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땀이 많이 흘렀다. 구름이 가을 구름 같았다.

제목 : 기대

 

기대는 참 무서운 것 같다. 왜냐하면 기대는 참 여러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일에 대해 기대를 한다.

근데 그 일이 잘 되면 기대를 했기에 기쁨이 두 배가 되어 더 기분이 좋다.

반대로 기대를 했는데 일이 잘 되지 않으면 기대가 무너져 더 실망스럽다.

그렇다고 기대를 좋다 나쁘다 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대가 커지면 기대를 받는 사람의 부담감도 함께 커지게 된다.

나는 기대라는 단어가 뭔가 마음에 남고 인상이 깊다.

기대는 뜻은 굉장히 쉽고 다들 안다 하지만 참 어려운 것 같다.

일기는 내 생각을 쓰는 것인데 생각은 나는데 글로는 약간 못 쓰겠는 것들이 있다.

그 주제들 중 하나가 '기대'인 것 같다.

우리 엄마는 내가 생각하기에 나에 대한 기대를 꽤 많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게 약간 두렵다.

왜냐하면 기대를 한 만큼 엄마를 실망시킬 것 같아서이다.

 

단언컨데 이 일기에서 '기대'하는 주체는 담임 샘님이시다.

일기는 제 생각을 쓰는 것인데 생각은 나는데 글로는 약간 못 쓰겠는 이유이다.

그래서 말을 돌리고 돌리고.... 하다가 결국 만만한 엄마를 끌고 들어간 것이다.

물론 엄마가 허락했다. 그리고 인정도 했다.

담임 선생님의 현승에 대한 기대가 2학기 시작과 더불어 빡침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엄마의 많은 기대는 늘 빡침으로 끝나곤 했으니까.

그렇지만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혀두고 싶은 것은 이 일기에서 현승이를 두렵게 한 기대는

엄마가 아닌 담임 선생님의 기대였다는 것!

으...... 억울하다.

담임 샘의 코멘트는 정말이지 억울하다!

마지막 세 문장의 주어는 엄마를 가장한 '담임 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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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현승님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내용을 정리하면,

현승이가 개학하고 나서 너무 달라졌다.

엄청 떠든다.

수업시간에 산만하기 때문에 학습면에서도 전 같지 않다.

일기도 잘 쓰는 일기가 아니다.

어머니가 아셔야 할 것 같아서 연락드린다.

가정에서 지도 바란다.

예예, '현승이와 얘기하보겠습니다' 허공에 대고 인사를 백 번 하고 끊었다.

 

이느무 시키 들어오기만 해봐라, 다리 몽댕이를 부러뜨릴라.

까지는 아니었지만, 아니 도대체 얼마나 떠들었기에! 일단 말이나 들어보자. 요놈!

일단 자수가 살 길이라 여겼나보다.

'내가 6학년 1학기 때까지 모범생 아니었냐, 이제 6학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장난꾸러기 한 번 되어 보고 싶었다. 꼭 그렇게 결심한 건 아니다. 다면 내 앞에 앉은 친구가 진짜 웃긴 친구다. 우리 반에서 제일 웃긴 친구다. 그래서 자꾸 떠들게 된다. 아, 그런데 이제 알았다. 나는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크게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다. 그러니까 엄마한테 전화를 했겠지. 그런 전화 받게 해서 미안하다. 앞으로 잘하겠다'

일사천리로 반성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늘어놓았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일기장을 살펴보았다.

저 성의 없는, 시로 쓴 일기와 선생님의 코멘트에서 빵 터졌다.

 

 

여름

 

초여름이다.

곧 더워진다.

 

한여름이다.

휴 더워도 너무 덥다.

 

이제 시원한 바람이 분다.

곧 가을이다.

 

 

 

여기에 달린 담임 선생님의 진지한 궁서체 풍의 코멘트.

 

일기, 성의 있게 쓰세요.

이왕 할 거 제대로. 아님 시작을 안하는 게 더

나을지 모르죠.

 

정제된 언어 속에서도 숨길 수 없는 선생님의 깊은 빡침, 

느낄 수 있었다. 

 

1학기 상담에서 만나 뵌 선생님은 순수한 분이었다. 현승이 칭찬을 많이 하셨다.

