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거기 어느 골목에 즉석 떡볶이집 생각나냐?
알지. 부산 떡볶이.
오스카 상가에 있는 오락실은?
패밀리 기억 나? 별나라 예식장 1층에 있는 햄버거 집 말야.
야, 벌써 30여 년 전이다.
30년?
그렇지. 30년이 다 됐지.
그냥 생각하면 아직 젊은 것 같은데 30년이라고 하니까 세월 진짜 많이 갔다.
그럼, 우리 이제 중년이야.
중년? 중년이라도 나는 꽃 중년이야.
야, 꽃이든 호박이든 어쨌든 중년은 중년이야.


젊은 날에 함께 하모니를 맞춰 노래도 하고, 
북한산에 가서 수박도 깨 먹고, 
고난도의 네 박자 게임도 했던 친구들을 만났다. 


사진의 한 친구는 40년 지기 친구이다.
아마도 걸음마 할 때 부터 함께 놀기 시작했을 것이다.
또 한 친구는 고3 때 만났다.


인도요리 집에서 커리에 난을 찍어 먹으며 시덥잖은 농담을 하고,
오래 전의 추억을 더듬어 세월을 넘나드는 이야기 꽃을 피운다.


한 친구는 오래 된 꿈을 굽기 위해 다음 달에 르완다로 떠난다.
빵을 굽지만 빵만 굽는 것이 아니라 꿈을 반죽하고 빚던 친구에게 생각지 못한 문이 열렸다.
오래도록 마음에 품고 발효시킨 꿈인 것을 알기에,
친구의 새로운 길이 내게 다가온 일처럼 설렌다.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아주 조금씩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막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지금의 시간이 좋다.
꽃이든 호박이든 중년의 지금이 좋다.


친구들 만나고 있는 사이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집이야?
아니, 나 오늘 00랑 00 만난다고 했잖아.
아, 그랬나? 그래 알았어. 좋은 시간 보내. 알았어. 내가 채윤이 태우러 나갈께.


꽃이든 호박이든 나의 중년이 복되고 풍성한 이유는 남편 김종필의 깊고 신뢰로운 사랑이다.



두 친구의 꽃중년 역시 빛나고 복되기를.


(써놓고 보니 남편  찬양하기 깔대기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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