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 1. 음악하는 사람   2. 여자 광수  3. 광대뼈) 라는 별명이 엄마로서 정말 자존심 상하고 맘에 들지 않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바, 받아들입니다. 우리 채윤이 별명입니다. 사춘기라도 숨길 수 없는 우리 채윤이의 최대 장점. 담백하고 쿨한 성격에다 광대로서 자신의 약점을 웃음을 위해 내어주니.... 이보다 아름다운 희생이 있을런지요. 

어제 종일 집을 비웠던 엄마 아빠가 각각 아홉 시가 되어 들어왔지요. 아빠가 사 온 통감자 먹으면서 잠시 식탁 수다. 먹는 자리 피하고 싶은 현승이 녀석은 샤워한다는 핑계로 공석.


#1

채윤 : 엄마, ㅇㅇ랑, ㅇㅇ랑, ㅇㅇ가 셋이 앉아서 나를 부르는 거야. 갔더니 '야, 채윤아 너 진심 광대 튀어나왔다. 농담 아니고 진심' 그러는 거야. 정색하고....


아빠 : 기분 안 나쁘냐?

채윤 : 아니, 튀어나왔잖아. 사실인데 뭐. 
        '어쩔래.
그래도 내가 니네보다 거든(의미의 표기)' 그랬어.

아빠 : 아니지. 걔네보다 더 높지. 걔네가 더 아. 광대.

채윤 : 아~ 진짜. 아빠! 더 괜찮고 이쁘다고.
         낮다는 게 아니고 더 다고(화자의 의미로서는 분명 ''). 
         히읗, 
히읗 받침말야. 에이치(H) 받침!

엄마, 아빠 : (눈빛 교환 후 쓰러짐)

아빠 : 쟤 정신실이았어. 김채윤을 정신실이 았어.

엄마 : 그래. 내가 았어. 받침은 에이치야.

채윤 : 왜애? 이게 다 내가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증상이야. 오늘 영어 많이 외웠단 말야.

엄마, 아빠 : (눈빛 교환할 새도 없이 빵 터짐 증상으로 쓰러짐)


(낫다, 낳다. 낮다의 구별에 관심도 개념도 없는 채윤이, 덤덤하게 2차전 준비)


#2

채윤 : 근데 날나리 된 애들이 거의 다 입학 때 실기 우수자다.
         실력 믿고 연습도 안 하고 공부도 안 해.


아빠 : 와, 걔네들 몇 명인데? 우리 채윤이 가만히 앉아서 몇 명 제꼈네.

채윤 : 아! 그리고 좋은 일이 있어. 이번에 우리 반에 하위권 애들이 많이 모였어.
         이번 중간고사에서 내가 엄청 유리해졌어.

엄마, 아빠 : (어이없음 증상인데 아까의 빵 터짐 증상이 남아 있어서 그냥 쓰러짐) 

엄마 : 누가 하위권인지 다 알아? 넌 뭔데? 무슨 꿘이야? 친구들이 알아?

채윤 : 아, 물론 하위권이지. 그런데 내가 티를 안 내서 애들이 잘 몰라.
         그러니까 내가 이번 중간고사에서 조금만 잘 해도 중위권으로 갈 수 있어.
         사실 내가 다른 성적은 좋은데 영어가 낮아서 그러니까 어쩌면 상위권으로 갈 수도 있어.
         (영어공부 열심히 한 증상이 부디 시험에선 많이 안 나타나길 ㅠㅠㅠㅠㅠ)

아빠 : (내내 어깨를 흔들며 소리없는 빵터짐 증상에 시달리다 수습하고) 
         채윤아, 너 오늘 참 예쁘다. 참 예쁜 캐릭터야.

엄마 :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 동의함. '이래서 남자들이 무식한 캐릭터 여자애들 좋아하는구나. 쩌는 매력이 있구나' 싶음)

(잠자리 들기 전 남편이 천정을 쳐다보면 한 마디 내뱉음.
"어렸을 적에 채윤이 천잰 줄 알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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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명지대에서 강의가 있었습니다.
강의 직전, 채윤이에게 메시지가 왔는데 다리를 다쳤는데 아프다는 얘기,
통화할 수 있으면 전화를 달라는 얘기.
이건 또 뭔 일인가. 싶어서 전화를 했습니다.
실기시험을 마치고 질풍노도의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서 디스코 팡팡을 타러갔던 상황입니다.
디스코 팡팡을 팡팡 타다가 떨어졌고 다리가 많이 아픈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순간, 속에서 불덩이가 훅 올라옵니다.
잘 하는 짓이다!
퍼부어주고 싶은 마음 충천하지만 엄마가 지금 갈 수 없으니 가까운 병원에 가라 했습니다. 
어찌 어찌 강의를 마치고 전화를 하니 발 뼈에 금이 가서 깁스를 했답니다.


