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돌아왔다. 쉪이 살아 돌아왔거든! 강의하기와 강의 듣기, 원고 쓰기와 과제 쓰기, 학생인데 강사인 역할의 혼재 속에 세 시간 자고 버틴 날을 뚫고 살아 돌아왔거든! 
 

찐하게 운동 마치고 일단 손쉬운 걸로 '오리 떡볶이'를 하자! 장을 봐서 집에 왔더니...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 쉪 현승이가 "알맘마(계란 볶음밥)"을 해서 저도 먹고 누나도 멕이고, 그리고 밥이 부족하다며 아빠를 위해선 짜파게티를 끓여 계란프라이를 하고 있네!
 
이젠 밥도 없고, 짜파게티도 없고... 고갱님도 없고... 먼 산 바라보는 정 쉪은 자기를 위한 요리를 했다. 한 학기, 아니 네 학기 대학원 과정 마치고 살아 돌아온 자기를 위해 정 쉪이 요리를 했다.
 
쉪 컴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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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철이다. 퇴촌 토마토 축제를 하면 토마토 철인 걸 안다. 이 계절에 나오는 향이 진한 토마토 정말 좋아하는데... 월요일에 부러 이걸 사러 퇴촌에 갔다. 영양소가 파괴되네 어쩌네 하니가 매번 그러는 건 좀 그렇고.... 한 번 정도는 설탕 아끼지 않고 뿌려서 내놓는다. 나도 그리 줄 생각이었는데, "미치도록 달게 설탕을 막막 뿌려 달라"는 채윤 돼지 님의 주문도 있었고... 토마토 설탕 뿌려 먹으면 여지없이 엄마 아부지 생각나고. 다 먹고 생긴 달달한 국물 가지고 동생이랑 싸우던 생각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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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밥이 맛있다더니, 메뉴가 다양하고 식당도 여러 개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더니. 그래서 나는 "원래 모든 음식이 많이 하면 맛있어."라고 응대했다. 몇 개월 지나더니 기숙사 밥이 맛이 없다고. 대량으로 하는 음식이라 맛이 없다고 못 먹겠다고 한다. 삼겹살에 명이나물과 밥 한 공기를 줬는데 "와, 이 맛이지! 이거지, 엄마!" 한다. "너 엄마 음식이 그립고 그렇기도 해? 엄마가 한 음식 뭐가 생각나?" 했더니 "당연히 생각나고 엄마가 해주는 모든 음식이 다 생각나지. 엄마 음식은 나만을 위한 음식이잖아. 나한테 딱 맞춘 그런 음식이잖아. 명이나물 어디서 샀어? 비싸? 내가 전부터 삼겹살하고 같이 먹고 싶다고 했었지?"라면서 처묵처묵. 
 
맞아, 너만을 위한 단 한 번의 삼겹살.
이런 삼겹살 또 없는 거 알지?
엄마 마음이야.
응원해.
니 편이야.
무조건 니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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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세 남자(INTJ)는 떡볶이를 원했고,
24세 여자(ESTJ)는 김치찌개를 원했다.
 
나는 김치콩나물칼제비를 했다.
떡볶이의 분식스러움과 김치찌개의 정통집밥스러움,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였다.
두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고 나는 정말 행복했다.
일타쌍기! 한 메뉴로 두 사람을 기쁘게 하는 신공이었다.
이런 메뉴를 생각해 내다니.
나는 요 (리) 천 (재) 인가?
 
좋지? 맛있지? 나 기발하지? 
 
내가 먼저 설레발쳐서 진심 어린 찬사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곤 하지만,
내가 좋으니 됐다. 
 
그런데 이 TJ(사고/판단형)  두 사람아!
당신들은 모른다.
내가 수업에 읽어가야 할 분량이 얼마나 많았는지.
다 읽고 숙지할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 얼마나 조바심이 나는지.
논문도 좀 써야 하는데, 손도 못 대겠네 싶은 좌절도.
당신들은 모른다.
그러나 책 딱 덮고 벌떡 일어나 김콩칼수를 만들었다. 
TJ 느그들은 상상 못 할 헌신이다. 어거뚜라! 
 
