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발개발 억지로 쓴 여행기이지만,

이 부분은 나름대로 의미를 발견한 부분인 듯 하다.  


여행 갔다 와서 가장 마음에 남고 충격이 컸던 것은 남이 보는 내 보습이었다. 나는 항상 사람들의 시선을 무서워하고 싫어했다. 내가 생각하는 내 이미지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지는 것이 싫었다. 여행에서는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이 너무 힘들었는데 어느 정도 적응하고 생각해보면 그건 기회였다. 1달 동안 나는 내가 되고 싶어 하는 모습, 그러기에 평생 내가 될 수 없는 그 모습을 조금 흉내 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친구들과 형 누나들도 나를 그런 아이로 인식한 것 같았다.

 

나는 한국에 와서 잘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젤 큰 이유는 방금 말한 내 모습이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크게 바뀌거나 안과 밖이 달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곳 한국에서 원래의 나로 돌아오는데 양심이 찔렸고 잠깐 1달이지만 행복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이후에 계속 많은 생각을 하면서 느낀 건데 어찌 보면 유럽에서의 나와 지금의 나, 둘 다 나 자신이고 내가 만든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여러 모습이 부끄럽고 양심에 찔리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모두 였고, 앞으로도 계속 나 자신일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더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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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한 달 현승이는 '유럽 인문학 여행'에 다녀왔습니다. 낯선 곳, 새로운 일 자체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시작은 정말 우연. 페이스북에 청소년 인문학 여행 광고가 뜨기에 찬찬히 보니 좋아보였습니다. 그야말로 1도 기대하지 않고 옆에 있던 현승에게 보여주며"현승이도 이런 데 가면 좋겠다" 했더니"간다고 하면 보내줄 거야?" 의외의 대답! 일단 나꿔채서는 "보내줄게. 간다고 하면 어떻게 해서든 보내줄게. 지금 접수하면 할인도 해줘. 할까?" "어, 해!" 이렇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덜컥 결정할 수 있는 비용은 아니었지만 프로 낯가림러가 하겠다니 일단 기회를 잡았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보통 일이 아니었지만, 중2가 되도록 사교육비 거의 들이지 않고 공짜로 키웠으니! 기꺼이 보내기로 남편과 마음을 맞췄습니다. 다녀와서 간단 소감을 남겼는데 본인 허락받아 블로그에 내놓습니다. 준비부터 다녀와서까지 엄마 아빠 속 뒤집어지고, 쓰리고 한 얘기가 여행기보다 열 배는 길겠으나 그건 꿀꺽 삼키기로 하고요.

 


처음에는 엄마의 권유였다. ‘아직 몇 달이나 남았고 지금 나는 행복하니까 뭐라는 심정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때도 불안함이 있었지만 유럽을 갈 거라고 친구들에게 자랑할 생각에 그저 좋았다. 여행 가기 한 달 전부터 서서히 불안해졌다. 하지만 그때쯤 또 학교 시험이 끝나서 가든 말든 일단 놀자라는 생각으로 놀았다. 2주일 정도 남았을 때부터 하루하루 정말 후회하면서 지냈다. 특히 교회에서나 학교에서 친구들이 방학 때 같이 놀 계획을 세우는 걸 들을 때는 더 후회가 심해졌다.

 

인천공항에서 우리 여행팀이 모였을 때 불안감이 짜증으로 바뀌고 엄마 아빠한테 짜증을 냈다. 근데 출국심사를 하고 비행기 타는 걸 기다릴 때는 공항 분위기가 주는 설렘이 더 커졌다. 정말 힘들게 비행기를 타고 유럽에 도착하고 부산스러운 분위기 속에 숙소로 이동해 방배정을 받고 잠이 들었다. 여행의 시작은 이랬었다. 여행을 끝내고 집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과 비교하면 시작은 짜증과 후회만 가득했다


여행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딱 어느 시점 이후로 그저 그냥 친한 친구들과 형들, 누나들과 놀다 온 것 같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어른들이 '많은 것을 배우고 와' '보는 눈을 넓혀 와' 같은 이야기들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배운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놀다가 온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저 노는 것 속에서 내 마음 속에 정말 많은 것들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여행 초반에 내가 정말 싫어하는 스타일의 몇몇 애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계속 연락을 할 정도로 친해졌다. 사람은 누군가를 내가 싫어한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의 단점만 보려고 하는 것 같다. 그 친구들은 내가 처음 봤을 때 너무 시끄럽고 말을 막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하는 행동들이 계속 눈에 밟히면서 안 좋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군가 자기가 편하고 좋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의 좋은 점 밖에 안 보인다. 정말 신기했다. 그 친구들과 친해지니까 깨네가 하는 말은 그저 웃기고 공감이 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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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뭔지 한 번 맞혀봐, 라고 질풍노도 시인이 쓰고 던져 줍니다.

