정했다.

엄마는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ㅎㅎㅎ


평소 아무리 속상해도 절대 하지 않았던 말.

채윤이 미워. 너는 나쁜 애야. 너를 싫어해. 바보야. 멍청아....등등 이런 말이다.

채윤이가 '엄마 미워'할 때도 '나는 그래도 김채윤 좋아하는데...'했고.


머리 좋은 채윤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엄마가 자기를 미워한 적이 없으니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이럴 때 '압승'이라고 해야하는 것 아닌가?

200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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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기도모임에서 함께 읽고 있는 책에서 좋은 생각들을 많이 길어올린다. 이 책의 첫 장에서 얻은 통찰은 한 번쯤 정리하지 않고 지날 수 없는 참으로 좋은 생각이다.
 
온통 자녀교육 잘하기에만 눈이 뒤집힌 나를 포함한 많은 엄마들이 가끔은 위를 올려다보는, 다시 말해서 우리의 부모님을 한 번 쯤 생각해 보는 일을 하고 있나?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말이다.
 
졸업식에서 상을 받고 대표로 연설을 하기로 되어있던 저자가 단상에 올라가 섰을 때, 친구 중 한 명이 낄낄거리며 말했단다. '저기 저 술주정뱅이 좀 봐'라고...그 술주정뱅이는 다름 아니 저자의 아빠였고, 당시 저자와 저자의 가족은 술에 취한 아빠로 인해서 공포와 고통 속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런 순간에 육신의 아버지가 아닌 하늘 아버지에게 도움을 구하는 기도를 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내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겠다. 그 분을 용서하겠다' 결심하고 연설이 끝난 후에 아빠의 손을 잡고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께 아빠를 소개시켜 드렸다는 얘기.
 
정서적으로 성숙하고 내적치유를 위해서는 과거의 아픔을 다 끄집어 내고, 털어내서 직면하고 또 직면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많은 상담가들의 얘기가 성경처럼 여겨지는 요즘에 '더 이상 부모님의 약점을 들추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긍정적인 것에 촛점을 맞추고 깨끗하게 용서'하라는 메세지로 들렸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유산을 전수해주기 위해서 내가 먼저 내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의 좋은 유산들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최근까지도 우리 시어머님이 남편을 칭찬하지 않으면서 키웠기 때문에 가져온 결과들에 대해서 곱씹고 묵상하고, 때마다 마음 속으로 어머니를 비난하곤 했었다. 그런 면에 촛점을 맞추면서 대체 어머니가 양육을 위해서 잘하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다.
 
부모님들과 우리 부부, 그리고 우리 아이들...
이렇게 세대의 위 아래를 두루 살펴보니, 좋은 선택은 하나 밖에 없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잘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부모님들로부터 받은 좋은 유산들에 대해서 찾아보고, 진심으로 감사하고, 그것을 은혜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친정 엄마는 물론이거니와 시부모님에 대해서도 공경하고 순종하는 것이 한결 더 쉬워지는 것 같다. 그 분들로 인해서 온 상처들로 온통 피해의식에 싸여 있을 일이 아니었다.그나마 이 정도로 믿음을 유지하고, 행복한 부부관계를 일궈 나가게 된 유산이 바로 우리 부모님들로부터 온 유산이었다는 것.
 
채윤이와 현승이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삶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존경하고 감사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이 '자신이 어디서부터 왔는지'에 대해 알게 하는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그 분들을 존경하고, 그 분들의 질곡의 세월들을 감싸 안고, 용서하고, 감사하는 길 외에는 없다는 것도 이제는 알겠다.
 
이런 결론을 얻은 이후로 몇 달 동안 시부모님 섬기는 일이 훨씬 쉬워지고, 가벼워졌다. 그 분들로 인한 섭섭함이나 노여움이 오래 가지를 않는다.
 
이 또한 나 스스로 부모됨이 주는 또 다른 성숙이 아니겠나?

200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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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이 채윤이 큰아빠 집에 다녀오셔서는 걱정이시다.

