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오셔서 식탁을 차렸을 때 의도적으로 웃길려고,
때로는 진심으로 종필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

'와~ 이거 뭐야? 첨 먹어보는 건데....'

손님을 초대해서 식사를 할 때는 손님 입장에서 가장 편안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자동으로 하게 되는데 그게 그렇다. 너무 신경써서 차린 것 처럼 보이면 고맙지만 부담이 될 수 있고, 먹던 대로 했다는 것 역시 뭐 그리 기분 좋게 환대받는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적당히 신경쓰고, 적당히 힘은 안 들어야 하는데 말이다. 사실 요리를 좋아하는 내게 그리고 날이 갈수록 손님이 오는 식탁에도 특별한 에너지를 안 쓰는 내게 남편이 하는 농담은 내심 별로 웃기지도 않지만 껄끄럽지도 않다.

헌데, 한 두어 주 진짜 손님이 있는 식탁 없는 식탁에 성의 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었음을 자수하지 않을 수 없다. 김가네 김밥에 시켜먹기 일쑤요.... 아, 도대체 뭘 멕였는지 생각조차 안나는군하.....ㅜㅜ

어느 날 저녁, 또 김가네 김밥으로 떼워볼 요량으로 손을 놓고 있었는데 밥을 드시고 싶다는 말에 홈플에서 대패삼겹살 세일로 사다가 버섯 쪼금 조랭이떡 조금 넣어서 막~악 구워가지고 늦은 저녁을 드시게 했다. 상추 씻기도 귀찮고, 쌈장도 귀찮고, 기름장도 다... 생략해서 대충 막막 그냥 구워서, 저거 하나. 저게에 김치.
많이 미안하 마음으로 '나 진짜 성의없이 밥 차려주지?' 했더니 정색을 하시며.....
'아니~이, 나는 전혀 성의 없다고 생각 안 하는데...'
아우, 기냥 이 말씀이 어찌나 감동이 되고 고마운지. 미안한 마음보다는 고맙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보다는 '계속 이렇게 편하게 가야겠다'는 안일한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성의는 없었어도 늘 기본적으로 사랑이라는 조미료는 기본으로 팍팍 넣어준다는 걸 알아주시는 말씀이려니 생각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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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요리에 관해서 주부들보다 젊은 처자들에게서 신메뉴를 배울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이다. 떡볶이에 야채 올려서 아삭하게 먹는 것까지 가서는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태였다.
음... 떡볶이 요리에 있어서 '슬럼프' 라고나 할까, '떡볶이영혼의 어두운 밤' 이라고나 할까?

이 때 청년부 챙이가 목장에서 목원들에게 해서 먹였다는 단호박 떡볶이를 보게 되었건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부산인지 대군지 어디서 먹어보고 만들어 봤다는데 이거 이거 '먹어보고 만들어보는 건'
요리에 있어서 보통 경지가 아닌데 챙이를 수제자로 받아들일까 생각쭝!

단호박을 삶아 속을 떡볶이로 채운 다음 모짜렐라 치즈를 얹어서 오븐에 한 10분 정도 구우면 되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럭셔리한 떡볶이.


첨에 오븐에서 꺼내면 이런 모양인데 호박을 잘라주니 저렇게 한결 있어보이는  모양이 되었다.


쉼이라론 없이 몇 개월을 달려오시는 도사님의 휴일 점심식사었다. 그나마 쉬는 월요일 공부하러 나가는 마눌님 대신 애들하고 집에서 복작거리면서 제대로 안식도 못하시고.... 가여운 도사님!

위 표정은 모델이 되어줄 것을 요구했을 때 첨에 나오는 자연스러운 그 만의 표정.



이 표정은 도통 맛있게 해놓고 촬영만 해대는 마눌을 한 방에 만족시킨 후 빨리 먹어야겠다는 일념하에 한껏 오버하신 모습. 계속 찍어대다가 저 표정 찍고 나서 바로 카메라 전원 끄고 '먹어!'를 허락했다.

