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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널러 옥상에 올라가면 조금 후에 꼭 따라 올라옵니다.
입고 있던 내복 위에 파카나 잠바 얼른 걸치고 현승이가 따라 옵니다.
"엄마, 내가 도와줄게. 내가 털어서 줄테니까 엄마가 널어."
(아빠가 하던 걸 많이 본 거죠.)


한 손에는 레고를 들고 한 손으로 어설프게 수건을 털어서 건넵니다.
무심결에 한 번 더 털려고 어깨 힘이 딱 들어가는데.....
옆에서 찌리릿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현승이가 매의 눈을 하고 보고 있습니다.
얼른 그냥 널었습니다.
그러자 "내가 아주 잘 털어서 준 거야. 엄마. 응? 알았지?" 합니다.


햇볕에 말리는 수건 탁탁 털어서 쫙쫙 펴 널어야 제 맛인데....
현승이 갸냘픈 손으로 흔들다 만 것 같은 느낌의 꾸기적거리는 수건을 죄 그냥 널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바라봐 주고 믿어주는 건,
성에 차지 않는 것을 '꿀꺽'하고 삼켜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람을 변하게 하는 건 그렇게 부족한 그대로를 꿀꺽 넘어가주는 큰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성에 차지 않는 나의 여러 모습들을 보며
'어?.... 응, 그래' 하고 조용히 넘어가 줬을 것입니다.


현승이는 이래저래 엄마에게 많은 가르침과 통찰을 주는 아이입니다.
머리에 새집 짓고 아저씨 같은 스타일로 옥상 여기 저기를 뛰어다니는 현승이가 참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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