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당해본 일이라 당황하진 않는다.

사춘기 따위!

초겨울 찬바람에 우르르 낙엽이 쓸려갈 때의 느낌,

어딘가 텅 비어버리는 듯한 상실감을 잘 견뎌내면 되더라.

내 품을 벗어나 하나의 인간이 되겠다 하는 통과의례이려니.

엄마로서는 허전한 마음 자락 잘 붙들어 매고 그저 기다릴 밖에.


그런데 내가 해 아래서 두 아이 사춘기를 겪으며 희한한 일을 보았더라.  

사춘기는 애들이 제 귓구멍을 틀어막으며 오더라.

이어폰으로 귓구멍을 막고는 자동차 뒷좌석에 찌그러지면서,

굳이 식구들 듣는 음악은 싫다면서,

혼자 듣고 싶은 게 따로 있다면서.


뒷좌석 오른쪽 놈 채윤이가 이어폰을 빼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다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여 잠시 훈풍이 불었는데.

뒷좌석 왼쪽 놈이 머스트해브아이템 이어폰에 목숨을 걸기 시작했다.


곽진언의 신보를 듣자고 엄마 아빠 누나 짝짜꿍이 맞았는데.

굳이 혼자 다른 음악을 듣겠다며.....

굳이 혼자 들으시는 노래의 실상을 확인하니 헐이다, 헐.

'저 빳따에 누워어 외로운 물새 될까, 물살의 깊을 속을 항구는 알까'

( '저 바다에 누워' 1987년, 높은음자리, MBC 대학가요제 대상)

그래, 그 뒷좌석에 누워 외로운 물새 되거라.

뇌가 뒤집힌다는 사춘기 아들놈의 속을 엄마가 알겠느냐.


언젠가 그 귓구녕 다시 뚫릴 날이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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