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강점과 약점 본문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

강점과 약점

larinari 2014.03.31 08:17

엄마, 내가 5년 동안 학교 다니면서 깨달은 게 있어.
친구를 잘 사귀는 방법을 깨달았거든.
뭐냐면, 친구들 말을 무조건 경청해주고 그 다음엔 맞장구를 치는 거야.

어떻게?

자아알 들어주고. '어? 진짜? 정말이야?' 이렇게 맞장구 쳐주면 돼.
그러면 친구들이 다 좋아해. 안 좋아하는 애가 없어. 
나도 누가 나한테 그렇게 해주면 좋더라.

우리 현승이 어떻게 그런 걸 혼자 깨달았지?
(갑자기, 뜬금포, 억눌렀던 미해결 욕구 돌출)
야, 아빠가 이걸 좀 배워야 하는데 말야.

맞아, 아빠는 얘기를 딱 들으면 바로 잘못된 것과 아닌 걸 정리해주지?

(감정형 엄마와 아들이 사고형 아빠와 누나를 잘근잘근 씹다)

아, 그러고보니까 내가 깨달은 게 아니라 엄마한테 배운 거구나.
엄마가 정말 잘 들어주잖아.
하긴, 어떤 땐 디게 안 들어주고 페이스북만 보고 대충 대답하는 척만 할 때도 많지만.

 야!

그런데 엄마. 엄마는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아주 좋은 거라고 칭찬하면서
왜 내 성격을 자꾸 바꾸려고 해?

엄마가 언제 니 성격을 바꾸려고 했어?

아니, 말로 하라고 하고. 표현하라고 하고 그러잖아.
답답해 하고.

내 성격이 싫어?

아니야. 엄마가 현승이랑 비슷한 점이 많잖아. 그래서 느낌 아니까~
엄마는 커서 음악치료사 되고 MBTI랑 에니어그램 배우고 엄마 성격의 약점을 알았거든.
그게 나빠서가 아니라 불편하니까 고쳐야 할 점이 있더라.
아빠랑 결혼하고 정말 많이 배우고 고치려고 노력했어.
그렇게 깨달은 걸 현승이 어렸을 적부터 조금씩 가르쳐 주려고 했던 거야.
그게 안 될 줄 알았는데 현승이는 되더라.
아가 적부터 누나는 '미안해' 정말 잘했거든. 현승이는 그 말을 그렇게 못하던데.

맞아. 지금도 잘 못해.

아냐. 처음엔 정말 못하고, 나중에는 입모양만 하고, 점점 나아지다가 지금은 정말 잘 해.
너 가끔 엄마한테 혼나고 조금 있다가 엄마한테 와서 크게 숨 쉬고

'엄마, 내가 아까 이래이래 한 거 미안해. 마음 풀어. 나도 마음 풀게' 이렇게 용기내서 말하잖아. 이렇게 말 할 수 있는 사람 많지 않아. 그리고 현승이 같은 성격은 더더욱 어려워.우리 나라 사람은 용기가 있거나 없거나 둘 중에 하나야. 엄마가 알아.

어, 내가 용기를 내서 딱 말하는 거 알았어?
그런데 엄마는 MBTI를 배우고 그런 걸 다 알게 됐어?

신기해.

아냐, 단지 MBTI가 아니라 결혼 초에 아빠랑 싸우면서 알게 됐어.
아빠는 미안하단 말도 잘 하고, 싸우고 나서도 얘길 잘 하는데 엄마는 눈물만 나는 거야.
게다가 정말 미안하면 미안할수록 미안하단 소리가 더 안 나오더라.

아!!!!!! 엄마, 나 그거 알아.
정말 미안하면 미안하단 말을 못하겠어. 목구멍에서 소리가 안 나와.
와~ 엄마도 그렇구나.

엄마 아빠 부부싸움의 매커니즘에 대해서 긴 시간 논하다.
무려,
A4 용지에 정리해서 써오라고 하셨다던 털보 아저씨와 털보 부인의 이야기까지 등장


현승이 너는 아직 어린데도 너 자신에 대해서 잘 아는 같애. 
엄마는 현승이가 참 좋아. 자랑스럽고.
어쩌다가 이렇게 멋진 아이가 엄마 아들이 되었는지 모르겠어.


