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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실의 내적여정

꽃다운 친구들의 MBTI

larinari 2016.02.16 10:54




올해 여러 곳에서 한국형 에프터스콜레가 시작되었습니다. 그중 가장 느슨하여 에프터스콜레가 지향하는 바에 부합하는 곳이 '꽃다운 친구들'일 것입니다. '방학이 1년이라면'이라는 모든 세대의 부러움을 유발하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난 1월4일에 방학식을 했습니다. 방학 후 첫 '놀이'가 '자기탐색' 놀이였는데, 영광스럽게도(그렇습니다! 영광스럽게도!) 4주 동안 그 놀이를 이끌었습니다. 이제 사춘기를 빠져나온(또는 제대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나는 누구인가' 물을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MBTI 검사와 강의에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MBTI는 거들 뿐. 친구들이 '자기 자신이 되고 싶음'은 에너지가 그들을 이끌어 갈 것입니다. (네네, 미래형입니다. 당연히! 꽃친도 꽃친의 자아탐색 강의도 당장 재밌고 행복한데 그치지 않고 평생 가는 효과가 있을 거라 믿기에) 강의는 혼자 했지만 MBTI는 물론 청소년 상담을 공부하고 그 일로 잔뼈가 굵은 하정 쌤과 수진 대표님, 셋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냈습니다. MBTI라는 손가락을 빌어 가리켰던 '달'은 무엇이었는지 정리해봅니다.






오래전에 한동안 유치부 아가들에게 설교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다니던 교회에선 유치부와 장애아동부를 교역자가 아니라 평신도 전공자에게 맡기는 좋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저는 유치부라고 해서 유치하게 접근하는 교육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입니다. 아이들의 눈높이 맞춘 전달방식이 다를 뿐 묵상의 깊이와 진지한 신학적인 고민은 어른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설교 뿐 아니라 '자기를 찾는 여정'에 대한 강의 역시 아이든, 청소년이든, 위기의 중년이든 큰 줄기는 다르지 않습니다. 중고등부 수련회에서 한 번으로 끝나는 MBTI 강의는 여러 제약 상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만.


이번 꽃친 자아탐색은 소그룹으로 네 번이나 만나는 일정에, 돕는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거의 1:1 상담도 할 수 있는 비율이어서 최고의 조건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주제로 생각해볼 수 있는 숙제를 내줬습니다. 오글거리는 일이지만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의 길을 열어가는 것입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누구든 자기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자, 나를 이 세상에 생명으로 내놓은 부모님을 다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모님과의 관계, 그분들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반복했던 나에 대한 규정, 그때 나의 감정. 그것을 떠올려 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그런 의미로 꽃친들은 꽤 악조건입니다. (저를 포함한) 부모님들이 다들 남다른 의식이 있어서 공부 강요도 안해, 심지어 학교를 일 년이나 쉬라고 해. 훌륭한 부모 뛰어넘기가 더 어려운 법이거든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랑 말싸움 해서 이겨본 사람?' 물었더니 하나도 손을 안 들어요. '너희들은 좋은 부모님 만나서 다른 애들보다 더 힘든 거야' 했습니다.


'나'를 찾기 위해 부모님과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서 끝난다면 경유지에서 멈추는 여행입니다. 부모가 있다고 내가 그냥 생긴 게 아니라는, 뭔가 우주적인 힘이 작용하여 내가 생겼다는 확신, 즉 나라는 존재에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 의미를 발견하며 사는 것이 행복한 인생입니다. 물론 제 인생에 빗댄다면 제가 발견한 의미는 이 노래와 같습니다만. '나를 지으신이가 하나님, 나를 부르신 이가 하나님, 나를 보내신 이도 하나님, 나의 나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아이들에게 이 얘기를 대놓고 하지는 않았으나 말하지 못한 마음은 간절한 기도로 대신합니다. 언젠가 이 아이들이 가슴으로 고백하는 날이 오기를.   





아이들에게 매력 없는 즉, 바로 찐따되는 방법이 있는데 가르쳐줄까? 했습니다. 여러분도 가르쳐드릴까요? 무슨 질문이든(타인에게 듣든 내가 내 자신에게 던지든) '그냥'이라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백발백중입니다. 지들이 아이들이 자주 쓰는 말이라 찔리는 가 봅디다. '그냥' 대신할 언어를 많이 가지는 것, 그것이 멋진 사람되는 길이고 MBTI는 그것을 조금 도와주는 것입니다.

