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아파트 현관 앞에 까지 왔습니다.
저 너머 보이는 검단산과 예봉산은 아직 여름빛인데 베란다 앞의 대추나무는 이미 빛바랜 입을 떨구기 시작한 지 오래고, 아파트의 나무들이 울긋불긋 합니다. 하루 이틀 지나면 가을이 코 앞으로 들이닥칠 참입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저 가을비 끝에는 더더욱 그렇겠지요.

forest님 블로그에서 소국 사진을 봤는데 사진을 보자마자 마음이 일렁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소국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싶습니다. 해마다 이 즈음에는 소국을 사서 꽂아두곤 했었습니다. 주말에 올라온 남편에게 한 다발 사달래서 거실 탁자에 꽂아 두었는데 forest님 사진에서 본 노오란 가을빛 소국의 느낌이 전혀 나지를 않습니다. 따라쟁이가 되어 위에서 이 놈들을 잡아서 찍어봤건만 실내 조명 탓인지 전혀 필이 안 나주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천안에서 올라오는 남편에게 꽃다발을 기대했었습니다. 물론 전혀 기대하는 내색도 하지 않았고, 섭섭한 마음도 없습니다. 그저 혼자 생각해본 거지요. 왜냐면 지난 주에 에니어그램 수료을 했고, 수료를 한 이후에 마음이 울적했었습니다. 수료가 끝이 아니라 정작 영적인 여정의 홀로서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에 MBTI 강사 땄을 때의 성취감 같은 게 없는 편이고요.
전화통화 하면서 남편이 '수료했어? 어, 축하파티 해야겠네' 했는데 아마 그 말에 혼자서 '파티는 그만두고 소국이나 한 다발 받았으면 좋겠네' 싶었던 게지요. 실은 그 축하파티도 별로 마음에 없던 얘기라고 넘겨짚고 있는 중이거든요. 처음과 달리 남편님께서 갈수록 에니어그램을 시큰둥해 하시더라구요. 결국 그 시큰둥함이 섭섭해서 '당신은 내 내면에 관심이 없다. 내 육체에만 관심이 있다' 이러면서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아서 간만에 군기좀 잡았지요.ㅎㅎ

제 안에 밑빠진 독이 하나 들었는데요. 거기다가는 사랑을 부어도 부어도 온전히 채워지지가 않구요. 칭찬을 들어도 들어도 만족스럽지가 않은 그런 지독한 독이라니깐요. 그 독에서 음성이 들리기를 '남편아, 나를 더 사랑하고 더 따뜻하게 대해라. 지금보다 더.....더.....더....... 심지어 채윤아, 현승아! 엄마를 사랑해라. 지금보다 더....더.....더..... 사람들이여, 나를 칭찬하시오. 더 강도 높게 더....더....더......' 이런답니다.
그런데 밑이 빠진 독이니 채워질리 만무하죠. 일단은 밑빠진 독을 땜방을 하든지 무슨 수를 내야하지 않겠어요. 먼저 그 밑빠진 독의 구멍을 막는 방법을 알았답니다. 유일한 방법이죠. 요즘은 그래서 눈을 뜨나 감으나 그 밑빠진 독 복구작업하는 것이 관심사죠. 최대 관심사이긴 하나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라서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어렵도다! 이게 도대체 무신 말이고?ㅋㅋㅋ

저 소국이 시들면 더 이쁜 놈으로다가 한 다발 꽂을 건데 이 글을 본 진지남께서 생각이 있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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