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남편 돌아오다_첫 설교 이야기 본문

JP&SS 영혼의 친구

남편 돌아오다_첫 설교 이야기

larinari 2007. 6. 30. 10:41

초등부 성경학교와 수요예배 설교를 앞두고 있었던 지난 주 어느 날.

식탁에 둘러 앉아 밥을 먹는데 채윤이가 아빠를 부르면서 뭐라 말을 건다.

한 번, 두 번, 말을 걸어도 아빠는 좀처럼 대답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채윤이에게 일러줬다.

"채윤아! 니네 아빠 여기 없어. 니네 아빠 담주 수요일날 지나야 돌아와"


그렇다.

남편을 같이 밥 먹고 있지만 마주보고서 눈도 한 번 안 맞춰준다.

예의 그 찌푸린 인상을 하고 무언가에 골똘히 빠져있는 것이다.

결혼 8년 만에 나는 그런 남편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연대 대학원에 들어 갔을 때,

뭐 세미나 발표 하나만 있어도 남편은 '곁에 있으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엔 그런 남편이 이해가 안 돼서 꽤 짜증도 내고 했던 것 같다.

나처럼 남편은 여러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할 수 있는 멀테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한 번에 한 가지 씩만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남편을 알기에 한 두어 주 전부터, 특히 일주일 전 쯤부터는 그러려니 했다.

내 생일에도 성경학교 겹쳤다고 그렇게 넘어갔고, 성경학교 마쳤으니 생일축하 하자고 할 때도 나는 알고 있었다.

성경학교는 끝났지만 수요예배 설교(것두 전도사 되고나서 처음하는 어른 대상 설교)가 있었기에 아직 남편이 내 곁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나를 앉혀 놓고 구상한 설교를 해보고,

반응이 심드렁하면 또 고민에 고민을 하면서 설교 본문을 잡았다.


첫 설교 멋지게 해보겠다는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오늘 자신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기로 했단다.

민들레 공동체 김인수박사님께서 하신 '우리가 누굴 가르칠 수 있습니까?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은 하나 입니다' 하는

말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아 먹었단다.


나 역시 많이 긴장이 되었다.

막연하게 남편을 설교를 잘 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남편은 자신에게 충만해져서 그것이 흘러 넘치지 않는 한 입을 떼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말씀이 자신에게 충만해질 때까지 고민하고 침묵하고 금식하고 묵상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적용이 없는 허공을 치는 소리를 누구보다 못 견뎌하니까.


그러나 한편 염려가 많이 되었다.

무대체질이며 마이크만 잡으면 평소보다 더 씩씩해지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니까.

힘있게 확신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강단에 서서 소심하게 굴면 어떡하나?


수요일 내내 나도 글을 쓸 게 있고, 밤에 MBTI 강의가 있어서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마음 한 구석으로는 계속 기도하는 마음이었다.


시간은 다가왔다.

수요찬양단 싱어가 부족하니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설교 전 찬양을 함께 했다.

찬양을 하러 나갔는데 남편의 첫설교를 응원하러 오셨다고 추측되는 분이 계셨다.

그리고 목장의 목원도 눈에 띄었다.

그 분들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마음이 뜨거워졌다.

찬양하면서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쪽팔려서 죽을 것 같은데 눈물은 계속 흘렀다.

결혼 7년 동안 남편이 얼마나 사모하던 자리였던가?

단지 설교가 하고 싶어서 목사가 되겠다고 신학교를 간 사람이다.


설교와 기도회 인도를 잘 마치고 남편이 강단을 내려왔다.


남편의 설교에 은혜를 받았다.

설교를 들으면서 요즘 내 맘을 제일 무겁게 하는 것, 채윤이 입학과 새로운 학기를 또 혼자 아이들 돌보고 일하며 지내야 하는 것.

그 일들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 놓았다. '내니 두려워 말라' 설교 제목이었고, 나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들었다.


남편의 첫설교에서 '열정'을 보았다.

내 남편의 '열정적인 모습'을 남편을 안 지 10년이 되었는데 처음 보게 된 것 같다.

감사하다. 적어도 내게는 훌륭한, 가슴을 울리는 설교였기에 감사하다.


수요예배를 마치고 나는 다른 교회 MBTI 강의가 10시 부터 있었다.

둘 다 저녁 식사를 못해서 늦은 저녁을 먹는데 참으로 마음이 평안하고 기뻤다.



 


 

그리고 밤 10시에 시작해서 새벽 1시가 넘도로 진행된 MBTI 강의에 남편이 함께해 주었다.

내가 채윤이에게 예언했던대로 수요예배 설교가 끝나기 무섭게 남편은 내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ㅎㅎㅎ


여보!

수고 많았어.

겨울방학 내내 사역과 가정생활 모두에 나는 에이뿔 주고 싶어.

내게도 참 의미있는 겨울방학이었고,

설교가 계속 미뤄져서 안좋다 생각했었는데 잘 된 것 같아.

당신에게도 내게도 말씀으로 방학을 마치고 새로운 한 학기를 시작하게 하신 은혜라는 생각이 들어.

사역자의 아내는 참 하기 싫었지만 사역자 김종필전도사의 아내는 날이 갈수록 더 좋아질 것 같아.^^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