채윤이보다 한 달 늦은 사촌동생이 있는데 아기 적부터 말하는 것, 걷는 것 등이 채윤이랑 많이 차이가 났었다. 실제 차이는 한 달이지만 1월 생이라서 나이가 다른데 정말 한 1년 정도 차이나는 것으로 식구들이 인정하고 있었다.


헌데, 그 사촌동생이 글을 다 읽더란다. 받침 없는 글씨는 물론이고 웬만한 받침 글씨도 다 읽는다 하시면서 은근히 걱정을 내비치셨다.

'인생의 낙오'란 그런 것이다. 다들 글씨 알고 학교 가는데 글씨도 모르고 셈도 못하면 거기서부터 낙오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 씩 낙오되다 보면 다 뒤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 피아노 가르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학원을 보내서 글씨를 가르쳐야 한다.

 

그 자리에 채윤이가 없어서 다행이었다.ㅜㅜ


이제 시부모님 앞에서도 웬만한 얘기 맘 편히 할 수 있는 며느리.

아버님의 태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소신을 펼쳤다.

'아버님! 글씨 먼저 안다고 공부 잘하는 거 아녜요. 제가 유치원 교사도 해보고 초, 중, 고생 과외도 다 해봤어요. 시은이는 돌이 넘어서부터 선생님 붙여서 한글공부 했는데 당연히 글씨 읽겠죠. 채윤이는 제대로 앉아 글씨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데 그나마 몇 글자 읽고 쓰는 것이 다행이죠. 채윤이가 글씨는 늦게 깨치는 것은 맞지만 괜찮아요. 학교 갈 때까지 모르면 학교 가기 전에 한 두 달 붙잡고 시켜도 되고요.....

제 생각엔 애들이 글씨 배우면서  공부 싫증내는 걸 배워요. 글씨를 부담없이 배워야 처음부터 공부 싫어하지 않아요. 글씨가 좀 늦되면 늦되는대로 가르쳐야죠. 저는 걱정 안해요. 아버님! 채윤이가 꼭 공부 잘 하리라는 보장도 없구요.

채윤이 나이에는 신나게 노는 게 최고의 공부예요. 좋은 유치원은 글씨 안 가르쳐요. 유치원에서 애들하고 젤 하기 쉬운게 글씨 가르치는 거예요. 어린 것들이 앉아서 책 베껴 쓰고 있는 것 저는 안되 보여요.

아이들이 제 나이에 맞게 꼭 배워야 하는 것이 있는데 글씨는 학교 가기 전까지 천천히 배우면 돼요. 차라리 편식하지 않고 먹는 거, 친구랑 동생이라 사이좋게 지내는 거, 인사 잘 하는 거, 잘 자는 거 이런 거 배우는게 중요하죠. 그게 안 되는데 글씨만 배워서 뭐해요. 채윤이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지 생각 똑바로 말하고 그러잖아요. 지금은 그게 더 중요해요'

 

물론 이렇게 정리해서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할 말은 다 했다. 아버님이 뭐라 하셔도 사실 나는 걱정이 되지 않는다. 학교 가자마자 알림장 쓴다고 하니 올 겨울에는 쫌 집중적으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있고, 수민이 같은 경우만 봐도 누가 가르치치 않아도 지가 좋아서 혼자서 터득하기도 하니까 올해 안에 그런 시기가 오면 좋겠고...

또 공부를 잘하는 채윤이가 되면 좋겠지만 공부 잘하는 것은 글씨을 먼저 알고 아니고가 아니라는 걸 내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게 염려가 되지도 않고..


설령 채윤이가 공부를 못해도 낙오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채윤이게 가르치리라. 채윤이 자신이 공부를 못하는 것으로 자존감이 너무 낮아진다면 대학, 대학원 내내 과외선생으로 먹고 살던 엄마가 가르치면 될 것이고, 공부를 못해도 스스로 행복하다면 그렇게 살면 될 것이고...

공부를 잘한다면 물론 더 바랄 것이 없에 좋겠고...


부디, 지금 이 마음을 나 자신이 잃지 않기를...

엄마노릇도 '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

부부관계도 더 좋아지가 위해서는 다른 부부와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런 저런 모임들을 남편과 함께 시도했었다.