오늘은 급하게 하느라고 단호박을 충분히 못 익혀서 먹기가 좀 그랬는데 단호박이 충분히 익으면 떡볶이, 치즈, 단호박 셋을 함께 먹는 맛이 아주 굿이다.

챙!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

주일 저녁 한 주는 A조 목자,
그 다음 주는 B조 목자,
그리고 그 다음 주는 목자 큰모임으로 A,B조 함께 모이는 모임.

요즘 계속 몸 컨디션이 B마이너스나 C뿔 정도라서 개운하지 않은 상태.
지난 주에도 이번 주에도 식사준비를 하면서
'여보! 오늘은 내가 몸이 안 좋으니깐 식사 마치면 나는 방으로 들어가서 쉬는 게 좋겠어' 라고 해놓고...
식사 마치고 가벼운 농담이 오고 가다가 어느 새 깊은 나눔들을 하고 있습니다.
방에 가 쉬라고 싸인을 보내던 몸상태는 마약을 맞은 듯 가벼워져서 설거지를 하고 있지만 귀도 마음도 거실에 가 있습니다. 그리고는 쪼르르 저들 옆에 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지친 영혼이 위로를 얻습니다. 그들과 함께 하는 기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습니다. 세상에 어찌 이렇게 훌륭한 젊은이들이 있단 말입니까.

지난 번 조 모임 때는 이래저래 장을 볼 여유가 되지 않아서 내놓은 것이 김치덮밥이었는데,
쿨한 목자 하나가 맛있게 먹고 나서 물을 마시더니 '물도 맛있어' 했습니다.
예전에 AP목장 할 때도 형제 하나가 '아~ 목녀님 집에 오면 물도 맛있어요. 이거 무슨 물예요?'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냥 동서 옥수수차일 뿐이고요....

이제 저는 압니다.
요리솜씨나 맛은 사랑에서 나온다는 것을요.
가끔 요리를 하다보면 너무 싱겁거나 너무 짜거나 너무 오래 끓여서 야채가 다 뭉개지거나(어제 식사가 그랬습니다) 엔쥐가 날 때도 있습니다. 헌데 그래도 맛은 있습니다. 왜냐면 먹어줄 사람들이 맛있게 먹어줄 준비가 되어있을 뿐 아니라 제가 요리가 가장 많이 아끼지 않고 팍팍 쓰는 양념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동서 보리차인들 색다른 고소함으로 가 닿지 않겠습니까.

저는 항상 물도 맛있는 그런 요리를 하고 싶습니다.
보리차 하나를 끓여도 그 안에 온갖 사랑과 기도를 담아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물도 맛있는 김치덮밥, 물도 맛잇는 저녁식사. 이거 맘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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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부추 떡볶이의 발견으로
떡볶이와 생야채를 샐러드의 절묘한 조화를 일궈낸 떡볶이이 세곙의 지평이 열렸다 할 수 있겠습니다.
(지가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해)

수요예배 설교를 맡으신 도사님께서 저녁을 아주 간단히 먹고 싶다고 주문을 하셨습니다.
애들도 함께 먹어야해서 케쳡을 많이 넣어서 맵지 않은 떡볶이를 한 후에
양배추를 썰어서 듬뿍 올렸습니다.
늘 부담이 되곤하는 어른 설교를 준비하는 남편을 위해 기도를 담아 양배추를 올렸지요.

쫄깃 떡볶이와 아삭 양배추의 조화 이거 괜찮네요.
끈끈하지만 맺고 끊음이 안되는 감정형식 사랑과,
쿨하지만 어딘가 한 구석 차거움으로 남는 사고형식 사랑의 오묘한 조화라고나 할까?
으하하하하...

담번에 떡볶이 위에 뭘 올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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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시간을 훨씬 넘긴 시간에 찾아든 젊은 손님들.
혹시나 해서 냉동실에 있던 떡을 꺼내놨는데 저녁 먹고 배부르다던 이 젊은이들.
떡볶이란 말에 오케이 좋다가 의기투합을 해줬다.
그 바람에 떡볶이 신메뉴 출시.

떡볶이야 늘 하던대로 양파 볶아서 맛있게 했는데,
좀 있어보일려고 치즈 두 장을 위에 얹고 났더니
점심에 쓰고 난 부추 한 무더기가 눈에 띄어 바로 얹어주었더니....

