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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세면대 위에 놓여진 엄마 아빠의 칫솔입니다. 현승이 작품이죠.
세수하러 들어가서 한참을 꾸물거린다 했더니....
아흐~ 저 옆으로 새나간 치약 뭉탱이. 말도 어눌 행동도 어눌한 현승이 손놀림이 그대로 느껴지는 빗나간 치약. 우리 현뜽이!^^

# 누나의 동생

저런 짓은 누나한테 배운 것이죠. 어젯 밤에도 먼저 씻으러 들어간 채윤이가 치약 묻힌 엄마 칫솔, 엄마빠가 쓰는 샤워젤, 엄마를 위해서 클린징폼까지 완벽하게 세팅을 해놨어요. 칭찬받는 누나를 보더니 오늘 아침 은근슬쩍 흉내를 내본거예요.
현승이가 누나 없이 혼자 크는 애였으면 배우지 못했을 것이 많아요. 현승이는 원래 아무거나 덥석덥석 먹는 스타일이 아닌데 뭐든 잘 먹는 누나 동생으로 살다보니 파프리카, 브로콜리, 회, 생선....덩달아 따라 먹는거죠.
저렇게 엄마빠를 생각하는 누나 마음과 행동까지 배우니 채윤이 누나이길 다행이지요.

# 아빠의 아들

아침에 세수를 하겠다고 들어간 지가 꽤 됐는데 대체 뭘했는지 한참 지나서
"엄마! 치약 묻혀 줘" 하고 나오는 거예요.
"너 여태 안 씻고 뭐했어?" 물장난 했지?" 했더니,
"아니야! 물어보지 마. 물장난은 안했어. 그런데 물어보지 마. 대답 안 할거야"
하면서 얼굴을 가리고(김현승 특유의 내향적인 자태ㅋㅋ) 저 쪽으로 도망갑니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들어가보니 바로 저 비켜간 치약 세트가 준비돼 있는 것입니다. (자기 치약은 얼마 안 남아서 혼자서 못짜고 엄마 도움을 받아야 하면서....ㅋㅋ)
아~ 김현승. 엄마나 누나 같았으면 "아니야! 엄마빠 칫솔 준비해놨단말야!" 하고 얘기해버리고 말았을텐데. 엄마의 오해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참고 안 하냐?

이 지점에서 내형형들을 설명하는 형용사 몇 개가 떠오릅니다. '말보다 글, 생각을 보유하는, 천천히 알려지는....' 외향형들에게 '생각을 보유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생각이 나면 바로 말해야 하고, 행동을 했으면 행동을 설명하는 말을 행동보다 더 길게해야해서 항상 말이 많은 족속들이 외향형인데....그래서 엄마 사전에 깜짝 이벤트는 너~무 힘든 일입니다. 그걸 말하고 힌트를 주고 싶어서 못견디다가 결국 다 들켜버리죠. 말과 생각을 보유할 줄 아는 현승이는 꼭 아빠같아요. 그런데 가끔은 엄마가 속이 좀 터지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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