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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있노라. 싸우노라.이기노라(8유형) 본문

나 여기 있노라. 싸우노라.이기노라(8유형)

larinari 2012.01.29 09:58

                            모님, 커피 한 잔 주세요_에니어그램과 함께하는 내적여정 13


팔수
: 모님, 안녕하세요? 잘 계셨죠? 이렇게 또 저를 불러주시고 감사합니다.

모님
: 내가 불렀나? 니가 전화해서 온다고 했잖아. 큭큭큭.

팔수
: 그랬던가요? 아, 모님 너무 바쁘셔서 치고 들어와야지 뵙죠. 어디 가만히 앉아 있으면 번호표나 타보겠어요?

모님
: 잘했다. 치고 들어와 줘야 팔수지.^^ 커피 줄게. 남성적인 커피라고 하는 인도네시아 만델링 마셔볼까? 자… 보자.

팔수
: 무슨 커피 한 잔 내리는데 도를 닦으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천천히 내리면 뭐가 좀 다른가요? 저는 그냥 뜨거운 물 확 부어서 휘휘 저어 마시면 딱 좋겠는데.

모님
: 난 핸드드립이 이래서 좋은데. 커피가 부풀어 오르고 내가 원하는 만큼 추출될 때까지 멈춰서 기다리는 시간이 좋아. 아주 천천히 물줄기를 고르며 최대한 커피를 흔들지 않고 내리기 위해 집중하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몇 분도 안 되는 시간인데, 참 길게 느껴지지? 자, 다 됐다. 마셔 봐.

팔수
: 네. 제가 성질이 좀 급하죠. 이야, 향 죽이네요. 인도네시아 만델링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커피에서 무슨 흙 맛 같은 게 나네요?

모님
: 오, 맞어. 만델링에서 나는 독특한 흙 맛 같은 게 있지. 대단한데.

팔수
: 제가 원래 코가 개코예요. 이제 8유형 얘기 시작하시죠.



모님
: 예예, 알아 뫼시죠. 8유형의 자아 이미지는 나는 강하고 힘이 있다야. 그래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자신의 힘으로 누구와도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지. 그러니? 

팔수
: 힘! 힘 좋죠. 힘이 있어야죠. 살아가려면 힘이 있어야 지 밥그릇 챙겨먹고 살죠.

모님
: 그래. 그 힘으로 어디서든 책임을 맡고 주도권을 쥐어야 편하지?

팔수
: 아 그러니까요. 지난주에 여자 친구 할머님 장례식이 있었어요. 인사만 드리러 갔는데 손님들 접대하고 일하는 게 오합지졸 엉망인 거예요. 제가 또 그런 꼴을 못 보잖아요. 슬쩍 일을 좀 봐드렸더니 어른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여자 친구는 저한테 어디 가서 나서지 좀 말라고 늘 잔소린데 이번엔 지도 은근 좋았겠죠.

모님
: 그렇지 팔수가 단호하고 자신감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지도자이긴 하지.

팔수
: 아니, 모님. 지도자다! 하시면 되지, 지도자이기는 한 건 또 뭡니까?

모님
: 그런가? 하하…. 난 팔수의 이런 솔직함이 좋더라. 일단 앞뒤 재지 않고 내질러주는 솔직함이 팔수만의 장점이야.

팔수
: 그러니까요. 지도자다! 이렇게 딱 부러지게 말씀을 하시라구요.

모님
: 집착에 대한 얘기로 넘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후한 점수 주는 표현을 쓰기가 아까웠나 봐. 모든 유형이 그렇듯 8유형이 붙드는 자아 이미지는 집착과 연결되어 있지. 힘, 바로 그 힘이 8유형의 집착이야.

팔수
: 굳이 집착 같은 걸 안 해도 제가 힘이 있다고 한다면요?