이래도 내가 JPSS(조폭신실)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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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연구소 은경 샘은 딱 그때 맛있는 그것을 아는 그런 분인데.
 

딱 그 시기에 맛있는 그것을 혼자 드시지 아니하고...
올해에도 딱 이때 먹는 청도의 한재미나리를 보내주시었다.
삼겹살에 미나리를 먹는 게 아니라,
마니리 먹으려고 삼겹살 굽는 형국으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떡볶이에 조금 곁들이고,
아껴서 남긴 걸로는 전 한 장을 딱 부쳤다.
 

삼겹살은 딱 오디오로 먹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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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보다 장맛이라지만,
가끔은 장맛보다 뚝배기여도 좋다.
카누를 예쁜 잔에 담으면 핸드드립 맛이 난다.
심지어 "엄마, 내 껀 연하게 내렸지?"라는 진심어린 질문도 듣고.
(응, 카누 반 봉지에 물 많이…)
 

 

주말이다! 쉰다! 불태우자! 

일 스트레스가 끝나는 

여느 직장인들의 불타는 금요일 밤과는 좀 다르다.

 

딱히 직장인이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직장인이 아닌 것도 아닌 목사의 불금은 좀 다르다.

주말이네, 금요 기도회네, 주일 설교... 어떡하지? 

 

금요 기도회 마친 목사 아빠와 반주자 딸이 전화로 "야식 폭식"을 선언하고 귀가했다.

각자 가장 애정하는 소울 푸드로 불금 스트레스에 대응하기로.

딸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아빠는 떡볶이를.

 

이 밤에 뭘 먹는 건, 좀 아니지만, 주말의 시작이니까.

기꺼이 해줬다. 떡볶이.

마늘 듬뿍 넣어서,

마늘 맛으로 매운,

불나는 마늘 떡볶이(마눌 떡볶이?)를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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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갓집 며느리 우리 어머니는 '명절 루틴'으로 평생 고생을 하셨다. 명절이면 어마어마한 식구가 모이고, 어마어마한 음식을 해야 하고... 한 번쯤 안 모여도 될 텐데, 꼬박꼬박 모여서, 하던 걸 해야 하는 명절 루틴이 어머니께는 고통이었다. 그런 명절이 끝난 지 10 년이 넘었다. 어머니의 며느리인 나의 명절은 '루틴이 없는 것'이 고통이다. 이렇게 모일지, 저렇게 모일지, 누가 모일지, 어디서 모일지... 명절 루틴을 가질 수 없는 아픈 여러 이유가 어머니의 '명절 루틴'에 닿아 있고, 어머니의 전 인생에 닿아 있고, 어머니가 일군 가족의 이야기이고 그것은 남편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우리 아이들의 인생과 닿게 되니 아플 뿐이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처럼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니 그 불행의 이유를 명절마다 확인할 뿐이다.  

 

"엄마, 괜찮아? 이따 저녁 준비하는 거랑... 마음이 괜찮아?"

"응, 괜찮은데... 왜?"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야."

안 괜찮을 수 있는 상황인 걸 아는 채윤이의 걱정이 고맙고, 또 안 괜찮지 않은 내 마음이라 나도 다행이다. 내 시작은 '안 괜찮았'으나, 나중은 심히 '괜찮은' 명절이 되어 다행이다. 힘 들이지 않은, 루틴 없는 명절음식은 국적불명이 되고 말았다. 감자 토마토 치즈 구워 먹는 라끌렛 팬에 명절 덕에 생긴 재료를 더했다. 보기 드문 아름다운 사진이 나왔다. 우리가 뭘라고... 목사라고, 선생이라고 명절을 챙겨준 손길에 감사할 뿐이다. 편하게 준비했는데 식탁은 이렇듯 풍성하고 아름답고 말았다. 

