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집에 누가 온다했더니 채윤이가 갑자가 필 받아가지고 완전 깨끗하게 정리하고 청소기 돌려주었다.
그냥 청소 흉내를 내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어른이 한 것 처럼 했다.
내가 좀 할려고 했더니 '엄마는 그냥 커피 마시고 있. 내가 다 할거야' 했다.






저녁에 빨래를 널려고 '여보, 건조대 좀 들여놔주' 했더니,
'건조대가 뭐야? 빨래 너는 거? 내가! 내가! 아빠 하지마. 내가 할거야'
건조대 두 개 안에 들여놓고, 아빠랑 같이 빨래를 널었다. 내가 좀 할려고 했더니
'엄마는 하지마. 아빠랑 다 할께' 그리고 끝에는 아빠까지 손 털고 다도를 하는 자세로 앉아서 양말 널기를
혼자서 마쳤다.


얘들이 오늘 왜 이러실까?


아침에 청소를 하고나서 '고마워. 채윤아! 이제 니가 진짜 아이가 아닌 거 같아. 그저께 우동도 끓여 먹고..'
했더니 '엄마, 엄마는 우리를 강하게 키우지?' 란다.
'내가 너희를 강하게 키웠냐? 잘 모르겠는데..'
'아니, 내가 저번에 교회에서 버스타고 집에 온다고 하니까 조인정선생님이 엄마가 우릴 강하게 키운대.
그래서~어. 그래서 말야...'


사실을 말하자면,
엄마랑 같이 차 타고 교회 갈 수 있는데 교통카드 찍고 싶어서 추운 날에 버스를 고집하고,
엄마가 다 해놓고 나가겠다는데 굳이 우동 끓여 먹겠다고 우겨서 현승이 까지 멕이면서 엄마 노릇하고,
'엄마, 제발! 제발!' 하면서 청소기 밀겠다고 조르고,
엄마 없으면 '우리가 다 알아서 숙제 해놓고 코난 볼께' 하고는 완전 엄마보다 두 배로 현승이 공부시키고,
자기도 안 하면서 애를 잡고...

널 강하게 키우는 분은 너의 어머님이 아니라 혹시 너의 그 분 아니냐?
세 살 때부터 늘 너와 함께 하셨던 그 분.
이제는 은밀한 곳에만 강림하시는 그 분,
니 방에서 문을 잠궈야만 역사하시는 그 분.
그 분이지?
떠나신 것 같으나 아직 현존하시는 그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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