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1년 살았던 아파트에서 오합지졸의 아이들을 하나의 놀이 공동체로 묶어냈던 김채윤.
공부좀 하느라고 밖에는 못 나오는 애들 되꾜!
학원 다니느라 놀이터는 그저 지나가는 길일 뿐인 애들도 되꼬!
그러다 보니 모이는 애들은 5세부터 7세가 주로. 가끔 8세 이상의 학령기 아이들 합류해주면 고맙꼬!
그런 상황이었었다.


그래도 어떻게 일궈낸 공동첸데... 그 쫄짜들을 놔두고 일 년 만에 이사오는 심정 억울하고 복잡하여 엄마빠 원망도 많았다. 그리고 지금의 아파트로 온 지 1년이 가까와 온다.


여름 한 철 지내더니, 어느 새 아이들은 다시 규합되어 있었다.
여기나 저기나, 고급 아파트나 조금 서민적인 아파트나 초딩들은 웬만하면 나와 노는 일이 없다. 그나마 이 아파트에 '놔서 멕이는 아이들'이 더러 있었나보다. 모두 남자 아이들이라 이 아이들이 주로 모이면 축구나 야구를 하는 것 같았다.
여기에 채윤이 누나 합.류.하.다.

수영 다녀오신 누님이 나타나기까지 남자 녀석들은 축구를 하고 있었다. 누님 나오셔서 공 몇 번 굴려 주시더니 바로 새로운 놀이의 세계로 이끌어 주신다.


축구는 바로 미련없이 접고 한 군데 모여서 경도놀이 편을 짜려 하고 있다.
이 때 큰 누님께서는 그룹의 막내 다섯 살 쯤으로 보이는 막내를 각별히 챙기신다.
(동그라미 부분 참조)


동영상 중간에 막내의 친형이 무슨 심사가 뒤틀렸는지 막내를 막 대하는 씬이 보인다.
누님 마음은 살짝 아프지만 '남의 가정사'에 참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


본격적인 게임을 위해서 흩어지고 있는 사이 우리의 큰 누님 자상하게 막내를 한 번 더 챙기신다. 그녀의 친동생 김현승은 인파에 묻혀서 잘 찾아지지도 않는다.


경도놀이를 위해 큰 누님과 아이들은 홀연히 떠나가고 풀밭에는 덩그러니 축구공만 외로이....




옷 밖에 없네 그려.





이러면서 은근 딸이랑 커플티 입은 거 자랑질.
위 아래 커플티 둘 다 아동복이라고 말하면.... 나 완전 왕재수?ㅋㅋㅋ

할 일이 있는데 머리는 안 돌아가는 새벽 1시에 의미없는 포스팅 하나.
게다가 이거 트윗인지 블로근지 구별 안되는 국적불명의 포스팅.
아, 머리가 돌아가야 할텐데.
옆에서 선풍기는 돌아가는데 머리는 안 돌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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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인 성장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면 일기를 써라.
일기를 쓰되 정직하게 써라.


이것이 남편과 내가 함께 힘주어 말하는 몇 안 되는 인생의 지침 중 하나다.
<내 영혼을 위한 일기쓰기>
<하나님을 만나는 글쓰기>
<치유하는 글쓰기>
등은 최근에 읽으며 위의 지론에 힘을 실어준 책들이고,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를 비롯한 이오덕선생님의 글들은 거의 20여 년 전에 읽었던 책들이다. 그 때 나는 겨우 한글을 읽거나 말거나 일곱 살 짜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유치원 선생님이었는데 왜 그리 목숨 걸고 읽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저런 경험으로 인하여 죽어나는 건 결국 우리 딸 채윤이가 되었다.
학교공부 제대로 데리고 가르치는 것 없는데  일기쓰기 만큼은 1학년 때부터 꾸준히 공들여 함께 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이오덕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살아있는 이야기를 쓰게 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용을 써 본 것이다. 그렇다고 쓰기나 읽기보다는 듣기나 말하기에 관심이 있는 채윤이가 썩 일기를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그.런.데.
어젯 밤에 '정직한 글쓰기'는 삶을 변화시킨다고 믿는 엄마에게 대박 감동을 안겨 준 사건이 있었으니.....






하룻동안 해야 할 일들을 하루종일 미루고 미루다 밤 9시가 되면 시작하는 두 놈들의 방학생활. 가급적 잔소리도 협박도 분노폭발도 하지 않으려고 두고 보던 중이었다. 마냥 두고봐 줄 수는 없었던 엄마가 특유의 '너희들 마음대로 해' 한 마디 던지고 '기약없는 묵비권 행사'에 돌입했다.