 

빠르게 전을 부쳤다. 호박전, 동태전, 육전을 남편, 채윤, 나 셋이 달려들어 빠르게 부쳤다. 어제 아침 현관문을 여는데 앞집에서 고소한 기름 냄새가 흘러나왔다.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동안 잠시 혼자 명절을 느꼈다. 어머니의 명절을 느꼈고, 우리 엄마의 명절을 느꼈고, 엄마랑 같이 전 부치던 기억에 닿았다. 루틴도 전통도 사라졌지만 몸의 기억이 만들어낸 명절 음식이 되었다. 하길 잘했다. 팬에 데워 먹으니 따뜻한 게 맛있고, 라끌렛과 묘하게 잘 어울렸다. 

 

명절.

서로 닮은 모든 행복한 가정들은 그대로 행복하길,

제 각각의 이유로 불행한 가정들, 그 안의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위로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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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된장국을 끓였는데

새우깡 맛이 난다.

자꾸만 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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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뭇국을 이따만큼 끓여놓고 어딜 갔다 왔더니… 국물은 다 먹어 치웠는데 고명 고기가 반은 남아 있다. 국과 고명, 양 조절 하나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

떡볶이에 그 고기를 다 때려 넣고 내친김에 구운 계란까지 올려서 단백질 폭탄으로 제조했다. 단호박도 잘라 넣었으니, 5대 영양소가 다 들어간 완전식품이 된 것인가?

떡볶이로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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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모해? 김치 내려?
응, 더치 김치!
오, 장인 정신! 하하하, 기여워!

김치말이국수를 위해 김치를 내렸다. 찬 김칫국물을 천으로 만든 친환경 여과지로 한 방울 한 방울... 그렇게 여섯 시간쯤 내리려고 했으나. 장인 정신이 부족하여 인내하지 못한다. 베보자기로 옮겨 손으로 쥐어짜는 방식, 그러니까 고종이 처음에 "양탕국"이라 부르며 마시던 커피 드립의 방식일지 모르겠다.

 

실은 손에 김칫국물 한 방을 안 묻히고 걸러보려는 야심 찬 계획이었으나, 늘 이렇다. 결국 여기저기 묻히고 튀고 손으로 쥐어짜기 되는 것. 김치통 바닥에 남은 국물을 버리지 못한다. 엄마가 늘 그랬다. 그게 아까워서 그 국물에 동태찌개를 끓여서 혼자 먹곤 했다. 동태는 제일 싼 생선이고, 우리는 입에 대지 않았으니까. 그런 엄마가 이해도 안 되고 구질구질해 보였는데...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배워서 이렇게 되었다. 김칫국물을 버리지 못한다.

단지 우리 엄마 무언의 가르침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저기서 김치 나눔을 받곤 하는데, 김치 담그는데 드는 노동과 양념과 정성을 생각하면 허투루 먹을 수가 없다. 국물까지 아껴 먹는 것이 도리 같이 느껴진다. 그러고 싶다. 그래서 냉장고엔 김칫국물 담긴 유리그릇이 항상 여러 개다.

 

결국 여기저기 붉은 국물 묻히고 하면서 튀기고 하면서 완성이다. 오늘 더치김치는 하우스 블렌딩으로 파김치, 익은 겉절이, 백김치 국물 블렌딩이다. 산미가 좋고, 바디감은 매우 약해서 느끼한 속 달래기 딱 좋다. 여과지는 베보자기, 드리퍼는 칼리타 102. 저녁에 라끌렛 먹고 소면에 말아 들이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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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뭇국을 이따만큼 끓였다.)

또 어디가? 엄마?
연구소 워크숍.
엄마가 왜 자꾸 어딜 가지?!
엄마가 어딜 가는 게 싫어?
그야 당연히 집에 엄마가 없는 게 싫지.
다행이다. 다른 데 간다고 하면 걱정인데, 연구소 이모들이랑 가는 거라.
왜에? 다른 데는 왜 걱정이고?
강의는 엄마가 부담되니까 나도 같이 부담되잖아.
연구소 이모들이랑 가는 건 왠지 마음이 편하고 그러니까. 나도 마음이 편하지.