얼마나 다쳐서 얼마나 아픈 걸까. 걱정에
강의 마치고 여유있게 늦은 점심에 커피 한 잔 해야지 했던 계획은 틀어졌고,
비가 오는데 꽉 막혀 있을 강변북로를 뚫고 천호동까지 태우러 가야하고,
앞으로 등하교는 어떻게 하나,
얘는 하는 일마다....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하냐.
부글부글했습니다.
이런 예기치 않은 고통, 정말 싫어! 라는 마음에 운전해서 가는 길이 무겁기만 했습니다.
거의 두 시간이 걸려서 천호동에 도착.
가는 동안 통화하는데 우산도 없는 채윤이,
엄마, 내가 차 세우기 편한 곳으로 갈께. 아주 못 걷진 않아.
엄마 강의하고 피곤할텐데 어떡해.... 합니다.


애써 감정을 누르고 엄마는 괜찮아. 기다리다가 바로 앞에 가면 나와. 했습니다.
차에 타서 경과를 설명하는 채윤이.
딱 떨어졌는데, 내가 알잖아. 이건 그냥 삐끗한 게 아니구나. 너무 아픈거야.
그런데 같이 있는 친구, 좋은 분위기 망칠까봐 그냥 내색을 못했어.
엄마가 걱정할까봐 전화 하지 않고 병원 가려고 했는데 혹시 돈이 모자를까봐.
솔직히 엄마, 다쳤는데 내가 아픈 건 괜찮은데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어.
엄마, 미안해. 엄마 강의하고  힘들텐데 여기까지 오게 하고.
그리고 앞으로 치료하려면 돈도 많이 들텐데. 
엄마 미안해.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이기적이던 챈이 속이 깊어졌구나.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챈에게 어떤 엄마이길래, 어떤 존재이길래
발이 아픈 것보다 엄마 힘든 거, 돈 들어갈 것이 더 걱정인 이 지경이 되었을까.
나는 채윤이에게 어떤 존재일까?
힘들고 아플 때 앞뒤 가리지 않고 그냥 뛰어들어 울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그런 품이 아닌가.
엄마는 그런 존재여야 하는데 채윤이 엄마는 도대체 어떤 존재이길래....


채윤아, 엄마가 갑자기 생긴 일에 힘들기는 하지만 니가 미안해 할 필요가 없어.
아니, 미안해 하면 안 되는 거야.
왜냐하면 하나님이 채윤이를 잘 돌보라고 엄마한테 부탁하신 거야.
엄마는 채윤이 힘들 때 돌봐주고, 안아주라고 있는 거야.
이건 엄마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까 그런 생각 하지마.
터질 것 같은 울음을 꾹꾸 누르며 겨우 참고 얘기했습니다.


얼마 전에 중간고사 성적을 가지고 채윤이가 담임 선생님에게 기분 상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나름대로 채윤이는 열심히 공부했고 성적과 상관없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던 차였습니다.
열심히 피아노 치고, 시험기간에 반짝 공부하는 채윤이가
열심히 피아노 치고 밤 12시에 과외 받고 새벽 2시가 되어 잠드는 친구들과 성적경쟁에서 비교가 불가하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채윤이를 그렇게 살도록 하지 않겠다는 의지 역시 확고합니다.
살짝 흥분을 해서 담임 선생님을 찾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남편과 의논한 끝에 그냥 지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성적으로 줄 세우는 세상에서 어떤 경우에도 엄마 아빠는 돌아와 안길 수 있는 품이 되자.
이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제 정신으로 살려면 채윤이가 많은 상처 받겠지만
그때마다 돌아와 안길 수 있는 품이 되자.