여러분도 한 번 맞혀 보세요. 이것은 무엇일까요? 



사람은 나약하고 졸렬하다. 먼 옛날부터 그랬다. 사람은 나약하기에 '이것'에 의존하려고 했고, 사람은 졸렬하고 간사하기에 '이것'이용해 또 다른 사람을 속이고 그 사람까지 간사하게 물들게 했다. '이것'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 많은 사람이 '이것'에 의존하면 할수록 '이것'의 힘은 커져만 가고 대단해졌다. 인간은 '이것'으로 인해 삶의 안식을 얻고 죽음의 공포를 줄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고통받는 사람도 수두룩 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 고통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이것'이 있어서 존재할 수 있었다. 이것과 아무 특별한 관계를 맺지 않은 많은 사람들은 단지 이것을 죽음 그 너머에 있는 아무도 모를 공포감을 줄이기 위해 '이것'을 안식처로 쓴다. 단지 사는 동안 조금 더 그들 자신이 편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또 어떤 사람들은 '이것'에 너무 의존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거나 '이것'을 이용해서 수많은 죄를 짓는다. 나 역시 '이것'과 피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이것'이 정말 의심스럽고 '이것'으로 인해서 너무나 많은 의문이 생긴다.​


정답은..........





















10개 정도의 정답 댓글이 달리면 공개하려 했으나, 

그러다 정답을 알리고 싶어 제가 혼자 날뛸 것 같아 지금 바로 알려드립니다.

'이것' '신'이라는군요.

쟤 목사의 아들입니다.

목사의 아들이라서 더 회의적일 수도 있겠군요.

목사인 아빠가 '아들이 무신론적 실존주의자에 가깝다'고 진단하지만 큰 걱정은 안 하는군요.

저도 큰 걱정은 안 하지만 작은 걱정은 합니다.

신에 대해 의심하고 의문을 품는 아들 때문이 아니라, 

혹여 신의 가면을 쓰고 나를 정당화 하며, 신을 등에 업고 타인에게 고통을 주거나,

나약한 나를 지키는 '힘'의 하나로 신을 이용하는 졸렬한 사람이 바로 시인의 엄마일까 싶어서요.



어렵사리 손에 넣은 중2의 시를 공개한다. 특히 두 번째 시에는 깊은 빡침과 함께 한 사람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이 절절하게 담겨 있는데, 그 대상은 시인의 엄마이자 첫 번째 독자이며, 시인의 시를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자처하는 바로 '나'이다. 일기 쓰 듯 감정을 토해낸 시가 엄마 눈에 띄었다는 것을 알고 시인은 아노미 상태가 되었다. 없는 데서는 누구 욕도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 마음으로 썼는데 당사자에게 들켰으니, 그것도 (가끔은) 가장 사랑하고 의지하는 엄마와의 필화이다. 그리하여 시인은 '왜 마음대로 봤냐!'며 [웃고 있는 가면]을 시노트에서 부~욱 찢어내고 말았다. 엄마로서 동시에 시적 타깃으로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지만 정신줄을 가다듬었다. 혼미해진 정신을 가다듬고 허벅지를 찌르며 참고 사과하고 대화하여 화해에 이르렀다. 그리고 어느덧 여름방학(두 편의 시는 각각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즌에 쓰여진 것이다). 느슨해진 틈을 공략하여 작품의 블로그 게재 허락을 받아냈다. (어떻게든 아들 시라도 팔아서 인기를 얻어보려는 현시욕의 승리!)  쉽게 볼 수 없는 질풍노도의 중심에서 쓰인 시 두 편을 공개한다.      





[그렇게 된다는 건]


철이 든다는 건 가방을 진다는 것이다.


아래는 소박하지만 꿋꿋한 드넓은

초원이 있지만 인간은 탁한 하늘의 끝을

보기 위해 더 무거운 짐을 메고 산을 오른다.


