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봄엔


 

용혜원

 
봄이 와
온 산천에 꽃이 신나도록 필 때면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

겨우내 얼었던 가슴을
따뜻한 바람으로 녹이고
겨우내 목말랐던 입술을
촉촉한 이슬비로 적셔 주리니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리라.

온몸에 생기가 나고
눈빛마저 촉촉해지니
꽃이 피는 봄엔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리라.

봄이 와
온 산천에 꽃이 피어
님에게 바치라 향기를 날리는데

아! 이 봄에
사랑하는 님이 없다면 어이하리
꽃이 피는 봄엔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리라.







아파트 현관 앞까지 봄이 와 있어요.
툭 건드리면 터질 듯한 목련의 봉우리들이 사철 중 가장 아름다운 며칠을 보내고 있어요.
그리 긴 겨울이 가고,
꽃샘추위라며 그 지루하고 길디긴 차거운 옷자락을 쉬이 거두지 않더니만...
아, 오늘은 정말 봄이 한가득이예요.


내 마음에는 종달새가 한 마리 노래해요.
아주 오래 전에 '나와 동행하시고 모든 염려 아시니 나는 숲의 새와 같이 기쁘다' 찬양하며 지저귀던
기쁨의 새라지요.
기나긴 겨울처럼 그 분의 따스한 사랑이 자취를 감춘 듯 시린 마음에 그 새는 얼어죽었고 말았다고
생각하곤 했어요. 다시금 어린 날의 그 종달새가 지저귀지 않을 것 같았지요.


딱 한 달 전 어느 숲 길을 걸으면서 내 시선과 귀를 사로잡은 이름 모를 새가 말해줬어요.
겨울을 갔고, 메마른 날 동안 너는 참 잘 견뎠다고.
네 안에 혹시 잊혀진 너의 노래가 없냐고....
그리고 오늘은 몽우리진 목련과 함께 봄이 왔고, 봄의 따사로움은 이미 모진 겨울바람에도 내 안에
이미 있었다는 확인을 해주었어요.


어느 날 받은 사진 한 장의 선물이 종달새의 기쁜 지저귐을 더 잘 들리게 해주었고,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고맙고 예쁜 얼굴들로 이 봄엔 사랑하지 않으면 못 배길 터예요.


두려움을 가득 머금은 봄비가 내렸던 다음 날에 찾아온 봄이라 더 찬란하고 따뜻해요.


봄이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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