그렇게 결심한 지가 엊그젠데......
다리 다친 채윤이에게 엄마의 품은 돌아와 안길 곳이 아니라니요.
아픈 것보다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니요.
지하철로 등하교 하겠다는, 할 수 있다는 아이를 굳이 차로 데려다 주고
금요일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태우러 달려갔습니다.
일종의 참회이기도 하고,

이젠 정말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똑같은 아이로 살 것이 아니라 

어른으로, 진정한 엄마로 사는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결심입니다.
매일 매일 채윤이와 함께 자랍니다.
내 나이 14세. ㅠㅠㅠㅠ


* 오늘도 여지없이 소영이는 한 건.

엄마, 정말 고마워. 워커를 하니까 훨씬 따뜻해.
진작에 워커를 하고 다닐 걸 그랬어. 목에 바람이 하나도 안 들어와.
(워커가 왜 목의 바람을 관리하고 그럴까요?)
워머 맞습니다. 워머를 하나 사줬더니 자꾸 워커라네요.
(이제 이 정도는 놀랍지도, 웃기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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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중의 한 학기는 향상 음악회와 실기시험을 중심으로 돌아가는군요.

오늘 실기시험을 치루는 채윤이, 어제가 생일이었네요.
한 달 이상 학교 마치면 잠실에 있는 선생님 스튜디오에 가서 9시, 10시까지 연습하고 집에 오는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피곤하니까 오늘은 일찍 와라 해도, 그럴 수 없다며 늦게까지 연습을 하곤 했지요.
어느 날  힘들지 않냐고 하니까 힘들긴 한데... 지가 공부를 하려면 한 시간도 못 앉아 있을텐데 피아노를 치면서 오늘 이거 외워야지 싶어 치다보면 두 시간이 휙 가있다고 합니다.
고민 끝에 간 예중이고, 여러 고충은 많지만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보내다 시험 하루를 앞 둔 어제가 생일이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눈물 펑펑 쏟으며 울고 말았지요.

친구들도 축하 한 마디 안 해주고,
아빠나 현승이도 축하 문자도 안 주고,
아침엔 엄마랑 둘이만 밥 먹고 나온 건 이해가 되지만,
친구들이 실기시험 때문에 경황이 없는 건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너무 섭섭하잖아.
카스에도 축하글 하나도 없고,
그럴 수 있긴 하지만 섭섭한 건 어쩔 수 없잖아.


시험 마치고 생일파티 하자는 생각에 너무 무심했었던 것 같아 미안함의 쓰나미가 밀려왔습니다.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 아침에 아빠랑 다같이 깨워서 함께 식사할 걸. 엄마도 문자 보냈어야 하는데.... 오는 내내 손을 잡고 한 손 운전을 하며 왔습니다.
한 때 채윤이 리즈시절, 아빠가 청년부 하던 때, 청년부 언니들의 축하문자 폭주에 연예인 된 채윤이가 단체문자로 '오늘 제 생일 축하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렇게 날리기도 했었는데요.


오늘 레슨을 마치고 선생님께서 서프라이즈 축하를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집에 널부러져 있는데 선생님이 보내오신 카톡사진을 보고 제가 다 울컥했습니다.


 

사실 현승이는 벌써 얼마 전부터
엄마, 누나가 매일 너무 힘들겠어. 늦게까지 연습하고 아침에 또 일찍 나가고....
내가 누나 얼굴을 잘 못 봐. 이번 누나 생일에 나 정말 큰 선물 해줄거야. 내가 생일을 크게 축하해주면 누나가 힘이 날까?
하면서 벼르고 있었지요. 헌데, 현승이도 당일을 놓친 겁니다.


밖에 있는 아빠한테 문자해서 서프라이즈를 지시했습니다.
주워 들은 건 있어서 최근 채윤이가 관심있어 하는 화장품이 있다는 걸 알고는 화장품 가게에 가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도통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점원에게 전해서는 사가지고 들어왔습니다.


 

밖에서 친구 만나다가 식겁한 아빠는 점잖은 인품에
꼬깔모자를 쓰고 한 손에는 케잌, 한 손에는 화장품을 들고 튀어 들어왔습니다.
참회의 고깔모자!


 


차에서 찔찔거리던 채윤이 엄마의 사과에 약간 마음이 풀린데다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와이파이 팡팡 터지는 집에 와서 카스에 축하 메시지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아기 적 친구 수민이와 현동이, 머슴아들의 뚝뚝한 축하에 감동.
기분이 급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바로 소영이로 변신.

