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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SS 영혼의 친구

그의 시, 그의 노래

larinari 2012.03.07 13:01




JP님은 한 때 시인이었다. 시를 지어 노래를 만드는 노래하는 시인이었다.그의 마지막 작곡은 내 기억으로 한영교회 청년회 주제곡이었다. 참 좋은 노래였다. 기타를 들고 눈을 지긋이 감고 허공을 향해 고개를 살짝 든 채 노래하는, 그리고 노래를 만들고,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한 끼 금식을 하여 점심값을 보내는....아무도 시키지 않는 일을 하는 그런 매력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누가? 라고 하는 사람이.
나를 만난 이후로 남편이 노래를 만들지 않았다. 남편의 더 젊은 시절을 알고 보낸 친구들은 우리가 교제하고 결혼할 즈음에 '어떻게 종필이 오빠 얼굴이 저렇게 밝아질 수가 있냐?'고 놀라곤 했었다. 나 역시 남편을 본 첫인상이 '거참 사람 참 젊은 사람이 되게 칙칙하네' 이런 느낌이었으니까.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위 사진은 신혼 초에 찍은 사진이고 저 사진에선 정신실에 물든 밝아진 김종필이 느껴진다.






맞다. 시를 쓰던 김종필은 여깄다.
시를 쓰던 JP는 칙칙했고, 쓸쓸해보였고, 좀 무서웠고, 멀게만 느껴지는.....
좀처럼 그에게 가 닿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고독한 청년이었다.
어쩌면 시를 쓰는 김종필의 마음에 시를 길어올리는 우물이나 웅덩이 같은 것이 있었을지 모른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 우물의 깊이를 느꼈고 매력에 빠져들었고 연민을 가지게 되었다.






가끔씩 '당신 전처럼 시도 쓰고 노래도 만들고 그래봐. 애들 위해서 예쁜 노래도 좀 만들어주고... 당신이 만든 동요 가지고 채윤이 창작동요제 내보내면 좋겠다' 이런 말을 별 기대없이 하곤 했었다.
'이젠 시가 써지질 않아' 라는 대답을 해왔다.
남편도 나도 결혼생활을 통해서 정말 많이 변했다. 남편 얘기만 하자면 남편은 밝아졌고, 더 행동하게 되었고.... 또...... 또 있나?






요즘 문득 시를 쓰던 남편의 영혼의 우물을 내가 메워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한다. 고독과 외로움을 풀어내고자 애쓰던 흔적이기도 할테니까 외로움의 웅덩이가 어느 정도 메워졌을 때 더 이상 그 때 그 시가 나오니 않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나무꾼이 선녀옷을 감추듯 나는 남편의 시의 샘을 감춰버린 건 아닐까? 하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해본다. 





남편이 다시 시를 쓰고 노래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아침 문득 남편을 위해 기도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날 불렀던 노래와 다르겠지만 그 다른 노래를 부를 수있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예술적이고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남편이 자신만의 노래를 찾아내서 다시 한 번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으면 좋겠다. 고독해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고독한 누군가들을 위해서 불러주는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면 어떨까?
그 노래는 그가 그렇게 좋아하는 설교가 될 수도 있고,  영혼을 돌보는 만남이 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은 사진을 찍으면 남편의 웃음에 어색함이 없다. 언젠가부터 남편의 웃음이 자연스럽고 해맑단 얘길 많이 듣는다. 그 해맑은 웃음에서 건져올리는 김종필의 새로운 시와 노래가 듣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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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 프로필사진 명일동동구햇살아요 2012.03.07 18:34 그래서 시인은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고 노래하지요.

    라리님이 묻어버린다고 묻어질 웅덩이라면 애초에 그 깊이가 얕았을 것.
    아마도 그의 우물은 더 깊어지고 그 바닥 언저리에서 치고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을거예요.
    그의 밑바닥을 본 어느 날.
    어쩌면 치고 올라와 남들이 보기엔 맑았게 보이긴 하지만 그 깊이는 더욱 깊어졌는지도 모를 일이죠.

    시인이자 글 길어올리는 양들의 아버지에게 오늘은 홧팅~~^^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3.08 16:10 신고 그나저나 언니님 아이디가 자꾸 '동동구루모'루 읽혀요.ㅋ
    시인이자 글 길어올리는 양들의 아버지.
    이거 너무 좋다.
    블로그계에 춘풍이 불고 있고 언니님은 한창 때 댓글감각 회복하셨네!ㅎㅎㅎ
  • 프로필사진 이과장 2012.03.07 19:15 조카는 오늘도 야근!
    식사하고 들어와서 일 시작하기 전에 방앗간(고모 블로그)에 들렀사와요~~ㅎ

    울 고모부.. 해가 갈수록 젊어지고 멋져지신다는 ^^
    고모랑 고모부랑 연애초기에 찍은 스티커사진 수첩에 하나 붙였었는데..
    친구가 그 사진보고 고모랑 고모부랑 8살 정도 차이나는 커플이냐고 물었었음 ㅋㅋㅋ
    너무나 확신하며 말하길래, 사실은 고모가 위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던 기억 :)

    내가 첨으로 고모부를 만나 '매스크오브조로'를 보던 날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1998년도니까 14년 전인데, 현재 고모부 모습은 14년 더 어려지신 것 같음.으흐흐
    대학교 2학년이던 조카는 30대 중반 아줌마인데, 고모부는 대학생이 되신 듯. 켁!

