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이는 오늘 굳이 을왕리 해수욕장에 가야한다고 했습니다.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이상하리만치 고요하고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돕니다.
현승이가 엄마 옆으로 다가와 심각하게 말합니다.
엄마, 엄마가 전부터 내게 물었었지? 어느 별에서 왔냐고.
실은..... 엄마한테 전부 말할 때가 되었어.
엄마, 크립톤 행성이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어.
맞아, 수퍼맨도 거기 출신이지. 나랑 고향이 같아.
나 그 행성의 왕자야. 이제 돌아갈 시간이 되어서......




도대체 얘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먼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데
저기 멀리서 벌건 빛 같은 것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채윤이 역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몇 걸음 떨어져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남편은.... 음...... 화장실 가고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정신실이 정신을 失할 지경이 되었는데
붉은 빛은 점점 더 우리에게 가까이 왔고 현승이를 향해서 빛으로 된 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무엇보다 내 아들 현승이가 내 아들이 아니라 다른 행성의 왕자라뇨!

이 무슨 또라이 같은 소리란 말입니까.
그러나 믿어지지 않는다고 우겨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현승이 얼굴엔 알 수 없는 빛이 나기 시작하고 전혀 낯선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짧은 인사를 남기는 둥 마는 둥
현승인 냉정하게 뒤돌아 빛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붉은 비행접시 같은 것이 서서히 멀어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떠나는 아이를 잡을 수도 없습니다.
현승아, 현승아 소리쳐 부르고 싶어도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이건 또 무슨 일입니까?
채윤이 역시 얼굴이 달라져 있습니다.
엄마, 고민 많이 했는데... 나도 돌아가야겠어.
응, 나도 크립톤에서 왔어. 현승이와 달리 나는 지구별이 마음에 들었어.
같이 이곳으로 온 아이들 중에서 적응도 제일 잘 했고.....
다만 나는 지구별의 말이 좀 어려웠어.
그래서 매란국쭉의 쭉이 철쭉이라거나, 어안이 벙벙한 니트라는 식으로 엄마를 당황시킬 수 밖에 없었어. 그래도 나는 남기로 했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
지구별의 교육은 너무 아이들에게 잔인하고 피.날.리.는 교육이야.
(마지막까지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피말리는 보다 피날리는이 더 잔인하게 느껴지긴 한다)

크립톤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엄마, 그동안 고마웠어. 안녕.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작별인사라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아이들의 뒷모습을 향해
저는 커다란 하트를 띄웠습니다. 안녕, 얘들아. 고마웠어.




그렇게 아이들은 자기 별로 떠났고 화장실 갔던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저는 남편에게 모든 사실을 전했습니다.
남편의 반응이 의외였습니다.
진짜야? 그러면 우리 둘만 남은 거야? 앗싸~아!
이제 정신실은 내가 독차지다.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언젠가 떠날 녀석들 빨리 떠나보내는 것도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에라 모르겠다, 같이 춤을 추었습니다.

에하라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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