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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처럼 사는 이는 나 밖에 없다 본문

마음의 여정

나 처럼 사는 이는 나 밖에 없다

larinari 2012. 9. 12. 22:47




"맞아요. 살 만큼 사셨죠. 더 아프지 않고 돌아가시면 복이죠."

라고 말 할 수도 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엄마가 병원에 계셔서요. 곧 요양병원으로 가실 건데... 그 이후에 좀 여유가 생길 것 같아요. 네, 연락 드릴께요"

라고, 요즘 자주 말하고 있다.

"다시 걸으실 수 있을까요? 연세가 많으시기 때문에... 음.... 그리고 한 쪽이 골절되셨으면 다른 한 쪽도 골절 가능성 있습니다. 꼭 이것 때문이 아니어도 병원에 입원하고 그 날 돌아가시는 분도 있으니까 보호자께서 알아두셔야 하고요..."

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은 듯, 원래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듣기도 했다.

그.러.나.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것이다.

"살 만큼 살았다구요? 도대체 얼마나 살아야 살 만큼 산 건데! 세상 어느 누구가 자기 엄마를 살 만큼 살았다며 기꺼이 죽음에 내어줄 수 있는데!!! 내 평생 살아 있는 동안에 엄마가 살아 있다해도 살 만큼 산 게 아니라구요!"

"산책도 하고, 혼자 버스 타고 교회도 가던 우리 엄마가 침대에 누워 꼼짝을 못해요. 내가 이 생각만 하면 돌아버릴 것 같아요. 우리 엄마가... 우리 엄마가.... 혼자 화장실도 못간다구요. 그래서 내가 지금 아무렇지 않게 약속을 잡고 일상을 살아나갈 기분이 아니라구요."

"뭐라? 다시 걸을 수 있겠냐니! 다시 걸으실려고 노인네가 수술을 했는데. 다시 걸을 수 있겠냐구요? 다시 혼자 걷기 위해 수술하고 이 먼 요양병원 까지 온 우리 엄마를 놓고 의사라는 당신이 고작 할 수 있는 말이 그 날 돌아가시는 분도 있다고? 저 분이 누군줄 알아?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



오늘 엄마를 김천에 있는 노인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왔다.
누군가 나를 아이처럼 대해준다면 통곡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누구든 나를 아이처럼 대해 줄 리 없고, 무엇보다 나는 아이가 아니다.
덤덤하게 어른스럽게 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왔다.
나 처럼 사는 이는 나 밖에 없음을 안다.
그래서 '네, 맞아요. 사실 만큼 사셨죠. 엄마가 병원에 계셔서 제가 좀 바빠요. 아, 그렇죠. 연세가 있으니 장담할 수 없겠죠." 라며 살고 있다.
나와 같은 하루를 보낸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슴 한복판이, 몸의 일부분인 가슴이 이런 방식으로 아픈 하루를 보낸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엄마와 인사하고 병원을 나왔다.
코너를 도니 유리벽을 통해서 엄마의 모습이 다시 보였다.
엄마가 멍한 얼굴로 바가지를 앞에 놓고 양치질을 하고 계셨다.
내 슬픔에 겨워 가슴이 아파 죽을 것 같지만,
오늘 하루를 엄마 처럼 산 사람은 엄마 밖에 없다.
엄마의 외로움을, 엄마의 쓸쓸함을 내가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헤아려지지 않는 엄마의 하루라 생각하니,
엄마처럼 사는 사람은 엄마 밖에 없다고 생각하니,
엄마의 오늘 하루는 나와 다르고 나는 거기에 다다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다.

 


 

10 Comments
  • 프로필사진 손녀 No.2 2012.09.13 08:56 ㅠ.ㅠ
    어제 밤에 고모한테 전화했었는데, 전원이 꺼져있다고..
    김천 병원으로 내려가신지도 몰랐네요ㅠ.ㅠ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9.13 09:26 신고 서울 도착해서 배터리가 나갔어.
    아빠도 내려오셔서 대전까지 아빠 차 타고 가서 난생 처음 ktx 타봤네.^^
    기차 안에서 해프닝이 있었단다.
    할머닌 적응하고 치료받고 잘 지내실텐데 고모는 괜한 연민으로 몸과 맘이 주저앉아 있다. ㅠㅠ
  • 프로필사진 hs 2012.09.13 13:30 옆에 있다면 손이라도 꼭 잡아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엄마가 돌아 가신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요.
    "그런데도 엄마가 안 계신데도 아무 일도 없이 잘도 사는구나."
    라며 나는 엄마 돌아 가시기 전 아파 하실 떄 어떘었나? 떠 올려 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9.13 14:05 신고 곁에서 따스하게 손을 잡아주신 느낌이예요.^^
    늦둥이로 태어난 탓인가봐요.
    늘 저의 동년배들보다 먼저 인생의 아픔을 겪어보는 것 같아요.
    대체로 씩씩하게 잘 지냈는데 어제는 무너진 감정이 잘 추스러지지가 않더라구요. 믿음은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건데...^^
  • 프로필사진 민맘 2012.09.13 17:10 엄마처럼 사는 이는 엄마밖에 없지만,
    엄마에겐 너같은 딸이 있으니,
    잘 투병하시고,
    엄마에겐 주님이 계시니, 요양병원 생활도
    잘 견디시리라 믿어...

    나처럼 사는 이...,
    무슨 성구처럼 가슴을 때린다ㅠㅜ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9.15 23:11 신고 길었던 한 주가 끝나간다.
    더욱 늙고 약해져가는 엄마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지금으로서 내게 필요한 믿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
    두 어머니 마지막 까지 주님 의지하여 중심의 평강을 잃지 않으셨음 좋겠다. 너두 이번 주 고생 많았어.
    위로와 평강이 있는 주일되길....
  • 프로필사진 forest 2012.09.14 12:09 누구야? 이렇게 4가지 없는 의사?
    나오라고 해?
    내가 다 해결해줄게. (버럭 버럭)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9.15 23:15 신고 아무래도 언니가 한 번 김천으로 떠 줘야 쓰겄어요.
    ㅎㅎㅎ
    입원 상담이라서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생명과 죽음을 너무 가까이서 접하는 사람들인지라,
    늙은 할머니, 할아버지 한 분 돌아가시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하는 건 어려운가봐요.
    들을 때는 그냥 들었지만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너무 슬픈 거예요.

    그런 곳에 엄마를 두고 왔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팠는데...
    이 역시 제가 인생의 순리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겠죠?
  • 프로필사진 duddo 2012.09.16 06:19 갑자기 저희 할머니 교통사고 나시고 병원에 계실때가 생각나네요...그날 응급실에서 엄마랑 저랑은 의사가 하는말에 한마디 대꾸도 못하고 그냥 듣고만있는데 욱 잘하는 우리 이모부가 의사랑 한판 붙으셨었죠...ㅠ그때는 그 상황을 회피하고만 싶었는데 돌아켜 생각해보니 그 의사 넘 권위적이고 무책임했더는 생각이 들어요 선생님 마음 이해할수 있을것 같아요 ㅠㅠ 선생님 기운내셔야해요!! 보호자가 강해야 이겨낼수 있어요!! 선생님 화이팅!!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9.16 17:16 신고 동생 가족이 오늘 내려갔는데 조카들이 돌아가며 휠체어 밀고 다니는 사진을 보내왔더라. 사진만 봐도 회복된 엄마의 몸과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할 뿐!^^ 보호자가 간호사님 힘들게 안 할 정도로만 강해질께.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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