나는 산을 오르고 있다.

나는 나를 깎으며 한 발 한 발 내딛던 그것을

시간이 갈수록 더 무거운 가방을 드려 올라갔던

그 불안함의 안대를 벗고 초원을 향해


뛰어 내려갈 것이다.

그 산을 내려가며 난 내 사람들에게

속삭여 줄 것이다.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에서 본격 청소년 시인 돌입을 알리는 시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은 마포 한강변을 추억하고 그린다. 자전거를 달리고, 비밀 기지를 만들고, 거기 숨어 들어 오가는 사람들의 발자국을 염탐하던 어린 시절을 그린다. 아무 걱정 없이 놀기만 했던 시절, '엄마, 나 정말 학원 안 보낼거야? 중학교 가기 전에 수학 같은 걸 배우고 가는 거래? 나 학원 좀 보내고 그래' 했던 천진난만 했던 시절. 

천당 밑 분당의 교육열 속에 내던져진 시인은 난생 처음 보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앞에서 철이 들어버린다. 소박하지만 꿋꿋했던 어린 시절의 초원을 떠나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거부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 덮치고 있음을 받아들이려 한다. 한 시간 정도 엄마를 앉혀 놓고 자신이 살고 싶은, 살고 싶지 않은 세상에 대해 토로한 후에 써내려간 시이다. 시를 내밀며 시인은 눈물을 글썽였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며.......



[웃고 있는 가면]


결국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떠들어대는 것이다.


결국 아닌 척하고 싶어서

베베 꼬아서 말하는 것이다.


다르지 않다는 걸, 결국 다를게 없다는 걸

알게  될 때 난 더 비참해지고

그는 더 뻔뻔스러워진다.



[철이 든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시인은 1학기 중간고사를 쳤다. 나름대로 어떤 과목에선 좋은 성적을 냈고 어떤 과목은 많이 부진했다. 어, 하니까 되네! 하는 기쁨과 역시 안 되는구나! 두 가지 감정을 다 맛 본 듯한 시인은 기말고사에는 더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기말고사가 다가오자 시인은 태도를 바꿨다.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로 '왜, 도대체 공부를 해야 하냐?' 새롭고도 뜬금 없는 분노를 터뜨렸다. 시험기간이 다가와도, 막상 시험기간에도 그다지 공부하지 않았다. 공부를 종용하면 '내가 지방이 1그램에 몇 칼로리인지, 이런 걸 왜 외워야 하냐?며 의미를 따져 묻는다. 10시만 지나면 내일 시험공부 다 끝났다며 잠자리에 들었다. 마지막 날 시험을 앞두고 엄마는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우려는 반발을 낳았고 반발을 설화(舌禍)를 낳았으니. '그래도 시험 기간만이라도 최선을 좀 다해야 하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면 네가 대충 살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싫어.' 그러자 시인은 '대충 사는 게 왜 나쁜데? 나는 최선을 다해 살고 싶지 않다고! 대충 살고 싶다고!' 선언했다. 대화 또는 우려표명의 협상은 결렬 되었다. '그럼 대충 살아! 니 인생이니까 니 맘대로 살라고!' 그리고 시인은 제 방으로 들어가 시험공부 대신 시를 썼다. [웃고 있는 가면]  고상한 척 하면서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기를 바라는 보통 엄마와 다를 것 없는, 나는 그런 엄마이다.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을 때, 사실 나는 더 뻔뻔해진 것이 아니라 너보다 더 비참해졌다. 임뫄! 짜식아!





시험 시즌이 지나고 널널해진 여름 방학. 아침 일찍 일어난 시인은 갑자기 '엄마, 나 도시락 싸 줘' 읭? 도, 도시락이요? '나 자전거 타고 나가서 탄천 어디에 앉아서 엄마가 싸 준 샌드위치 같은 걸 먹고 싶어' 여유부림 끝장판을 보여준다. 싸주기는 어렵고 사줄 수는 있다. 가는 길에 빠바에 가서 샌드위치 사라, 했더니 기분 좋아 하신다. 극도로 좋아진 기분에 '현승아, 그런데 그 시들 말이야. 블로그에 올려도 돼? 네가 결국 시는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면서 쓰는 거라며' 했더니 '엄마, 내 시가 옛날하고 달라져서 블로그 오는 사람들이 좀 그럴 걸' (무슨 독자 걱정?) '그래서 엄마가 올리고 싶은 거야. 사춘기의 복잡한 마음을 시로 쓸 수 있는 애는 거의 없어. 정말 보기 드문 시지' (비굴비굴, 취향저격 설득) '그래? 뭐 그러면 올리든지!' (의외로 쉽게 허락)


이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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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년생 김현승이 <82년생 김지영>을 잡더니 거의 앉은 자리에서 읽었다.