'남자 애들이 너무 말을 안 들어서 힘든데 현승이는 다르다. 수업시간에 멍하니 먼산 바라보고 있기도 하지만 학습능력도 좋다. 학원 굳이 안 보내셔도 된다. 지금도 잘하고 있다. 특히 일기를 보면 생각이 참 깊은 아이다.....'

현승이가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다. 학교에서 한 MBTI 결과를 보고는 현승이와 선생님이 유형이 같다며 좋아하시기도. 그런데 그놈이 대놓고 말을 안듣는 데다 일기라고 써오는 건 성의가 1도 없으니.... 실망을 하셨을 터. 아이를 대놓고 구박하실 수도 있을텐데 빡치는 마음 누르시고 애써 차분히 달아주신 코멘트가 약간 귀엽고 그렇다. 

 

여하튼 이날 이후로 다시 마음을 새롭게 하여 일기도 정성껏 쓰고,

학교 가서도 최대한 떠들지 않는다. (라고 제 입으로는 떠벌이고 있다)

 

(계속해서 관련된 일기 하나 더 올릴 여정이다. 투비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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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구례로 가는 중이다. 밤인데도 별로 졸렵지 않았다. 한결이랑 이야기를 하면서 가고 있다. 나는 아까부터 새로 만날 애가 어떨지 궁금했다. 한결이 말로는 괜찮은 애라고 했다. 실컷 떠들다가 잠이 들었다. 깨서 보니 딱 구례역이었다. 비몽사몽했는데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찬 공기가 온몸을 감싸 잠이 확 깨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도 졸렸다. 버스에서 내려 이제 진짜 올라간다. 근데 너무 추웠고 앞이 안 보였다. 해가 뜨고 아핌 먹는 곳에 도착했다. 겸이는 내 예상과 다르게 다른 사람들과 말도 잘하고 재미있어 보였다. 아침을 먹고 진짜 등산을 했다. 근데 이 길은 다음날 가는 길에 비하면 쉬운 길이었다. 힘들진 않았다. 왜냐면 겸이랑 금세 친해져서 한결이랑 셋이 이야기를 하면서 갔다.

 

나는 무거운 배낭을 맨 아빠가 힘들어 보여서 밥 먹는 시간에 최대한 이것 저것 꺼내 먹었다. 지리산은 계속 걷고 바위 올라가고 내려가고가 반복이었다. 내가 생각한 거랑은 좀 달랐다. 계속 걸을수록 말이 없어졌다. 나는 등산이라고도 생각하고 그게 아니라 똑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는 거라고도 생각했다. 바위 오르막길이 나올 때 정말 가방을 던져버리고 뛰어 올라가고 싶었다.

 

아빠가 뒤처질 때는 내가 짐은 조금 들어서 아빠가 힘든 것 같아 조금 미안했다. 또 나는 쉬는 시간에 앉으면 다시는 일어나기가 싫을 때도 종종 있었다. 지리산은 내 바로 앞길만 보고 가면 힘들지 않지만 저 멀리 앞으로 갈 길을 쭉 보면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나는 걸을 때 별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딱히 할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멍하게 걷다 쉬고 걷다 쉬고를 반복한 길도 있었다.

 

나는 총 2번 산장에서 잤다. 나는 첫날 산장에 가기 전에 산장이 정말 안 좋고 그냥 잠만 자는 곳이라고 생각을 하고 단단히 각오를 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다르게 정말 좋았다. 특히 좋았던 점은 사다리가 있어서 3층까지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었다. 산장이 휴양림과 다를 게 없는 것 같았다. 친구들과 놀고, 고기 구워서 먹고.

 

물을 끓이다가 아빠가 손을 덴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괜찮냐'고만 물어 봤는데 사실 속으로 엄청 걱정했다. 또 출발하고 쉬고를 반복했다. 나는 원래 초콜릿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지리산에서는 많이 먹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단 게 에너지가 된다고 먹는 것 같았는데 나는 사실 먹든 안 먹든 힘든 건 똑같은 것 같았다. 계속 걷는 게 지겨울 때 우물우물 씹으면서 갔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번 지리산에서 아빠한테 짜증을 약간 낸 것 같지만 사실 아빠랑 같이 가서 재미있었다. 아빠는 내가 짜증만 내서 힘들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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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분석을 할 때도 여러 날의 꿈을 연작으로 살펴볼 때 얻는 유익이 큽니다.

