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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웃음을 잃고 지내는 날이 며칠 갈 때.
한 방에 나를 웃게 만드는 너. 너의 이름, 김채윤.

작년 이맘 때 알파벳 'S' 하나를 한 시간 반이 넘도록 못 외워서 엄마빠 뚜껑 열리게 하더니...
어느 새 이제 혼자서 매일 매일 테잎 듣고, 따라 녹음하고, 쓰기까지...

Yes! 를 해석해 놓은 것을 보시라.
'어~' ㅎㅎㅎㅎ
'응'도 아니고
'그래'도 아니고,
'예'도 아니고...
'어!'

너 피아노 칠 수 있니?   어, 나 피노 칠 수 있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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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오록 초록 가지에 빠알간 빨간 앵두가
다닥다닥다닥다닥 많이 열렸네
한 알만 한 알만 똑똑 따다가 우리 채윤이 입 속에 쏙 넣어줬으면


몇 주 전에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던 평택대 교정의 앵두나무.
요 옆을 지나다가 뭔가 손짓을 하는 것 같아
 발을 멈추고 초록으로 덮인 나무 사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제 막 영글기 시작하는 앵두가 다닥다닥다닥.....

앵두만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연이 있다지요.
채윤이 임신하고 입덧으로 인해서 죽을락 말락 하던 요 계절 즈음에 양평에 있는 어느 집사님 댁에 놀러가게 되었지요. 바베큐 파티를 하고 좀 먹을 고기를 바로 화장실 가서 다 확인하고...
그 즈음에는 먹고 확인하고 먹고 확인하는 게 일과였지요.
불편한 잠을 자고는 이른 아침 일어나서 마당 한 켠의 키 작은 앵두나무를 발견했다죠.

바로 그 밑으로 달려가 쭈구리고 앉아서 닥치는대로 앵두를 따서 입에 털어 넣었습니다.
옆에 있던 종필님은 높은 가지에 있는 앵두까지 해치우라고 나뭇가지 들고 엄호하고 있었고요.
그렇게 해서 앵두나무 한 그루를 아작을 냈답니다. 이상하게 그렇게 먹은 앵두는 다시 확인할 일도 없이 소화 잘 시키고요.
그리고 채윤이를 낳았는데 채윤이 입이 너무 조그맣다고 앵두 같다고들 하셨어요.
그 때 양평 집의 안주인이셨던 집사님이
'채윤이 가지고 우리 앵두나무 한 그루를 다 따 먹어서 입이 저렇게 앵두같이 된거야' 하셨습니다.

맨 위의 노래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 불러주는 노랜데....
저 노래만 부르면 선생님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앵두 한 알을 얻어 먹고자 애들이 얼마나 순식간에 착해지는지요.^^
채윤이를 안고 저 노래를 부르면 '어쩜 딱이다' 싶었었지요.
이제 아홉 살이나 되어서 엄마 옷을 탐하는 채윤이.

생각 난 김에 우리 채윤이 앵두같은 입술이 돋보이는 사진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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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엄마랑 현승이랑 지하철 타고 대학로에 가 본 날.
망고에서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먹는 조동이가 앵두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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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아. 나 좀 봐조. 제발 나 좀 봐다란말야.
입을 다 벌리고 애원하는데 미동도 않는 수민이.
벌린 채윤이 입보다 다문 수민이 입이 더 크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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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뭐가 좀 묻어줘야 입이 보이는구나.
자장면 먹고 나서 입에 흔적이 남느냐 안 남느냐를 보는 건
 어린이인가 아닌가를 식별하기에 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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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먹는 입이네요.
이번에 쮸쮸바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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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사진은 핸폰 사진인데 유난히 채윤이 입술이 빨갛게 보이네요.
다섯 살 때. 광화문에 가서 '타낵꾸요. 민주수오'를 외쳤던 날이지요.
청계천으로 다시 가서 힘을 보태야 하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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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졸려. 언제 재워줄거야?
빨리 와서 재워줘. 나 피곤해.
하던 현승이가 조용하다 싶어서 봤더니 누나 무릎을 베고 누워 있습니다.
독학으로 영어공부하고 있는 누나 곁에 말이죠.
하루 종일 서로 투닥투닥 싸우는데 저런 다정한 모습을 보면 어찌나 이쁘고 뭉클한지요.