아~ 이거 괜찮네.
떡볶이 양념의 텁텁함을 잡아준다고나 할까?
저 빛깔은 어떠한가?
칙칙한 붉은색에서 자연의 싱그러움을 떠올리게 하는 그륀 그륀 그륀....

젊은이들을 자주 대면하니 요리의 신도 젊어지누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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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퓨전 음식집에서 먹어본 굴탕면.
쉽게 굴우동이라고 부르면 좋을 듯 합니다.
이사하던 날이 너무 추웠던 날이라 그런지, 날이 좀 푹한 날에도 새집은 춥게만 느껴지고.....

이번 주부터 풀타임 사역자로 출퇴근을 하는 남편과 함께 삶의 리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특새 때문에 오전 시간은 좀 헤매면서 보내고 있지만요.

누가 커다란 굴을 꽤나 많이 주셨는데.
예전 같으면 저런 굴을 보면 날것으로 초고추장 찍어 먹는 것 참 좋아했었습니다.
같이 사시는 분이 그런 스타일의 식생활을 안 좋아하시니 그 맛있던 생굴이 저도 잘 손이 가지 않습니다.
영양가 많고 맛있는 굴을 국을 끓여도 국물만 드시고,
굴전을 붙여도 손도 안대시니... 참 고민.

언젠가 굴탕면이라는 걸 먹으면서 '이런 건 집에서 못 만들지?'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
한 번 만들어 봤습니다.
집에 있는 국물 맛을 내는 모든 것(가쓰오부시, 황태채, 새우가루, 표고버섯가루) 등을 넣어 맛을 내고,
배추를 비롯한 야채 굴, 우동면을 넣고 끓여서 녹말가루 풀었습니다.
뜨끈하고 시원하고...
결국 질색를 하시던 굴도 한 놈 남기지 않고 다 드셨습니다.

따뜻한 국물로 몸을 데우며,
우리의 마음도 따뜻하게 데워지길 기도하며 굴탕면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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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하루 지난 날,
이건 죽마고우도 아니고, 태아고우라고 해야하나?
뱃속에서부터 친구였던, 그래서 뱃속에서부터 같이 놀았던 친구 수민이가 축하하러 와주었습니다.
급조해서 로스트 치킨 두 마리를 해가지고 그 위에 초를 켜고....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치킨케잌'에 생일축하를 합니다.
다인이 말에 의하면 치킨 두 마리가 채윤이 언니한테 세배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맛있게 먹는 사진들은 다 흔들려서 한 장도 제대로 건지지 못했습니다.

사실 요즘 애들은 생일축하 하려면 일단 며칠 전에 초대장 만들어서 쫘악 돌리고,
애들 불러 모으고, 그 애들 데리고 일단 롯데리아에서 먹고,
실내 놀이터 내지는 노래방 같은데서 놀다가 흩어지는게 관행인데요.

그런 절차 없이 그저 사랑하는 친구가 생일이라고 찾아와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되는대로 맛있는 걸 나누고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축하가 아니겠습니까.


너무 배가 고팠던 엄마들은 치킨 굽는 시간을 못 기다리고
청양고추 넣은 떡볶이 한 접시 해치웠더니고기가 남네요.
남은 고기 살발라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오늘 저녁 치킨 그라탕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생일 케잌으로 한 끼 식사도 해결하고 알뜰살뜰 치킨케익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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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식구 밥이 아니라 손님이 한 사람이라도 함께하는 식탁이면 긴장이 되고, 신경이 많이 쓰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장을 보기도 전에 메뉴를 정하는 과정에서 긴장할 만큼 긴장하고 에너지를 소진할 만큼 소진하곤 했었죠.
언제부턴가 여럿이 먹는 식사준비도 아주 쉽게 느껴집니다.
불과 한 두 시간 만에 저 무섭게 생긴 핏물 흐르는 등뼈 8키로가 맛있는 찜으로 되는 과정이 내가 한 일이라니...
이건 할 때 마다 대단한 창작행위다. 하면서 실실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남편의 사역이 청년부로 바뀌고 두 주가 지나갔습니다.
목장모임 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과 부담으로 식사준비를 합니다.
지난 주에는 청년부 행사가 있어서 돕느라고 오징어 20마리를 손질해서 불고기 양념을 했지요.
지난 주나 그 지난 주나 처음 도전해보는 음식양인데 참 이렇게 손쉽게 뚝딱 되다니....
요리의 신이 이제는 내 손에 찰싹 달라붙었구나. 싶습니다.