채윤이가 커갈수록 양육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

내 생각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

을 느끼면서 좌절하는 날이 많고, 후회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정말 어디다 고해성사라도 하고 싶을 때는 김인아에게 전화를 해서 고백하고, 위로받고, 또 서로의 얘기들을 나누곤 했었다. 그러면서 둘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만남을  꿈꾸고 기도했었다.

현실적으로 내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려웠고 아직 어린 아이들도 문제였고, 마음 맞는 사람들을 찾는 것도 문제였다. 그렇게 저렇게 힘들 때마다 서로 통화하고 들어주고 기도하자고 토닥여주면서 시간이 흘러왔는데....


구체적으로 기도하던 그대로 일주일 중 하루의 일이 조정되었다. 또 이렇게 저렇게 다섯 명의 엄마들이 각각의 갈급함을 가지고 모이게 되었다. 첫 모임을 하고 인아하고 그렇게 얘기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아이들 유치원 어린이집에도 돌아올 시간에 맞춰 해산해야 하기 때문에 주어진 두어 시간을 금쪽같이 여기며 책 읽은 얘기를 나누고 기도하면서 '만남'을 통해서 '성숙'을 허락하시는 좋으신 하나님을 생각한다.

'민들레 영토'라는 공간이 주는 값비싸지 않은 고상함이 좋다. '민들레 영토' 세미나실에서 아이들의 얘기를 하다보면 결국 '나'의 얘기를 하게된다. 그리고 '나'의 얘기는 결국 '그 분'과의 교감, 즉 기도라는 결론으로 자연스레 끝맺음 된다.


다들 부족한 또는 나쁜엄마라 생각함에도 어쩌면 그렇게 하나 씩을 아이들을 향해서 잘 하는 부분이 있고, 또 그 잘하는 부분들이 다 다른지...서로의 얘기를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배움이고 성숙인 것 같다.


두 시간의 짧은 시간동안 무슨 일이 있어도 뒤에 남은 30분은 기도시간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나눔이야 하루 종일을 잡아도 끝이나지 않을 아줌마들의 얘기 아닌가?

기도시간 30분!

이것을 위해서, 엄마들이 함께 기도하기 위해서 그 어려운 시간을 내고, 그 많은 일상의 발목잡는 것들을 스톱시키고 만나는 것이다. '엄마들의 공동체'가 함.께. 기도하는 것....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꿈은★이루어졌다.

2006/05/13

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어린이날은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무조건 선물 받는 날'이다.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치료하면서 밥 벌어 먹고 사는 나는 아주 가까이서 어린이 날을 본다.

해서, 산타에 유감이 많은 것처럼 어린이날에도 유감이 많다.


다행이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어린이 날' 선물을 꼭 받아야 한다는 걸 모른다.

안 줘도 그리 섭섭해하지 않았을테지만 곁에 있는 아빠가 섭섭해해서 채윤이는 머리띠를 현승이는 모자를 사줬다.


어린이날 어디를가든 사람이 터져날텐데 일단 내가 갈 자신이 없었다.

고속도로가 밀릴 것이 예상은 됐지만 천안에 있는 아빠를 픽업하러 가기로 했다.

채윤, 현승에게는 이것보다 더 좋은 선물이 없을 것이다. 엄마랑 긴 시간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간이 군것질을 하고, 일주일 동안 그리던 아빠를 만나고...

차가 막혀서 긴 시간이긴 했지만 나 역시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빠를 만나서 식사를 하고, 학교 캠퍼스에서 좀 노는데 잔디밭에서 풀인지 곤충인지를 들여다보고 뛰어노는 두 녀석이 너무 예뻤다. 애들이 있어야 할 곳은 놀이공원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이 막히기 전에 서둘러 서울로 올라와서 올림픽공원에나 가볼까 했더니 채윤이가 엄청 좋아했는데...채윤이는 올림픽공원을 올림픽상가에 있는 광장으로 알고 있었나보다. 거기서 한 번 트럭에서 태워주는 쬐만한 바이킹을 탄 적이 있었다. 두 녀석 모두 바이킹 타는 거, 동전 넣고 움직이는 자전거 타는 것에 정신이 홀딱 빠져있었는데...바로 몇 시간 전 천안의 잔디밭에서 보던 여유있고 행복해 보이던 모습과는 정.말. 대조적이었다.