며칠 전 아침에는 채윤이 옷 입는 문제로 엄마랑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채윤 : 이 치마는 뒤가 이렇게 돼서 싫어.
엄마 : 왜애? 특이하고 이쁘잖아. 엄마는 이 치마가 너무 이쁘드라. 인어공주 같잖아.
채윤 : 나는 싫어. 다른 치마하고 달라서 싫어. 이러면 친구들이 놀리고 쳐다본단 말야.
엄마 : 쳐다보면 좋지 않냐? 이뻐서 쳐다보는 거야. 엄마는 누가 쳐다보면 좋드만.
채윤 : 엄마는 좋을 수 있지만 나는 안 좋아. 엄마랑 나랑은 성.격.이 다르잖아.

헉스~ 성격이 다르다고라?
한 방 얻어맞고 비틀거리고 있는데....
곁에서 조용히 관망하던 속에 영감이 들어앉아 있는 현승이 놈이 어퍼컷!

현승 : 흐흐흐....엄마가 할 말이 없네.

두 녀석 힘을 합치면 엄마 케이오 시키는 건 이제 일도 아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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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엄마가 찍은 건 아니고,
아빠일리도 없고,
현승이가 찍은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한참 된 사진인 것 같은데 오늘 앨범을 뒤지다 찾아냈답니다.



어제 채윤이가 그럽니다.
"엄마 그런데에~ 나 우리 선생님이 공부 잘 하게 생겼대"
히야 이게 웬 기분좋은 멘트란 말입니까?
우리 채윤이가 공부를 잘하게 생겼다고 다른 분도 아니고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답니다.
도통 채윤이가 담임선생님과 개인적으로 소통하는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한 마디 들었다는 것도 너무 기분이 좋고요...
맞어. 얘가 아직 공부 머리가 안 트여서 그렇지 고학년 가면 공부를 잘 할 타입이야.
선생님도 그렇게 보신거야.
이러면서 입이 막 찢어질라 했습니다.

대놓고 좋아하면 엄마 체면에 좀 그렇고.....
마음에 담고 있다가 아빠한테만 살짝 얘기해주었요.
오늘 아침 학교가는 채윤이에게 아빠랑 같이 슬쩍 물었습니다.
"채윤아! 니네 선생님이 너 공부 잘 하게 생겼다고 언제 말씀 하셨어?"했더니
"글쎄....급식 먹은 거 치울 때였나? 집에 올 때였나? 잘 모르겠어"
"어떻게 말씀하셔는데~에?"
"응....'너는 참 공부를 잘하게 생겼는데..."
이러셨답니다.
억양으로 미루어보니
'너는 하는 짓 보면 공부를 잘 하게 생겼는데...쩜쩜쩜' 이거였습니다.ㅜㅜ
아빠랑 둘이 그저 서로 허망하게 바라만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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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스승의 날.
채윤이한테 스승의 날을 설명해주고 담임 선생님께 감사의 카드를 쓰라고 했습니다.
채윤이는 '엄마! 아무리 생각해도 선생님한테 감사한 점이 없어. 그리고 좋은 점을 하나도 찾을 수가 없어' 이럽니다.
'아니야. 채윤아. 세상에 좋은 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어. 잘 생각해 봐'
채윤이는 진심으로 그러는 것 같습니다. '정말 하나도 없어' ㅜㅜ
그래도 카드는 쓰라고 했더니 저렇게 썼답니다.

이걸 그대로 보내? 말어?
하다가....
결국 다시 쓰도록 했습니다.

마음이 아픈, 퐝당 감사 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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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어그램 공부를 하러 가는 날은 할아버지께서 오셔서 아이들을 봐주십니다.
집에 좀 데리고 계시다가 채윤이 숙제가 끝아면 덕소로 데려가시지요.
어제는 할아버지 대신 할머니가 오셨습니다.
할머니는 우리집으로 친구를 불러서 같이 노시는 것을 정말 좋아하시는데
할머니 오셨겠다. 할머니 친구분 오셨겠다. 게다가 나중에는 할아버지까지 오시니...
김채윤이 또 흥분한 거지요.
평소에는 개발새발 하기는 하지만 피아노 연습, 엄마가 내주는 수학숙제, 때로는 학교숙제까지 해놓는 채윤이가 사람들 많고 먹을 거 있고 그러니까 꼭지가 돌아가신 거예요.

