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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이 이야기

놀짱은 놀아야 산다

larinari 2009.07.28 22:14

아침 여덟 시가 조금 넘으면 특별한 알람이 울린다.
베란다 바로 밑에서 동네 꼬마들 모여서 '채윤이 언니, 채윤이 누나~아!' 하는 소리.
일찍 일어난 녀석들이 줄넘기 들고 밖으로 나와서 대장님을 깨우는 소리.
이 소리에 놀짱님 눈을 뜨시고 후다닥 일어나셔서 '엄마, 나 나가서 줄넘기 하고 올께' 하고 눈꼽도 안 떼고 뛰어나가시고...

그리고 들어와 아침 식사 하시고,
피아노 연습 쫌 하시노라면 베란다 앞이 또 시끌벅적이다.

'채윤이 언니! 언니, 피아노 언제 끝나?'
이러면 하논을 치는 채윤이 손은 메트로놈 200을 육박하면서 빨라지시고...

꼬봉 현승이는 베란다에 붙어서 중계방송 해주시고.
'이제, 소나티네 한 권만 치면 끝나. 이거만 끝나면 엄마가 나가도 된대'


다섯 살 부터 아홉 살 까지가 베란다 부대 멤버들이다. 하루에도 수 차례 목을 놓아 부르는 '채윤이 언니~' 이 언니는 다른 언니들처럼 학원도 안 다니고 하루 죙일 노느 것이 꼭 유치원생 같다. 저 자전거 부대를 이끌고 홈타운으로 롯데캐슬로 진두지휘하며 누비고 다니신다. 이들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고나 할까?ㅋ



베란다 밑으로 애들을 집합시켜서는 '엄마! 엄마!' 불러서 나갔더니 '얘들아. 저게 우리 엄마야. 어때? 무섭게 생겼어? 안 무섭게 생겼지. 사실은 원숭이야' (엄마는 원숭이가 크게 그려진 티를 입고 있었고 베란다 창살에 매달려 있었다. 그걸 가지고 바로 지 에미를 원숭이로 만들어 버렸다'
'야, 사람들아! 원숭이가 던져주는 과자 한 번 먹어볼래?' 하고 낱개포장된 과자를 하나 씩 날려줬더니 땅바닥에 떨어진 과자 주워먹느라 바쁜 사.람.들...ㅋㅋㅋ

동네에 채윤이 친구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 친구들은 모두 학원을 갔기 때문이다. 어떤 엄마가 내게 물었다. '언니는 애가 그렇게 놀고 있으면 속이 안 터져?' 하길래 '노는 걸 젤 좋아하는 애가 노는데 속이 왜 터져?' 했더니 영어 수학 학원도 보내고 공부시켜야 하지 않느냐며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구구절절 다 설명하기 어려웠다. 나름 채윤이도 매일 피아노 연습도 하고, 윤선생 영어 듣기도 하는데... 그리고 일기는 꼬박꼬박 쓰는데... 여기서 뭘 더 공부를 해야할까?

아홉 시가 넘도록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아홉 살 이하 애들 끌고 다니면서 놀이에 몸을 던지는 김채윤에게 난 박수를 보낸다. 때론, 너무 심하게 노는 것 같아서 기가 막힐 때도 있지만 이게 맞다고, 열 살 아이는 밖에서 밤이 되도록, 배가 고프도록 뛰어 노는 게 맞다고 나를 다독인다. 우리나라 교육의 제일 큰 적은'옆 집 엄마'라는 말을 마음에 새겨본다.

과학 30점, 국어 68점, 수학 88점, 노는 거 100점 만점에 200점  김채윤 화이팅!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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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Comments
  • 프로필사진 BlogIcon 采Young 2009.07.28 22:32 신고 종아리에 모기자국 크게 스무 개 정도는 있어줘야 놀짱 먹을 수가 있군요 ㅋㅋㅋ
    주일날 채윤이 종아리 보고 어디 캠핑 다녀오신 줄 알았자나여 ㅋ
    게다가 핑크 머리띠가 놀짱의 포스를 더해주는 거 같아요.
    저 머리띠 앞이마에 끼면 곰방 원더우먼으로 변신할 수 있을텐데....

    어렸을 때 고무줄 짱먹은 애들 지금도 완전 잘 살던데요 ㅋㅋㅋ
    그리고 스물여섯살도 밖에서 밤이 되도록, 배가 고프도록 자전거 타면서
    놀고픈데 친구가 없어요. 다 회사가서 ㅋ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9 13:50 모기자국 봤구나.
    바로 그거야. 아홉시를 훌쩍 넘긴 시간까지 미친듯이 소리 지르며 놀고 들어오더니 다리는 온통 헌혈자국이더라구.ㅋㅋ

    이 더위에 또 썬크림 잔뜩 바르고 또 나가셨음. 그나마 지금은 더워서 꼬맹이들도 하나도 없을텐데...
  • 프로필사진 2009.07.28 22:33 와우! 멋져요..
    채윤이는 동네애들 guru 시구만 ㅋㅋ
    실컷 뛰어 놀리구 옆집 사람 놀라게 하는건 내가 할려구 한건데 뭐람ㅋㅋ
    저두 나중에 애가 하고 싶을때 공부하게 할려구용
    그전까진 운동+노는재미 위주로 키우려 했는데 :)
    뭐 양육까지 저의 모델이십니다~^^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9 13:52 문제는 나중에도 공부하고 싶은 때가 없으면 어쩐다냐...
    난 살짝 그게 걱정인데. 어쩌겠어. 결국 공부가 적성에 안 맞으면. 이러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글고 나를 모델로 할려면 애들한테 갑자기 소리 빼~액 지르는 건 필수다.ㅋㅋ
  • 프로필사진 iami 2009.07.29 09:22 음~ 원숭이 엄마도 300점 드립니다.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9 13:52 앗싸~아, 채윤이 난 삼백!ㅎㅎㅎ
    감사합니다!
  • 프로필사진 hayne 2009.07.30 00:12 헐~ iami 한건 하셨습니다.
  • 프로필사진 민갱 2009.07.29 09:38 꼬봉 현승이ㅋ
    사실은 원숭이야'ㅋ
    '야, 사람들아! 원숭이가 던져주는 과자 한 번 먹어볼래?' ㅋㅋ

