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다루는(?) 직업에는은 조금만 차분히 들여다 봐도 감동할 것이 무궁무진 하다.
특별히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만나는 일, 그것도 다름 아닌 음악으로 만나는 일은 더더욱 그러하다.

내가 음악치료사인 것이 자랑스러운 점 중 하나는 '음악'이라는 것은 항상 즐겁다는 것.
장애아이들도 비장애 아이들이 학원 뺑뺑이 도는 것 못지 않고 여러 치료 교육을 뺑뺑이 도는데...
음악치료실 오는 것은 좋아라 하는 아이들이 대다수다.
그도 그럴 것이 와서 음악을 가지고 놀면 되는 것이니까.

어제 치료한 여섯 살 짜리 남자 녀석을 결국 나를 울리고 엄마를 울렸다.
대부분 아이들이 그러하듯이 치료 초기에 오면 절대로 자리에 앉는 법 없이 시간 내내 돌아다니던 녀석이다. 손가락 두 개 가지고 악기, 악기장, 벽 할 것 없이 습관적으로 두드리면 돌아다니기가 하는 일이었다. 치료가 진행 되면서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하더니만.
어제는 급기야 치료 시간 내내 자리에 앉아서 궁댕이 한 번 떼기 않고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내 입을 뚫어져라 보다가 '아'하고 소리를 내 보고, 신나게 북을 두드리고 하였다.

치료 끝나고 엄마 상담을 하다가 나도 엄마도 울어버렸다. 기쁨의 눈물이기도 하지만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하루 종일 아이를 데리고 유치원으로 치료실로 쉴 사이 없는 엄마의 노력에 이 만한 열매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감사의 눈물이기도 하다. '하나님! 이 엄마를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치원에서 4년간 아이들을 가르쳤고 대학원 마치고 5년 가까이 장애아들과 함께 했다. 아이들이 장애건 비장애건 상관없이 엄마의 양육태도는 아이와 엄마 자신이 행복해지는 열쇠나 다름 없다는 생각이다. 편안하고 성숙한 엄마를 만난 아이들은 자신의 극심한 장애와 상관없이 행복하다. 반면, 미성숙하고 욕심 많고 이기적인 엄마를 만난 아이들은 아무리 겉모습이 훌륭해도 불행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건 다시 엄마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나는 음악치료 하면서 아이들 뿐 아니라 엄마의 행복에 더 많이 마음을 쓴다. 상담을 하면서도 치료시간에 보이 아주 작은 행동이라고 긍정적인 행동을 찾아내서 말해주고, 가능성을 말하려고 한다.
가급적 엄마들로 하여금 말하게 하고, 들으려 하고 위로하려 한다. 음악치료와 상관 없는 얘기라도 엄마들이 하는 어떤 얘기든 열심히 듣는다. 그리고 때로는 그 엄마들을 붙들고 기도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 마음이기에 어제 그 일로 인해서 엄마와 상담하면서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인 것은 아이의 변화도 변화지만 이로 인해서 엄마가 얼마나 큰 위로를 얻을까? 그 때문이다.
나 또한 위로를 받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2004/07/08

박영수 어떤 상황인지 느낌이 와. 남의 일 같지 않아. 눈물 찔끔.. (04.07.08 17:25) 댓글삭제
정신실 몽녀님은 제가 아는 베스트 엄마 중 한 분이세요. 해인이와 기원이는 참 복이 많은 아이들이죠.^^ (04.07.08 22:25) 댓글수정삭제
김은영 이런 느낌 흔한일은 아니지만 내가 살아가면서, 이일을 하면서 가끔 뿌듯해지는 시간이죠~ (04.07.09 10:24) 댓글삭제
김종필 그날 퇴근하는 차 안에서의 아내의 얼굴은 '천사'같았습니다. (04.07.12 17:07)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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