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일축하 식사를 했던 날 얘기다.

유혹의 거리 롯데월드에 있는 큰 맘 먹고 씨즐러에서 식사를 하는데....

2인분 돈 내고 쫌 과장해서 4인분에 가까운 양을 먹지 않았을까?

점심이 부실했던 탓에 두 녀석이 먹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워낙 가리는 것도 없는데다가, 기분이 좋으니 어찌나 먹어대는지...

그리고는 놀이방에서 신나게 놀고.

채윤이 현승이 둘 다 기분이 하늘을 날은다.


식사를 하고 롯데마트에 장을 보러갔다. 언제부턴지 채윤이가 심사가 꼬인듯 짜증을 내기 시작하더니 주차장 가는 길, 차 안에서도 여전하다. 장을 보는 동안 목이 말랐는데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안 사줬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빠가 퍼즐을 사주기로 했는데 나오는 길에 보니까 퍼즐 파는 가게가 문을 닫았다.


차 안에서 김채윤의 투덜거림과 짜증은 극에 달했다. 앞 좌석에 앉아서 '너는 이미 아이스크림까지 충분히 먹은 상태였다. 엄마빠는 오늘 너를 최고로 기분 좋게 해줬는데 너는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 하는 논리로 설명을 하건만, 따박따박 지 나름대로의 논리로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 기세다. 어쨌든 자기는 많이 걸으면서 목이 말랐다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조용히 침을 흘리며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현승이에게 '현승아! 너는 오늘 엄마빠가 맛있는 것도 사 주고, 재밌게 해줘서 어떤 마음이 들어' 했더니 '고마운 마음' 했다. 김채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현승이에게 오버하면서....'어구~~~그래? 우리 현승이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구나'했더니....


불쌍한 김채윤. 서럽게 울기 시작.

'저거 봐. 나한테는 친절하게 하지 않고 현승이한테만 친절하고....애를 그렇게 하면 어떡해? 내 말은 받아주지도 않고...그러면 애가 너무 불쌍하잖아....엉엉엉....내가 엄마빠 사이에서 태어나질 말걸 그랬어.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저런 엄만거를 몰랐어.엉엉엉.....저렇게 애를 불쌍하게 하는 엄마가 어딨어...엉엉엉'


갑자기 남편이 했던 말이 뇌리를 때린다. '당신은 채윤이한테 대할 때보면 당신 같지 않아. 너무 논리적으로만 따지고 드는 것 같아. 사람이 그런 걸로 변하나?'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그럼, 채윤이도 오늘 엄마빠한테 감사한 마음이 있어?' 했더니 '그럼. 내가 감사한 걸 왜 모르겠어' 한다. '그러면 채윤아! 표현을 해줘야지. 엄마는 채윤이가 짜증만 내니까 감사한 마음은 없는줄 알았잖아' 하면서 결국에 채윤이가 '엄마 아빠! 오늘 감사해요' 하는 표현을 하도록 했다.


여기까지 하고는 나는 '이야~ 드디어 김채윤하고 싸우지 않고 대화로 문제해결 하기 성공했다'하고 쾌재를 부르고 있는데...


뒤에서 채윤이 '아빠! 아빠, 제가 아까 있잖아요. 롯데월드 거기 걸어가면서 아이스크림 때문에 아빠한테 짜증낸 거 죄송해요' 한다.

 

앞좌석에 앉았던 엄마빠 서로 엄청 당황스러운 눈빛을 주고 받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을 성찰하고 사과하는 채윤이의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대견스럽고 감사하다.

2000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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