첫 시간에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K-POP 5 에서 발췌한 영상을 봤습니다. 노래 잘하고 매력 터지는 이수정, 노래 잘하면서도 자신감 없는 유제이(1월 초만해도 더 했음), 동생의 빛을 자신의 그늘로 가져온 이휴림. 노래 이상의 메시지가 있어서 '매력'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강사의 의도를 얼마나 읽었는지 모르겠으나 각자 나.만.의. 매력이 매력이구나, 어렴풋하게라도 심어졌으면 싶습니다.





의욕이 넘치는 수강자들이나 부모들은 강의를 듣고 묻습니다. '나의(우리 아이의) 약점을 보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MBTI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Carl Jung의 심리유형론에 의하면 그런 건 없습니다. 외향형인 사람은 겉과 속이 다 외향형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외향형의 무의식엔 내향이 숨어 있고, 감각형의 무의식에 직관이 잠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유형을 인식하고 좋아하고, 잘 쓰면 어느새 나의 열등기능들이 무의식에서 떠올라온다고 합니다. 그러니 더욱이 아직 어린 우리 꽃친들은 자신의 유형을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나는 사고형 보석이다. 나는 내가 좋다!' 마지막 시간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내어 말해봤습니다. 자기 유형을 좋아하고 수용해야 나로 인해 힘든 사람이 보이는 법. 강점의 인식 없이 약점을 쥐어짜내 살 수는 없는 것입니다. 강사이며 엄마인 덕분에 강의 마치고 오면 채윤이와 얘기 많이 나눴습니다. 채윤이가 자신의 유형을 좋아하지 않는 데는 다 엄마의 취향 강요가 있었다는 것 인정합니다. 그래서 참회하는 마음으로 엄마로서 채윤이의 유형을 진심 더 좋아하기로 합니다.






'나라는 보석'을 발견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글쓰기, 정직한 글쓰기, 일기 쓰기가 갑이지요. 마지막 시간에는 짧게 일기 쓰기 안내를 했습니다. 엄마한테 무지 많이 혼났을 표현 '나는 오늘.... 참 재미있었다.' 이것이 사실 일기의 전부입니다. 내 얘기를 써야하고(나는) 오늘 지금 떠오르는 이야기를 써야하고(오늘) 내 느낌과 생각을 쓰면 좋은 일기입니다.(참 재미있었다) 다만, 그 내용을 더 깨알같이 솔직하게 쓰라고 했습니다. 다만 '나는, 오늘, 참 재미있었다'는 말을 촌스러우니까 빼고 다른 말로 채우라고 했습니다. 꽃친 마칠 무렵에 한 번 더 가서 MBTI 기질 작업도 하고 1년의 자기탐색 여정도 함께 돌아보려고 '아윌비백!!!' 하고 마쳤습니다. 나는 1월에 꽃친들과 MBTI로 자아탐색 놀이를 했는데 참 재미있었습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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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 프로필사진 2016.02.16 18:18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6.02.16 19:48 신고 댓글 잘 남기셨어요. ^^
    저는 오래 전부터 (정직하게 마음을 담아 꾸준히 쓰는) 댓글의 힘이 크다는 걸 실감하고 많이 떠벌이기도 했었어요. 매일 쓰는 일기도 좋지만, 누군가 꾸준히 쓰는 글을 꼼꼼히 읽고 거기서 올라오는 감정과 생각을 적어보는 것. 그것이 누적되는 힘은 크거든요.
    지난 며칠 동안 다신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달아드리지 못해 미안해요.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내놓으신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현실의 삶과 연애가 큰 성숙가 진보 없이 암담하더라도 좌절하지는 마세요. 그리스도 안에서 산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긍정을 사는 것이 거든요. '그냥'으로 일관하는 오늘이라 할찌라도 '그냥'의 자리에 무엇이라도 채워 넣고자 하는 지금 이런 시도들이 결국 내일의 나를 만들어요. 그러니 그리스도 안의 가장 아름다운 긍정을 소망하시길 바래요.

    고마워요! 댓글을 읽고 여기에 다시 덧글을 다는 이 시간, 님을 위해서 잠시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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