엄마가 내 준 기탄수학에 저러코롬 겁신경이 마비된 메모를 떡하니 붙여놓고
룰루랄라 하고 계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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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아! 그럼 이제 무슨 놀이할까?
선생님 놀이할까? 니가 선생님할래? 그러면, 뭐할까?
몸이 달아서 현승이를 설득해보지만 이미 현승이의 놀이 에너지는 바닥인 듯 합니다.
"나 안 놀아. 엄마! 나 우유 먹을래." 놀이의 파장을 알리는 현승이의 한 마디 입니다.
그리고 현승이는 우유를 먹습니다.
'여기서 안타깝게도 채윤이는 놀이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가 이야기의 끝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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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 우유 먹으러 식탁으로 오는 사이 바쁘게 움직이던 채윤이.
현승이도, 엄마도, 그 누구도 관심이 없는 가운데 혼자 식탁 옆에 무릎 꿇고 앉아서 베니건스
알바가 되었습니다.
'손님! 쥬문 도와드리게씀니다~아. 네~에......어린이 세트 하나 하구요.. 네...에....
식사 준비해 드리게씀니다. 좋은 시간 되십쑈~오'
아무도, 그 누구도 반응이 없어도 좋습니다다.
식탁 앞에 앉아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놀이는 가능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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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가 전 같지 않습니다. 시키는대로 다 하던 반쯤은 사람, 반쯤은 인형이 더 이상 아닙니다.
좀 맘에 안 들면 놀이는 다 깽판치고 가 버립니다. 그렇다고 놀이의 신을 져버릴 수 없는 채윤이는
저렇게 놉니다. 집 안의 모든 상황을 도구 삼아 놉니다.

현승이 엄마랑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있으면 어디선다 채윤이가 수첩과 볼펜을 들고 나타납니다.
식사 주문 받으러 오는 거라굽쇼? 아닙니다.
엄마 피아노 반주해주고 현승이 바이올린 하고 있으면 그 사이에 비집고 앉아서 수첩에 뭔가를 적으면서 1인 2역으로 막 대화를 하죠. "얘는 어때요? 괜찮게 하죠?" 이러면서 바이올린 대회 심사위원을 하시는 겁니다.

아직도 놀이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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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읽기 재미에 푹빠진 현승이가 한글은 잘 모르면서 '경계 계! 빽빽할 삼! 번개 전!'
이러구 잘도 읽어요. 반면 채윤이는 그런 거에 별로 관심도 없고....
현승이가 한자 읽는 것으로 엄마빠 칭찬을 받아도 모 그러려니 하고...
"채윤아! 너도 한 번 외워봐" 하는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그럽니다.

엊그제 거실에 저런 종이쪽 하나가 돌아댕깁니다.
가만 보아하니 채윤이가 현승이한테 한자공부 시킨겁니다 그려.
아마 저기 있는 한자들 현승이는 다 아는데 채윤이는 못 읽을걸요.
게다가 저 여려운 걸 그릴려면 채윤이 머리에 쥐가 났을 터인데....
오로지 '선생님 놀이'를 좀 색다르게 해보겠다는 신념하나로 저 첫 번째 줄 한자를 그렸을 것입니다.
개발새발 쓴 한자를 따라서 쓴 둘째줄 현승이 필체하며 가관이옵니다.

맨 위에 '검, 담임' 하고 검사까지 해주고요.
굳이 동생 한자 공부까지 신경쓸 것 없이 본인 하시는 받아쓰기, 10 넘어가는 덧셈...이런 거에나 좀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으련만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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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자극 보다는 청각자극에 민감한 채윤이.
영어 알파벳 외우는데는 몇 달이 걸려도 똑같이 따라 읽는 거는 쫌 됩니다.
사실 저것도 공부라고 생각하면 저렇게 안 할텐데
지금 즐겁게 하고 있는 이유는 나름 성대모사 놀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죠.
성대모사, 흉내내기에 재능 충만한 채윤이 혼자 보기 아깝습니다.
언젠간 도촬해서 공개를 해볼랍니다.
엄마 지휘 흉내내기, 요런 거 진짜 포인트잘 잡아내거든요.
다만 갈수록 부끄럼을 많이 타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보여주질 안아 아쉽죠.
언젠가 도촬을 하여 블친들과 기쁘게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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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 학교를 보내고 보니까 대학교육까지 다 받고도 왜들 그렇게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지를  조금 알 듯 하다. 단적으로 말하면 학교에서 내 준 숙제를 하다보면 '글을 위한 글'을 쓸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작년 1년 내내 일기숙제를 하면서 '채윤아! 글씨는 좀 틀려도 돼. 말이 좀 안 돼도 되는데 솔직한 니 생각을 쓰는 게 제일 중요해. 좋은 글은 니 생각이 드러나야 하는 거야'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잔소리를 해댔다. 잔소리가 반복되니 이제 좀 의식되나보다.