    1998년도... 그때를 떠올리니까 갑자기 한 얼굴이 떠오르고 또 여러 일들이 생각나면서, 에고 이러다가 추억돋아서 야근 못하겄네 ㅋㅋㅋㅋ

    조카도 고모부가 지으신 시와 노래를 듣고 싶다에 한표! ^______^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3.08 16:11 신고 마스크 오브 조로는 잊지 못할 영화야.
    그 영화 본 주일날 교회 청년회에 결혼발표 했거든.
    찬양인도 하던 고모부가 갑자기 '지난 추석에 뭐하셨어요? 신실누님 영화보셨다면서요. 좋은 일도 있으시다던데 얘기 좀 해주세요' 이러면서 시작해서 놀래 자빠지는 줄 알었지.ㅋㅋㅋ
  • 프로필사진 이과장 2012.03.09 09:05 아.. 그런거였군요.
    막내 조카(그 당시)의 허락(?)을 받고나서야 발표를 ㅋㅋㅋ

    신실누나...고모부가 고모를 그렇게 불렀었군요 이히히
  • 프로필사진 신의피리 2012.03.07 20:10 명일동동구햇살아요~님. 깊이! 하면 또 김깊이였는데... 알고 보니, 한 뼘도 안됐더라구요...ㅠ 오늘 글에선 제 아내가 과장법을 좀 많이 쓴 듯해요. 제가 아는 시인은 윤동주랑 천상병 밖에 모르거든요.

    이과장님~ 그 영화 본 게 벌써 14년 됐나? 나도 기억이 생생한데...^^ 이과장님도 고모 닮아 여전히 20대 중반같애~ 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 forest 2012.03.07 20:40 신고 에이, 시인 김현승님도 아시잖아요~ ㅋ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3.08 16:12 신고 채윤이 말 들었지?
    과장이 아니고, 오버가 아니고...
    그냥 재밌게 말하려고 하는거야. 과장아님!
    글을 재밌게 쓰려고 애쓴 것 뿐임.
  • 프로필사진 BlogIcon 털보 2012.03.07 23:34 흐흐흐. 제가 거의 시 전문이잖아요.
    근데 피리님 다시 시인되기 무지 어려워요.
    제가 지리산 기슭의 하동이란 동네에 사는 박남준이라는 시인을 만나러 갔는데
    그 동네가 겨울인데도 겨울같지 않은 정말 살기 좋은 동네였어요.
    그래서 내가 박남준 시인한테 이렇게 살기 좋은 동네에서 어떻게 시를 써?
    시인은 자고로 시도 자랄 수 없는 척박한 토양으로 내쫓아야 해.
    그래야 시가 없이 살 수 없어 시라도 경작을 하며 살아가기 시작하는 거라구 했더니
    자기도 예전에 그렇게 생각했다면서
    여기로 이사오고 나서 2년 동안 시가 한 줄도 안써지더라고 고백을 시작하더구만요. ㅋㅋ
    그래도 박남준은 시를 쓴 그동안의 가닥이 있어서
    2년 만에 다시 시를 잉태할 수 있었는데
    피리님은 지금의 행복지수로 보건 데.. 요게 조금 어렵지 않나 싶어져요.
    무슨 비결이 없냐구요?
    왜요, 당연히 있지요.
    잔소리로 들들 볶는게 가장 묘수예요. 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3.08 16:14 신고 고~오래?~애요?
    그죠? 시 못 쓰죠? 안되겠다. 사람 불러야겠다. 시 잘 쓰는 놈으루다가 불러야겠네.
    ㅋㅋㅋㅋ
    박남준 시인 이야기는 언젠가 블로그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하아~ 이걸 어쩌나. 오늘부터 바가지와 잔소리 드립을 시작해야 하나요? 고민되네요. 시냐? 행복이냐? ㅎㅎ
  • 프로필사진 nrg가 아닌 가평가는 버스안에서 2012.03.08 07:38 새벽부터 훈훈한 포스팅을 봐서 기분 좋네요. Jp님의 몰랐던 면모를!! 알게되어서 재밌네용^^ Jp님께서 시와 노래에 집중하시는게 줄어드셨듯이 진짜 저두 남친 만나면서 미니홈피, 글쓰기 이런거 진짜 안하는 듯.
    특히.. 기도?ㅋㅋ 저에게 기도는 즉 하나님께 쓰는 편지이자 일기였으니까요.
    순간 나는 내 남친 무엇에 끌렸나하는 생각에..구렁이 담 넘듯~ 옴팡지게 말 잘하는 임에 달린 엔진? 뭐 이런 생각을ㅎ

    갑자기 정병오님 기도문보다가 눈물 왈칵 쏟아졌는데 다시 헬렐레@_@)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3.08 16:16 신고 정병오님이라면 좋은교사운동 하시는 정병오선생님 말하는거야? ^^ 다음 주 목요일에 양화진문화원에서 하는 목요강좌에 정병오선생님 오셔서 강의하시는데...

    그나저나 가평을 어인일로?
    남친과는 여전히 좋은 거 같고...
    직장 옮겼다는 얘기 들은 것 같은데 소식좀 전해봐바.
  • 프로필사진 다정나눔반 담임 뮨진 2012.03.08 20:13 직장 이직관련 하여 다음주에
    본인의 '꿈을 살다'포스팅 예정입니다.
    기대해주세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3.10 09:25 신고 너도 블로그 다시 가동하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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