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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나우웬과 함께 지하철 타기 본문

마음의 여정

나우웬과 함께 지하철 타기

larinari 2009.07.07 12:24

오랫만에 모임이 있어서 명동에 다녀오는 길, 혼자 가는 길이 아니었다. 오는 길, 가는 길 나우웬님께서 동행해주셨다. 지하철에서 나누기에는 너무 심오한 얘기를 들려주시며 말이다. 특히 돌아오는 길의 대화는 압권이었다. 명동역에서부터 그 분의 차분하고 강요하지 않으며 자기고백적인 조근조근한 얘기는 나를 사로잡아버렸다.



수년 동안 공동체에 목말랐던 삶이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공동체는 한 번도 주어진 적이 없다고 말하곤 했었다.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을 꿈꾸지만 그런 곳은 한 번도 없었어.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헌데, 요즘 문득 문득 공동체를 향유하고 있는 나. 이건 코페르니쿠스적인 전이이며 기적같은 발견이다. 


 










내가 공동체를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어' 라고 말 할 때 대부분 나는 현재를 살고 있지 않았다. 늘 미래의 어느 날, 지금의 근심 따위는 해결되는 어느 날을 그리며 현재는 단지 벗어나야할 어떤 감옥 같은 것이었으니까. 지금, 지금 몸담고 있는 이 공동체는 이러이러해서 문제지만 이것만 없다면 괜찮을 거야. 나중에 진짜 공동체를 만나게 되면 이렇게는 하지 않을거야. 하면서 말이다.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사는 사람만이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다.




공동체가 누군가, 막연히 말해서 교회의 유익을 위해서 내가 감당한 어떤 것으로 강요된다고 느끼고 그것에 순종하는 것이 마땅한 의무라고 생각했을 때 그건 결코 향유할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사람이나, 교회를 빙자한 권위에 대한 순종의 개념이 아니라 그 분을 향한 '온전한 경청'의 태도일 때 그 때 가능한 일이었다. 이것 역시, 오늘 여기서 지금을 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아~ 우리는 모두 죄인이며 또 사랑받는 자이며, 무엇보다 순례자이다.  나는 '착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공동체를 선택하고 거기에 나를 드리지 않는다. 나는 그저 은혜가 필요한 순례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거짓된 안락함 속에 안주하려 하지 않고 순례자의 삶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고보니 최근 나는 너무 자주 공동체를 경험한다. 커피 한 잔 마주 하고 앉은 유쾌한 만남에서, 공원의 벤치 위에서, 아파트의 잘 조성된 길을 걸으면서, 매일 들락거리는 사이버의 여러 집과 집들에서, 우리 집의 널띠 넓어 정이 안 가는 거실에서 조차도 말이다. 심지어 덜컹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이미 이 세상을 살지 않는 헨리 나우웬님과 깊은 나눔과 공동체를 경험했다. 