모님
: 힘이 있고 없고는 문제가 아니야. 8유형들은 무의식적으로 세상을 험난한 정글로 여기고, 거기서 생존하려면 적극적이고 투쟁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팔수
: 원래 세상이 그렇죠. 그러지 않으면 누가 날 지켜주나요?

모님
: 그래, 그게 8유형이 바라보는 세상이라니까.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모든 것을 손안에 넣고 통제하고 지배해야 살아 있다고 느낀다는 거야.

팔수
: 그게 잘못 됐나요?

모님
: 팔수! 제발 쫌 '잘됐다 잘못됐다, 이거 아니면 저거, 모 아니면 도!' 이러지 좀 말고 쫌! 강하고 힘 있는 것에 매여 있는 8유형은 자신의 뜻, 의지, 욕심을 놓기가 누구보다 어려운 것 같아. (사실 모든 유형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뜻과 의지를 내려놓지 못하긴 하지만) 8유형은 자기주장이 강하다 보니 남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아.

팔수
: 그런 면이 있기는 하죠. 제가 어렸을 적부터 그랬거든요. 아버지한테 맞기도 엄청 많이 맞았는데, 절대 잘못했단 소리 안 한다고 더 때리셨어요. 그래도 그 말 안 듣고 끝까지 이를 악물고 맞으면서 굴복하지 않았어요. 저 대단하죠? 으하하하…. 지금 생각해도 자랑스러워요. 에이, 그런데 모님 제가 아무 때나 그러진 않아요. 약자는 보호하고 불의한 자들에겐 제대로 갚아주려는 뜻이 있다구요.

모님
: 그래. 정의를 위한 투쟁이라는 건 좋은데…. 문제는 정의가 자기 나름대로의 정의라는 거지. 8유형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불의라고 몰아붙여 정의의 이름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거야.

팔수
: 나름대로의 정의라고요?

모님
: 그렇지. 가난할 때는 부자들을 욕하고, 부유할 때는 게을러서 가난하다고 욕할 수 있다는 거야.

팔수
: 거 참, 듣는 8유형 기분 나쁘네요.

모님
: 그래. 8유형한테 대놓고 기분 나쁜 얘기하는 나는 무섭다. 크크크….

팔수
: 어, 모님 약한 모습인데요. 개의치 마시고 계속 얘기나 해주세요.

모님
: 이런 8유형이 사력을 다해 회피하는 건 허약함, 또 허약함과 유사한 것들? 말하자면 부드러움, 온순함, 동정심, 다정다감함 등을 회피하고 차단하지. 허약하게 타협하기보다는 강하게 결판을 내는 게 자랑스러운 거라고 생각하지. 우리 안에 어떻게 강함만이 있겠어? 강함과 약함이 공존하기에 인간이잖아. 헌데 8유형은 자신 안의 연약함을 인정하지 않는 거야. 오히려 이 약함을 보지 않기 위해서 무능하거나 연약한 사람을 더 경멸하고 무자비하게 대하기도 하는 것 같아.

팔수
: 하지만 저도 꿀꿀하고 그럴 때가 있다구요.

모님
: 아, 그래. 팔수가 가끔 '꿀꿀하다'는 표현을 쓰더라. 그런데 나는 그 표현이 '슬프다'로 들려. 그리고 니가 자주 쓰는 심심하다는 말은 '외롭다'로 들리고. 틀렸니?

팔수
: 글쎄요. 그렇게 생각해 보질 않아서요. 모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뭐.

모님
: 8유형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어린 아이 같은 마음의 속살을 가진 사람들이야. 정글 같은 험악한 세상에서 상처 받을까 봐 두려워 표현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지.

팔수
: 상처니 뭐니 하는 이런 간지러운 얘기 질색이에요. 제가 뭘 어쨌다고 상처 받았네 어쨌네 하면서 질질거리는 건지. 아, 진짜 밥맛! 제가 열 받아 있는데 누가 옆에 있으라 그랬나요? 괜히 그 옆에 서 있어놓고 말예요. 그리고 저는 잠깐 화를 낸다 해도 금방 풀어져요. 뒤끝이 없다구요. 잊어버리고 털어버리면 되는 일 가지고 찌질하게 구는 인간들 참!