엄마의 묵비권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협박이요, 엄포요, 공갈이기 때문에 두 녀석 다 완전 열심히 숙제에 매진하였다. 알아서 일기도 쓰고 간간이 찔러보는 엄마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니까 포기한 듯 보였다. 그 때 띠리릭, 문자가 왔는데 '사랑하는 엄마의 첫 번째 보배. 채윤' 한테서 온거란다.
이 문자에 웃지 않을 수 없었고, 마음이 풀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들과 이런 저런 얘기 나누며 훈훈한 마무리를 하던 차에! 채윤이가 일기를 쓰다가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야겠다' 고 맘을 먹었다고 했다. 스스로 쓴 일기에 자신이 속상한 얘기로 시작해서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 그리고 그걸 편지로 써야겠다는 결론을 찾은 것이다.
(게다가 학교에서 국어시간에 배운, 말하자면 시험치려고 외우기에나 적합한 '직접 전하는 것이 힘들 때 편지를 이용한다'는 내용을 기억해내서 삶의 지혜로 적용하다니...)






문자보다 더 반갑고 감동적인 것이 이것있다.
혼자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쓰다가 얻은 통찰의 결과라니 말이다.
초딩 4학년이 아직도 틀린 철자법으로 어이없게 만들기도 하지만, 됐다. 됐어. 정직한 글쓰기를 통한 자기성찰이 된다면 철자법이 대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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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인.
피아노로 말하는 여인 이 여인은 제주도 갔다온 다음부터 줄창 이 노래를 쳐대십니다.

제주 노래방에서 엄마가 부른 이 노래에 꽂혀서 제주가 그리울 때마다 저렇게 쳐대십니다.
한 번 들은 멜로디는 잊지를 않으시고,
잊지 않은 그 멜로디는 바로 반주 붙여서 피아노로 쳐주시고...
놀이의 신과 음악의 신이 도통 이 여인으로부터 떠나질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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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주차장에서 채윤이가 말하기를.

'엄마, 스타렉스는 표정이 화난 할아버지 얼굴 같애. 이거 봐바.'
'엄마, 차가 다 표정이 있는 거 알아? 나도 그렇다는 생각을 했는데 현승이가 말했어. 차들은 다 표정이 있다고'






우리 차는 어떤 표정이냐면 이런 표정이야.
(카메라을 의식하지 않고 지은 날것의 표정은 정말 리얼했었다.
챈의 표정이 카렌스 투 자체였다. 이것이 순간을 포착하지 못한 찍사의 아쉬움이다.)






챈이의 표정을 본 아버님께서 감동 받으셔가지구 오랜 카렌스 투 운전자의 경험으로 더 카렌스투 다운 표정을 지어주셨다. 큰 웃음 주셔서 잠깐이나마 더위를 잊게 해주신  딸과 아빠께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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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 우리 챈이 초딩생활 4년 만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습니다.
수학 단원평가에서 처음으로 90점 이상을 맞은 것.
기말시험험에서 처음으로 100점 이란 걸 맞아봤는데 그 과목이 과학이라는 거요.


남들은 전과목 합해서 몇 개 틀렸나?를 가지고 울고 웃고 한다해도 우리 채윤이 흔들림 없었습니다. 한 과목에 남들 네 과목 합해서 틀린 것보다 많이 틀린다 해도 '나보다 더 못하는 애들도 있어. 성적은 중요한 게 아니잖아' 하면서 시험이 끝났다는 것만 해피할 뿐이었지요.


어제 오후 백점의 비결을 알았습니다.
요즘 베란다 앞에 놓은 탁자에 앉았다가 베란다 유리창에 서서 뭔가를 쓰는 거 같기도 하고...
새로운 그 분이 오셨나 하고 신경도 안썼더니.
컴터 하는 척 하면서 살펴보니 '시험문제 찍어주는 선생님 놀이' 말하자면 시험 전 마지막 시간 써머리 해주는 선생님 놀이로 시간 가는 줄 모르더라는...ㅋㅋㅋ








카메라 사진 컴터에 옮기는 척 계속 삑삑거리면서 정신 산만하게 하다가 몰카 촬영 성공.
대사에 집중해 보세요.
마지막 부분 '#$&^*%^...해서 백점 맞자. 공부하세요. 공부해' 벌떡!ㅋㅋㅋ






어떨 때 보면 TNTer 88 또래라 해도 무색치 않은 마인드를 소유한 것 같다가도.....
어떤 때보면 초딩1학년 현승이보다 못한 마인드로 살아가시는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백점 맞는 비결 참 쉽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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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그러니까 내가 우울의 끝자락에서 바닥을 치고 있을 즈음의 이야기.
채윤이 단원평가, 현승이 받아쓰기 시험 점수 합해서 딱 100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많이 속상한 건 아니었다. 채윤이 성적 늘 그래왔고, 그래도 그녀는 행복했으니깐.
현승이도 받아쓰기 공부 안하고 간 거니까 모, 제대로 선생님 불러서 한글교육 한 번 안하고 읽고 쓰는 게 어딘가? 많이 속상하진 않았지만 괜히 우울한 감정을 쏟아낼 곳이 생긴 것이다.