뜸했던 꼬마 시인의 일기를 연작으로 읽어봅니다.

 

 

2015년 6월 2일, 날씨 : 덥지는 않지만 햇살이 강했던 날씨

제목 :

 

나는 5학년 선생님께서 많이 떠들지는 않지만 몰래 조용히 떠든다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 우리반 선생님께서도 나에게 은근히 많이 떠든다고 하셨다.

그래도 나는 요즈음 쵀대한 적게 떠들고 열심히 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모둠 활동도 열심히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모르겠지만

나는 나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가 6학년 초보다 약간 떠들긴 했지만

이제 다시 긴장을 늦추지 말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이 일기 어간에는 필자 자신과 주변의 친구들의 떠드는 것에 관한 고찰 등이 많습니다.

 

 

2015년 6월 4일, 날씨 : 땀이 많이 흐르는 날씨

제목 : 다짐

 

사람은 항상 다짐을 한다.

그리고 그것을 대부분 못 지키게 된다.

그럼 또 다짐을 하고 못 지키고를 반복한다.

이런 다짐과 실패들이 나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자기가 정한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실패를 하게 되 자신에 부족한 점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그냥 발전되게 가만히 있으면 않된다.

그 실패를 자신이 알고 더 노력해야지 더 자기가 발전되고 훌륭해질 수 있는 것이다.

 

떠드는 것을 비롯하여 자신의 잘못된 점을 인식하고 고치겠다는 다짐, 다짐, 다짐도

이즈음 시인의 주요 관심사입니다.

 

(그건 그렇고. 마지막 두 문장은 도대체 뭐라는 거야?

저런 어체 어디서 많이 봤는데..... 어디서 봤더라?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음.....

아, 대통령의 글쓰기 아니고 말하기! 근혜체! 녀석, 보기보다 유행에 민감하군.)

 

이렇게 읽다 보니 글씨체가 엉망이라 피로감과 함께 짜증이 밀려옵니다.

그 순간 눈앞에 이런 일기가 뙇!

 

 

2015년 6월 17일, 날씨 : 공기 자체가 뜨거운 날씨

제목 : 글씨체

 

나는 글씨체가 정말 최악으로 끔찍하게 나쁘다.

그래도 나는 요즈음 글씨체가 괞찮아지도록 많이 노력하고 있다.

나는 엄마나 선생님께 글씨체 꾸중을 들으면 똑바로 쓰려고 한다.

하지만 그 순간 신경 쓰고 또 시간이 지나면 글씨체는 다시 나빠진다.

내가 언제부터 글씨체가 나빠졌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이 일기도 엄청 신경을 쓰면서 쓰고 있다.

앞으로도 더 노력했다.

 

글씨체에 대한 다짐은 다시 실패가 되고 실패를 통해 현승이는 부족함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발전되게 가만히 있으며 안되겠지요. 그러니까 이런 얘기죠.

 

내가 6학년 동안 꼭 달성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하고 나아가면 예쁜 글씨에 대한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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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지금 (폰)게임하는 표정이 하나도 재미가 없는 것 같이 보여.

하기 싫은 게임을 하는 것 같애.

 

(독심술 쓰나?) 맞아. 재미 없는데 하는 거야.

 

왜? 포인트 받으려고? 그게 아니지? 비어있는 느낌 때문에 그러는 거지.

마음이 쓸쓸해?

 

('공허감'이란 말을 모르는구나) 그래. 괜히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어.

이런다고 비어있는 느낌이 채워지는 것도 아닌데.

 

엄마, 머리가 비어 있어. 아니면 마음이 비어 있어?

 

어? 어.... 음..... 마음이?

 

그렇지? 마음은 텅 비어있는데 머리로는 많은 생각을 하지?

엄마 지금 머리로는 여러 생각을 하고 있지?

왜애? 무슨 힘든 일이 있어?

 

힘든 일이 딱히 있는 건 아냐. 이유를 말할 수 없는 공허감이 밀려올 때가 있지.

 

엄마, 그렇다고 자살을 할 건 아니지?

 

야!

 

아니, 난 사람들이 멍 때리는 표정을 하고 있으면 걱정이 돼.