(무 한 개와 양지머리 한 덩이를 넣고 몇 시간을 끓여 국을 끓이고 건진 고기를 양념해서 고명으로 만들었는데... 내가 끓인 국이 맛있어서 집을 나가기가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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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야 본업이 설교하는 사람이지만,
설교를 대량생산하는 사람은 아닌데,
나는 강의하는 사람이고,
드물게 설교를 빙자한 강의를 하기도 하는 사람이지만 한 편이 기본인데.

이번 주 우리 집에서 생산된 설교가 총 열네 편이다.
신년 특별새벽기도 설교 6편.
주일 설교 1.
장례식 설교 4.
이상 남편이 낳은 설교이고.
나도 어쩌다 세 편을 낳았다.
나는 오늘로 끝이다.
남편은 내일, 아니 내일 모레… 아니 언제지?
모르겠다. 그의 끝은.

점심으로 닭갈비에 치즈 듬뿍 올려 지글지글해서 둘이 먹었다. 먹고 빠르게 자기 자리로 흩어져 각자의 끝을 향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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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랑 같이 장을 보면서 저녁으로 뭘 해줄까, 했더니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당연히 차돌박이 얹은 된장찌개려니 하고 냉동 고기 쪽으로 향하니 아니란다. 고기 안 들어가도 된다고. 고기 말고 까만 소라 같은 거 넣으면 좋겠다고. 우렁이를 말하는 것이다. 냉이도 한 팩 사서 된장찌개를 끓이는데. 채윤이가 나와 반색을 하면서 "우렁이와 냉이라고?!!!!! 와, 2023년 중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다." 어깨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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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 기도 피정에 다녀왔다. 낯선 고향 같은 곳이다. 어쩔 수 없는 종교의 담이 있으니 가도 가도 낯설 수밖에 없고, 밖에서 찾던 하나님을 내 안에서 찐하게 만난 곳이니(말이 되나? 내 안에서 만나려고 그 밖으로 갔다...) 영적 고향 같은 곳이다. 침묵 피정인데, 침묵 속에서 전쟁을 치르곤 했기에 이번에도 단단히 마음을 먹고 갔는데. 숙제도 안고 갔는데... 웬걸! 한 시간 기도 시간은 10분처럼 지나가고, 밥은 맛있고, 9시부터 잠은 잘 오고, 화장실도 잘 가고. 방안에 든 겨울 햇살이 아름답고, 기도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사랑스럽고, 마주 앉은 식탁의 자매님이 와사삭와사삭 콜라비 씹는 소리가 재밌어서 자꾸 웃음이 나오고… 어쩌자고 예정에 없던 신소희 수녀님이 피정 동반을 해주시고.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 4박 5일을 보냈는데, 전쟁 없이 숙제가 조금씩 풀리고, 마음의 그물이 치워지고, 분열된 어떤 것들이 통합되는 예상치 못한 피정이었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폰을 받아서 열어보니 나를 뜨겁게 기다리고 그리워 하는 사람들은 역시나 연구소 식구들. 100개 되는 톡이 쌓여 있는 연구소 톡방에 신고를 했다.

출소!
아니... 이제 수감인가?

출소라면 출소고 수감이라면 수감이다. "어솨요. 속세로 아니 소장님의 성소로" 이런 톡이 있었다. 나의 성소다. 그래 나의 성소 싱크대 앞(클릭하지 마요! 클릭하지 마요! ㅎㅎ)에 서자! 일상이라는 감옥에 사식을 넣는 마음으로 김치수제비 해본다. 얼마 전 채윤이랑 둘이 만들어 먹으며 종필에게 사진을 보냈더니 "마시께따. 나 김치칼국수 좋아하는데..." 했던 말을 킵해뒀었다. 애들은 고모가 스테이크를 사준대서 룰루랄라 나갔고. 2022년 마지막 날 아점으로 끓여서 둘이 맛있게 먹었다. 늙은 호박 갈아서 야심 차게 전을 해봤는데, 죽사발이 되어서 대신 돈가스를 데워서 곁들였다.

마싯썻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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