식탁에 앉아 있다가 바로 옆 현관 유리를 보더니,
어. 이 그림 사군자였네. 이거 봐. 난초, 국화..... 어머 어머 사군자였구나.
(매화 가리키며) 이건 뭐지 매란국죽.... 죽이 뭐지? 죽이 뭐야? 엄마.
매란국쭉.... 아, 철쭉이구나.
헉4

(스릉흔드. 소영이라 불리는 우리 딸 채윤이)


채윤이 또 한 건.
좀처럼 볼 수 없는 아빠의 귀여운 표정의 아빠도 한 건.
지금 쯤 실기시험 치고 있을 채윤아.
너는 이미 백점이야!!!
몇 점을 받아도 넌 이미 백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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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 우리 인성 시간에 무슨 검사했어.
I'm ok. I'm not ok. 이런 검사 뭔 줄 알어?
, 아는구나. 나는 뭐 나왔는지 알아? I'm ok. You're ok. .
역시, 나는 그럴 줄 알았어.이게 좋은 거잖아.


엄마
, 내 별명이 광대잖아. 성형수술 얘기가 나왔어.
내가 쌍꺼풀이랑 앞트임 뒤트임 할 거라니까 애들이 그러지 말고 먼저 광대를 깎으래.
하하하하하....

(엄마 왈 :  채윤아, 너 친구들이 광대라고 부르면 기분 안 나빠?)

아니, 광대가 나왔잖아. 그리고 별명이 있으니까 좋아.
하하하하하하....
애들이 야, 너 솔직히 말해 봐. 눈 내리깔면 광대 보이지? 이래.
우하하하하하하.... 실은 나 이렇게 하면 광대 보인다.

(우리 딸 I'm ok. You're ok. 확실하네!)

엄마, 그런데 OO이는 I'm ok, I'm not ok가 점수가 똑같이 나왔어.
그래서 내가 뭐라고 말해줬는지 알아?
내가 엄마 딸이잖아.
그건 너가 너 자신을 잘 모르는 거야.
너 자신이 I'm ok, I'm not ok인지를 모른다는 거지.’ 라고 했어.
그랬더니 애들이 ~ 광대!’ 그러더라. 나 진짜 똑똑하지?

 (I'm ok의 갑!)


(
한참 수다 끝에 엄마가 설거지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노노노노! 노 스탠드 업. 더 얘기해. 노노노.... 빨리 스탠드 다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 닮아 태생이 광대, 우리 딸)

 

두 장의 사진은 엊그제 향상 음악회에서 찍은 것.
많은 고민 속에 예술학교 보냈는데 학교생활을 200% 즐기며 하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성악이면 성악 작곡이면 작곡, 친구들 어깨 너머로 보고 와서 집에서 혼자 막 해보고...
경험으로 배우는 채윤이가 아주 좋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렇게 아가씨 같이 다 컸는데 멘탈은 가끔 초2나 초3 정도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춘기가 왔나 싶었는데 벌써 가신 것 같기도 하고요.
하긴 오늘 이랬다가 내일 저랬다 하는 중이긴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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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녁을 먹으면서 시작된 수다와 게임이 끝나질 않더니
'아이 엠 그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아이 엠 그라운드 수도 이름 대기!
서울
도쿄
뉴델리
........
(현승이가) 워싱턴.
(채윤이가) 야아, 베이징이지.
(현승이가) 무슨 소리야? 어느 나란데?
(채윤이가) 중국 말야. 베이징이지.
(현승이가) 미국 얘기거든.
(채윤이가) 아~아, 맞다. 하하하하하. 야, 워싱턴 디씨까지 해야 사람이 알아듣지.


#2
입고 싶어하던 니트를 하나 사줬다.
애가 말라서 헐렁하게 나온 니트를 입으면 우습길래 개중 슬림한 걸 골라 샀다.
기분이 좋아가지고 집에 와 입어보면서,
"엄마, 그런데 니트를 너무 어안이 벙벙하게 입으면 좀 웃기지? 이게 이쁘지?'
란다.
진짜 어안이 벙벙하다.


#3
너의 매력의 끝은 어디냐. 소영아. 아니, 채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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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을 바라보는 (엄마 연세를 내가 꼭 이렇게 표현하는 건 88인지, 89인지, 어쩌면 86인지... 늘 헛갈리기 때문) 엄마가 가끔 전화해서 그럽니다.

