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끝날 것 같다고 여겨지는 순간, 이제 남은 길 조차 더 걸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왔다.
바로 앞이 막다른 길임을 알면서 계속 걸어나가는 것은, 특히나 무엇인가를 감수하면 걷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 아닌가?


아, 물론 그 길이 산의 정상을 향한다면 문제는 다르다. 몇 발짝만 더 떼면 정상이라면 아무리 힘들어도 그 발걸은음 내디딜만 하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말이다.


고통의 자리에 서면 고통을 벗어나 도망칠 궁리만 하며 뒷문 붙들고 사는 내게 십자가의 도를 일깨워 주신다.

끝.까.지.

고통의 끝자락까지 정신줄 놓지 않고 고통에 직면하신 그 분을 나 역시 눈 똑바로 뜨고 끝까지 바라보라고.


두물머리 강가에 마른 막대기로 서 있던 십자가에, 죽은 나무인 줄 알았던 십자가에 싹이 났다는 소식과 사진을 함께 전해들었다. 오늘 새벽 싹이 난 십자가가 내 마음에도 싹을 틔웠다. 그 싹은 고통의 끝까지 두 눈 똑바로 뜨고 감내하며 길의 끝까지 꾀부리지 않고 걸을 때만 감히 넘볼 수 있는 기적임을 일깨우며며....


길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다고,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며,
그런 길을 열고 그런 사람이 되겠노라 하던 시인이 길을 잃고 시같지 않은 소리를 해대며 실망을 한껏 안겨주는 요즘이다.
소망의 길을 내야할 사람들이 길을 막고 서서는 자신의 그 버팅김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음을 외면한다.


길이 끝난 곳이 십자가 아래이고,
다시 길을 찾을 곳도 십자가 아래이다.
마지막 몇 걸음 까지도 처음같은 자세로 흔들리지 않고 걸으라고 하시는 그 분의 음성에 나를 내어드린다.








오늘의 사진도 누구보다 맑은 눈을 가지신 숲과 나무 부부님의 작품.
위는 숲님, 아래는 나무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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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털보 2010.06.15 13:51

    그러고 보니 저 곳이 길이 끝나는 곳이네요. 배를 타지 않는 한은...
    그런데 신부님들이 저 곳을 길의 시작으로 삼았으니.
    어찌보면 길은 정말이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길이 끝난 곳에서 새롭게 여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음, 사진은 아래 것이 괜찮아 보이는 구만요. ㅋㅋ

    • forest 2010.06.15 15:09

      끄응~ 털보님..... ㅋㅋ

    • BlogIcon larinari 2010.06.15 22:30 신고

      강변길에서 멀리서 봐도 십자가가 보이드라구요.
      언제 한 번 가서 직접 보고싶은데요...

      헌데 포레스트님은 남의 블로그에 오셔서 큰 일을 보고 그러세요.ㅋㅋㅋㅋㅋ

  2. forest 2010.06.15 15:12

    라리님은 참으로 묵상의 일상화, 일상의 묵상화가 잘 되는 분이세요.^^

    • BlogIcon larinari 2010.06.15 22:32 신고

      역삼동 갈 때까지만 해도 끝나고 오는 길에 전화해야지 했었는데 완전 정신줄 놓고 왔어요.
      일상을 묵상하다가 놓치는 게 너무 많아효.ㅋㅋㅋ

    • forest 2010.06.16 11:13

      나두 들어갈 때 전화해야지 했는데
      일하다 보니 벌써 10시가 넘었더라구요. ㅋ
      나는 일하다 놓치는게 더 많아요. ㅋㅋ

    • larinari 2010.06.16 16:08

      조만간 강동구를 벗어난 곳에서 만나는 역사를 만들고 말겠습니다!ㅎㅎㅎ

  3. myjay 2010.06.25 12:15

    으아.
    사진과 글의 조화.
    이거 책의 한 페이지인 줄 착각했어요.
    출판하셔도 될 듯.

    • BlogIcon larinari 2010.06.25 19:49 신고

      으아.
      출판!
      제게 요즘 아픈 단어이옵니다.ㅋㅋㅋㅋ

      사진이 진짜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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