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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을 가진 리뷰

경계를 넘어 대중에게 온 전문가

larinari 2015.02.12 09:02

 

 

 


좋아하는 음식이 생기면 질릴때까지 그것만 먹고,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이 있으면 비슷한 종류의 그런 옷만 입고, 좋아하는 저자가 생기면 그의 글만 파들어가 읽는다. 좋아하는 것 싫은 사람이 어딨어? 그러니 이상할 것도 없지만 집착한다는 면에서 보면 이상행동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좋아하는 것들은 덥석 가 집어들지 못하고 그것의 행성이 되어 빙빙 주변을 맴돌기만 한다. '새 것 흔 것이 없다'며 타박하던 엄마 목소리도 귀에 쟁쟁하지만 '아끼다 똥 된다'는 말도 내 속에선 익숙한 말이다.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을 두고 배회하는 마음이나 내 속에선 다르지 않다. 대상이 사람으로 가면 '몰입'보다는 '배회' 쪽의 행동을 더 많이 하는 것 같고. 중학교 때 정말 좋아하던 영어 선생님과 그냥 좋아하던 국어 선생님이 계셨는데 나중까지 연락을 주고받은 선생님은 그냥 좋아하던 국어 선생님이었다. 영어 선생님께는 이름도 밝히지 않은 선물을 교무실 선생님 책상에 갖다 놓고 '나'인 것을 알아내주시길 바라기도 했다.  예, 이승철이 부릅니다.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소리내지마 우리 사랑이 날아가버려. 움직이지마 우리 사랑이 약해지잖아. 얘기하지마 우리 사랑을 누가 듣잖아. 다가오지마 우리 사랑이 멀어지잖아....' 좋아하는 것을 잃고 빼앗기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비스무리한 것이다.

 

뭔말이 이렇게 장황하냐면. 최근 꽂혀서 '너무 좋다'고 여기저기 나발불고 다니는 김서영 교수에 관한 얘기다. 처음 만난 책을 단숨에 읽고 (읽으면서 이미 또 다른 저서를 검색해두는 것은 기본이다. ) 또 다른 책을 구입하기까지 약간 안절부절 망설이는 나를 본 것이다. 아껴 읽어야할 것만 같은, 좋아하는 만큼 시간을 많이 들여 읽어줘야 할 것 같은 강박에 냉큼 주문을 넣지 못했다. 더 웃긴 건 다른 핑계 삼아 광화문에 나가 교보에 가서 할인도 못받고 사오는 변태짓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에 밖에서 오래 있어야 할 일이 있어 책을 챙겨 나가는데 그 책 빼고 엉뚱한 두 권의 책을 가방에 넣어 나갔더라는..... 그리고 그 밤에 식구들 다 잠들었을 때 '이게 뭔 오글거리는 짓이냐'며 덥석 잡아 읽기 시작한 것이다. 

 

천진하게 팬심에 빠질 줄도 잘 모른다. 괜한 자의식의 검열에 걸려서 좋아하는 작가나 유명인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아는 척도 못하는 편이다. 오랜만에 천진한 팬심이 발동하여 책에 나온 김서영 교수 블로그에 찾아가 글을 몇 차례 남겼다.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저자 강연회에 응모하여 다녀오기까지 했다. 웬만하면 좋아하는 저자의 열혈독자가 되곤 하지만 이렇게 행동에 옮겨본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또 있었나? 강연도 강연이지만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역시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생전 안 하던 일을 시작한 거 강연회 마치고 사인까지 받으려고 기다렸다. (잠깐만~ 우우우우. 빨리 줄 서서 일빠로 받으려고 서둘러 강연장에서 나왔다. 일빠가 의미없는 서두름. 사인받으려는 사람이 나까지 모두 네 명. 엄청난 위로를 받았다. 가끔 강의 마치고 책을 판매할 때가 있는데 사인받는 사람이 늘 소수이다. 듣보잡 강사가 뭐 그렇지 뭐, 하고 마는데.  흠..... 김서영 교수도 네 명? 으흐흐흐흐) 결국 네 사람 중에 맨 마지막에 줄을 섰다.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스럽게 사인을 해주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녀의 블로그 이름처럼 '경계를 넘어'온 사람임이 분명하다. 책의 마지막에 모두 전문가가 되자고 격려하며 '전문가는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하는 일을 찾고 수련하여 어떤 경지에 이른 사람을 뜻합니다.' 라고 한다. '하나의 기준, 하나의 정답, 하나의 시선으로 나 자신을 정의한다면 우리는 결코 전문가가 될 수 없어요. 내게 맞는 기준, 내 정답, 내 시선을 찾고 내 장단 속에서 춤을 추어야 진정한 고수가 될 수 있습니다' 말한다. 그 자신 경계를 넘어서 대중에게로 온 전문가이다. 개인적 학문이라 치부되는 정신분석학을 사회에 대한 책임과 의무로 연결시키려는, 무엇보다 그렇게 살아내려는 그녀가 각자 고유한 영역의 전문가로 살자고 대중을 선동하고 있다. 그 따뜻한 선동이 참 마음에 들어서 마구 동참하 싶어진다. 배우고 싶은 사람을 발견하는 기쁨, 그 사람과 연결되는 기쁨. 이게 또 하나의 사는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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