"야이, 너 내가 이쁜 브라우스 있잖어. 느이 대전 올케가 사 준거. 그게 품이 좁아. 그거 내가 입고 나가믄 권사님들이 아~이구, 어디서 이쁜 옷만 사 입으신다고 그려. 그런디 그게 쪄서(껴서) 못 입겄다. 너 갖다 입어. 너는 딱 맞을거여.'

그리고 가면 한 번만 입어보라고 하신 후에.
"얼라, 너한티 딱 맞는다. 그릉게 내가 그릉게 내가 못 입지. 너 입어. 너 갖다 입어."

됐다고, 내가 이걸 어떻게 입냐고 몇 번 거절하다가 그래도 엄마가 포기를 안 하면 확 신경질 한 번 내줘야 조용해지십니다. (그 다음엔 같이 사는 막내 며느리한테 '너 입어'....ㅎㅎㅎ)

 

 

아, 진짜 말 안 하려고 했는데,
내가 연식에 비해 주름은 많지만 패션 나이는 젊다고요. 중1 딸하고 옷 같이 입는다고요!


엄마의 옷장,
내 옷장,
내 옷장을 넘보는 딸의 옷장.

재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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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가 남한의 '중2'가 무서워서라는데.
무섭기로 치자면 중2로 가는 중1도 만만치는 않다.
사실 힘으로 누르자면 얼마든지 누를 수도 있다.(아직은)
그렇게 해결해서 될 일이 아니라니 하루에도 '참을 인'자가 수십 번이다.


중1 뒤에 서서 호흡조절을 하면서 릴렉스, 릴렉스를 되뇌는 것 역시 일상다반사.
그러는 동안 상상 속의 분열된 자아는 이렇다.
나비처럼 날아가 벌처럼 따갑게 중1의 등짝을 '따~악' 때려주는 것이다.
남편과 둘이서 노인네처럼 마주 앉아 '김채윤 네 살 때에.....' 이러면서 했던 얘기 또 하고 했던 얘기 또 하는 것으로 억눌린 분노를 해소하곤 한다.


이쁜 짓을 추억하기.
그걸로 버텨난다.
그런데 어제 아주 아주 보기 드문 이쁜 짓 발견.
난 외출을 했었고 오후에 예상치 않은 비가 왔다.
우산을 안 들고 나가서 지하철에서 약속 장소까지 뛰느라 내 코가 석 자.
옥상에 널어 놓은 빨래는 생각지도 못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옥상에 있던 빨래들이 현관 앞에 저렇게 널려 있었다.
비가 오자 빨래를 걷고,
단정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개켜서 개킨 그 자리에 모셔 놓은 것. 


중1,
너도 사람이구나.
스릉흔드. 으직드.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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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그것도 예술 중
학교를 선택한 채윤이는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번 월요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일주일 동안 입학 전 특강을 듣고 있습니다.
예중 특유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두려움과 위축감에 압도된 듯 보여 마음이 아픕니다.
아무리 객관적이려고 해도 아이의 아픔은 내 것과 분리되질 않습니다.
가엾지만 도울 수 없고,
언젠가 나도 느꼈었던것 낯설지 않은 감정들인 것 같아 바라보기도 힘겹습니다.
긴장을 하고 있으니 준비물을 빼먹고 가고, 그로 인해서 더 당황하고....
쫄아든 목소리로 전화가 오면 엄마도 덩달아 안절부절이고요.
아침 일찍 학교에 가는 채윤이를 안고 기도해주고,
보내놓고도 할 수 있는 것이 기도 밖에는 없습니다.
몇 주 학교 다니다 보면 또 친구가 생기고,
익숙함으로 인한 안정감도 느끼겠지만 처음은 이렇게 힘듭니다.


저녁에 외갓집을 갔다 오는 길에 채윤이와 이런 감정들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처음엔 삐뚤어지겠다는 식으로 '친구 하나도 안 사귈거다.'로 시작하더군요.
질문하고 들어주니 나름대로 정말 두려운 것들에 대해 곧잘 이야기를 합니다.
실기점수로 매 학기 줄을 세우는 분위기의 학교생활이 자신이 없다며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로 서로를 바라봐야 하는 것이 두려워서 다가가기도 싫다는 것입니다.