독후소감 한 말씀 합쇼 했더니.

"아, 됐어." 하고 돌아서버렸다.

"뭐 이렇게 슬픈 삶이 다 있어!" 혼잣말식 독후소감을 흘리며.


휴일 아침 식사를 하고 00년생 김채윤은 설거지를 한다.

03년생 김현승은 소파에 뒹굴뒹굴.

"현승아, 82년생 김지영은 소설 속에만 있는 게 아니야. 어디에나 있어."

"알아. 그런데 왜? 나 뭐 일 시키게?"

"우리집에도 있어."

"그러니까. 뭐? 엄마도 김지영이라고. 뭐 일 시킬 건데?"

"엄마만이 아니야. 00년생 김채윤이 설거지를 하고 있어."

"어쩌라고! 아, 짜증나. 책 괜히 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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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


부웅~ 2016번 버스가 떠나갑니다

버스 전광판에는 이렇게 써 있네요


곧 도착 : 2017번


버스가 기다린다고 생각하지마요

버스 운전수는 나 자신이에요

당신이 느리게 갈수록 버스는 빨리 떠나요


그래도 당신이 조금 서두른다면

앉아서 쉴 시간은 있을 거에요


한 번 버스를 놓쳤을 때는

그 버스를 잡으려 하지 말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세요



열다섯이 된 시인 김현승이 어릴 적부터 천착하는 주제는 '시간'입니다. 

결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 그렇더라도 내 인생은 내가 운용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네요.

'당신이 느리게 갈수록 버스는 빨리 떠나요'

시간이 빠르거나 느리게 흐르는 것이 아님을 피력합니다.

버스가 빨리 떠난다기보다는 그렇게 느끼게 될 거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조금 부지런히 사는 게 좋겠다는 새해를 맞는 각오를 담은 것 같군요.

그렇다고 지난 세월에 대해서 연연해 할 일도 아닙니다. 

다시 잡아탈 수도 없는 지난 버슬랑 잊고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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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 김현승 선생께서 몸과 마음의 폭풍 성장 중 시 여섯 편을 한 자리에서 써내셨다.

'이건 예전에 썼던 시와 다르다.

전에 쓴 시들이 초딩의 시로서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칭찬받으려는 마음으로 썼다면

이 시들은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것을 쓴 것이다. 절대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쓴 것이다'

라는 취지의 말씀을(하셨다.)하시고 나서는 엄마 앞에 시 노트를 놓았다 들었다 하셨다. 

(읽으라는 건지, 읽지 말라는 건지....)가 아니고 제발 읽으라는 것이다. 

읽되 시인의 심정에 120% 공감할 자세를 가지고 읽으란 얘기다.

아닌 게 아니라  어설픈 질문 한두 개 던졌다가 5초 만에 노트를 빼앗기고 말았다.  

"미, 미안해. 아, 시는 분석하는 것이 아니고 느끼는 거지. 그냥 조용히 읽을게"

라고 말했다가 노트를 다시 압수당함.

"질문이 왜 싫겠어? 시에 대해 물어봐주는 것이 좋지. 그리고 시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도 좋고.

뭔가 말해달라고 보여주는 거잖아. 대신 우와, 잘 썼다. 정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 이런 말 말고!

정말 시에 대해서 읽고 느낀 거나 궁금한 걸 진정성을 가지고 말하라고"

(아오, 진짜 시인들의 까칠함이란!)

정말 조심스럽게 시에 대해 여쭈어 짧은 인터뷰를 해보았다. 



<혼자 걷는 길>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

그것은 확실함이다.

다르다는 것은 변화에 희망


- 작가 님, 일천한 저로서는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은 오히려 불확실함이라고 느끼는데요. 확실함이라 하셨네요.

- 예, 다른 길은 확실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 예를 들어, 안식년을 가지는 누나의 경우 꽃친 선택할 때 어려웠던 건 불확실함에 대한 두려움 아니었나요?