남편도 같은 생각이어서 서둘러 애들 데리고 성내천으로 내려가 물에 발을 담그고, 애기똥풀을 찾아보고했다. 그리고는 고덕에 있는 동네 놀이터에 갔더니.....애들은 다~들 놀이공원 가고 텅텅 비어 있었다. 그 한가로운 놀이터에서 두 녀석 맨발 벗고 신나게 놀아재꼈다.


채윤이가 더 커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붐비는 놀이공원으로 가고, 비싼 장난감을 사주고 해야할 날이 올 지 모르겠다. 할 수 있다면 '어린이 날'을 가족이 함께 있는 그것으로 행복한 날로 쭈~욱 보낼 수 있었음 좋겠다. 이번 어린이날 처럼 엄마빠가 사주는 선물때문에 행복한 날이 아니라 엄마빠랑 함께 있는 그것으로 행복한 날이었음 좋겠다.



 2006/05/09

지난 주 샬롬찬양대에서는 '보혈찬송 메들리'를 불렀다.

찬송가에 나오는 여러 곡의 보혈찬송들을 마치 처음 보는 노래를 부르듯 해석하고 곱씹어서 불렀다.

'보혈'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인 '보혈'은 '죄를 씻는, 죄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상하게도 이 찬양을 묵상하고 묵상할수록 요즘 채윤이와 나와의 관계가 마음 속에 떠올랐다.

게다가 지난 주 금요일에 같이 카풀을 하는 채윤이 친구 엄마와의 통화는 다시, 또 다시 생각해보는 아프지만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이 엄마는 늦게 셋째를 본 나이 지긋하신 분인데,

양육의 철학은 '무조건 칭찬하라' '혼내지 않아도 잘못한 건 지가 다 안다' 이것이다.

옆에서 봐도 참 자유롭게 큰 아이다. 우리 집이나, 우리 부모님 댁에서 놀면서 맘대로 냉장고 열어서 아이스크림 꺼내 먹고 또 꺼내 먹는 아이니까.


이 엄마가 보기에 채윤이가 너무 어른 같은 말을 하고, 유치원에서 놀 때 보면 친구들하고 잘 못 어울리고, 얼굴이 항상 어둡단다. 그러면서 채윤이 같은 아이는 칭찬을 많이 받고 사랑을 많이 받아야 한다고 하신다. 집에서 보는 채윤이와는 다른 모습이라 당혹스럽기는 했지만 별 말을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른 부분을 몰라도 '친구들과 못 어울린다'는 것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서 다음 날 유치원 선생님께 여쭤봤다.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많이 아팠다. 그 엄마랑 양육관이 달라서 생긴 관점의 차이라 할 수도 있지만 돌아볼수록 내가 너무 '선생님 같은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오랫만에 우리집에 와서 하루 주무신 엄마도 '일곱 살 짜리가 뭐 안다고 그렇게 애를 이래라 저래라 했샀냐? 나는 너 키울 때 그르케 안혔다. 그냐~앙 놔뒀다' 하셨다.


일곱 살 된 채윤이가 뺀질 거리면서 말을 안 듣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나 엄마의 욕심에 그럴 때마다 나름대로 부드럽게 한다고는 하지만 지적하고, 가르치려 드는 것이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혈 찬송'을 부르면서, '죄'에 대해서 많이 묵상을 하면서...

결국 내 약점이 드러나는 그 지점. 

좀 넘어갈 때 넘어가주지 못하고,

감정반응이 많고,

때문에 한 번 상한 감정은 빨리 풀어내지 못하고,

일일이 내 손 안에 잡혀야 안심을 하고...


생각을 해보니 채윤이 양육에서 어려운 그 지점은 바로 내가 잘 짓는 죄의 목록과 맞닿아 있었다.

채윤이 역시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불순종과 불평, 핑계, 거짓말을 시작하는 죄의 습성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내 죄와 채윤이의 죄가 만날때 채윤이는 스트레스 받고, 나는 애를 잡는다.