들어주고,
잘 할 거라고 격려하고,
예전에 잘 했던 부분들을 상기시켜주며 집까지 왔습니다.
(마음은 여전히 아팠습니다. 잘 될 거라고 말하면서 마음까지 그렇지도 못했고요.)


집에 들어와 정리를 하고 있는데 채윤이가 그럽니다.
"엄마, 난 엄마가 너무 좋고 자랑스러워. 그리고 엄마가 우리 엄마여서 참 좋아.
세상에 엄마 같은 엄마는 없을 걸. 내 마음을 정말 잘 이해해주고 고민에 대해서 잘 해결해 주잖아. 물론 나랑 현승이랑 싸울 때는 불공평하고 그런 면이 있지만.... 참 좋은 엄마야."


아침에 채윤일 보내놓고 기도하며 흘렸던 눈물에 대한 보상과 위로 같네요.
사춘기 딸에게 '좋은 엄마' 라는 평을 받다니.....
그리고 이 말을 하면서 아침보다 조금은 더 가벼워진 채윤이 마음이 느껴졌으니까요.
덕분에 그 많던 근심이 후~ 어디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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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엄마 : 야, 이거 누가 이랬어.
채윤 : 몰라. 나는 진짜 몰라. 나는 명백해.
현승 : '결백해'겠찌이~
채윤 : 아. 뭐~어. 됐다고~오.

#2.

채윤 : 아빠, 왜 나는 영어 이름이 없어?
아빠 : 왜 없어. 너 전에 뭐 지은 거 있잖아.
채윤 : 아니~이. 그런 거 말고.... 엘리자벳 이런 거...
아빠 : 그니까아~
채윤 : 내 친구들은 엘리자벳 이런 영어 이름을 어릴 적에 어디서 받았대.
아빠 : 영어 이름이 아니고 영세받고 세례명 아니야? 세례명이겠찌이~
채윤 : 아, 몰라. 그니깐 교회에선 왜 그런 이름을 안주냐고.
엄마 : 엄마도 세례명 있어.
채윤 : 진짜? 지원이도 세례명 하나 짓겠다고 했는데... 뭐야? 엄마 세례명?
엄마 : 안젤리나 졸리!
채윤 : 와, 진짜야? 대박! 나도 지어줘.

 

---------

낼 모레면 중딩인데 여전히 일관성이 있는 캐릭터로 웃겨주고 있는 채윤이.
콧물이 난다고 양 볼에 대일밴드 붙이고 다니던 그 시절부터 쭈~욱 그렇습니다.
스릉흔드. 너의 무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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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미공개 동영상.
노래를 썩 잘부르지 않아서 블로그에 올리질 않았던 것 같은데,
노래보다 공연 전 세러모니가 더 눈길을 끄네요.


저러고 거침없이 코딱지 후벼파는 모습이 딱 김채윤스러운거죠.



 




세상에서 제일 예쁜 손은 누구의 손일까요.
지난 번에 나는 거울에게 살짝 물어보았죠.
텔레비젼에 나오는 예쁜 탈랜트의 손일까.
피아노를 연주하는 뽀뽀하는 언니 손일까.
아니야 아니야 거칠어지신 우리 엄마 손.
그렇지 그렇지 가장 예쁜 손은 우리 엄마 손.




채윤이가 네 살 때 어린이집에서 배워 부르는 노래입니다. 노래든 학습이든 거의 청각을 통해서 습득하는 채윤이는 무조건 들리는대로 불렀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곱고 하얀 언니 손일까'를 '피아노를 연주하는 뽀뽀하는 언니 손일까'로. 이렇게 부르던 노래가 여러 곡 됐는데 일부러 바로 잡아주질 않았습니다. 채윤이만의 노래, 채윤이만의 독특한 발음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었죠. 그 독특함이 사랑스러웠고요.




음악치료 대학원을 다니며 음악 전공한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음악을 전공하고 그 전공에서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다 '음악 치료'를 만나고 '구원자'를 만난 것처럼 기뻐하던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연주공포가 있는 친구도 있었고, 여러 이유들이 있었겠지요. 어렸을 적부터 피아노만 붙들고 살았었을 겁니다. 그랬으니 명문대학들을 들어갔겠지요. 그 경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기 적부터 음악적 감각이 남다르던 채윤이를 굳이 음악을 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음악을 하더라도 정말 원할 때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해야 한다고 믿었지요.