- 아, '다른 길'에 대한 생각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 이미 가던 길을 틀린 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지요. 모든 길을 다 맞는 길입니다. 어떤 길이 맞고 틀리다가 아니라 한 번도 안 가 본 길은 다른 길입니다.

- 네...... 네. 그렇군요. 그건 이미 변화 그 자체이고. 희..... 희망이겠네요. 좋은 시 감사합니다.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라

책임을 질 수 있다면


책임은 약속보다 무거운 것

하지만 책임은 결국 무너진다


- 아, 작가님. 공감이 팍 됩니다. 그렇죠. 책임보다 무거운 것이 있을까요?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책임이 결국 무너진다니, 이건 너무 허무주의 아닌가요.

- 누구도 완벽하게 책임질 수 없다는 뜻입니다.

- 네?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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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번 연도는 빨리 간 것 같애. 금방 지나간 것 같애.

올해만 그런 게 아니라 앞으로는 더 그럴걸. 내년은 올해보다 더 빠르고..... 갈수록 시간이 빨라져.

알아. 나도 알아. 엄마는 왜 그런지 이유를 알아? 엄마, 왜 그런지 아냐고?

몰라.

갈수록 새로운 게 없어져서 그래. 어른이 될수록 새로운 게 없으니까 시간이 빠르게 가는 거야.

그리고 어른 되면 뭘 기다리고 그러는 것도 없잖아. 기다려야 시간이 느리게 가는데.....

애들은 기다리는 게 많아서 시간아, 빨리 가라, 빨리 가라, 그러니까 더 안 가는 거지.

그래서 그런 거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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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김현승


그 한 마디로 사이가 틀어질 수 있어요.

그 한마디로 분위기를 어질러놓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당신은 그 한마디를 해야돼요.

그래야

그 사람에게 그 현실에게 이 세상에게 변화를

줄 수 있으니까요.





'질풍' 김현승 선생님께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본 감동을 시로 남기신 것입니다.

예, 오늘 꼭 해야할 그 한 마디는 하야하라 박근혜!

그 사람에게, 그 현실에게, 이 세상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한 마디를 외치기 위해서 나갑니다.

저는 대학로에서 1시에 <그리스도교 공동 시국 기도회>로,

채윤이 (같이 갈 친구가 생기면 현승이도) 오후 3시, 탑골공원의 청소년 시국 집회로 갑니다.

이스라엘 순례길에 오른 아빠는 그곳에서 더 뜨거운 기도로 함께 외치겠지요.

오늘 광장 어딘가에서 만나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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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


                               김 현승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 있다.


그것을 오히려 더

밀쳐 밀쳐버릴 때가 있다.


그 소중한 것이 떠나면

알게 된다.


그것이 자기에게

소중한 것이란 것을





제목 : 소중한 것 2 (해석글(?))                  2016년 2월1일



어제는 시를 썼는데 오늘은 이 주제로 글을 쓰겠다.

시에 쓴대로 누구든지 소중한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보통 아무리 소중해도

너무 익숙해지고 계속 곁에 있으면 그것에 소중함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결국은 오히려 더 나쁘게 대하고 밀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기 곁을 떠나면 비로소 알게되는 것 같다.

그 소중함에 대해서.

그리고 그 소중함을 깨닫고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다가

그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후회하고 이렇게 계속 반복하는 것 같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인 것 같다.



# 곁에 있고, 익숙하고, 쉬운 것들을 더 소중하게 다루도록 해야겠다.

# 일단 꼬마 철학자 너님을 좀 더 정중하게 대할게.

# 꼬마 철학자께서는 '자연의 섭리'라는 표현을 못마땅해 하셨다.

# 아니나 다를까 담임선생님께서도 '자연의 섭리'에서 갸우뚱하셨단다.

# '자연의 섭리'보다는 '인간의 나약함'아니겠나고 하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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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절


                                                             김 현 승(茶兄 아님)



계절은 시간따라

흘러간다.


계절과 시간은

비슷하다.


하지만 계절은

돌아오지만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어린 시인이여, 돌아온 그 계절은 지난 번의 그 계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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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나흘에 한 번씩 엄마 조르기.

엄마, 나 과외나 학원 시켜줘.

중학교 가면 영어 수학이 어려워진다는데 걱정도 안 돼?

그게 아니라고오!!!

내 친구들은 방학 때 다 과외 아니면 학원 다니면서 중학교 공부한다고.