주방에서 일을 하면서 '너희 둘 정말 이러면 엄마가 속상해서 어떻게 사니....$&$*%#$^%^...' 이런 식의 넋두리? 를 읊어대면서 화를 내고 있었나보다.


자, 티슈남의 반응을 먼저 보자.

눈물이 그렁그렁 해가지고 엄마 허리에 달라붙어서 '엄마, 엄마 마음 풀어. 내가 이제는 결심했어. 앞으로는 받아쓰기 꼭 90점 이상만 맞을거야. 그러니까 엄마 속상해 하지말고 맘 풀어....엉엉엉어.....엉.....'


책꽂이에 기대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투사녀 김채윤은 자기 방으로 확 들어가더니...
채 30초도 지나지 않아서 발을 쾅쾅거리며 엄마에게 다가온다. 그리고는!


'엄!마! 내!가! 엄!마!한!테! 할! 말!이! 있!는!데!!!!!!'
라며 도전적으로 나오더니 퍼붓기 시작.


'엄마, 엄마 왜 그렇게 변했어? 엄마 내가 1, 2학년 때 받아쓰기 못해도 괜찮다고 했잖아. 그리고 늘 시험성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지? 그런데 현승이한테 왜 그래? 열심히 공부하면 되는 거지 성적으로 뭐라고 하면 안된다고 엄마가 그랬잖아. (살짝 목소리 톤 다운되면서) 물론 내가 쫌 열심히 안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엄마가 이런 식으로 성적으로 뭐라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돼? 나도 다른 애들처럼 똑같이 시험 못봤다고 엄마한테 혼나겠다고 걱정하고 벌벌 떨고 그래야 돼? 앞으로 나도 그래야 돼? 다른 애들처럼? 그러면 내가 앞으로 무서워서 시험을 어떻게 봐?'


나 이 투사녀 진짜..... 투사녀의 말로 쓰는 대자보의 중간 쯤에서 이미 빵터져 버려서 웃음 참느라 혀깨물고 있느라 죽을 뻔. 엄마로서의 자존심은 있어서 끝내 웃음 보여주지 않고 위기의 순간을 넘겼는데. 바로 수요예배 가서 기도하고 나서는...


두 녀석에게 '엄마가 잘못 한 거다.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그걸로 엄마가 너희한테 뭐라고 한 거는 잘못인 것 같애'라고 또 다시 굴욕 사과를 하였다는 얘기.


아,  내 양육 철학은 '굴욕의 교육학'ㅠㅠㅠㅠㅠㅠ



* 사진은 물론 더 언급할 필요도 없이 그 분의 작품.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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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글 잘 쓰세요~' 이러면 '에이, 아니예요. 잘 못 써요' 라면서....
남이 써놓은 글이나 책을 보면서는 '이런~ 된장, 이 정도 글빨로 책을 내냐?'면서 잘근잘근 씹어주는 게 취미인 .
책 뒷면에 몇 줄 짜리 추천평 하나 써보며  '책 출간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하고 깨갱.
남의 책에 추천평 정도가 내 실력이다. 아니, 이것두 장난 아니야. 조금 겸손해진 .
















지난  달 말에 피아노 콩쿨 나갔던 .
척 보니 교수레슨의 향취가 묻어나는 아이들의 실력에 입이 딱 벌어졌는데...
그 순간 女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 '엄마, 아직까지 친 애들 다 나보다 못치지?'


글허나.
속으론 깨갱하고 나서 한 달 후 또 다른 콩쿨 갈 때까지 나름 연습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물론 지난 번 보다 격이 한참 낮은 대회였지만 보다 겸손한 자세로 출전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둔 .







전반부 치는



후반부 치는

 

다 쓰고 보니 은근 자랑?  죄송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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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나 어제 어떤 희한하고 재밌는 꿈을 꿨어.
음.... 스파게티를 먹었는데 그걸 어떻게 먹었는 줄 알아?
디게 맛있게 먹었는데 스파게티하고 상추하고 같이 먹었어.
그런데 너무 맛있는거야.