'주의 보혈 능력있도다. 주의 피 믿으오. 주의 보혈 그 어린 양의 매우 귀중한 피로다'

'죄에서 자유를 얻게함은 보혈의 능력 주의 보혈, 시험을 이기는 승리되니 참 놀라운 능력이로다'


결국, 이런 죄를 해결할 방법은 교육심리학 박사가 쓴 양육서가 아니라!

죄를 회개하고, 그 분 앞에서 더 성화되고 깨끗해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 '매일 십자가 앞에 나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매일 기도해야 한다.


날이 갈수록....

주의 은혜 아니고는 엄마 노릇도 지대로 할 수 없다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다.

주의 은혜, 보혈의 공로 힘입어 엄마 노릇하기.

오늘도 기도한다.

2006/04/11

채윤이가 유치원에 가면서 '학습 준비도 검사'라는 것을 했다. 나도 예전에 유치원에 있을 때 '학습 준비도 검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온 아이들과 엄마들의 기선제압을 해야했던 적이 있었다.

'학습 준비도 검사' 이러면 그 용어만 들어도 엄마는 쫄게 되어있고 긴장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검사라는게....표준화된 검사도 아닌 것이, 출처도 불분명한 것이, 딱히 아이들에 관해서 제대로 측정을 하지도 못하는 것이 이름만 거창한 것이다.


암튼, 채윤이도 이번에 유치원을 옮기면서 학습준비도 검사를 했다. 입학식 마치고 유치원 교실에서 했는데 선생님이'검사'에 대한 개념없이 진행을 하셨다. 엄마빠 쳐다보고 있지. 다른 아이들 왔다갔다 하면서 들여다 보지. 게다가 다른 학부모 몇 명까지 멀찍이 앉아서 예의주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윤일 앉혀 놓고 '노래를 해봐라' '이게 몇 개냐?' '리듬을 따라 쳐봐라' '선생님을 따라 걸어봐라' 하면서 검사라는 것을 하셨다.

(심리검사 담당 김인아 선생님! 이런 검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우?)


채윤이는 완전 쫄아가지구....대답하는 목소리는 기어들어가고, 손뼉도 제대로 못 치고, 노래는 커녕 따라서 걸어보라는데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몸을 베~베 꼬고 있었다. 그걸 바라보는 엄마빠 마음은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개념없는 어떤 엄마는 자기 아이가 그 검사하는 책상 옆에 가서 계속 주의를 흐뜨리는데도 그냥 바라보고  서 있고 말이다.


'무대체질'이라고 불리던 채윤이가 요즘 들어 유난스레 부끄러워 한다. 어릴 때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도 잘 하더니 이제 사람들이 있으면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학습 준비도 검사'를 하는데 '노래 해보라'는 지시에 입도 뻥긋 못하는 걸 보고 참으로 속상했다. 끝나고 나서 '선생님! 채윤이가 다른 건 몰라도 노래는 디따 잘해요' 하고 한 마디 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검사의 채점란에 어떻게 체크가 될 지도 뻔히 아는 엄마가 아닌가?


한 개 더 느긋해지고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채윤이가 할 수도 있는데 못 보여주는 것은 언젠가 지가 편해지면 드러날 것이고, 설령 그렇지 않다해도 채윤이를 다그치거나 엄마가 나서서 설명하고 그럴 일도 아닌 것 같다. 또 속이 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채윤이의 모습도 허허롭게 받아들여야 겠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그건 엄마가 도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집에서 채윤이를 격려할 수는 있지만 어차피 채윤이는 엄마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할테니까 말이다.

채윤이의 장점을 잘 찾아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엄마의 해야할 일이지만 '채윤이는 남다르다'는 생각을 품지 않는 것도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남다르길' 바라는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진정으로 남다른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오늘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니까...엄마 조차도 오늘, 지금 여기 있는 채윤이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채윤이가 어디가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겠나?


굳이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는 사실은 엄마인 내게 너무나 필요한 훈련이기 때문이다.

