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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영향받을 줄 아는 심장 본문

마음의 여정

기꺼이 영향받을 줄 아는 심장

larinari 2010. 6. 27. 18:42



가끔 정규 레슨시간 외에 자유수영을 간다. 혼자 내 템포에 맞춰서 편하고 자유롭게 수영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자.유.수.영.
그 분의 넉넉한 품에서 내 영혼의 집착을 다 내려놓고 안식하듯 물 위에서 내 힘이란 힘은 다 빼고 그저 떠 있기. 내 영혼을 뻗을 수 있을 만큼 뻗어서 그 분에게 까지 닿겠다는 듯  팔을 쭉 뻗어 물을 잡기. 한 바퀴에 한 사람씩 마음에 품고 기도하며 돌기.
수영은 그대로 영성훈련이다. (물론 가끔 내가 온전히 깨어있을 때의 얘기다. ㅡ.,ㅡ)


열심히 음파음파 자유형, 올라갔다 내려갔다 평영.... 하다가 보면 잠시 숨고르기를 하시던 아주머님들의 뜨거운 눈길이 느껴질 때가 있다. 처음엔, '아, 내 수영하는 모습에 저 아줌마 뻑 가셨군. 자, 자유형을 이렇게 팔을 꺾어주는 것이 제 맛이라고요...' 하는게 내 속에서 돌아가는 전자동 모드, 일명 자뻑모드였다.


헌데, 그런 아주머니들 턴을 해서 나가는 내 발목을 잡으신다. '흠! 칭찬을 하시려면 내가 쉴 때 하시지 굳이 뭐 이렇게 까지 적극적으로 칭찬을 하시나?' 싶어서 멈춰서면 '젊은 엄마! 자유형 할 때 몸이 너무 많이 흔들려. 팔을 자, 안쪽으로 넣지 말고 쭉쭉 앞으로 뻗으면 봐바. 몸이 어쩌구 저쩌구.... #%&$$!(#%.... 알았지?
'아, 네 그래요? 어떻게요? 네....'하고 겸손하게 꼬리 내리고 듣다보면 옆에서 안 보는 척 하다 보시던 아주머니도 한 말씀 '그리고 접영할 때 힘을 좀 빼....쏼라 쏼라....랄....설교...설교....'
이렇게 되기가 일쑤였다.


'아이씨, 아줌마들이나 잘 하지. 나만 갖고 그래. 자기는 자유형 할 때 팔이 가관이더만... 저 아줌마는 접영할 때 완전 고개 빳빳하게 들고 웃기게 하면서 나한테만 지적질이야...'라고 첨에는 생각한 적도 있었다. 헌데, 이 지적질이 반복되면서 내 마음에 큰 울림있는 통찰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1. 모두들 자기는 대체로 수영폼이 제대로 쫌 간지난다고 생각한다.

보니깐 나부터도 내가 수영하는 모습은 못 보고 다른 사람이 하는 것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결점을 보면서 '난 저 정도는 아닌데'를 확인하고 되새기면서 '난 쫌 돼'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일단 자기가 수영하는 건 동영상을 찍어서 보지 않는 한 모른다는 것.



2. 그래서 모두의 마음 속에는 지적질의 충동이 내재해 있다.

수영 쫌 했다는 아줌마들은 다른 사람들의 영법에서 지적한 꺼리가 산더미 같을 것이고 그렇다고 아무나 붙잡고 가르치고 고쳐줄 수는 없다. 수영하는 여자들 중에 나이가 젊은 축인데다가 키나 몸집은 초등학생 수준이라 포스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내가 딱 맞춤인 것이다. '젊은 사람이 열심이네. 근데 손이 왜 저래. 저것만 고치면 훨 낫겠네' 이런 마음으로 내 발목을 잡아 지적질해 주시는 것이다.
나 역시 겉으로 지적을 안해서 그렇지 조금 쉬는 동안 여기 저기 수영하는 분들 보면서 '저 분은 저것만 고치면 되겠네. 미치겠네. 저러면서 자기가 잘하는 줄 알고 쑈하는 것 봐' 이러고 있으니까.



3. 내 결점은 나만 모르고 다 안다.

한 동안 지적질 전문 아줌마들 때문에 자유수영은 피할까도 했었으나 이건 내게 너무나 좋은 약이 되었다. 사실 상급반으로 갈수록 코치들이 거의 방임수준으로 가르치는데 아줌마들의 지적은 기분은 나쁘지만 날카로우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해서, '네 알겠습니다. 한 번 신경 써서 해볼께요. 봐 주세요' 하고 노력하면 잘못된 습관들이 빨리 빨리 고쳐지는 것이다. 오호! 기분 나빠할 일이 아니다. 이거 아줌마들한테 레슨비 드려야는 거 아냐? 와, 내 결점은 나만 모르는 거구나.



4. 선수끼리는 서로 안 봐줘!