엄마, 수준이 비슷한 애들 모아서 수학 공부하는 그룹 과외라는 있다는 거 알긴 알아?

(얌마, 엄마가 한 때 그걸로 밥 먹고 살았다.)

진짜 나 빼고, 나랑 우노 빼고.... 우노는 좀 특별한 아이니까 그렇다 치고.

나 빼고 내 친구들 다 공부해.

나도 좀 뭔가 학원에 다니고, 바쁘고 여유없고 그렇게 좀 해보고 싶다고.

친구들 중에 내가 제일 한가해. 나만 시간이 많고.... 투덜투덜.....

그래, 알았어. 엄마. 나중에 중학교 가서 내가 필요하다고 할 때 꼭 시켜줘야해.

(그렇게 수긍하고 대화가 끝나지만 사흘 후면 난생 처음 해보는 제안인 것처럼

"엄마, 그런데 나도 과외하면 안돼?" ㅎㅎㅎ)


#2

엄마 나 심심해.

현승아, 그럼 엄마는 심심달.

현승이를 지켜보며 심심해 심심달 심심별 '심심함'의 효능에 놀란다.

한동안 우크렐레와 아이패드를 옆에 끼고 흰 종이에 코드까지 그려가며

우크렐레 연구(연주)에 매진하더니 제법 초보 수준의 일가를 이루었다.

기타를 배우라고 잔소리를 해대도 '남들이 다 하는 악기는 하기 싫다'더니

겨울방학 시작 전부터 슬슬 건드리기 시작했다.

기타 입문은 C-Am-Dm-G7 반복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아니던가.

현승아, 엄마는 이걸로 기타 배웠다, 이걸 하루 종일 연습하는 거야.

(시대착오적 엄마 가트니라구!) 현승이에겐 유투브 선생님이 계시다.

기타 잡은지 며칠 만에 'F코드는 왜 이렇게 손이 아프고 소리도 이상하냐'고

투덜투덜하다 투덜투덜이 노래가 되어 진짜로 노래를 작사 작곡했다.

제목 : F코드는 정말로 어려워.

(나중에 현승이가 유명한 싱어송라이터가 되면 처녀작으로 공개하겠슴니다.)

F코드 가볍게 뛰어 넘고 요새 써스포, 디미니쉬 같은 코드의 매력에 빠져 연구 중.

더불어 제이레빗, 윤도현, 로이킴의 노래와 기타 똑같이 따라하기에 매진하고 있다. .

거실이 조용할 날이 없다.


#3

현승이 겨울방학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일기에서 발췌.


"규칙적으로 생활하기는 어떻게 보면 한 것 같고 어떻게 보면 못 지킨 것 같았다. 내가 바라던 규칙적인 생활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공부도 시간을 정해서 잘하는 그런 것들을 원했지만 실제로는 다 지키지 못하고 그냥 빈둥거리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뭔가 빈둥대는 것도 매일 똑같이 해서 규칙적으로 생활한 거라고 볼 수도 있는 것 같았다. 내가 꼭 하고 싶은 것은 영화 많이 보기였는데 이건 확실히 지킨 것 같다. 그리고 겨울방학 목표와 다짐에는 방학 허무하게 보내지 않기였다. 이번 방학에는 못 지킨 것들이 몇 개 있었지만 그렇다고 허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심심해 심심달 심심별의 심심한 시간과 공간.

이 여백은 아이에게 어른에게 사람에게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이다.

규칙적으로 빈둥거리는 시간,

빈둥거리며 허무하지는 않은 나날 같은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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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국어 선생님께 나는 마음의 빚이 있다. 처음으로 내 글을 알아봐주신 분이다. '연합고사'라는 시험으로 고입을 준비하던 시절이었다. 사실 웬만하면 다 통과하는 진학시험이었지만 괜히 압박감은 느껴야 했던. 아무튼 입시생이었다. 입시생인 중3에게 국어 선생님은 자꾸만 작문 숙제를 내주시고 그걸 점수에 반영하셨다. 첫 번째 주제는 '어머니'였다. 으아, 사춘기였던 내게 어머니는 언어로 형상화할 수 없는 원자폭탄이었다. 엄마에 대한 애증을 어떻게 글로 담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쓴 글로 뽑혔다. 국어 선생님께서 잘 쓴 글들은 읽어주시겠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하시던 순간의 현기증을 잊지 못한다. 읽어주다니!!!!!!! 친구들에게 내가 엄마에 대해 쓴 글을 읽어주다니!!!!!!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선생님, 제 글은 읽지 말아 주세요.' 흥분해서 말해놓고는 그 말이 더 쪽팔려서 견딜 수 없었다.