(스파게티 쌈싸먹는 소리 하고 있네. -.,-)


그래서 내가 세상 사람들에게 그렇게 먹는 걸 다 알려줬어.

그랬더니 사람들이 다 맛있다고 하는데 딱 한 사람만 이상하대.
누군줄 알아?

(누구겠니? ㅠㅠㅠㅠㅠㅠㅠ)

누구냐면, 바로 엄마야. 웃기지?

(웃기긴 모가 웃겨. 너의 꿈 속에서 스파게티 쌈싸먹는 그 맛있는 걸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않는 딱 한 사람이 난데.... 너의 엄만데.... 웃기겠니? 슬프지.ㅠㅠㅠㅠㅠㅠㅠ 미안하다) 



♡♡♡♡♡♡♡♡



채윤이 무의식(꿈) 속의 엄마를 대신해 의식세계의 엄마는 사과를 하거나 어쩔 수는 없다. 그래서 그냥 저녁엔 아빠도 없는데 스파게티에다 상추쌈이나 싸줄까? 싶었는데....
무의식의 엄마가 그러했듯 의식세계의 엄마도 그 메뉴는 쫌 받아들이기가 그랬다.
대신 하트를 팍팍 써서 하트, 별, 곰돌이의 꿈동산 같은 저녁을 차려줬다
.
주먹밥이 왜 이리 짜냐면서 남기면 안되냐 하며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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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가의 엄마는
저 아가가 아무 것 하지 않아도,
그저 기어다니며  책꽂이에 있는 책을 하염없이 꺼내서 헤질러 놓아도,
한 숟갈 씩 떠넣어주는 이유식을 받아 먹기만 해도,
행복했다.


감기 걸려 줄줄 흘리던 콧물이 풍선으로 변하자 뒤로 넘어가 버렸다.
그리고 저 사진을 여러 장을 빼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나눠주기도 하였다.


오래 전 그 날,
저 아기는 존재만으로 엄마를 행복하게 했는데.....
세상의 눈으로 아이를 보기 시작한 엄마는 점점 행복하지 않게 되었다.
존재로 아이를 보지 않게 된 것이다.
엄마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누가 이 아이를 존재만으로 사랑해줄 것인가?


때로 저 아이가 가슴을 후벼파는 비수를 날린다해도,
엄마가 마음 속에 그렸던 그런 딸이 아니라해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사랑하지 않는다면 저 아이는 도대체 어디서
'하늘의 사랑'을 배운단 말인가?


그러나
엄마는 엄마가 가진 무엇으로 저 아이를 올곧게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메마르고 옹졸할 뿐인 마음 그릇으로 말이다.
매일 사랑의 원천, 그 그늘 밑으로 가지 않는한....
그 곳으로 부터 쏟아 흘러져 내리는 보혈의 용서,
그 사랑을 새롭게 배우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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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이라면 자신 있다. 굴욕사진? 내 전공이다.

사진 찍는 짧은 순간 캡쳐된 얼굴 쫌 망가진 것 뭐 대수란 말이냐?
하...하지만.... 엄마이길 포기하고 싶은 이런 굴욕이란......ㅠㅠㅠㅠㅠㅠ
얘긴 즉슨,


뭔가를 먹고싶다, 갖고싶다, 하고싶다는 욕구가 밀려오셨다 하면 바로 모든 감각과 지성과 정서의 문들이 셔터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김채윤. 오직, 원하는 그것! 이 몸과 세상 간 곳 없고 오직 원하는 그것만 보이는 것이다.


학교가 일찍 마치는 수요일.
당당 그녀 하교길에 엄마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와 굴욕의 서주를 울리기 시작한다. 
'엄마, 나 오늘 예진이랑 놀아도 돼? 예진이랑 대은이랑 우리집에 오라고 해서 놀께....
 엄마, 제발....'

말하는 톤으로 미루어보아 이미 모든 셔터는 내려졌다. 아직까지는 나름 위엄엄마였다. '아침에 엄마가 말했잖아. 니가 더 잘 알잖아. 이따 수요예배도 따라갈거 아냐. 그러면 미리 피아노 연습해야하고....... @#(*^(@#%#^.... 그러니까 오늘은....#%#%$&#$%...'
이미 이 따구의 진부한 설명들은 몰입그녀의 귀에 들리지도 않을테다. 폰으로 시작된 서주는 집에 와서 1악장으로 제대로 돌입.


무조건 '엄마, 제발..... 주일 날에도 못 놀았고....... 예진이도 놀고싶대......'

