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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도화지 위에 파란색 형광펜으로 점 하나 찍어 놓고는 흥분된 목소리로, 그러나 완전 엉망인 발음으로 '엄마! 엄마! 코까지. 코까지!' 하던 아기 현승이가 얼추 그림같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답니다. 에미 마음에는 그저 대견하기만 하지요. 지가 늘 안고 자는 테디베어를 모델로 놓고 그린 그림입니다. 칭찬에 인색한 아빠가 점수를 줬는데 애들한테 점수주기 놀이를 하면서 절대 '백점' 주는 걸 못 봤어요. 그리 물어보진 않았지만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백점을 주지 그러냐' 하면 INTJ 아빠 이렇게 말할 것이 분명합니다. '백점을 주면 제일 잘 한줄 알고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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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에니메이션에 빠진 온 식구가 아 함께 보고, 두 녀석은 보고 또 보고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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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성 라퓨타>에 나오는 로보트 랍니다.
채윤이는 잠들기 전에 꼭 두 손을 이쁘게 모으고 기도를 하고 자는데 이유는 단 하나. 잘 때 무서운 꿈 꾸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무서운 꿈의 내용은 다름아닌 저 로봇이 나오는 거지요. 언젠가 저 로봇이 꿈에 등장해서 꽤 무서웠던 모양인데 그 이후로 밤에 잠 들기전 기도하는 습관을 들였으니 어찌나 잘 된 일인지....^^

현승이가 그린 이 그림을 보고 저는 놀라웠습니다. 그림하고는 워낙 담을 쌓고 살아온 세월이 40년인 저는 뭘 놓고 똑같이 따라 그리는 것도 너무 너무 어렵더라구요. 40이 된 엄마가 못하는 걸 여섯 살 아들이 해내니 놀랍고 대견할 밖에요. 두 녀석의 작품활동은 끊임이 없고, 거실 여기 저기와 컴퓨터 책상 근처에는 저런 작품들이 늘 나 뒹굴고 있지요. 엄마가 기분 좋은 날에는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다가도 확 마녀로 변신한 날에는 '빨리 이 쓰레기 종이들 치우지 못하겠냐'고 호통을 치기도 한답니다. 그러니 예술이냐? 쓰레기냐? 는 엄마 기분에 달려 있다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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