'할 수 있는 게 밥 밖에 없어서....'
우리 교회 어떤 목녀님이 오래 전에 하신 말씀입니다.
초창기에 젊은 목원들이 많았던 목장이었는데 가정교회는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데 나는 보여줄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게 밥하는 것 밖에 없어서 밥만 열심히 했다고 하셨습니다. 생각해보니 할 수 있는 게 밥 밖에 없습니다.
목장할 때도 그랬습니다. 사람들의 어려움이 가슴으로 밀려들어 뭐라도 돕고 싶은 마음 간절한데.... 삶으로 보여주기는 커녕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럴 때 정말 기도 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지만 '기도해줄께' 하는 말조차 공허하게 들릴 만큼 힘든 상황에서는 그 말도 내기 어렵습니다.그렇지만 밥은 할 수가 있습니다. 요리는 오징어 20마리 아니라 50마리라도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길에 접어들어 무력하게만 느껴지는 것은 사람은 요리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지요. 사람을 변하게 하는 건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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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수험생이 계시는 관계로 오늘 저녁 메뉴가 되어준 연어 스테이크.
오늘 이웃 블로그에 '시금치를 곁들인 연어 스테이크'가 올라와서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중.
어디선가 나타난 침맨 김현승님이 입 안에 한 가득 고인 침을 주체하지 못하면...
'우아~ 이거 누구 블로그야? 너무 맛있겠다. 나 저거 해주면 안 돼? 연어 없지? 저거 못 사지?' 하신다.
아무 대답 안하고 있었는데 끈질기게 '엄마! 연어 비싸? 지금 바다마트 가서 못 사?' 계속 이러신다.

실은....
냉동실에 한 조각 있어.
냉동실에 모셔둔 연어는 바로 니가 보고 있는 저 사진의 연어와 출처가 같아.
그렇지만 지금 너한테 줄 수는 없어. 너보다 우리 신랑이 먼저거든.
주말에 꼭 해주고 싶었는데 드실 시간이 없어서 기냥 내려가셨으니 미안하지만 주말까지 기다려줘야겠어.

속으로만 그리 말하고 있는데 웬만해서는 먹을거에 목숨 안 거는 분이 계속 노래를 부르시네.
이 눔이 꿍쳐둔 게 있늘 걸 아는게야.
결국 자수하고 옆집 hayne님 요리 그대로 패러디해서 저녁상을 차려 드렸네.

이웃에 살지 않을 때도 좋았지만....
걸어서 5분 옆 단지 이웃에 살면서 맛있는 것도 많이 얻어 먹고,
맛있는 커피도 많이 얻어 먹고,
마음 맞는 푸근하고 빈 말 안하시는 언니가 얘기 들어주시는 것도 좋았는데....
그러기를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렇게 맛있는 걸 얻어서 행복한 저녁 식사를 하는 날에 이렇게 지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확 들어오면서 벌써 아쉬움의 허한 마음이....ㅜㅜ



우리 시오마님의 살아있는 표현 하나.
맹숭맹숭 무 같은 맛이 나는 배를 일컬어 '에이~ 니 맛도 내 맛도 아니고...이거 뭐냐?
현승이가 소풍을 갔다가 캐온 고구마 맛이 바로 그 맛.
니 맛도 아니고 내 맛도 아니고...

버려질 고구마 부활시켜서 고구마 라떼로 변신시키기.
며칠 전 어느 카페에서 배워서 지겹도록 해먹오 있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
고구마 삶은 것, 렌지에 따뜻하게 뎁힌 우유, 꿀 조금 넣고 믹서에 드르륵 갈기.
완전 맛있고 속이 따땃해지고 영양이 풍부하고 좋음!