그러다 아주 재밌는 에피소드를 한 개 주웠다. 지적 잘 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지적 잘 하는 다른 아주머니의 평영 발차기를 지적하셨다. 그랬더니 늘 '지적은 나의 것'이라고 여겼던 지적 당하신 아주머니 발.끈! 하시면서 자유수영 끝나는 시간까지 화를 풀지 않으시는 거다. ㅋㅋㅋ 지적하신 아주머니가 레인을 돌고 계시면 쉬면서 옆에 분에게 '아참, 잘 나셨어. 저기 자유형을 저렇게 하면 안돼. 쟤는 몇 년을 수영을 해도 자유형이 저렇더라구' 하시면서 기냥 막 씹고 도 씹으시는 거다.  아, 욱껴!!


아바의 자녀를 쓴 브레넌 매닝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완전한 사랑을 받는 '아바의 자녀', 사랑 그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박동을 들어본 사람은 '기꺼이 영향입을 줄 아는 심장'을 가진 자라고 하였다.
스캇 펙은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자신만의 낡은 지도를 기꺼이 바꾸는 용기가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했다. 극단적으로 자신의 오래된 지도를 바꾸지 않겠다고 몸에 힘 주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망칠 뿐 아니라 자신의 자녀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밖에 없다.

나는 세계의 중심에 있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나를 중심으로 주변인으로만 존재할 것 같은 착각은 내 심장을 결코 누구에게도 영향받지 않는 심장으로 만든다. 그럴 때 내게 충만한 것은  다른 사람의 결점을 백 개를 나열하라고 하면 천 개라도 나열할 수 있는 지적꺼리 충만한 가슴은 아닐까? 내 모습니다. ㅜㅜ
기꺼이 영향을 입을 줄 아는 심장!  기꺼이 영향을 입을 줄 아는 심장으로 이 일상의 바다에서 힘 빼고, 자유롭게 헤엄치며 사는 나의 삶이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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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Comments
  • 프로필사진 BlogIcon 털보 2010.06.28 14:45 저는 제가 노래부를 때 다른 사람들이 왜 배를 잡고 웃는지 모르면서도 계속 노래 부르며 살았어요. 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6.28 14:47 신고 ㅋㅋㅋㅋㅋ
    실시간요!

    그런 건 다른 사람이 아무리 웃어도 고치지 마세요.
    아~ 고치실 수도 없구나.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hs 2010.06.28 17:56 엇~!
    수영 이야그~! ^*^
    요즘 수영 이야기만 나오면 귀가 번쩍 한답니다.ㅋ

    얼마 전에 접영의 양팔을 처음으로 배우던 날인데 나보다 선배인 젊은 아줌마가
    너무 잘 한다고 칭찬을 하며 자기는 어떠냐고 묻데요..
    원래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라 어떻게 말할까?쫌 생각을 하다가 평소에 느꼈던 대로
    팔이 끝까지 안 오고 중간에 들어 간다고 말을 했는데 지금까지 후회가 되네요.
    걍 잘 한다고 할껄. 하면서....^^
    저도 제 모습이 궁금하더라구요.
    사모님의 모습도 궁금해 지네요. ^^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6.28 19:42 신고 저 접영 잘해요...흐흐흐.. 막 이래.

    에이~ 해송님! 물어보는 사람에게 정직하게 대답해주고 가르쳐주는 것 만큼 좋은 게 어딨어요?
    문제는 아무 때나 원하지도 않는데 가르치려 드는 게 문제지요. 그런데 것두 나한테 할때는 그저 받아들이니까 약이 되더라... 그런 말씀을 나누고 싶었어요.^^
  • 프로필사진 출산왕 이탁구 2010.06.28 18:10 언니, 탁구도 그렇더라구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6.28 19:44 신고 내면의 여정은 더 그렇다.
    남이 해주는 말 아프기만 하지만 사실 그거 진짜 마음으로 듣게 되면 그것보다 빠른 길이 없드라고.

    하다못해 수영이나 탁구로 지적받는 것도 힘든데 내 인격에 관해서, 내 어두움에 관해서 얘길 듣는 건 얼마나 힘들고 아픈 일이겠니. 헌데 것두 큰 맘 먹고 '맞아요. 제가 그래요' 해보니깐 확 진도가 나가대~^^
  • 프로필사진 성은 맘 2010.06.28 21:03 오랜만에 고모 블로그에 글 남겨요~
    주말에는 자꾸 일이 생겨서.. 평일에 혼자 성은이 안고 흑석동, 고모댁에 하루씩 놀러 가려는 야심찬 계획은 세웠었는데
    성은이가 가벼운 코감기가 걸려서 많이 보채고 짜증이 늘더니.. 급기야 저까지 몸살이 왔네요 ㅠ.ㅠ
    아~~~ 복직은 다가오고 갈등은 심해지고..ㅋㅋ

    참! 위에 '출산왕 이탁구'는 혹시 작은엄마?? ^^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6.28 22:05 신고 그니깐! 채윤이가 옆에 있다가 '엄마! 출산왕 이탁구는 누구야? 혹시 선영이 외숙모?' 이런다.ㅋㅋㅋ
    냄새가 나지?

