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오늘,

나는 연핑크 칠부 소매의 투피스를 입고 핑크빛 넥타이를 맨 JP와 함께 양평길을 드라이브했다.


결혼식의 설레지만 피곤한 일정을 마치고 가진 둘만의 드라이브는,

내 생애 잊지 못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오늘 같은 저녁바람이었다.


결혼식 1년 전에도 그런 바람이었었다. 짧은 교제와 헤어짐 후 정말 추웠던 겨울을 보내고 맞은 어느 봄날에, 소설처럼 우연히 만나서 다시 교제를 시작한 그 봄날 저녁도 오늘 같은 바람이었다.


어제 잠깐 아이들 친정에 맡기고 짧은 시간 저녁식사를 하며,

식당의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남편이 골라준 옷을 하나 사는 것으로 결혼기념일 세러모니를 했다.

종종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지나온 결혼생활을 되돌아보고,

앞 날을 그리며 긴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남편은 피곤했고, 생각할 것들이 많았고, 레포트와 발표준비등 공부할 것들이 밀려 있었고, 무엇보다 오늘 새벽 특새 찬양인도로 여유롭기가 어려웠다.


주일 아침 피아노 옆에 앉아서 예배를 드리는데 그 자리에 앉으면 남편이 정면으로 보일 때가 있다.

남편은 찬양할 때 고개를 약간 위로 향해서 들고 눈을 감는 자세를 자주 하는데...

그런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며 예배를 드리노라면, '저 사람을 위해서 더 기도해야지. 내가 저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은 기도지...'하는 생각이 유난스럽게 든다. 지친 남편의 어깨에 힘을 얹어줄 수 있는 것은 '기도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7주년이 되기까지 아내와 자식들을 물리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결코 아내와 아이들을 외롭게 하지 않았던 남편. 결혼 7주년 기념일에 받은 가장 큰 선물은 지난 7년의 그 성실했던 사랑이 아니겠나 싶다.


공부하고 사역하는 남편을 보면서 감히 '나와 같이 시간을 보내주지 않는다' '설겆이를 안 해준다'는 등, 예전에 하던 투정을 입 밖으로 내지를 못하겠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25시간으로 살고 있는 것을 알기에, 주어진 시간 한 톨도 그냥 흘려보내지 못하는 하루하루임을 알기에 그렇다.

나는 감히 흉내조차낼 수 없는 삶의 방식이라서 참으로 대단하다고 혀를 내두를 뿐이다.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사역하고 열심히 설교하는 남편이 자랑스럽다.


때문에, 조금은 쓸쓸하게 느껴지는 이 봄날의 저녁이 그런대로 견딜만 하고,

그런대로 즐길만한 것 같다.

결혼 7년 정도 됐으면 이런 사랑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남편은 저녁 수업에 들어가 있을 시간이다.

이 3년이 지나고 맞을 결혼 10주년에 우리는 또 어떤 사랑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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