모님
: '아니야, 내가 언제! 무슨 소리야?' 하면서 부정, 부인하는 것이 8유형의 방어기제야. 자기중심적인 행동과 말이 크든 작든 타인에게 상처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반성 없이 부정하고 보는 거지. 지금 네가 말한 것처럼 말이야. '니가 날 건드리니까 내 주먹이 나간 거지, 나는 건드리지만 않으면 예수님이야.' 이런다구.

팔수
: 이것 참, 제가 자주 쓰는 말이잖아요. 뭔 말을 못하게 하시네. 계속.

모님
: 인간 안의 연약함을 잘 인정하지 않는 8유형의 근원적인 죄는 몰염치, 파렴치함이야. 타인을 무자비하게 소유하고 통제하고 억압하면서도 죄의식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는 거야. 솔직함을 내세워서 잔인하게 대하고, 다른 사람의 무력함을 인정하지 않고 존엄성을 지켜주지 않아. 최소한 8유형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느껴. 그러나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파렴치한 거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니 말이다.

팔수
: 저 하나 완전히 몹쓸 놈 만드시는 건 일도 아니시군요.

모님
: 혼자는 억울해? 호호. 8유형의 파렴치함은 다윗의 밧세바 사건을 통해 잘 볼 수 있어. 다윗이 누구야? 어린 나이에 돌멩이 들고 거인 골리앗과 맞장 떴던 위인 아니야? 딱 힘의 사람이지. 수많은 처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자신의 충직한 신하인 우리야의 아내를 취하고 나서 저지른 일들을 잘 알 거야. 그게 바로 파렴치함의 극치 아니겠어? 그러나 나단 선지자의 고언을 듣고 수치심과 양심의 가책으로 자신의 옷을 찢으며 진정한 회개를 했어. 이게 보통의 8유형들과 예수님의 조상이 된 다윗의 다른 점이 아닐까.

팔수
: 다윗 형님이 그러셨군요? 억울한 건 아닌데 좀 복잡해지긴 했네요. 복잡한 거 싫어하는데…. 다른 건 모르겠지만 다윗이 한 행동에 대해서 왠지 낯설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요. 그리고… 꿀꿀해졌어요.

모님
: 그래. 이제껏 내 자랑거리였던 것들이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어두운 면도 갖고 있었다는 걸 아는 건 꿀꿀한 일이지. 슬프고 때로 자기혐오감에 빠지게도 해. 하지만 자기혐오에서 그치는 건 에니어그램 여정의 끝이 아니란 거 알지? 앞뒤 재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팔수만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솔직'이라는 미덕에 힘입어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도 있어. 이게 동전의 양면 같은 거야.

팔수
: 저한테 뭘 어쩌라고 하시는 건지를 모르겠네요.

모님
: (침묵과 미소) 잡히시던 밤의 예수님을 생각해 볼래? 하늘을 향해 두 군단도 더 되는 천사를 부를 수 있는 힘을 가지신 분이셨어.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길이 나약함을 자청해 십자가로 가는 것임을 분명하게 알고 걸어가셨지. 참된 강함은 내 연약함과 실수를 인정하는 데 있단다. 내 연약한 그 자리가 참된 힘을 가지신 분께서 일하실 자리야. '내 밥그릇 내가 지켜야지 누가 지켜주나.' 하면서 끝까지 자신의 힘을 놓지 않는 것이 다름 아닌 불신앙이야. 니 밥그릇, 이제껏 네 힘으로 챙겨온 것 같지만 태초부터 네 몸과 영혼의 밥그릇을 챙겨 오신 분은 따로 있잖아. 우리의 성격 너머의 존재를 그대로 받아주시는 그분께 진심으로 기댈 수 있으면 좋겠다. 너도 나도 우리의 힘은 뺀 채로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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