오늘은 고구마 한 솥을 삶아서 현승이 바이올린 선생님, 채윤이 피아노 선생님, 이따가 시어머님까지 한 잔 씩 드릴려고 제대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애들하고 한 컵 씩 쭈~욱 원샷은 이미 했고요.

화경아!
일단 이거 괜찮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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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며느리스러운 요리가 하나씩 출시돼줘야 한다.
벌써 얼마 전부터 생각해뒀던 해파리 오이말이.
'보기 좋고, 상큼한 요리'가 어머니의 주문이다.


그 날이 오기 한 달 전부터 '이번에는 왜 이리 추석이 빠르다니. 이번에는 또 뭘 한다니...'
하시는 어머니의 걱정으로부터 추석은 시작되었다. 40년을 그렇게 살아오신 어머니께 우선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건  걱정에 동참해 드리는 것이다. '그러게요. 어머니 추석 다가오니까 걱정이 많아지시죠?' 하면서.
그리고 40년 세월의 크고 작은 힘든 일들에 대해서 들어드리는 것이다. 여러 번 들어서 알고 있는 일이지만 듣는 척이 아니라, 머리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들어드리는 것이다. 그 세월 몸과 마음의 힘듦을 보상할 방법도 없고 당장 이번 추석을 치뤄내시는 것에 대한 부담도 크게 덜어드릴 수는 없지만 들어드리는 것은 할 수 있다. 그렇게 들어만 드려도 그 짐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지실 수 있다는 걸 소망하면서 말이다.

어머니만 힘든 명절이 아니다. 내게도 명절은 힘들다. 몸이 힘들고 마음이 힘들다. 다행인 건 예전처럼 송편을 한 말 씩 하는 것도 아니고 일이 분담이 되면서 실제로 그리 어렵지는 않다. 게다가 이번에는 주일이 끼는 바람에 가장 부담되는 일들은 비켜가줘서 감사하다.
토요일에 시댁에 가서 전부치고 집에 와서 내게 할당된 요리를 다시 준비하고, 신선도 유지를 위해서 주일 새벽 6시가 되기 전에 일어나 만들었다. 그걸 시댁에 갖다 드리고는 1부 예배 지휘를 위해서 교회로 갔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는 바로 친정으로 가서 식구들 얼굴을 보고 저녁에 시댁으로 가니 '내가 며느린지 딸인지'가 살짝 헷갈린다. 늘 명절 저녁에는 시누이나 시고모님 등 딸들이 모이기 때문에....ㅎㅎㅎ

어디 몸만 힘들어서 힘든 것일까? 관계가 힘들고 몸이 힘든 것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 힘들고, 그러다 보니 내 존재가 일이나 하는 하찮은 존재가 되는 것 같아 힘들고..... 우리집만 친척들 끼리 이렇게 갈등이 많은 것 같아 괜히 더 힘들고...  어느 집이나 다 조금씩 그런 이유들로 힘든 것 아닐까?
이렇게 우리 어머님의 40년 명절, 나의 9년 명절이 또 한 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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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알을 올리기 전의 모양새다.
해파리에 겨자소스 양념을 해서 돌돌만 것.
맛은 장담 못해도 모양은 책임질 수 있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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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찜은 진화한다.
김치찜은 배워서 수차례 요리를 하다보니 음식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먹는 게 아니라 장보는데 경제적 부담이 덜하다면 '등갈비 김치찜'은 좀 있어보이는 축이다.
등갈비, 립, 쪽갈비라고 불리는 이 부위가 우리에게 익숙한 부위가 아니기 때문에 뭔가 럭셔리해 보이는 맛이 있다.

많은 사람이 먹어야 하고, 또 푸짐해야 한다면 기냥 돼지갈비 김치찜이 딱이다. 일단 장보는데 지갑의 부담이 덜 하고 맛의 걸쭉함은 이게 최고니깐.