지하철이 광나루역을 지나 천호역을 향해가고 있는 중이어서 책을 덮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나우웬과의 목장모임ㅋㅋㅋ은 계속되고 있었다. 순간 아저씨 한 분이 환영처럼 내 앞에 서서 고개를 들이밀면서 '%#&%&**@) 천원 짜리 한 장....' 이러신다. 나누웬님과의 대화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는 중이어서 아저씨의 말이 빨리 해석이 되지 않았다. 아~ 천원 짜리 한 장만 달라는 얘기였다. 버스비가 어쩌구 하는 말도 들었다. '아~ 차비가 없으세요?' 하고는 지갑을 열어서 천 원 짜리 두 장을 꺼내 드렸다. 그리고 지하철에서 내렸다.
내려서 계단을 오르다보니 사태파악이 되었다. 예전에 어떤 목사님이 설교에서 그러셨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 그거 주면 안된다. 그 중에는 근처에 자가용 주차시키고 그걸로 퇴근하는 사람도 있다. 또 그렇게 번 돈으로 하는 일이 뻔하다. 하시면서 말이다. ㅠㅠ
천 원 짜리 두 장을 받아들 아저씨도 행색으로 보아서 정말 차비가 없었던 건 아닐 확률이 높다. 여전히 나와 함께 걷고 있던 나우웬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가 어떤 곳에서든 너의 마음을 온전히 열면 너가 그렇게도 갈망하는 공동체를 바로 그 순간 경험할 수 있다니까. 방금 만났던 그 아저씨조차도 말이다' 라고 하셨다.
계단의 마지막 몇 칸을 오르면서 자연스레 방금 만났던 아저씨를 위해서 기도하게 되었다. '하나님 제가 드린 이 천원이 오늘 저녁 저 아저씨의 술이 되지 않게 하시고 밥이 되게 해주세요. 가장 따뜻한 사랑으로 저 아저씨를 감싸 안아 주세요' 라고 기도하는 순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서 있었다. 나우웬 선생님이 예의 그 미소를 지으며 '안녕' 손을 흔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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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 프로필사진 yoom 2009.07.07 13:40 우와...한 편의 짧은 영화를 본 것 같아요^^
    오늘 아침부터 블로그 들락거리다가 자꾸 현승이 사진이 떠서
    안부 문자 한번 드릴까 했는데ㅋ
    점심 하고 오니~ 짠하고 새로운 포스팅이 ^^

    전 여기서 하늘을 바라볼떄 마다 묵상에 잠기곤 하는데,
    왤케 여기 하늘은 넓지.. ?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그런가? 하면서
    생각해보니 여기가 대부분 평지드라고요. ㅎㅎ
    암튼 하늘을 보면 맘이 탁 트여요.
    오늘은 저를 책의 세계로 자극하는 포스팅 이었숨다:)
    감솨~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7.07 14:52 신고 그래 그래.
    멀리 있어도 우리가 이렇게 서로 이런 나눔을 할 수 있으면 여기가 바로, 지금이 바로 공동체야.
    자극 이빠이 받고 좋은 책과의 깊은 만남을 통해서 더욱 깊어지고 넓어지는 윰이 되어야 한다. 왜이러케 나는 말만 쫌 길게 하면 강선생이 되냐.ㅋㅋ
  • 프로필사진 forest 2009.07.07 14:01 이거 아껴가면서 읽어야 하는데, 자꾸만 읽게 되네요.
    근데 어떻게 이리 정리도 잘 하시는지...
    저도 이렇게 쓸 날이 오겠지요.^^

    제가 이 책에 대해서는 용감하게 밑줄 긋고 있답니다.
    한동안 책에 침도 못바르게 해서 밑줄은 커녕 접지도 못했는데
    어차피 이 책은 내 책인데 하면서 열심히 줄 긋고 읽고 있어요.
    책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보면서 저랑 같은 부분인지 아닌지도 확인하고 있고요..ㅎㅎ
    아직 저기까지는 진도 안나갔어요.
    중간에 저랑 똑같은 얘기가 나와서 우찌나 가슴 떨리게 설레던지요..
    그 분이랑 제가 만난 적이 있었던가요? ㅋㅋ


    저 요즘 차수리 맡겨서 근 1시간 20분에 걸쳐서 출근하고 있거등요.
    오늘도 지하철에서 감격해서 읽고요..
    저는 한동안 지하철에서의 목장모임을 계속 해야만 될 것 같아요.^^

    ----

    감격해서 여까지 쓰고는 다시 보니 이 책은 나우웬의 긍휼이란 책이군요.
    전 지금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을 읽고 있답니다.
    제가 원래 이렇게 덤벙대요. 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7.07 14:54 신고 음... 너무 맘에 들어요. 덤벙거림과 헛점과 이런 거요.ㅋㅋㅋ
    일단 forest님은 래리목짠님과,
    저는 나우웬목짠님과 목장모임 잘 하구요.

