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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만나러 갔다.
기분도 몸도 한결 좋아지신 것 같다.
엄마가 좋아졌다는 건 삐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한참 힘드실 때는 감정도 없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병실에서 나와 휠체를 밀고 병원 입고 유리창 앞에 앉게해 드리면 좋아하신다.
밖이 훤히 내다보여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비가 그친 저녁 하늘에 노을이 붉게 물들어 갔다.
노을에 때문인지, 엄마 얼굴이 붉게 상기된 것처럼 보여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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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계시면서 드시고 싶은 음식은 오직 하나.
꽃게찜 뿐이다.
이미 여러 번 꽃게찜을 해다 날랐기에 질릴 때도 됐다 싶었다.
오늘 병원 가기 전에 뭐 다른 거 드시고 싶은 게 없냐고 했더니 말씀을 못하시고 우물쭈물.
거시기.....  비싼 거만 먹고 싶응게 미안혀서..... 꽃게만 자꾸 먹고싶지.
요즘 게 철이라 그리 비싸지도 않다. 게다가 일 주일에 한 번 씩 만들다 보니 라면 끓이 듯 뚝딱 꽃게찜을 만들게 됐다.(진짜임)
돈 아끼느라고 스스로 싼 입맛을 만들어버린 엄마가 평생 제일 좋아하는 새우젓 애호박국.
이것도 해봤다. 엄마의 손 맛! 고향의 맛! 다시다 팍팍 넣어서.(엄마 입맛엔 최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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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금 마음이 뭉클하고 짠하다.
입덧이 심할 때 엄마가 만든 가지나물이 땡기면 세상 어떤 좋은 음식도 그것을 대체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그건 엄마만이 채워줄 수 있는 내 욕구였다.
이제 내가 엄마의 입맛과 식욕을 채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손맛이 된 내 손을 인식하니 그렇다.
'엄마 앞에서 짝짜꿍....... 도리도리 짝짜꿍..... 우리 엄마가 웃는다. 우리 아빠가 웃는다.'
짝짜꿍 노래처럼 짝짜꿍하며 엄마를 기쁘게 했을 손이 엄마의 입맛을 돋우는 손맛으로 자랐으니.... 이 느낌을 한 두 마디로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어쨌든 엄마가 웃는다. 그러니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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