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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가 들리니

larinari 2014.12.23 08:30

 

 

 

낮은 자존감은 단지 연애의 걸림돌만은 아닙니다. 길 위의 돌이라기보다는 내 양말 속에 든 작은 돌멩이일 것입니다. 늘 발가락 한 구석을 찌르고 불편하게 하는, 온전한 걸음걸이를 방해하는, 그렇다고 휙 벗어서 탁탁 털어낼 수도 없는 것 말이죠. , 관계, 소명, 신앙 등 자존감에 영향 받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청년들의 수다가 연애 깔때기로 끝날지언정, 연애를 비롯한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에 대한 깊은 성찰의 깔때기로 모아집니다. 역으로, 자기라는 꽃을 활짝 피우며 살 때 좋은 연애와 결혼(좋은 비혼)은 투명테이프로 묶여서 따라오는 덤이 될 것입니다 

 

자아상(Self Image)은 마음 속 거울로 비춘 자기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거울입니다. 오목거울인지, 볼록거울인지, 깨진 거울인지, 때 묻은 거울인지요. 나를 비춘 최초의 거울은 부모입니다. 아기는 태내에서 엄마와 한 몸처럼 지내며 엄마의 모든 것을 그대로 흡수합니다. 태어나서도 한 2, 3년은 엄마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살아갑니다. 내가 엄마인지 엄마가 나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지내는 그 시기, 엄마가 들려주는 말은 그대로 무의식 안에 깊이 자리 잡게 됩니다. ‘네가 아들이었어야 하는데.’ ‘못난이, 바보 멍청이, 그럴 줄 알았어. 네가 뭘 제대로 하는 걸 못 봤다.’ 엄마의 기대는 아이에겐 도달 불가능의 목표가 되기도 합니다. 자라면서 엄마로부터 분리되는 시기가 옵니다. 사춘기 질풍노도의 여정에 오르면 그렇게 무섭던, 존경스러웠던 부모님이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심리적 독립운동이 격렬해집니다. 그렇게 자아가 형성되어 간답니다.

 

문제는 생애 초기에 형성된 자아상의 영향력입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라는 속담이 있듯이 어릴 적 만들어진 생각과 감정의 습관은 바뀌기 어렵습니다.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는 습관, 이것이 자아상이지지요. 때문에 낮은 자존감, 부정적 자아상을 다뤄야 할 때 부모님과의 관계를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모님은 나름대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분들은 하나님이 아닙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강압하고 학대하기도 합니다. 부모님 덕에 우리는 예의바른 아이, 공부 잘 하는 아이, 배려심 있는 아이로 컸을지언정 그러느라 생긴 그림자 또한 어쩔 수 없습니다. ‘내가 너보고 산다. 너 아니었음 벌써 이혼했다.’며 고통스런 결혼생활을 견디신 어머니, 넉넉지 않은 살림에 대학까지 보내주시느라 팍팍한 삶을 사셔야 했던 부모님이 가엾고 죄송한 것도 사실입니다. 반면 내가 부모님 삶의 유일한 이유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부담스러운, 지기 힘든 짐입니까.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마다 돌아오는 부모님의 부정적인 피드백은 젖은 낙엽처럼 그대로 마음 바닥에 딱 붙어버립니다. 역기능적인 가정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럭저럭 행복했던 우리 가정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자아의 발견은 자신을 다른 대상과 분리시키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최초의 거울 부모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어쩌면 그로인해 불화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좋게만 보려고 했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진정한 사랑도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사춘기에 시작했어야 할 인생의 과제입니다.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점프하는 중요한 시기를 오직 대학입학 로봇으로 살면서 제대로 성장통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에겐 더욱 중요한 일입니다. 통과의례 없이 얼렁뚱땅 성인이 되고 보니 내 속에 내가 없습니다. 내 속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는 엄마의 잔소리와 아버지의 자존심 긁는 소리뿐입니다.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는 길은 내 속의 나쁜 목소리(여자애가 그렇게 드세니, 사내놈이 그렇게 약해 빠졌으니, 어른 말에 따박따박 따지고 버릇이 없으니,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너는 사랑받지 못하는 게 당연해)에서 엄마 아빠의 소리를 분별해내는 일입니다. 낮은 자존감의 뿌리는 대부분 거기 닿아 있습니다. 그러나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나쁜 목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는 또 다른 목소리입니다. ‘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귀염둥이 나의 사랑이다’(43:4, 공동번역) 하늘 아버지의 목소리입니다. 엄마의 사랑을, 친구와 선생님의 사랑을, 에로스 사랑을 추구하다 결국 만나야 할 사랑, 진짜 사랑의 목소리 말입니다. 이 세미한 속삭임을 들을 수 있는 영혼의 귀가 낮은 자존감을 해결하는 궁극의 마스터키입니다.

 

<QTzine> 1 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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