2006/03/30

채윤이를 낳은 곳은 사당동이다. 총신대 맞은편에 집이 있었다.

내 젊은 날 강남의 내로라하는 유치원에서 근무하면서 사립유치원의 내막을 알고 있는터라...

웬만하면 대학부속 유치원이나 제대로 교육한다고 하는 유치원에 보내고 싶었다.

별 것도 아니다. 학부모 눈치보지 않고 대학 유아교육과에서 배운 그대로 소신껏 교육하는 곳을 원하는 정도였으니까.

암튼, 그래서 '나중에 채윤이 크면 총신대 부속유치원에 보내야지'하고 생각했었다.


헌데, 채윤이 7개월 때 갑자기 친정엄마가 건강이 안 좋아지시는 바람에 양육 때문에 하남시로 이사를 해서는 난감해졌다. 하남시에서 보낼 유치원이 없는 것이다. (돌도 안 된 아이 유치원을 벌써 걱정하는 극성엄마?)

일단 공교육이 되는 초등학교 때부터는 학교에 관한한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이 든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주어진 악조건 하에서 최대한 열심히 키워야겠지만 유치원은 선택가능성이 있으니까.


암튼, 하남시에서 가장 가까운 제대로 된 유치원은 잠실에 있는 새세대 육영회 안에 있는 유치원이었다. 그 때 그렇게 기도를 했다. '하나님! 채윤이가 여섯 살 즈음에는 잠실 근처로 이사해서 육영회 유치원 보낼 수 있게해 주세요.'하고...


그렇게 기도했지만 채윤이가 다섯 살일 때 우리는 덕소에 있었고 덕소에 있는 사립유치원 2년을 다녔다. 교육비 장난 아니었고, 선생님들이 친절하기는 했지만 학부모 눈치보며 구미에 맞는 말 하는 것에만 선수였다.


그리고 곡절 끝에 일곱 살 채윤이는 지금 마석 가는 길, 산 속에 있는 시골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닌다. 종일반 어머니 회의가 있다고 해서  유치원에 갔던 지난 금요일. 채윤이 교실에 앉아서 바라보는 창 밖은 온통 산이다. '점심 먹고 나서는 밖에서 한 시간 정도 놀아요' 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엄마들이 기겁을 한다. '한 시간 씩이나 놀아요? 그럼 공부는 언제해요?'하고...

아~ 그 말에 나는 쾌지를 불렀다. 이 좋은 공기에 한 시간 동안 온갖 에너지를 발산하며 넓디 넓은 운동장을 누빌 채윤이를 생각하니 내 마음이 다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그래 유치원은 그런 곳이다. 엄마빠 불러다 행사하고, 글자를 가르치고, 영어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이 맘껏 놀도록, 정말 잘 놀도록 하는 곳이 유치원이다!!

그 때 6년 전에 했던 기도가 생각났다. 지금도 기도수첩 어딘가를 뒤져보면 있을 것이다. '하나님 우리 채윤이 제대로 된 유치원 다닐 수 있게 해주세요' 했더 그 기도. 나는 잊었는데 하나님은 잊지 않으셨다.


요즘 채윤이가 집에 와서 자주 하는 말이다. '엄마! 병설 유치원은 안 되는 게 없어. 컴퓨터 해도 되고, 피아노도 만져도 돼. 놀잇감도 많고 어떤 놀잇감이라도 만지면 안 되는 거 없어.' 한다. 사립유치원을 다니면서 어땠는지를 짐작케 하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런 기도도 했었다. '하나님! 최소한 채윤이 아침밥을 먹이고 유치원이나 학교를 여유있게 배웅하며 보낼 수 있는 일을 하게해주세요. 아니면 집에서 전업주부로 쉬게해 주세요'  매일 아침 아침을 해서 먹이고, 오후 간식을 직접 만들어 싸서 내 차에 태워서 유치원에 들여보낼 수 있다. 이 역시 나는 잊었던 기도를 하나님께서 잊지 않으신 것이다.


나 혼자 양육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한 일. 기도 들으시는 하나님이 당신의 자녀를 당신의 손으로 키우시니 이 어찌 찬양 안할까?

200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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