엄마, 지금 그냥 비어있는 느낌이야? 아니면 무슨 힘든 생각이 있어?

 

괜찮아. 특별히 힘든 일이 있는 거 아니야.

갑자기 엄마가 애쓰는 것들이 소용없이 느껴지고  그러네. 다들 그럴 때가 있는 거야.

 

밥하고 그러는 게 힘들어? 원고도 써야 하고, 강의 준비도 해야 하고... 외할머니 걱정도 되지?

 

아냐, 그런 건 별로 안 힘들어. 음.... 사람관계가 힘들지.

 

그러면 게임 그만 해. 나라면 그냥 차라리 씻고 자겠다.

하기 싫으면서 뭐하러 그러고 있어.

 

맞어. 이런 걸 중독이라고 하는 거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텅 빈 마음이 채워지지도 않을텐데 이런다.

 

(이 대화에 2048 게임을 시작하던 아빠가 슬그머니 폰을 내려놓는다.)

 

아무튼, 엄마 빨리 자. 자고 일어나면 마음이 훨씬 더 좋아져.

잘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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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김현승

 

 

부슬부슬 봄비가

내린다

 

미세먼지도 새로운

첫만남도 씻겼다

 

봄이 시작되었다

 

 

 

 

 

미세먼지가 씻겼다,

는 공감이 되는데

첫만남도 씻긴 것은 알 듯 모를 듯.

 

묻고 싶지만 바로 물어보지 않았다.

시인 김현승은 시를 써놓고는 누군가 바로 읽는 것도 부담스러운 거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람) 엄마라 해도 자신이 보지 않는 곳에서 읽으라는 거다.

 

현승 님이 시를 썼을 때는 일단 시인이 보지 않는 곳에서 읽은 후에

질문이 올라오면 가슴에 묻고,

우야튼지 시간이 지나길 기다려야 한다.

 

현승이 누나 채윤이는 입을 뗀 바로 그 순간의 감정을 물어줘야 한다.

짧은 골든타임을 놓치면 '몰라, 아 몰라, 까먹었어' 라며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충실할 뿐이다.

채윤이에겐 바로 그 순간에! 현승에겐 그 순간을 하염없이 보낸 후에 말을 걸자.

(채윤이 엄마이며 동시에 현승이 엄마 하기란.....)

 

 

시를 쓰고 하루 지난 저녁.

시인이 좋아하는 반찬으로 마음을 훅 빼앗을 후에 묻는다.

그런데 현승아..... 미세먼지가 씻기는 건 알겠는데 첫 만남이 씻기는 건 뭐야?

 

(예민) 왜? 엄마. 시가 이상해?

첫 만남은 그런 거 있잖아. 3월이 다 갔잖아.

3월엔 다 새로워서 어색하잖아. 그 어색함이 끝난 거야.

 

왜야? 3월의 봄은 어색해?

 

아니, 그게 아니고.

봄 얘기가 아니고. 3월은 친구들도 선생님도 다 어색하잖아.

이제 그게 다 익숙해졌다는 뜻이야.

나도 쓰면서 다른 사람이 이해 못 할 줄 알았어.

이상해? 내 표현이?

 

아니, 아니.

그럴 것 같았어. 확인하는 거야.

그런데 그 첫만남은 어색하기만 해?

새로워서 좋지는 않아?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좋지 않아. 그냥 어색해. 그런데 지금은 다 익숙해져서 좋아. 편해.

그래서 봄비에 다 씻겨 내려간 것이 좋다는 뜻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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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담임 선생님은 '일기지도'에 주력하실 모양이던데,

야심 차게 주제(첫날)를 내주셨을텐데

첫 문장이 도발적이다.

 

사실 이 제목으로 쓴 것도 벌써 6번 째다.

 

초딩에게 일기란 거의 공적 글쓰기에 가깝다.

선생님께 검사를 받고, 엄마가 확인하는데 은밀한 글쓰기가 될 수 있겠는가.

선생님에 대한 평에서 글쓴이의 공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보통 이런 멘트에서 진실은 앞부분에,

뒷부분은 읽는 이를 배려한 훈훈한 마무리일 수밖에 없는 것.

 

선생님은 오늘 첫날이라 어떤 선생님이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으신 선생님 같았다.

