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5일 오후 3시, 홍대 정문 앞

 

 

 

혼자 갔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또 다른 '나'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아기띠를 매고 노란 나비를 든, 또 다른 나.

 

 

 

말 없이 걷고 또 걸어 산울림 소극장을 지나고

신촌을 지나고 이대 앞을 지난다.

커다란 노란 리본 붙인 휴대폰을 가진 또 다른 나.

 

 

양복 입고 구두 신고 정장 가방을 든 또 다른 남자, 나.

 

 

 

 

아현을 지나 충정로로 향한다.

노란 선글라스 쓴 예쁜 아이를 안고 걷는 팔이 아픈 엄마, 나.

 

 

 

두 시간을 걸어 광화문에 도착할 즈음에는 맞은 편에서

수많은 '나'들이 깃발을 들고, 노란 스카프를 매고 몰려왔다.

 

 

 

광화문 광장 '기억의 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수많은 '나'들이 아이를 잃은 영문도 모른 채

슬픔 대신 억울함으로 1년을 보낸

또 다른 '나'와 합류하였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 명료한 노래를 반복하여 불렀다.

내 기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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