때문에 예술중이니 예술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생각도 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대놓고 '보내지 않겠다. 가끔씩 절대 보내지 않겠다.'라고 지껄이기도 했지요. 곡절 끝에 명일동으로 이사하고 찾은 동네 음악학원에서 선생님을 한 분 만났습니다.(언젠가 이 만남에 대해서 글로 나눌 날이 있을 것입니다.) 처음엔 어려워만 하더니 차차 너무 좋아하고 선망하는 것입니다. 이 선생님을 만나고부터 피아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듣고 치는 수준이 달라졌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을 롤모델로 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중을 가겠다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자신의 진로를 선택한 것인데 그러지 마라 할 수도 없고, 그간 소신이 있기에 그래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기도하고, 미루고,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작년 이 맘 때 즈음 결정을 했습니다. 채윤이의 의지가 확고했고, 마음의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면서 된 일이지요. 그리고 채윤이가 참 열심히 해왔습니다.




끝없이 놀아야 하는 놀이의 신인 채윤이가 놀 시간이 없어서 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다섯 시간 씩, 아니 조금 과장해서 어쨌든 밥 먹으면 피아노 앞으로 가는 1년을 보냈습니다. 지난 여름 에어콘도 없이 무더위와 싸우면서도 내내 열심히 쳤습니다. 예중에 합격을 해도 안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 아직 어린 나이에 저렇게 매진해보는 경험이 소중할 거라는 생각조차 들었습니다. 그리고 늘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열심히 하되, 합격해도 좋고 못해도 된다. 이래도 좋은 일이고 저래도 좋은 일이다.'




입시를 얼마 앞두고 중요한 콩쿨이 있었습니다. 내심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마음의 좌절이 컸습니다. 해피 해피 채윤이는 금방 털어버리고 연습을 하는데 말이죠. 그러면서 '되고 좋고 안되도 좋다'는 말을 거두어 들이기로 했습니다. 궁극적으로 그렇게 믿는다 할찌라도 감정을 보니 정직한 말이 아니더군요. '되도 좋고 안되도 좋다'라고 말하면서 성숙한 믿음을 가졌다 뻐기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입시 결과가 나오면 어떤 결과이든지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없음을 알기에 '바로 지금'의 마음을 흔적으로 남겨 놓습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뽀뽀하는 언니 손.
이 우리 채윤이 손이 되었어요. 저 손가락에 쌓인 땀과 시간이 우리 채윤이를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라게 할 것을 믿어요.
오늘은 채윤이 손에 뽀뽀를 한 번 해줘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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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채윤이의 '윤'자는 '물 깊고 넓을 윤' 입니다.
역시 이름을 잘 지어야 합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큰 웃음 작은 웃음 주는 채윤이의 개그의 샘은 깊고 깊다는 느낌입니다.
마른 듯 싶으면 흘러나오고, 또 흘러나오고.....


# 1


누나, 인천 상륙작전이 성공한 거야?


몰라. 엄마한테 물어
보자.
엄마, 그... 맥.가.이.더. 장군이 한 인천 상륙작전에 성공했어?


(맥가이더 장군! 이라면 손재주가 장난 아닐텐데 드라이버 하나로 인천 상륙을 성공으로 이끌었겠지.....만서도.... 정말 채윤아!!!ㅜㅜ)




# 2


(아빠가) 채윤아 너 '모네' 알어?

그럼 알지. 화가잖어.
오~올, 김챈! 유식한데....
그걸 왜 몰라. 모네가 '밀레의 만종' 그렸잖아.

(아.....악, 사랑해! 채윤아!)




이름 값 하며 사는 채윤이,
오늘 운동회에서 말춤 추며 신났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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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강의가 있어서 아이들 일어나기도 전에 집을 나섰습니다.
전날에 대충 의논을 하기는 했지만 우리 채윤이, 자신있게 아침을 알아서 챙겨먹겠다고 했습니다. 강의 중간에 확인을 하니 카톡이 와있어요. 아침을 이렇게 챙겨 먹었단 얘기죠. 


이느무시키!ㅎㅎㅎㅎㅎ 언제 이렇게 커가지구.....


현재 스코어, 키는 엄마만 합니다. 엄마 키 따라마시는 건 이제 시간 문제.
그러나 모랄까.... 지성이랄까 모랄까 그런 건 상당히 부족합니다. 예를들면.....