 

같은 제목의 일기 글을 여섯 번째 쓰면서 '일기 쓴 이'는 득도를 한 모양이다.

 

아직은 막막하지만 이래저래 하다보면 시간은 빨리빨리 흘러

벌써 6학년을 졸업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글쓴이의 엄마도 새 학년 새 학기만 되면 막막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래저래 하다 보면 그럭저럭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아이들을 6년, 9년 지켜보다

깨달은 것이 있다. 

시간이 빨리빨리 흘러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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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일기 (2월 1일)

 

 

참 오랜만에 일기를 써본다.

자랑은 아니지만 난 글을 못쓰진 않는다.

또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보통 아이들은 일기라고 하면 대부분 '있었던 일' 같은 주제로

쓰는 경우가 많겠지만 나는 일기를 '생각한 것'에 대해 쓴다.

무슨 뜻이냐면 내가 무언가를 생각했다는 그것을 생각만 하진 않고

글로 써보는 거다.

나는 오히려 이렇게 쓰는 게 나한테도 잘 맞는 것 같고 재밌다.

'생각' 주제로 쓰다보면 그 생각의 답을 얻는 경우도 있지만

글로 쓰면서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사실 나는 선생님이 주제를 내주시는 것보다 자유 주제로 생각쓰기를

쓰는 것이 훨씬 좋다.

선생님이 주제를 주시면 너무 막막할 때가 많다.

일기는 막상 쓰기 전에는 쓰기 싫고 짜증나지만 계속 쓰다보면 재미있고

다 쓰고 내가 내가 쓴 글을 읽으면 뭔가 뿌듯하다.

그래서 나는 일기가 좋다.

 

 

그러니까 써라! 청년들 강의와 상담이 자꾸 이렇게 깔대기가 되는군요. 연애 잘하려면, 너의 소명을 찾으려면, 진리 안에 자유로운 신앙인이 되고 싶다면 써라! 너만의 이야기를 써라. 왜냐하면 일기(뿐 아니라 어떤 형식의 글이라도) '정직한 쓰기'가 주는 유익은 생각의 실타래를 풀어 나만의 답을 찾아가게 한다는 것.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더 깊고 큰 의문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현승이가 이걸 벌써 깨달은 건가? 그냥 하는 말인가? 모르겠네요. 게다가 이 녀석 글쓰기의 괴로움과 즐거움도 아는 것처럼 써놓았구요. ㅎㅎㅎ 누가 봐도 내 아들. 으허허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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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로등이 너무 힘들어 보여.

저기 봐.

가로등에 달려 있는 게 너무 많지?

가로등을 굳이 볼려고 한 건 아닌데.

보게 돼.

그리고 너무 힘들어 보여.

엄마, 내가 좀 이상해?

너무 이런 생각만 하는 것 같애?

내가 생각할 때 내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자꾸 나는 사람을 생각해도 그 사람이 불쌍하단 생각이 들어.

어떤 사람을 생각해도 그래.

내가 너무 이상한 애는 아니겠지?

측은지심? 그게 나한테 많은 거야?

음.... 측은지심이구나.

측은지심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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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운동도 잘하고 건강하다.

그래서 이름이 김병약(病弱)

 

 

우리 엄마는 글쓰는 걸 싫어하고

잠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름이 정원고(原稿)

 

 

우리 누나는 공부도 잘하고 머리가 좋다.

그래서 이름이 김무식(無識)

 

 

나는 었떤 일에도 긍정적이다.

그래서 이름이 김절망(絶望)

 

 

사실 우리집은 거꾸로 가족이야.

 

 

 

* 괄호 안의 한자는 편집자가 삽입.

 었.떤. 일에도 긍정적인 시인의 해학과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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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서리는 많다.

그중 가장 큰 것은 툭하면 화를 낸다.

친한 사람끼리나 내 친구들과 말하다보면 답답할 때가 있다.

나는 그때 설명을 해주지 않고 화부터 낸다.

실재로 내 모서리 때문에 친구와 사이가 나삐진 적도 있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의 모서리에 부딪혀 힘든 적이 한 둘이 아니다.

내 모서리에 부딪혔을 때 나는 오히려 시치미를 땐다.

