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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학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한국무용을 하는데...
채윤이는 생긴 것도 한국적으로 생기고, 먹는 것도 토속적으로 먹고,
춤도 발레보다는 한국무용이 훨씬 더 필이 나와요.
FM93.1에서 국악이 나오는 시간 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살랑살랑 잘도 흔들어대고 있어요.
채윤이가 틈만 나면 하는 게 아무 음악이나 틀어놓고 거기 맞춰 되든 안되든 안무를 제작하는 거예요.
한국무용 쫌 배웠다고 이제 어설픈 국악 안무까지....ㅎㅎㅎ
그녀가 사는 집에는 온통 책이 널려 있습니다. 거실에도 방에도 쌓여있는 것이 책이고, 발에 걸리는 것이 책입니다. 그녀의 부모는, 특히 그녀의 아버지의 손에서는 항상 책이 떠나지 않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애들 독서습관은 부모가 보여주는 게 최고다.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애들은 자연스레 책을 좋아하게 되어 있다. 라고요.... 하지만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책을 읽겠다고 잡으면 10분을 못 버팁니다. 할머니 표현으로 한다면 그녀가 책을 잡고 앉아 있으면 '똥구멍에서 송곳질'을 해서 오래 버틸 수가 없다고 하십니다. 암튼, 그런 그녀가 한 번 잡으면 30분은 읽어대는 책이 있으니......
이름하여 '한영교회 요람' 입니다.
읽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자꾸 읽다보니 외워지기까지 합니다. 어느 날 교회 앞에 어느 아파트를 지나치는데 아파트 이름을 읽은 그녀가 소리쳤습니다. "엇! 송택호 할어버지 사시는 아파트다" 이러십니다. 송택호 집사님은 할아버지가 아니신데 교회요람에서 보면서 할아버지라고 생각이 됐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누군지도 모르는 분이 사시는 아파트까지 외울 정도입니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여보! 김지숙전도사님 목자하나?" 라고 제가 물었는데 저의 여보는 "글쎄..." 하고 모르십니다. 그때 그녀가 대답합니다. "하셔! 산돌목장!" "그런데 엄마 양수샘은 목장이 없어진 거 같애. 정찬형 선생님이 목짠데 정찬형선생님이 다른 교회 가셨잖아. 그래서 목자가 없어. 제명쌤하고 유나쌤은 같은 목장인데 민종쌤이 목자야" 뭐 줄줄이 외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부임한 지 얼마 안되는 부목사님의 신상을 파악하여 요람 '교역자란'에 꼼꼼히 적어 놓았습니다. 사모님 성함은 이거 보고 알았습니다. 수요예배 가서 놀다가 목사님 딸에게 엄마 이름을 물어봐서 외워오는 정도의 열심이 있는 것이죠. '길동시'는 또 뭔지...
우리 목장의 요람입니다. 목장을 옮기느라 요람에서 빠진 의진이네를 살뜰히 챙겨 적어 놓았습니다. 해가 바뀌어 아이들이 한 살씩 더 먹었기 때문에 아이들 옆 괄호 안에 나이를 고쳤습니다. 압권은 저기 병준이 밑에 '지주'라고 써 있는 아이입니다. 병준이가 최근 여동생을 봤는데 이름 얘기를 하면서 목장에서 '지수' 어떠냐는 얘기가 나왔었습니다. 그 얘기를 어떻게 줏어 듣고는 나름대로 '지수'라고 이름을 올리고 싶었는데 한글이 여전히 잘 안되다 보니 실수가 많습니다. '지주'ㅋㅋㅋ
가장 황당한 건 이겁니다.
우리 가족이 나와있는 부분에 영락없이 채윤, 현승 밑에 '채린'이라는 셋째가 올라와 있다는 거. 얘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앤지를 모르겠습니다. 어떨 때 보면 생각이 어른처럼 말짱하고, 어떨 때보면 쬐금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채린이에 대한 바램은.... 글쎄, 엄마가 불혹이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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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발레학원에서 발표회 하고 나서는 '이 학원 진짜 안 되겠다' 싶어서 학원을 옮겼지요.
무슨 발표회 복이 이렇게 많은지 옮기자마자 또 발표회 준비.
그저께 하남문화예술 회관에서 발레 발표회를 했네요.
날이 갈수록 무대에 서면 더 떨리는 채윤이.
발레를 하면서 엄마빠 쪽만 바라보고요, 부끄러워서 손은 쫙 뻗어지지도 않구요.
그러면서 자기네 그룹에서 반장이라서 애들 박자 안 맞추고 나올 때 안 나오니까 것두 신경 쓰이고요.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하네요.
어릴 적에 딱 24개월 되던 추수감사절이었지요.