2015년 12월 7일 <일기 읽어주기>


선생님은 거의 매일 애들 일기를 읽어주신다. 나는 아직 선생님이 읽어주시는 기준이 뭔가 모르겠다. 대충은 약간 잘 쓰고 흥미로운 주제인 것 같다. 내 일기도 몇 번 읽어주신 적이 있는데 정말 쪽팔린다. 내가 확실히 진심있게 쓰는 일기와 대충 쓰는 일기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일기를 쓰고 나도 약간 잘 쓴 것 같고 왠지 읽어주실 것 같은 일기르 읽어주실 때도 있다. 그런데 가끔 일기 아래다가 선생님께 이 일기를 읽어주시지 안니셨으면 좋겠다고 쓸 때도 있다.


현승이 짧은 일기에 무한 공감한다. (이건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좋을텐데. 6학년 일기장을 모두 선생님께서 보관하고 계셔서 첨부할 수가 없다.) 현승이의 몇몇 일기 끝에는 '선생님, 이 일기는 친구들에게 읽어주지 않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란 말이 붙어있다. ㅎㅎㅎ 그 말에는 더더욱 공감한다. 중3 때 거의 반사적으로 손을 들고 '선생님, 제 글은 읽지 말아 주세요' 해던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승이 일기의 표현처럼 '진심있게 쓰는 것' 때문이다. 친구들에게 읽어주는 게 싫었던 이유는 바로 현승 철학자님 표현대로 '진심있게 쓴 글'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손 들고 그렇게 말했을 때 선생님은 약간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셨다. 그때는 선생님의 표정이 이해 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다. '그러면 이 녀석아 쓰질 말던가!'


현승이처럼 나는 내 '진심있는 일기'가 늘 버겁고 쪽팔린다. 책을 세 권이나 냈고, 강의도 하고 여전히 공적인 글도 쓰고 하는 주제에 진심있는 글을 쓰다니! 나는 늘 진심있지 않을 수 없는 내 글이 쪽팔린다. 현승인 '읽어주지 않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전장치라도 할 수 있지. 나는 고장난 자가 안전장치로 진심있는 글을 써서 바로 블로그에 내거는 이상한 노출증에 시달리니 말이다. 중3 때 국어선생님을 엄청 좋아했다. 대학 졸업하고 바로 부임하신 남자 선생님이셨고, 수업시간엔 미국이 왜 우리 우방이 아닌지를 해방전후사를 훑어가며, 입술 양끝에 허연 거품이 끼도록 설명을 해주셨다. 고등학교 가서도 가끔 찾아갔고, 갈 때마다 밥도 사주시고 김지하, 김남주 시인의 시집을 사주셨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선생님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대학에 와서도 집으로 전화도 주시고 늘 챙겨주셨다. 선생님의 결혼 소식에 뭔지 모를 충격을 받아 그 다음부턴 연락을 못 드렸다. 그리고 얼마 후에 신문 해직교사 명단에서 선생님의 성함을 보았다.


선생님께 내 글에 주목하신 이유는 친구들과 다른 얘기를 썼다는 것이었다.  '만남' 이라는 주제를 주셨는데 나는 '나 자신과의 만남'에 대해 썼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 그렇게 평하셨다. 모두들 친구나 가족이나 선생님과 등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에 대해 썼는데 신실이의 주제는 '자신과의 만남이었다' 그래서 점수를 많이 줬다. 그리고 마지막 주제는 중학교 3학년을 정리하며 쓰라고 하셨다. 중학생활의 기억은 내게 아버지의 죽음이었고, 그것이 학교생활로 가면 '전학'이었다. 나는 '부속품'이라는 제목으로 그 얘길 썼다. 아버지의 죽음, 전학은 큰 고통이었다. 그러나 그때문에 나는 세상의 다른 면을 보았고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중요한 부속품이 되었다는 식이었다. 그 글에 대한 선생님의 평 역시 '모두들 중학교 생활에 대한 얘기를 연합고사로 마무리 했는데 신실이의 주제는 조금 달랐다, 였다. 친구들 앞에 한 번도 내 글을 읽어주시진 않았다. 나중엔 아쉽기도 했었다. 안 그러려 해도 자꾸 진심있어지는 것도, 뭔가 다르고 싶어하는 것도 쪽팔린다. 쪽팔린다 쪽팔린다 하면서도 여전히 이러는 것도 쪽팔리다.  