지난 주말 효행일기 숙제를 하면서 쩔쩔맨다. 이건 1학년 때부터 늘 있었던 숙제였고, 웬만큼 잘 써서 학기말에 효행일기 상도 받아왔었다. 헌데 1학년 때는 '부모님 손 잡아보고 일기 쓰기' 하는 식으로 좀 구체적인 주제를 정해서 숙제가 나왔었다. 헌데 이번 숙제는 '제목 정하고 효행일기 쓰기' 란다. 예) 부모님 어깨 주물러 드리기, 이불 깔아 드리기.....등등 이런 식으로 알림작에 적혀 있었다.
주말 내내 신나게 놀고 주일 저녁에 되어 숙제를 하려고 폈는데 지 생각에도 뜬근없이 엄마 어깨를 주무른다든지 하는 게 좀 그런지 엄청 난감해 했다. 그 찰나 아빠가 재활용 쓰레기 버리러 나가면서 '채윤아! 이것좀 들어 줘.같이 갔다 오자' 하니까 야멜차게 '싫어' 한다. 아빠가 '야! 너 이거 하고 효행일기 쓰면 되잖아' 하니깐 어쩔 수 없이 따라갔다 왔다.

그리고 나서, 일기를 썼는데 대충 잘 쓴 것 같았다. 그런데 한 바닥을 다 써 놓고 '이건 아니란다' 이건 뭔가 '효행일기'가 아니란다. 말하자면 정말 효도도 아니었을 뿐 더러 효도의 마음으로 한 게 아니니까 지가 보기에 주제가 '재활용 쓰레기' 정도가 되면 딱 좋을 일기가 된 것이다. 어떡하냐고 징징거리길래 '괜찮다'고 달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지 다 지워버렸다. '그러면 사실 그대로 써. 니 마음 그대로 쓰면 돼. 꼭 효도를 잘 한 것만 쓰는 게 아니야. 잘못 한 것도 써도 되는거야' 했더니 다시 쓴 일기가 저거다.

효행일기스럽게(?) 써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일기가 못내 맘에 안 들어했지만 엄마 보기에는 이게 앞으로를 위해서는 더 나은 일기라는 생각이다. 애들이 거의 자동적으로 학교에서 원하는 스타일의 글쓰기를 파악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면 너나 할 것 없이 비슷하게 글 쓰고 비슷하게 생각하는 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난 채윤이가 삶을 담은 글쓰기, 자신에게 정직한 글쓰기를 했으면 좋겠다. . 옆 동네 블로거 용주형제의 블로그 제목이 '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이다. 참 좋은 말이다. 내 글도, 채윤이의 글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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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만에 천안에서 올라온 아빠가 '채윤이가 갑자가 컸다'는 말을 자주 하네요.
그러고 보니,
어딘가 모르게 숙년 티도 더 나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도 한 개 더 자란 느낌이예요.
엄마처럼 요리에 관심이 많아요.
아빠가 온 금요일이라 모처럼 삼겹살을 구워 먹는데,
채윤이는 아기 때부터 삼겹살도 꼭 깻잎에 싸서 먹었다죠.
소매 걷어 부치고 맛있게, 복스럽게, 많이도 먹던 채윤이가
요리 창작의 그 무한한 즐거움을 알아가기 시작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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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 먹을 삼겹살인데 깻잎과 쌈무를 가지고 저렇게 이쁘게 싸서 먹네요.
저렇게 만들어서 절대 다른 사람 안 주고 혼자 먹는다는 거 옆에서 보기 쫌 그렇더만요.