아직까진 이성을 잃지 않은 엄마가 차분히, 친절하게 오늘 안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또 설명한다. 그 때, '엄마. 엄마가 빨리 예진이 엄마한테 전화해봐. 놀아도 되냐고 전화좀 해봐'


이 순간 (G의 디지털 알트 표현됐다면 엄마의 머리 쪽에서 냄비 뚜껑이 하나 날아가면 불꽃 하나 작렬, 동시에 입에서 뿜어내는 분노의 열기는 화산폭발을 방불케 할 터) '뭐? 엄마가 지금 계속해서 열 번도 넘게 설명했지? 예진이 문제가 아니라 니 시간이 오늘 안된다고! (이 때의 폭발엄마의 목소리는 거의 인간이 낼 수 있는 데시벨의 맥시멈 일것임. 안 들어본 사람은 상상을 못함)
니.마.음.대.로.해~애!!!!!!!!


그리고 엄마는 이 지점에서 김채윤 딸과 의사소통의 셧터를 내려버렸다. 김챈의 어떤에도 묵비권으로 응대하다가 아예 침대로 가서 이불 뒤집어 쓰고 누워버림(바로 여기서부터 느리게 2악장이 시작된다) 엄마의 의사소통 스위치가 나가자 바로 챈이의 정신줄이 제자리를 찾아온 것. 이 때부터.


'엄마, 엄마 화났어? 미안해. 엄마. 나 이제부터 뭐할까? 빨리 피아노 할까? 늦으면 아래층에서 뭐라고 하니깐 지금 피아노 해야겠지? 아, 그런데 참 수영가야 하지. 그럼 나 수영 갔다와서 저녁 안 먹고 피아노 연습하고 수요예배 갈께. 엄마, 미안해. 그렇게 계속 말 안할거야?  엄마, 내가 잘못했다고 하잖아 맘 좀 풀어'


한 템포 쉬었다가.



'엄마! 내가 다시 생각해보니까 내가 잘못한 것 같애. (살짝 목소리를 낮춰서 독백처럼) 많이 잘못한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쪼금은 잘못한 거니까... (다시 원래 톤으로) 그러니까 내가 사과할께. 엄마 이제 맘 풀어.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거야? 휴유'


한 템포 쉬었다가.


'엄마! 엄마 맘 풀 때까지 나 여기에 께속 께속 앉아 있을거야. 엄마 내가 엄마가 친절하게 말하면 빨리 알아들을께. 진짜 약속이야. 맘 좀 풀어 (약간 격앙된 소리로 단호하게) 엄마! 내가 잘못한 것도 알고 사과도 다 했는데 엄마가 계속 이러고 있으면 나한테 어떻게 하라는거야? 엄마, 왜 이렇게 작은 일을 깊은 일로 몰고가? 엉?  엄마!'


2악장의 클라이막스다.


알았어. 엄마 내가 약속하고 또 안 지킬까봐 그러지? 나 이번에는 진짜 약속 지킬거야. (약간 울먹이며) 나 또 엄마가 친절하게 말할 때 말을 안 들으면 오늘을 기억할거야. 엄마가 이렇게 속상해서 맘 상한 걸 꼭 기억할거라고' 엉엉엉...


이불 뒤집어 쓴 엄마는 맘은 이미 풀렸지만 도저히 웃겨서 이불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음. 음...음! 간신히 목소리 가다듬고, '알았어. 엄마 맘 풀께. 이제 좀 나가서 엄마한테 시간 좀 줘' 했더니.


(반색하는 목소리로) 그래. 엄마. 이제 엄마 혼자 시간을 좀 가져. 내가 현승이 데리고 수영장 갈테니까 엄마 조금 쉬면서 맘이 다 풀리면 수영장으로 와. 알았지?


이러고 현승이 챙겨서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신 금메달녀 채윤.


아니 출전함만 못했던 예선탈락 굴욕녀 정신실 엄마는 굴욕에 겨워 잠깐 잠이 들었다가 이불 뒤집어 쓴 채로 가위눌려 헉헉대기도 함. 그리고 마음도 풀리고 다리도 풀려서 주섬주섬 파카 입고 비실비실 수영장으로 갔다는 얘기.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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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잘할 수 있어. 할 수 있다잖아.  (21) 2009.12.09





키며 외모가 한결 성숙해지면서 숙녀티가 제법나는 김채윤씨.

이 여인 겉만 보면 다 큰 어른 되신 것 같지만 아직 내면에는 세 살 부터 주욱 함께 해오시던 그 분이 아직 떠나지 않고 계심이 확실하다. 다만 그 분은 이제 주변 사람들이 눈치 채지 않게 살짝 살짝 다녀가시고, 그 분이 강하게 임하실 때는 조용히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그 분의 임재에 응하고 하신다.


