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너의 별로 가 본문

아이가 키우는 엄마

너의 별로 가

larinari 2014.01.13 22:49

 


현승이는 오늘 굳이 을왕리 해수욕장에 가야한다고 했습니다.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이상하리만치 고요하고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돕니다.
현승이가 엄마 옆으로 다가와 심각하게 말합니다.
엄마, 엄마가 전부터 내게 물었었지? 어느 별에서 왔냐고.
실은..... 엄마한테 전부 말할 때가 되었어.
엄마, 크립톤 행성이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어.
맞아, 수퍼맨도 거기 출신이지. 나랑 고향이 같아.
나 그 행성의 왕자야. 이제 돌아갈 시간이 되어서......




도대체 얘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먼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데
저기 멀리서 벌건 빛 같은 것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채윤이 역시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몇 걸음 떨어져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남편은.... 음...... 화장실 가고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정신실이 정신을 失할 지경이 되었는데
붉은 빛은 점점 더 우리에게 가까이 왔고 현승이를 향해서 빛으로 된 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무엇보다 내 아들 현승이가 내 아들이 아니라 다른 행성의 왕자라뇨!

이 무슨 또라이 같은 소리란 말입니까.
그러나 믿어지지 않는다고 우겨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현승이 얼굴엔 알 수 없는 빛이 나기 시작하고 전혀 낯선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짧은 인사를 남기는 둥 마는 둥
현승인 냉정하게 뒤돌아 빛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붉은 비행접시 같은 것이 서서히 멀어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떠나는 아이를 잡을 수도 없습니다.
현승아, 현승아 소리쳐 부르고 싶어도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이건 또 무슨 일입니까?
채윤이 역시 얼굴이 달라져 있습니다.
엄마, 고민 많이 했는데... 나도 돌아가야겠어.
응, 나도 크립톤에서 왔어. 현승이와 달리 나는 지구별이 마음에 들었어.
같이 이곳으로 온 아이들 중에서 적응도 제일 잘 했고.....
다만 나는 지구별의 말이 좀 어려웠어.
그래서 매란국쭉의 쭉이 철쭉이라거나, 어안이 벙벙한 니트라는 식으로 엄마를 당황시킬 수 밖에 없었어. 그래도 나는 남기로 했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
지구별의 교육은 너무 아이들에게 잔인하고 피.날.리.는 교육이야.
(마지막까지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피말리는 보다 피날리는이 더 잔인하게 느껴지긴 한다)

크립톤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엄마, 그동안 고마웠어. 안녕.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작별인사라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아이들의 뒷모습을 향해
저는 커다란 하트를 띄웠습니다. 안녕, 얘들아. 고마웠어.




그렇게 아이들은 자기 별로 떠났고 화장실 갔던 남편이 돌아왔습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저는 남편에게 모든 사실을 전했습니다.
남편의 반응이 의외였습니다.
진짜야? 그러면 우리 둘만 남은 거야? 앗싸~아!
이제 정신실은 내가 독차지다.
덩실덩실 춤을 추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언젠가 떠날 녀석들 빨리 떠나보내는 것도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에라 모르겠다, 같이 춤을 추었습니다.

에하라디야~~~~

 

 

 

 