윗 사진의 현승이를 한 번 봐주세요.
누나가 소매 걷어 부치고 젓가락도 안 쓰고 정말 먹음직스럽게 먹는 반면,
현승이는 옆에 아예 티슈통을 끼고 앉아서요.
고기 한 먹고 휴지 한 장 빼서 손 닦고 입 닦고,
그러다 것두 성에 안 차면 화장실 가서 손 닦고 나와서 다시 먹고...
심지어 누나가 요리에 전념하다가 참기를 한 방울 식탁에 흘린 걸 보고 닦으러 가는 중이랍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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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배우기 시작한 지 딱 2년이 되는 채윤이가 대회를 나갔습니다.
이런 건 콩쿨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그냥 대회라고 하는데....
참가하는 모든 아이들이 다 상을 받는 거지요.
말하자면 참가비와 상을 맞바꾸는 것이고 아주 아주 상업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대화랍니다.
그런 걸 알지만 채윤이가 피아노 배우고 처음으로 무대에 서서 연주해 보는 것이고,
무엇보다 엄마 눈에는 좀 치는 것 같은 피아논데....상대적으로 어떤 지를 볼 수 있어서 기대가 되었더랬습니다.

유치원 1학년생 아이들이 소나티네를 너무 잘 치더라구요.
이야~ 우리 채윤이 피아노 잘 치는 거 그거 남들 다 하는 수준이구나. 하면서 채윤이의 순서가 가까와 올수록
떨리는 마음 진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더 잘 치고, 앞의 아이들과는 뭔가 다르게 음악이 음악으로 흘러가는 듯한 연주가 멋졌습니다.
지 입으로 지 딸을 이렇게 평가하는 게 쫌 그렇지만....
원래 한 오버 하는 엄마와 달리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칭찬에 인색한 아빠가 그리 평했으니 믿어도 되겠죠.

채윤이랑 같은 곡을 치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는 1악장 전체를 다 치도록 '땡'이 울리지 않았지요.
그걸 보고 채윤이가 엄청 초조했었나봐요. 채윤이는 끝까지 준비를 안했거든요. 선생님이 중간에 분명히 '땡' 할거라면 끝까지 연습을 안 시키시더라구요. 초조했던 채윤이가 자기가 친 부분이 가까이 오자 그냥 멈춰버렸어요. 그것 때문에 감점이 있었던 것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첫 무대에서 떨지도 않고 차분하게 집에서 연습할 때보다 더 잘 연주를 해서 마음이 참 좋았습니다.
이럴 때 참 아이에게 고맙단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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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계속 손 머리 하고 있으면 피곤하고 잠 오고 그랬겠다.
그러게.
그럴거면 학교을 안 갈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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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숙제로 동시짓기를 했습니다.
동시는 안 지어봐서 어렵다고 하길래 '니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 니가 가장 쉽게 많은 생각 할 수 있는 걸 쓰면 쉬워' 했더니 찾은 주제가 '내 동생' 입니다.  여섯 개의 문장에 현승이에 대한 채윤이의 다중적인 정서가 다 담겨져 있지요.
'아기 척 할 때 미운 내 동생' ---> 요거 정말 채윤이가 못 봐주겠는 것이지요. 아기도 아니면서 엄마한테 안겨서 아기짓 하고 엄마는 또 그걸 이쁘다고 할 때, 신경 안 쓰는 척 하지만 채윤이 눈에선 불이 나는 거지요.
'손님 오셨을 때 오보(over) 하는 동생' ---> 이것도 누나가 아주 싫어하는 거 딱 알겠습니다. 채윤이는 놀 때 외에는 사실 오버를 잘 안하는데 현승이는 기분이 좀 떴다하면 절제가 안 되면서 오버하는 경향이 있었요. 같이 놀이를 하다가도 현승이가 오버하기 시작하면 자기 맘대로 놀이가 진행이 안되니까 스트레스 받거든요. '오버'를 '오보'로 표기하느깐 진짜 현승이가 하는 '오버' 같아요.ㅎㅎㅎ

편집에 관한 한 약간의 '편집쯩'이 있는 아빠가 채윤이 숙제할 때마다 이렇게 이쁘게 원고지를 만들어 준답니다.
영화감상을 쓰는데 영화 포스터까지 찾아서 넣어주는 저 편집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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