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人의 기도




나의 詩가
아직 으스름달도  시퍼렇게 알몸인 새벽
부지런한 조롱박에 떠 올린
첫 우물이게 하소서

나의 詩가
숨가쁜 단풍잎 너머 졸고 있는 산 위에
진한 피를 흘리우는 석양보다
더 붉은 참회이게 하소서

내 생명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뽑아
단 한 편의 詩를 쓰게 하시되
그 詩가 나의 삶보다 아름답지 않게 하시고
나의 삶이
가장 아름다운 그 詩보다 더 아름답게 하소서

그러나 주여
 당신께 도달할 내 마지막 詩는 침묵임을 아오니
詩란 단지 침묵으로 가는 다리,
다리를 건너
뜨면 눈 멀 듯 맑은 당신을 뵙게 하소서

- 론지노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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