    담번에 에스쁘레쏘 목장에서 다시 한 번 나누죠.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采Young 2009.07.07 15:29 신고 오늘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오는 길에 갑자기 불안이 엄습하길래..
    수첩에 앞으로 여행 가기 전 공부할 것들, 시간별 계획으로 마음을 달랬는데..
    그런 상태로 학교에 와서 공부하는데도 별로 즐겁지가 않더라구여.
    이런 상태였는데 두번째 사진에 계획을 통해 미래에 대한 염려를 경감시키려 한다는 부분..현재에 가치를 두는 무언가에 기초해야 한다는 부분에 확 빨려드네요.
    거짓된 안락함 속에 머물지 않는 순례자 이 부분도 너무너무 좋아요.

    저도 요즘 순간순간 이곳저곳에서 지상에서 안전한 곳을 경험하는 것 같아요.^^
    저 책 들고 싱으로 날랐다가 윰언니한테 떨어뜨리고 와야겠어요 ㅎㅎㅎ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07 16:04 오랜 성찰 끝에 나의 가장 큰 도피처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라는 것을 알았어. 가만 나를 들여다보니 난 불안해질 때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다이어리를 펼치고 멍하니 들여다보고 그런다.

    지금, 여기를 사는 것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는거야.
  • 프로필사진 신(시리)의(종)피리 2009.07.07 16:25 저 나눔을 신명나게 하고 있는 여인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담날 새벽기도 가야 할 생각 땜에
    온전한 경청이 안 되는 나는...
    ㅠㅠㅠㅠㅠㅠㅠ
    체력과 5번 성격.. 밉다. 많이 밉다.ㅠ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07 23:07 췟! 내가 또 얘기하나 봐라!
  • 프로필사진 hs 2009.07.07 23:02 나우헨님께 푹 빠져 사시는군요?^^
    어른이 돼도 만남이 참으로 중요한데 아주 좋은 분을 만나고 계시네요.

    그 만남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 많이 끼치세요. ^^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07 23:08 네, 푹 빠졌어요.^^
    수 년 전부터 이 분 책을 안 읽었던건 아닌데 요즘은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으로 읽히네요.
    이 만남이 충만해지면 언젠가는 흘러나겠죠?^^
  • 프로필사진 굥화 2009.07.08 01:18 위에 강도사님 댓글 ㅋㅋㅋㅋㅋ

    '커피 한 잔 마주 하고 앉은 유쾌한 만남에서, 공원의 벤치 위에서, 아파트의 잘 조성된 길을 걸으면서, 매일 들락거리는 사이버의 여러 집과 집들에서, 우리 집의 널띠 넓어 정이 안 가는 거실에서 조차도 말이다.'

    글을 읽고나니
    지금 현재에도 제주위에는 감사한 공동체가 참 많네요
    늘 불평불만만 가득했는데 말이죠.. ㅠ


    그리고 저 요즘 은밀한모임하면서 하나님과도 깊은 나눔중이에요 ㅎㅎㅎ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08 15:24 나도 그런 꿈이 생겼어.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을 그저 늘 꿈만 꾸지 말고 내가 가는 곳은 어디든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은밀한 모임을 통해서 정말 깊은 나눔과 격려와 성숙이 있기를 기도한다.
  • 프로필사진 민갱 2009.07.08 12:10 싸모님~민갱이왔어용 ㅎㅎ

    아..
    [나는 '착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공동체를 선택하고 거기에 나를 드리지 않는다.
    나는 그저 은혜가 필요한 순례자이다. ]

    대공감..저는 그저 은혜가 필요한 순례자에요..
    요즘에 너무 집중도 안되고,,
    지금 현실에서 벗어나고만 싶어서 일하다가도 멍하세
    미래의 일들을 계획하고있네요..ㅋㅋㅋ^^:;

    참 좋은 글.. 감동이에요..

    근데 강도사님 아이디 "신의 피리"가 진정 신(시리)의(종)피리 이거 맞아요??
    진짜에요?? 진짜면 저 진짜 쓰러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08 15:27 순례자.
    자주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우리에게 우리가 있는 곳을 정확하게 똥그라미 쳐주는 말인 것 같아. 지금, 여기를 사는 순례자.^^

    도사님은 평상시에는 '神의 피리'이시고,
    나한테 죄를 지으시면 바로 '신시리의 피리'가 되셔.
    지금은 집행유예 중이시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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