예를들면, 이런 식.
얼마 전 배가 아파서 거실에 누워 있는데 채윤이가 심하게 엄마 걱정을 했다.
'채윤아, 엄마 추우니까 니 이불좀 갖다 줘' 했더니 '그래 엄마' 근심 가득한 얼굴로 자기 방으로 가서 이불을 들고 나.오.다.가.


분홍색 이불을 끌고 나오는 자신의 모습이 베란다 창에 비친 것이다. 바로 그 순간 그리스 신화의 여신이 강림하셨는지.... 턱을 바로 앞으로 들고, 가슴을 쭉 내밀고, 엉덩이를 빼고 에스라인 만들더니 0.0001초 동안 창문 속의 여신을 향해서 한 마디 알 수 없는 말을 던지고 이내 걱정모드로 이불을 덮어주는 것.
그 0.0001초의 동안 임하신 그 분을 배아픈 엄마는 목격하였고, 웃음을 참다가 배아픈 게 아났다는 얘기.







그 분의 강림이 빈번하신 엣지녀에게는 이런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밥상을 차리는데 분주한 날에 '채윤아! 식탁에 수저좀 놔줘' 이런 방식은 집어 치워야 한다. 먹히질 않는단 얘기다. 대신,
'김채윤씨, 식탁 세팅 좀 부탁합니다' 이러면 바로 콜! ㅎㅎㅎ


귀차니스트 아빠는 식사 중에 '채윤아, 아빠 밥 쪼금만 더 퍼다줄래?' 이러시는데... 이거 역시 버려야할 옛 습관이다. 적어도 엣지녀를 부려먹으려면 말이다. 그런 경우,
'아가씨! 여기 밥 좀 뤼필해 주셍요' 이래야 하는 것이다.


기억하시라. 그녀의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면 말이다.



 


채윤이의 생일이었던 11월 25일.
채윤이에겐 생일보다 더 들뜨는 일이 있었으니....
명일초등학교 3학년 5반의 학예회가 있는 날이었고,
무엇보다 채윤이는 이 학예회의 사회자였답니다.






그렇게 잘하는 댄스를 통해 무대를 휘어잡았으면 하는 엄마의 바램과 달리
채윤이는 사회를 선택했습니다.
아,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사회자는 친구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것이었습니다.
민심에 의해서 여자 사회자로 낙점된 김채윤은 혼자서 남자 사회자 몫까지
대본을 다 만드는 열정을 보였습니다.
댄스는 떨리지만 사회보는 건 안 떨린다는데
이런 땐 '피는 못 속인다'라고 해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때 피는 두 종류니깐, 김동건 아나운서식(ㅋㅋㅋ)의 아빠피는 아닙죠.






막판에 왕년에 마이크좀 잡았던 엄마가 대본을 좀 손봐줬고,
간간이 깜짝 퀴즈를 넣었지요. 거기다 자기가 안 쓰는 학용품과 소품들을 예쁘게 포장해서
퀴즈시상품 까지 준비하는 정성과 센스!

퀴즈의 정석.
일단 문제 하나 내고 '아, 맞습니다. 네에~ 그러나 연습문제였고요....'
요 스킬을 넣었는데 이느무 남자 사회자가 묘미를 못 살리니 옆에서 옆구리 팍팍 찌르던
여자사회자가 성질대로 했다는거죠.
대본을 확 뺏어서 진행을 해줬으니깐요.
그러니깐 대본 쓰고, 사회보고, 나중엔 동료의 몫까지 확 해버리고...
북 치고 장구 치고는 이런 때 쓰라고 있는 속담이죠?

공부도  잘하고,ㅋㅋㅋㅋ 말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추는데....
딱 시험만 못 보는 채윤이.ㅋㅋㅋ
♡♡♡♡♡♡♡♡♡♡♡♡♡♡♡♡





Photo by  Kim Dong Won 님

사진 : 털보아저씨의 700원 짜리 정말 좋은 카메라가 제법 잘 어울리던 채윤이.
        저 좋은 카메라를 덥석 내주시니 좋아서 어쩔 줄 모르며 급 자존감 상승했던 날.


성적이 뛰어날 필요는 없지만 우리들의 학교는 공부를 못하면 자존감까지 팍팍 밟아주는 곳인줄 알기에 시험공부는 시켰다. 며칠을 시켰다. 주입식 교육, 거두절미하고 외우는 거는 진짜 안 되는 딸을 붙들고 잎의 구조... 달의 모양... 리터와 밀리리터... 주장하는 글쓰기... 열나 공부했다. 그리고 결과는.... ㅠㅠㅠㅠ

'당신 솔직히 말해봐. 어렸을 때 공부 못했지?' 남편과 마주 앉아 허허, 슬프게 웃었다.
근본적으로 채윤이의 학습에 대한 입장을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채윤이가 정말 잘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걸 하도록 해주자.
그렇게 힘들어 하는 윤선생 영어도 그만시키는데 합의봤다.
채윤이 같은 아이가 언어를 책상에 앉아 테잎 듣고 죽어라 쓰면서 배우는 건 아니다. 
그래, 내려놓자.