하지만 간혹 아주 착한 아이들은 내 모서리에 부딪혔으면서

나에게 사과를 할 때도 있다.

나도 내 마음의 모서리에 부딪힌 아이들에게 무작정 화만 내지 않고

용서를 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노력을 해야 된다.

빨리 돼면 좋겠다.

 

 

 

5학년 되고 어느 날,

이제부턴 엄마에게 일기를 보여주지 않겠노라고 선언을 했습니다.

자발적으로 보여주는 것 외에는 애써 찾아보지 않았는데,

방학 맞아 가방을 털어보다 앉아서 밀린 일기 쭉 탐독했습니다.

혼자만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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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생각은 무서워 죽음보다 무서워

생각으로 다 할 수 있어

 

 

생각은 아무것도 아니야

생각은 생각일 뿐이야.

 

 

 

 

 

엄마 엄마,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 줄 알아?

생각이야.

생각으론 할 수 없는 게 없어.

아무리 무서운 생각도 다 할 수 있어.

제일 무서운 게 죽음이잖아. 죽음을 생각 할 수도 있어.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내가 생각해 낸 거야.

 

그렇지만 생각은 생각으로 끝나잖아. 뭐, 무서운 것도 아니네.

 

아, 그러네. 에잇, 내가 생각해낸 건데.

 

그래도 좋은 통찰이야. 좀 적어 놔. 요즘은 일기도 안 쓰니까 좋은 적을 데가 없네. 시라도 써. 좋은 생각을 그때 그때 남겨두는 것 중요하더라.

 

안 돼. 이런 건 시로 못 써.

 

왜애? 얼마든지 쓸 수 있지.

 

이런 걸 시로 쓰면 어린애답지 않지 않아? 쫌 잘난 척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나중에 또 생각 날 거야. 그때 쓰지 뭐.

 

생각나는 것도 있고 결코 생각나지 않는 것도 있어. 하긴 뭐, 결국 너한테 나온 거니까.

언젠가 다른 방식으로 나올 수도 있겠다.

 

나 쓰면 뭐 해줄거야?

 

닭도리탕.

 

그건 지금 어차피 먹을 거잖아. 개콘! 개콘 다 보면 안돼?

 

콜!

 

(1분 만에, 일필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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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김 현승

 

 

밤이 빨리 찾아오고

아침은 늦게 찾아온다.

 

나무는 나뭇잎이 다 떨어졌다.

차는 눈 덮이듯 낙엽에게 덮여져있다.

 

겨울이 밤을 차지했다. 곧 낮과

아침까지 차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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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김현승

 

 

 

내가 나무 위에 있을 때

사람들이 멈쳐 나를 보며

웃어 나는 그 웃음이 좋아

 

 

모두 나를 밣고 가 그 얼굴들은

기쁨없이 무표정들이야 

 

 

 


 

 

 

 

멈추 않고 멈쳐 본다니 엄마(mom)를 한 대 친다는 줄 알고 움찔 했다야.

밟고가지 않고 밣고 간다하니 신조어, 갓 태어난 말이 가지는 가벼움에 이건 뭐 밣아도 아프지도 않겠다 싶네! 나겨바,  아프지 않으니 이해해 줘. 사람들 표정은 원래 그래 무표정이 기본설정이야.

 

<40자 평_ 현승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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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시계

 

난 아무 잘못 없어

지가 날 맞추웠으면서

왜 내가 깨워주면

성질이야?

억울해


 

오랜만에 시상이 떠올랐다며 쓱쓱쓱쓱 써냈습니다.
잘 썼다고 칭찬했더니,
'나는 요즘 이런 시가 쓰고 싶어. 말하자면 내가 어떤 물건이 돼서 그 물건의 마음을 말하는 거. 지난 번에 쓴 가로등 시 있잖아. 그런 시를 계속 써보고 싶어'
어, 그런 시 쓰는 시인이 있어.

하상욱!
하상욱 시 중에 '알람시계'가 있나 검색해봤더니요.
어머! 이건 뭐 알람시계 빙의 된 현승 시인과 시계 주인 하상욱 시인님의 대화로군요.
현승이에게 하상욱 시를 여러 편 보여주려다가 참았어요.
김현승이라 불리는 어린 하상욱만의 시 세계를 일단 지켜줘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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