교회에서 구역별로 발표회가 있어서 아빠는 기타 치고 엄마는 '가서 제자 삼으라'를 마이너로 뽕짝 버젼으로 부르다가 합창을 하는 순서가 있었는데요....합창을 막 시작했는데 어디선가 그 높은 음을 가성으로 정확하게 내면서 '가서 제자 삼으라 세상 많은 사람들을....'하는 아기의 노래소리가 쩌렁쩌렁 들리는 거죠. 알고보니 어느 새 무대로 올라온 24개월 채윤이가 마이크를 하나 확보했고, 그걸 들고 엉덩이를 흔들어대며 노래를 하는거였죠.
그랬던 채윤이 다섯 살, 여섯 살에 엄마빠랑 결혼식 다니면서 축가도 잘 불러대더니...
여섯 살 어느 날부터 무대 공포증이 생겼어요. 점점 심해지더니 지난 성탄절이 최고였죠.
유년부에서 나가서 노래 율동을 하는데 저~어 구석에 서서 노래도 율동도 제대로 하질 못하는 거예요.
'부끄러워서' 못하겠더라네요. 그 활달하던 채윤이가 왜 저럴까 싶기도 하지만 크면서 나아질 거라는 생각도 있고요. 사실 제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사람들이 흔히 저를 무대체질이라고 하는데 어릴 때 앞에 나가서 독창하면서 진짜 많이 떨렸었거든요.
뮤지컬 배우 하겠다는 채윤이가 저렇게 무대가 두려워서 어쩌겠나 싶지만 이제 여덟 살이니까요. 과연 이 뮤지컬 배우의 꿈이 언제 또 바뀔런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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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이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면 김채윤이 상복이 있는 사람인가보다.
연예인들도 연기는 잘 하는데 뭐가 안 맞는 바람에 상을 놓치고 놓치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채윤이는 학교에서 정작 중요한 걸로 치는 공부에 관련된 것들, 받아쓰기, 시험....이런 거에는 도통 젬병인 것 같은데 상을 잘 받아오네. 주말에는 일기쓰기가 '효행일기'라는 이름으로 주제가 있는 일기를 쓰는 건데 2학기 초에 선생님이 "채윤이가 일기는 잘 쓴다. 채윤이 효행일기 잘 쓰는 상을 줘야겠다" 고 하셨단다. 그 얘기 들은 이후로 오매불망 효행일기 상을 기다렸는데 기다리고 심지어 '효행일기 상 빨리 받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했는데도 감감무소식.
학기 말이 되어서 드디어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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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를 낳자마자 바로 풀타임 일을 시작하면서 양육에 관해서 세웠던 계획이 생각보다 많이 틀어졌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시부모님께는 아이들을 맡기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분명했는데 결국 시부모님 덕에 두 아이를 일곱 살, 네 살 까지 키울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시부모님과 완전히 분가하고 올해 채윤이가 학교를 들어가면서 어찌 어찌 하루하루 버티고 지내왔습니다. 아빠도 없는 상황에서 두 아이 데리고 일 스케쥴 조정하면서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도 이용하면서 지내왔죠.
채윤이가 24개월 때 쯤, 놀이에 빠져 놀기에 '엄마 앞에 가게 가서 시금치 사올께' 했더니 그러라고 했죠. 잠시 시금치 한 단 사오는 사이에 채윤이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울면서, 무서운 나머지 오줌 싸 놓고, 할 줄도 모르면서 전화해보겠다고 전화기 들고 난리치고...
"엄마 엄마 안나(자기를 스스로 그렇게 불렀었음) 깜짝 놀랬어" 하면서 그 날을 잊지 못하던 채윤이 입니다. 그 때문인지 채윤이는 지금까지 집에 혼자 있는 걸 너무 무서워합니다. 최근까지도 현승이랑 같이 있으면서도 현관 앞에 음식 쓰레기 버리는 것도 못 가게 했으니까요.
그랬던 채윤이가 이번 2학기 부터는 일주일에 두 번 학교 특기적성 마치고 집에 와 혼자 열쇠를 열고 집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학원 가서 현승이를 찾아주고요, 어느 날은 현관 앞에서 만났는데 현승이 짐을 지가 낑낑대며 다 들고 오대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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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을수록 저 화통 삶아 먹은 소리의 세가 약해지는 것 같기는 한데요...
다섯 살 때 목소리 크기는 전성기였지요.
두 살 현승이, 저 때도 이미 덩달이.
무조건 한 템포씩 늦고 모르겠는 건 얼버무리고...
자세히 보면 누나라는 사람도 그리 나을 것도 없다는 거죠. 숫자 세는 거를 좀 보시라구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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