이런 논의를 아빠와 하고 월요일 가정예배 시간에 함께 얘기했다.
가정예배 마치고 자기 전에 주방 정리를 하고 있는데 편지가 하나 놓여있다.

 



그래, 그러자.
언제나 즐겁게 지내고 싶은 본인의 뜻을 100% 받아들여서 영어를 끊.었.다.
어제 선생님께 어렵사리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그만 두기로 했다.

오후 내내 마음이 심란했다.포기해도 되는 걸까?
그것 좀 못 따라와주나? 채윤이한테 화가 나기도 했다.
귀신 같은 김채윤, 도대체 뭣 때문에 화가 난거냐며 친절해지라고 한다.

그런 태도에 더 화가 나 인신공격적인 발언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솔직한 얘기를 했다.
실은, 엄마가 너를 잘 키우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 돼.
영어를 끊기는 했지만 니 친구들은 수학학원, 영어학원 장난 아닌데
그나마 너는 집에서 하던 영어까지 안하게 됐으니 걱정이 돼.
이러다가 내 딸이 나중에 커서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을 때 그거 공부하러 대학교에도 못 들어가고 그러면 어떻게 하나?
이런 걱정이 돼서 그래. 니가 힘든 걸 시키고 싶진 않지만 이게 맞는 건가 모르겠어.
하나님이 너한테 주신 달란트가 있는데 그걸 잘 닦으려면 노력도 해야하는데 힘든 건 너무 안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말이야. 그랬더니....

채윤이 훌쩍이면서 이런다.

엄마! 그러면 내 달란트를 잘 쓰게 해줘야지. 피아노를 연습만 하라고 하고 내가  치고싶은 거는 못 치게 하잖아. 저번에 애들이나 치는 거 친다고 뭐라고 했잖아. 그게 애들이 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냥 좋아서 치고 싶은 거였다고.
내가 좋아하는 걸 마음대로 칠 수 있게 해 줘.
그리고 엄마, 엄마는 잘 키울 수 있어. 내가 영어는 끊었지만 좋아하는 걸 위주로 해서 학원이나 이런데 보내서 가르치고 그러면 잘 키울 수 있을거야. 원래 엄마가 애들을 잘 키우잖아.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말고, 마음 풀고 친절하게 대해줘.

참, 급 상담을 받은 느낌이 들더군.
우울의 원인제공자가 바로 상담자로 변신하니 우울에 혼란스러움까지 겹쳐서
묘한 웃음이 새나오더군.




옆라인이 알흠다운,
동생에게 상처주는 말 맘 놓고 하고 싶어서 사춘기가 오기만 기다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알 수 없는 그 분과 대화 나누기 좋아하시는,
윤선생 영어과 수학공부 완전 싫어하는,
노래, 춤, 피아노라면 언제든 환영인,
억울하면 못 사는,
할 말 다하고 뒤끝은 별로 없는,
한 4년 전부터 엄마 말 디게 안 듣는,
JP&SS의 사랑의 첫열매인,

김채윤양의 열 살 생일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9년을 살으신 몸이지만 이 분이 부모인 우리에게 온 건 사실 10년 이지요.
이 분의 존재로 말미암아 우리는 부모가 되었습니다.
10주년 축하파티가 짧고 굵게 열렸다 닫혔습니다.

아빠가 설교를 맡은 수요일 생일이라 미리 피자집에서 피자 두 판으로 생일상 한 판 받고.
케잌커팅과 본행사는 수요일 늦은 밤에 시작되었습니다.
파티 도중 할아버지로부터 축하 문자가 날아들어 답신 중이십니다.



다섯 살 때 그렇게도 멋드러지게 불러제끼던 <야곱의 축뽁>이 축하곡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동생님은 스포트라이트가 온통 누나에게로 겨냥되고 있는 것 때문에 성냥개비 하나로 딴지 걸더니 함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시면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자 그 때부터 소리를 내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생일선물에 대한 에피소드는 딸자랑임을 인정하면 소개를 해야겠습니다. 집근처 피자집에서 '피자 두 판'을 시켜주는 것이 채윤이 자신의 생일에 대한 소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생일 전에 씬피자 두 판을 먹고 식구 모두 느끼해서 웩~이 된 것이었습니다.