'아이가 키우는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따뜻한 겨울 왕국  (0) 2014.02.08
끝나지 않은 예배, 아니고 육아  (10) 2014.01.19
너의 별로 가  (14) 2014.01.13
중딩 엄마는 좁니다  (6) 2013.03.07
아롱지고 다롱진 아이들과 심학산 걷기  (4) 2013.03.03
늑대 아이, 둘  (6) 2012.10.02
14 Comments
  • 프로필사진 iami 2014.01.14 09:32 이런 걸 쌩쑈라고 해야 되나요?ㅋㅋ
    이제 판타스틱 문학에도 입문하시나 보다 하다가
    결국 빵~ 터졌습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4.01.14 22:34 신고 어제 이걸 쓰면서요.
    놀고 있네, 자~알 논다.
    등의 말이 입에서 맴돌맴돌 했어요.
    혼자 키득거리면서요.
    뭔가 더 적절한 말이 있겠다 싶었는데
    쌩쑈, 좋아요. ㅋ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mary 2014.01.14 10:28 저기, 쌩쑈 운운하시는 분,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사진 증말 예술이다, 다~~. 마지막 사진 압권. 포즈가 어디서 많이 본건데 확실히 날렵하군.
    한편의 그림자 연극 보는 듯 했다우. 그래, 애들 크립톤 행성으로 보내고 깨볶고 계심?
    을왕리가 어드메 있는거야.
    석양이 이리 화려한걸 보니 서해인거 확실한데 나두 가서 이야기 하나 건져보고 싶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4.01.14 22:36 신고 그쪽 살 때 두물머리 가 듯 가깜 가는 곳인데요.
    인천공항 근처 같아요.
    순수하게 조개구이 먹으러 간 건데....
    딱 일몰 순간이어서 대박 사진 많이 건졌어요.
    맘 먹고 함 오시면 시간 딱 맞춰서 뫼시고 가겠쉼미다.
  • 프로필사진 아우 2014.01.14 10:44 아침부터 나에게 빵! 웃음을 주시는 신실언니님, 내가 사랑 안 할 수가 없다니깐. 으흐흑~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4.01.14 22:38 신고 나, 매일 매일 볼 때마다 빵빵 터뜨려 줄 거야.
    아우 안에 잠재된 모든 개그본능을 다 일깨울 거야.
  • 프로필사진 지언 2014.01.14 10:51 이모!!ㅋㅋㅋㅋㅋ 저 지언인데요 판타지 소설 너무 재밌었어요! 출판사에 연락해 보세요. 혹시 동화책이라도 한권 나올지? 너무너무 재밌었어요! 현승아, 채윤이 누나 빠빠이!!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4.01.14 22:40 신고 어멋, 지언아!
    언어의 연금술사 지언이가 인정해주니 진짜로 판타지 소설에 도전하고 싶어지는구나. 열심히 써서 조앤롤링에게 도전장을 한 번 내보까?
    ㅎㅎㅎㅎㅎ
  • 프로필사진 아우 2014.01.14 11:02 아, 글고 다 좋은데, 남편이 꼭 '화장실'을 가야했어? 좀 다른데 갔던걸루 하면 완성도가 높아질듯 ㅋㅋㅋㅋ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4.01.14 22:44 신고 쟝르가 코믹 판타지거든.ㅋㅋㅋ

    그리고 우리 남편은 태생이 진지남이라 내가 자꾸 망가뜨려 줘야해.
    내 소명이거든. 이제 와 생각해보면 결혼 서약문을 이렇게 썼어야 했어.
    '익살녀 정신실은
    함께 선 진지남 김종필을
    건강할 때나 병 들 때나,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망가뜨리고 또 망가뜨리겠노라도
    하나님 앞과 하객 앞에서 서약합니다.'
    ㅎㅎㅎㅎㅎ
  • 프로필사진 BlogIcon 뮨진짱 2014.01.14 17:35 신고 아ㅋㅋㅋㅋㅋㅋ 빵ㅋㅋㅋㅋㅋㅋ
    러블리 챈♥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4.01.14 22:45 신고 피.날.리.는은 전날 밤의 실화였음.
    판타지 속 실화임.ㅋㅋㅋㅋ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병고빠 2014.01.14 23:18 채윤이는 우리가 쫌만 더 노력하면 잡을 수 있었는데 ㅠㅠ
    깨볶는 부부를 말릴 수 있는 유일한 소녀 전사였는데 ㅠㅠ
    얘들아 잘가 삼촌이 지구를 좀만 더 지키고 귀환할께 @.@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4.01.15 00:06 신고 꺅, 이 분은!^^

    방금 크립톤에 간 채윤이한테서 카톡이 왔는데요.
    삼촌께서는 지구별 사람들이 크로노스의 삶으로부터 회심하여 카이로스를 살도록 하는 사명을 완수하시기 전까지는 귀환 불가랍니다.
    아울러 채윤이가 웬만하면 남아 있으려 했는데 피날리는 지구별 대한민국 교육에의 환멸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요.
    엄마 아빠는 깨 대신 서로를 들들 볶기도 하니까 너무 염려 마시라고 전해달라네요. ㅋㅋㅋ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