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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화기도] 노란 건반 위를 걷는 붉은 기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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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화기도] 노란 건반 위를 걷는 붉은 기도

larinari 2016.03.16 18:57




<봉선화기도 304>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손가락에 봉숭아물을 들이고 기도 손을 촬영하는 작업에 다녀왔습니다. 꽃다운 친구 김채윤이 함께 했습니다. 304 개의 기도손으로 참여하며 작은 기도문구 하나를 남기게 됩니다. 채윤이는 '노란 건반 위를 걷는 기도'라고 했습니다. 양손 중지 전체에 붉은 물을 들이고 다니는 일이 피아노 치는 채윤이에게는 더 무게감 있는 일이겠습니다. 붉은 손가락으로 피아노 칠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는지 '건반 위를 걷는 기도'라고 처음에 적었습니다. 꽃다운 언니 오빠들이 잠겨버린 진도 앞바다를 건반 삼아 꽃다운 친구 채윤이의 붉은 손가락이 춤추듯 오가며 연주할 것입니다. 슬픔일지, 분노일지, 두려움의 춤일지 알 수 없습니다. 채윤이의 음악 속에 오래오래 이 언니들과 오빠들이 머물렀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잘 걷던 공교육의 길에서 멈춰선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채윤이의 음악 안에는, 삶에는, 우리의 삶에는 많은 '남'들이 '나'로 존재해야 합니다. 그것이 참된 음악이고 인간다운 삶입니다. 많은 '남'을 '나'로 수용하기에 내 마음이 너무 협소하다면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힘없고, 약하고, 낮은 이들이 늘 가장 가까운 이웃이어야합니다.  봉숭아물이 다 져버린다해도 채윤이 마음에 들인 봉숭아물은 내내 살아있기를 바랍니다.







남겨진 자로서 살것입니다. 생명과 사랑에 대한 감수성이 무뎌질 때마다 저 역시 마음의 손가락에 들인 붉은 봉숭아물을 꺼내보곤 하겠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책꽂이에 있는 여러 권의 세월호 관련 책을 꺼내 보았습니다. <남겨진 자들의 신학 : 세월호의 기억과 분노 그리고 그 이후>라는 책을 봅니다. 세월호 이후 남겨진 자로서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나침반이 되어주셨던 김기석 목사님의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남겨진 자로서의 삶이 구호나 운동이 아니며, 끝도 없는 슬픔에 젖어있는 감상주의는 더더욱 아닙니다다. 적어도 제게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닿습니다. 목사님의 글이 제 마음을 붉게 물들입니다.


" 땅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 속에 아이들의 숨결이 깃들어 있음을 느끼고 싶다. 그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유가족들에게 감히 그 아이들이 영원토록 우리와 함께 있다는 생명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하지만 이 위로의 메시지는 결코 이 시대의 어둠을 향한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것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부패한 사슬을 묵인하는 거짓 용서와 혼동돼서도 절대로 안 된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우리 곁에 함께 살아 있음을 느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어둠의 세력과 부패한 무리들을 물리치고 이 세상 모든 아이가 구김살 없이 활짝 웃을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는 다짐이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영은 온 세상에 가득하니 그것은 곧 생명의 영이요, 기운이다. 영원하신 하나님 품에 안긴 아이들의 영혼은 이제 이 세상에 충만한 생명으로 돌아와 풀과 꽃과 나비와 새들의 생명 속에서 다시 살아나니, 이들 뭇 생명 속에서 하나님의 영을 만나고 동시에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하자. 그리고 이 뭇 생명을 공경함으로써 이 세상에 남은 우리가 아이들을 못다 산 삶을 살려내고, 하나님의 영을 모시자. 그리고 나아가 이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반생명적인 제대와 탐욕을 악으로 규정하고 맞서 싸워 아이들의 생명을 지켜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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