    우리 성은이 고모 할머니가 생일축하도 해주고 안아주고 뽀뽀해줘야 하는데.... 사진보면 귀여워서 돌아가시겠는데.... 고모도 한 번 가지를 못하네.ㅠㅠ

    복직 앞두고 많이 심란하지? 나 채윤이 낳고 출근하기 전 날 너무 깝깝해서 금식기도 했었잖아. 어려운 때다. 우리 만나서 얘기하자.
  • 프로필사진 2010.06.28 21:08 자.유.수.영 자체를 하실수 있는게 전 부러운데요 흑..ㅠ
    아줌마들의 특징인가.. 지적질은..ㅋㅋ

    근데 전 어릴때 세상에서 저만 생각하는 사람이고 느낄 수 있는사람인줄 알았어요
    저 빼고 다른이들은 그냥 로봇처럼 움직이고 ㅋㅋㅋㅋ
    그래서 전 커서 대통령이 안되더라도 선구자처럼 다 도와주고 바른길로 인도해주리라 생각하며 살았다니까요 ㅋㅋㅋ 그러다 다들 생각하며 행동한다는거에 크게 쇼크 받았다는....ㅋ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6.28 22:06 신고 자유수영 자체를 하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긴 하다.ㅋㅋㅋ

    지적질은 사실 밖으로 못해서 그렇지 우리 맘에서 이미 너무 많이 하고 있는 일인 것 같아. 타인에 대한 지적꺼리로 충만한 마음은 결코 말랑말랑하여 기꺼이 영향받는 착함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이번에 내가 깨달은 거란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采Young 2010.06.29 10:11 신고 내 결점은 나만 모르고 다 안다.
    요부분 요부분 은근 알면서도 섬뜩해요
    그래도 모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거에 위안받는 것은
    너무 1차원 적이죠??ㅎㅎ
    옛날에 공휘두르러 잠깐 다닐 때도 옆에 아저씨 아줌마들이 제 옆에서 입이 간지러워서 어쩔 줄을 모르던데...
    암툰~읽으면서 이래저래 느낀게 많았어요 쌤~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06.30 16:48 1차원적 자기위안 좋은 거 같애.
    나만 그런 거 아니고 모두가 그런건데 뭐!
    이러면 남들이 나에 대해서 부정적인 판단을 하는 것도 '그래, 내가 사실은 그래'라며 과한 두려움 없이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 같애.

    읽으면서 느낀 게 많았다니 뿌듯하고 보람되구나.ㅎㅎㅎ
  • 프로필사진 mary 2010.06.29 14:24 심장이 반짝반짝! 사진은 어서 퍼온거겠지?ㅎㅎ
    한 개 주웠다는 에피소드 정말 욱긴다.
    나이 먹으면 그렇게 욕비스므리 씹고 또 씹는 아줌씨들 많쟎아.

    자신감 혹은 자존감이 받쳐주면 기꺼이 영향받을 줄 아는 심장이 되는게 좀 쉽지 않을까?
    지적질도 관심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난 요즘 느닷없이 지적받으면 맘 상해서 속으로 그 사람 욕했다가 내 반성도 하다가 마지막엔 어쨋든 말조심하자로 끝을 맺는다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06.30 16:53 mary님이 지적받으실 일도 하시나요?ㅎㅎㅎ
    말조심도 mary님은 기본적으로 신중하신 걸로 알고 있사옵니다.^^

    그니깐요.
    남의 얘기 귀기울여 듣지 못하는 것도, 그러면서 오히려 남의 눈에 티만 잘 보는 것도 결국 자존감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 프로필사진 영애 2010.07.01 05:31 선생님이랑 자유수영 가면 선생님이 지적할까봐 무서운걸요!!ㅋㅋㅋㅋㅋㅋㅋㅋ
    올 여름이 가기전에 샘이랑 한번 가야하는데~~
    요즘 샘 얼굴 못 본지 백만년 된 느낌이에요~~~ㅠㅠ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07.01 07:15 신고 대놓고 말하자~ 보고싶다. 영애야~ ㅎㅎㅎ

    쌤이라 수영가면 지적수준이 아니야. 지적은 기본이고 맹훈련까지 시킨다.
    윰한테 물어봐라! ㅋㅋㅋㅋ
    가자~ 자유수영가자. 나도 나보다 어린 것한테 지적질 좀 해보자.ㅋㅋㅋ
  • 프로필사진 수갱 2010.07.04 08:48 요새도 수영 자주 다니시나봐요 ㅋㅋㅋ
    저도 이제 지적 해주셔야 되요 ㅋㅋㅋ
    전 여기와서 더 수영을 할 줄 알았는데 안하고 있어요
    야외 수영장이라 살 탈까봐 안해서 ㅋㅋㅋㅋ

    보고싶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 프로필사진 larianri 2010.07.04 08:58 아~~~ 수갱아! 나도 보고싶다.ㅠㅠㅠㅠ
    거의 실시간이었네. 댓글 달고 잠깐 TNT 클럽 갔다 온 사이에 들어왔었네.

    나 자유수영 가면 거의 너를 한 번씩 생각해. 어제 저녁에도... 수갱이가 있으면 자유형 자세를 좀 봐달라고 하면 좋을텐데.. 이런 생각했다.

    밥은 잘 해먹고 다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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