엄마가 이렇게 얘기도 잘 들어주고....
(약간 시크하게 무성의한 태도로 빠르게 말함) 나도 엄마 아들인 게 좋아.


(우후훗, 달리는 차 안에서 아들과 나누는 공감 토크 훈훈하게 마무리) 
(하고 싶었지만 네버앤딩 현승의 수다에 엄마 인내심 고갈)
(약간 신경질적으로 이제 엄마 운전에 집중할게. 여기 복잡해서 네비 봐야하거든. 하며 현승의 입을 틀어 막음)



 

그리고 며칠 후,
학교 숙제로 쓴 '나의 강점과 약점.


 

 

 

 


'어린 시인, 꼬마 철학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람시계  (2) 2014.09.21
세 편의 시  (2) 2014.04.13
강점과 약점  (9) 2014.03.31
채윤이 아빠(20140202)  (4) 2014.02.03
  (4) 2014.01.23
현실로 돌아가기  (5) 2014.01.23
9 Comments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4.04.02 01:01 신고 흘려보내기 아까운 현승 옹의 오늘의 말씀.

    "엄마, 내일 50M 달리기 우리 반만 다시 한대. 기록이 너무 이상하게 나왔대. 진짜야. 내가 준성이보다 훨씬 빠른데 기록이 더 늦게 나왔어. 우리 반 애들이 다 그래. 그런데 달리기를 출석번호로 하거든. 나랑 뛰는 애가 달리기를 잘 못해. 나랑 차이가 많이 나. 그래서 내가 불리해. 달리기 잘 하는 애랑 뛰어야 경쟁심이 생겨서 더 빨리 뛰게 되거든. 그게 재미도 있어. 그런데 이런 경우엔 내가 나 자신과 싸워야해"
    (오메, 자신과 싸우다니... 나는 중3 연합고사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자신과 싸우는 느낌을 느꼈었는데...)

    * 현승인 보기보다 달리기를 잘해요. 계주선수랍니다.

  • 프로필사진 forest 2014.04.02 09:03 현승이에게 전해줘요. 자신을 40 넘어 파악하는 사람도 있다고~ㅋㅋㅋ

    A4 효과는 최근에야 발휘되었다는~~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4.04.02 21:10 신고 요즘 'A4' 에서 언니가 우위를 점하고 계신 것 같기도 하구요. ㅎㅎㅎ
  • 프로필사진 mary 2014.04.02 13:37 om~moa! 이러 수준 높은 모자간의 대화라니.
    남의 말 듣고 바로 잘잘못 가려주는 남자, 현승 아빠만 그런거 아님. 대부분 그럴걸 아마.
    현승이 달리기 실력은 엄마 아니고 아빠 닮았네 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4.04.02 21:13 신고 옴뫄! 이 지적인 옴뫄는 또 뭐래요. ㅋ
    매리 언니님의 바로바로 돌직구,
    한 개도 아프지 않으며 약이 되는 돌직구
    제가 사랑합죠.
    현승이 운동신경 아빠 닮아서 얼마나 다학ㅇ인지요...ㅎ
  • 프로필사진 신의피리 2014.04.02 18:25 철자법 틀린 걸, 틀렸다고 말도 못하는 우리 집. 그걸 말하면 틀린 아빠가 되는 우리 집. 그게 뭐가 문제냐고 항변했던 지난 세월, 이젠 현승이 보니 항변하면 틀린 아빠가 된다는 걸 배우네. 우리 아들 현승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4.04.02 21:15 신고 철자법 딱딱 지적하고
    '당신이 잘못했네' 이러는 거....
    이거 사랑 아냐~
    (당신은 나의 동반자 영원한 나의 동반자~)
  • 프로필사진 BlogIcon 뮨진 2014.05.05 23:13 현승이 유희열과 같은데요?? 유희열이 맞장구쳐줘서 여자들이 좋아하는디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4.05.06 15:29 신고 어떤 부류의 여자들에게 인기 좋을 스타일이긴 함.
    나는 박해일 같은 남자를 그리면서 현승이 키우고 있는데 말이지.ㅋㅋ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