현승이 일기가 선생님을 불러냈다.

선생님께 큰 은혜를 입었다.

그리고 뭔가 빚을 졌다.

그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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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추운데 비까지 왔다.(비 맞았다)

 

나는 오늘 교회를 오면서 비를 실컷 맞았다.

정말 운수 없게 딱 집으로 갈려고 할 때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금씩 내려서 빨리 달려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달릴려고 시작하는 순간 갑자기 비가 엄청 나게 내렸다.

나는 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었다.

내 주변에눈 두 종류에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산 챙기길 잘했는 표정으로 우산을 쓰고 유유히 걸어가는 사람들과

가방같은 것들로 머리를 가리고 전력질주하는 사람들.

난 두 부류도 아니었다.

그냥 모자 쓰고 천천히 걸었다.

한 둘 아주머니들은 딱한 눈빛으로 쳐다봤는데 조금도 쪽팔리지 않았다.

뭐랄까?

약간 자랑스럽게(?)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고 버스를 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 우리 현승이 비따위 그냥 맞는 남자. 남자다잉.

# 우리 현승이 딱한 눈빛 따위에 조금도 쪽팔리지 않는 남자. 상남자다잉.

# 우리 현승이 비 쫌 맞았다고 후까시 빡 들어가는 남자. 완전 초딩이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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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저녁

 

 

아빠랑 단둘이

저녁을 먹는다

 

엄마가 한 반찬

을 가득히 차린다

 

치이익 아빠가

고기를 굽는다

 

한 그릇이 뚝딱

없어졌다.

 

 

 

선생님이 달아주신 코멘트를 보여주며

"엄마, 선생님이 시를 쓴 내 마음을 딱 아셨어. 내가 진짜 행복한 마음을 쓰려고 했거든. 나 진짜 아빠랑 둘이 그렇게 밥 먹을 때 행복해. 아! 그런데 엄마 그게 엄마가 싫다는 뜻은 아니야."

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나서도 몇 번을 더 확인합니다.

"엄마, 엄마 강의 가고 아빠랑 단둘이 밥 먹는 게 행복하다는 뜻이지 엄마가 싫다는 뜻은 아니야. 알았지? 진짜 그런 뜻은 아니야~아."

 

엄마를 뭘로 보고!!! 우리 사이가 그 정도를 확인해야 하는 사이야?

속으로 생각했는데 어릴 적 생각이 딱 났습니다.

 

어릴 적에 집에서 혼자 노래 부르면서 잘 놀았는데 '아빠의 얼굴'이란 노래를 좋았습니다.

 

어젯밤 꿈 속에 나는 나는 날개 달고 구름보다 더 높이 올라올라 갔지요.

무지개 동산에서 놀고 있을 때 이리저리 나를 찾는 아빠의 얼굴

무지개 동산에서 놀고 있을 때 이러저리 나를 찾는 아빠의 얼굴

 

이런 가사인데요. 노래를 막 시작했는데 집에 아버지는 없고 엄마만 있었습니다.

괜히 엄마가 신경이 쓰여서 가사를 '이리저리 나를 찾는 엄마의 얼굴'로 바꿔서 불렀죠.

특히 '엄마' 부분은 강조해서 또박또박.

가까운데 아버지가 있으면 이 노래는 다시 '아빠의 얼굴'이 됐구요.

 

아, 심지어.

 

할머니 머리에 눈이 왔어요. 벌써 벌써 하얗게 눈 왔어요.

그래도 나는 나는 제일 좋아요. 우리 우리 할머니가 제일 좋아요.

 

이 노래는 아버지가 있으면 못 불렀어요.

외할머니는 계셨지만 아버지는 실향민이라 할머니 할아버지가 북한에 계셨구요.

아버지 나이로 추정해 보건데 이미 돌아가셨을 테지만.

괜히 아버지가 슬퍼질 것 같아서.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 없는 내게 미안해 하실까봐 아버지 앞에서는 자가 금지곡 지정이었지요.

 

 

# 현승이 너 엄마 많이 닮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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