    아 웃겨서 쓰러질거 같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아직 결혼도 안했지만
    우리나라 옆집, 뒷집 엄마들이 두려워요...;; ㅋㅋㅋㅋ

    그나저나 채윤이 원더우먼 포스가 장난이 아닌데요 ㅋㅋㅋㅋ ^^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9 13:54 젤 좋은 방법은 놀이터에서 아줌마들하고 친해지는 것 삼가기. 학교 드나들면서 아줌마들 포스에 휘둘리지 않기. 이런 걸 지키면 일단 영향받을 일이 적어지드라구.

    그런 면에서는 애들 어릴 때 직장생활 하는 게 오히려 좋은 점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 프로필사진 forest 2009.07.29 10:40 채윤이는 신기하구먼요.
    애들하고도 잘 놀고, 어른하고도 잘 놀고~

    채윤이 자전거 실력은 진두지휘하고도 남을 정도로 멋지지요.
    방학을 가장 방학답게 보내고 있는 채윤, 퐈이링~ ^^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9 13:55 그래서 놀짱이긴 하지만... 누구하고도 잘 놀아주시는 어른들 만나면 놀짱아니라 샌님 김현뜽이라도 오버맨이 되잖아요.ㅎㅎㅎ

    일은 마무리 되가고 계셔유?^^
  • 프로필사진 수기 2009.07.29 11:12 채윤이는 훌륭한 엄마덕분에 신나는 방학을 맞았네요ㅎㅎ

    병도가 고백하기를,,
    놀고싶은대로 다 놀고,, 더이상 놀게 없어서 공부했다는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7.29 13:56 아우, 제발....
    우리 채윤이도 더 이상 놀 게 없어서 공부할 생각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근데 아직까지 채윤이가 혼자 있어도 심심해 하는 걸 못 봤으니 어쩐다요?

    혼자 있으면 음악 틀어놓고 춤을 춘다는... 것두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ㅋㅋㅋ
  • 프로필사진 lemongrass 2009.07.30 10:34 전 유별난 '옆집엄마'없는 시골에서 물고기 잡고, 꽃씨 심고, 밤 따면서 키우고
    싶은데...그럴 수 있는 남편을 만나야죠? ㅎㅎ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 왜 이 세상에 보내셨는지만 알면 되는거 같아요.
    저는 이 나이까지 그거 찾고 고민하느라 ㅋㅋ

    사모님 글들 보면서~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고민하고 경험하게 해주시고,
    지식적인 하나님이 아닌 삶 속의 하나님을 느끼며 자라게 하셔서
    채윤이가 부러웠는 걸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8.01 10:32 신고 lemongrass는 웬만한 엄마들 보다 양육에 대한 생각이 잘 정리돼 있다.
    나두 그렇게 생각해. 부모가 기껏해야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자신이 뭘 좋아하는 지' 찾는 걸 도와주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부단히 삶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 그 정도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인 것 같아.
  • 프로필사진 hs 2009.07.30 22:54 우리 어린 시절이 또 생각나게 하네요.
    매일 친구 집 앞에 가서 이름을 부르며 그것도 솔,라,솔 리듬에 마추어
    부르던 생각,또 글자 그대로 들로 산으로 우루루 몰려 다니며 놀던 생각 등...
    암튼 요즘 아이들 운동량이 절대 부족인데 채윤,현승이는 그런 걱정이 없어서
    다행이고...
    그러면서도 자기 할 것은 다 하는....
    옆에 꼬붕님의 역할이 재밌습니다. ^^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8.01 10:33 신고 저도 남편도 다 그러고 컸는데...
    요즘에는 환경 자체가 놀면서 클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 같아요. 아이들 어릴 때 시어머님이 '애들은 놀아야 건강한거다. 안 놀면 아픈거야' 하셨는데...
    요즘은 아이들이 놀면 걱정하는 세상이 되었으니요..
  • 프로필사진 뮨진짱 2009.07.31 00:16 3번인 저는 사모님처럼 놀게 하진 못할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
    전 심지어 학원 다니는 것도 좋아했으니까요 -_ㅠㅋㅋㅋㅋㅋ
    한국의 사교육 문화에 젖어들어서 그런지 학원 하나 정도는 보낼거 같아용.ㅋ
    대신에 엄마가 책 읽는 모습, 글쓰는 모습 많이 보여줘서
    본보기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사실 지나고나면 초등학교 때 예체능 외엔 학원 아무 소용없더라구요..
    정말 제일 돈 아까운 학원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다녔던 '논술'학원..ㅠ_ㅠㅋㅋ

    채윤이가 중학교 들어가서는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09.08.01 10:35 신고 뮨진스럽다. 학원 다니는 것도 좋아하는 거...ㅋㅋ

    나도 채윤이가 나중에는 공부의 맛을 좀 알게되고 어느 정도는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 기대조차도 내 욕심 같아서 요즘은 그것도 내려놓으려고 노력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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