"아빠, 그런데 런던 올림픽은 어디서 하는거야? 아! 런더~언! 아, 그렇구나."
(이건 개콘 멘붕스쿨 소영이랑 똑같은 멘탈상태)

(맛있는 거 먹고나서는.....)
"암~ 데인줘려스~~~~~"
(현승이가 옆에서 '딜리셔스겠지' 라고 하지요)

(조카 지희의 네 살 딸래미 성은이가 노래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엄마가 '성은이가 지희를 닮았다. 허스키보이스야.' 하니까 완전 잘난 척 하면서
"모야, 엄마. 허스키걸.스.(girls)겠지~이. 보.이.스(boys)가 모야~아. 무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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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력과 먹고 사는 데 필요한 머리는 진짜 제대로 갖고 있는 우리 채윤이가 아침을 이렇게 챙겨서 지도 먹고 동생도 멕였다는 말씀이죠. 냉장고에 둔 차거운 김밥에 계란을 입혀서 후라이팬에 부치고 남은 계란을 알뜰하게 모아서 계란말이 비슷한 것을 만들었고요. 현승이가 "엄마, 누나가 해준 계란말이 진짜 맛있었어." 라니까 맛도 좀 되나보죠.


엄마가 늙어가는 대신에 딸이 자라서 밥을 챙겨먹고,
엄마가 노쇠해 아무것도 못하는 노인네로 침대만 차지하고 있는 대신에 그의 딸이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이렇게 세월은 가는가 봅니다.
(엄마, 그러니까 내 엄마로 인해서 마음이 아픈 날에 한 뼘 자란 딸의 모습에 뿌듯해서 결론이 이렇게 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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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 엉덩이에서 방구가 출출출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를 능가하는 음악적 창의력으로 애기 적부터 여러 창작곡을 내놓았던 김채윤. 스스로 가장 만족스럽게 여기며 애창하고 있는 일명 '현승이 방구송'이다.

자신이 만들었던 많은 곡들을 다 잊어버린 지 오래지만 이 곡만은 싱어송 라이터 자신이 사춘기가 된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침으로 저녁으로 부르고 또 부르고 있다.


자기보다 더 어린데다, 더 귀엽고, 더 착한데다, 더 눈치도 빠른 현승이가 얄미워서 어쩔 줄 모르겠을 때 마음을 달래는 주문같은 노래다. 저 짧은 노래에 첫째로 태어난 누나의 한이 글자마다 서려있다. 그 한을 방구로 풀어내는 풍자와 해학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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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집에 없던 어느 날. 현승이 밥을 챙겨주고 레슨을 가려고 했는데 놀러 나간 녀석이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자 식탁 위에 남기고 간 누나의 마음이다.  
현승이 엉덩이에서 방구가 출출출...
원활하게 나오도록 끼니를 챙겨 먹이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 누나. 누나 노릇 제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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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가족들과 함께 속초 여행 중이었네.
맛으로 유명하다는 '만석 닭강정'을 찾았네.
중앙시장으로 가서 회를 먹기 전 닭강정을 한 박스 샀다네.
강정을 사자마자 언니는 말했다네.
"내가 들께."
드문 일이라 엄마빠는 의아했다네.
언니는 아주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 예쁜 캐리어, 뽀대 나는 쇼핑백 같은 것만 드신다네.
무겁거나 스타일에 반하는 어떤 것도 손에 들지 않는다네.
한 마디로 엣지 없는 것들은 개나 줘버려.


치킨박스? 언니 스타일 아니라네.
헌데, 언니가 어쩐 일?
시장통을 걷다 금방 깨달았다네.
중앙시장을 찾은 여행객들은 모두 손에 손에 닭강정 박스였다네.
속초 속 서울사람으로 보이는 모든 사람에세 닭강정 박스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었다네.
엄마빠 눈빛 교환하고 빵터져버렸다네.
언니는 닭강정 박스를 엣지 있게 들고 질척거리는 회시장을 누비며 말했다네.
"이게 속초 스타일이야."


그리고 먹다 남은 닭강정을 싸들고 다녀야했던 그 다음 날도 여전히 언니는 포기하지 않았다네. 속초 스타일을.....


아, 언닌 역시 속초 스똬일.
사춘기는 개나 줘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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