지난 주 목장모임에서는 도톰한 삼겹살과 함께 김치찜을 했다. 뼈를 발라먹는 김치찜은 맛있기는 하지만 목장식사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들이 있고 또 먹고 치우는 일이 한결 더 복잡해지니까. 그래서 삼겹살로 시도를 했는데 딱딱 짤려 놓고 김치에 싸서 먹으니 손에 묻힐 일이 없고 간편하니 좋다. 거기다 조랭이 떡을 함께 넣었더 골라먹는 맛도 있고...

사는 게 밥이라는 생각이 요리를 할수록 더 많이 든다.
주부로서 의욕을 잃으면 장도 안 보게 되고 매 끼니 어떻게든 배를 채우는 것으로 살아지게 되어있는 듯. 그렇게 애들 영양가 따져 먹이다가도 며칠이고 인스턴트 돈까스 구워서 그거 하나에 밥을 먹일 수도 있다. 요리를 하는 손에 리듬이 있고 의욕이 느껴진다면 나도 우리 가족도 건강하다는 얘기다.

목장의 식구가 불어나서 한 동안 집에서 모임 준비를 하는데 부담이 많았었다. 뭘 맛있게 해서 대접할까가 아니라, 이 많은 인원을 간편하게 때우도록 하는 방법이 뭘까? 로 생각이 기우는 순간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가을이 되면서 반으로 나눠서 모이자는 결단을 하고 지난 주 처음 모였는데 식사준비도, 식사도 나눔도 기도도 편안하였다. 확실히 밥 먹는 부분에 손을 보면 관계가 새로워진다. 밥은 아무래도 살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관계맺음을 위해 먹는 것 같다. 토요일 저녁 그 황금같은 시간을 내서 모이는 목원들에게 늘 미안한 맘 뿐이었다. 좁은 집에 모여서 서너 시간 모두 그저 정신을 쏙 빼고 좁고 복잡한데 박혀서 밥 먹고 애들 돌보고 하다고 돌아가게 만드는 거 것 같아서 말이다. 人口 가 반으로 줄었다. 아하! 입이 반으로 줄었다는 것이로구나. 먹는 입이 반으로 주니 밥하는 사람 정신이 돌아오고, 말하는 입이 반으로 줄어드니 편하게 내 얘기 다 할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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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목장 막둥이 성희.
'제가 뭐 할 거 없어요?' 하면서 도우려하고,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열심히 배우려 하고, 맛있게 먹어주고, 요리하는 마음도 알아주고, 재롱도 잘 떠는 성희가 스스로 모델을 자청하여 이렇게 김치찜 아가씨, 아니 김치찜 새댁으로 선발되었다.

나두 저 나이때 저렇게 싱그럽고 이뻤을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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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에 구운 통오징어.
이 단순한 요리에 저리도 델리킷트한 제목이 붙은 이유는 무얼까?
이 장황한 얘기를 들어보시라~~~~

주구장창 일을 할 때는 몰랐는데 쉬면서 수술을 하고 나서는 몸을 달래가며 쓰는 방식에 대해서 감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날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 주일. 그리고 아침 8시부터 아주 밀도있게 보내고 난 주일 오전은 확실이 에너지 소진이 엄청난 일이다. 그전에는 주일날 마치면 어디라고 가볼까? 놀아볼까? 하는 게 먼저였지만 지금은 아님.
일단 집에가서 쉬어줘야 한다. 목 수술후 배운 가장 큰 것은 '몸을 달래가며 쓰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주방봉사까지 겹쳐있는 날이라 오후에 집에 와서 온 식구가 쓰러져 잠에 빠져 오후를 다 보냈다. 예전 같으면 '이 귀한 시간에 잠을 왜 자?' 하던 내가 젤 먼저 넉다운이 되었다.