피자 두 판 땡기고 나서...
생일선물 사줄거냐면서 주문을 한 것이 며칠 전 현승이가 산 5000원 짜리 수면 조끼입니다. 이불 안 덮고 자는 애들을 위해 요즘 거리 거리에 옷걸이에 걸려서 팔리고 있는 신제품입죠. 사실 채윤이도 같이 사주려 했는데 사이즈가 없어서 못사고 말았습니다.
채윤이는 그 집에 한 번 가보고 사이즈가 있으면 그걸 생일선물로 하자는 겁니다. 가보니 없었습니다. 아쉬우니 문방구에 가잡니다. 딱히 필요한 게 없답니다. 학교에서 방과후 교실 체스를 시작하니 그걸 사달랍니다. 그건 선생님께 주문했다니까 그럼 됐답니다. 그렇게 끝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진짜 생일 날에 '엄마, 그래도 내 생일인데 나 선물 하나만 사면 안 돼? 나 백화점 가서 지우개 하나만 살께' 이러는데 백화점과 지우개라.... 이게 무슨 부적절한 조합이란 말입니까? 잘 들어보니 명일시장의 '천 원 백화점'을 말하는 것이고 거기서 맘에 드는 지우개기 있었답니다. 집에 굴러다니는 지우개가 많아서 살 수 없는 것을 알기에 며칠 아쉬워하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 그럼 가서 사' 했더니 '앗싸~아!' 하고 나가서는 250원 짜리 지우개 하나 사들고 정말 행복해 합니다.


그런 채윤이가 이뻐서 이미 엄마는 또 다른 거리의 백화점에서 수면조끼를 써프라이즈로 준비해 숨겨둔 상태. 게다가 채윤이가 그렇게도 입고 싶어하는 스키니진도 하나 말이죠.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채윤이가 어~어찌나 찐한 뽀뽀를 하는지 닭살 돋아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카메라 들이대는 바람에 급 감정수습하고 '생일축하'가 대세임을 받아들인 현승이가 귓속말로 '나 바이올린으로 축하할래' 하더니 생일축하 노래를 연주합니다. 이건 진짜로 현승이가 배우지도 않고 처음 연주해 보는 것! 대단하신 동생 아닙니까?
부끄럼이 많은 관계로 정색하고 대화하는 것에 약한 현승이는 '소변'도 아니고 오.....줌.....으로 축하를 대신.





그래도 카메라는 자꾸 누나만 향하니 '엄마, 나 이빨. 나 이빨 좀 찍어줘' 하더니(최근에 이가 하나 더 빠져서 밑에 구멍이 두 개가 되었습니다.
'이거 찍어서 엄마 블로그에 올려. 제목은 내 아들 이빨! 이렇게 해서... 알았지. 꼭 올려야 돼' 







요즘 한다고 하는 애정표현이 자꾸만 어긋나서 챈이에게 '아빠는 내가 싫어하는 말만 해' 하는 핀잔을 듣고 자숙하고 계신 아빠께서 축하의 메세지를 하셨습니다. 아빠답지 않게 오버하는 듯한 분위기는 카메라로 인한 긴장 때문에 그렇습니다. 현승이는 모.... 급할 때 나오는 단어가 오줌, 똥, 방구... 이런 거니까 그러려니 하는 우리의 아량이 필요합니다.

 




이게 하일라이트 입니다. 생일파티와 생일선물에 흡족한 주인공께서 하트 브레이크 댄스로 답례겸 자축하셨습니다. 기분이 좋으시다보니 전에 없이 파워풀하고 자신감 넘치십니다.


한 4년 전부터 엄마 말 디게 안 듣기 시작한 채윤이에게 엄마는 '버럭 엄마' 입니다. 저 여자가 미쳤나 싶게 갑자기 애한테 소리를 지르는 거죠. 챈이에게 미안합니다. 그러나 심하게 자책하지는 않습니다. 지도 나중에 지같은 딸을 낳아보면 버럭엄마의 심정을 알겠지요. 채윤이가 하루하루 어른으로 자라가는 느낌입니다. 이젠 정말 한 사람의 어른을 대하듯 채윤이의 선택과 취향을 존중하며 기다려주는게 필요한데.... 그게 잘 될 때는 딱 그 때입니다. 기도를 멈추지 않을 때!


부모 된 지 10년,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봅니다.
채윤이 스무 살이 될 때 까지 큰 풍랑을 겪기도 하겠지요. 기도를 멈추지 않는 것이 방법일 겁니다.
사랑하는 우리 채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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