암튼, 그렇게 늘어지게 자고나니 저녁 6시인데....
저녁을 준비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아닌가? 외식이나 시켜먹는 걸 슬쩍 제안해 보지만 남편이 '밥 하기 힘들어?' 하면서 우회적으로 반대를 하신다. 이런 날은 웬만하면 '당신 힘드니 시켜먹자'고 하는 분이니까. '밥 하기 힘들어? 나가서 먹으려면.... 당신 돈 있어?' 하는 얘기는
매우 강력하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냉동실에 이마트에서 사다 놓은  실한 오징어 다섯마리가 2350원 딱지를 붙이고 꽁꽁 얼어있다. '짜쉭들......얼기는....' 하고 꺼내서 늘상 하던 오징어 덮밥을 하려했는데 바로 그 때. 요리의 신이 임하신 것이다.
십 수 년 전에 어느 댁에서 먹어본 통오징어 구이다. 바로 오징어 손질해서 대충 양념해서 오븐에 구웠다.

Bef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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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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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양념은 좀 재워야 맛이 나는데 너무 속성으로 해서 '맛은 장담 못한다' 며 냈는데...
식구들이 흡족해하며 맛있게 먹어줬다.

어제 목장모임에서 여성들의 삶에 관한 얘기가 주제로 등장했다. 잘 나가던 아니 뭐 꼭 잘 나가진 않았어도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를 위해 집에 있는 자매들. 육아에 매몰되어 같은 날이 반복될 때 자기 정체성을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똑같이 일을 해도 밖에서 일하는 남자들을 한 달에 한 번 돈으로 보상을 받으니 이 물질적은 세상에서 자연스레 비교되고, 그러다보면 '내 삶은 뭔가' 싶을 밖에....

2350원 어치 오징어 다섯 마리를 가지고 저렇게 있어보이는 요리를 만들었다.
저걸 식당에서 사 먹으면 얼마쯤 할까? 한 마리에 8000원은 하지 않을까?
그렇게 따지면 피곤한 주일 저녁 몸을 약간 움직여서 만든 요리는 (나를 포함함) 이 세대가 모든 가치 척도로 들이대는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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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오붓하게 먹고 싶다는 생각에 '야! 니들 거실에 차려줄 테니까 놀면서 먹어' 했는데 순순히 말을 들을 리 없다. 바로 '자~자, 손님들 배달 갈테니까 음식 주문해 주세요' 하고 식당버젼으로 가니까 김채윤이 아빠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서 '여기요 104동 101혼데요. 오징어 두 마리 배달해 주세요. 네 빨리 갖다 주세요' 한다. 그리고 내내 거실에서 체스를 하면서 먹어줬고, 저런 가식적인 표정으로 촬영에도 응해줬다.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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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날 수업이 없으신 3학년 2학기.
목요일 수업 마치고 밤에 올라오신다는 반가운 소식.
매우 늦은 시간에 올라오셨는데 뭐라도 대접해야 할 것.
떡볶이를 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 냉장고에 남은 건 가래떡 한 개,
오뎅도 없고, 하다못해 라면도 없고...
냉동실에 뒤져보니 오징어 한 마리만 있네.
재료 참 부실하다 싶어서 어쩌나 하다가 퍼뜩 당면이 떠올라서
당면을 주재료로 떡볶이 하니...
11시에 올라오신 서방님 당면 건져 맛있게 드시고.
매운 떡볶이 드시고 주무시니 밤새 배가 부글부글 하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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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남편을 아는 모든 분들이 입을 모아서 하시는 말씀은 '벌써 마지막 학기냐? 세월 참 빠르다' 라고 하시지만)
내게는 기나긴 3년의 마지막 학기 개강이다.

내일이면 마지막의 첫날이다.
지난 다섯 번 동안 개강하여 내려가는 첫날은 얼마나 힘겨운 날이었던가.
1학년 2학기때 아파서 일주일 유치원을 못 가던 채윤이가 버스정류장에 서서 손을 흔들던 모습으로 인해 아빠는 얼마나 두고두고 슬퍼했던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기에는 참으로 구구절절한 세월이었다.
그 구구절절함에 내게는 남은 한 학기 조차 3년 처럼 길게 느껴진다.
다만 반복되던 일이라 덤덤해졌을 뿐이다.

주일 저녁이라 피곤하기는 하지만 기숙사로 가는 남편에게 맛있는 집밥을 해주고 싶었다.
오랫만에 등갈비 김치찜을 해서 맛있게 먹었다.

그래도 이젠 좀 덤덤해져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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