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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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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일상

눈 오는 밤, 그들과 함께 있었네

larinari 2008. 12. 8. 22:48


흰 눈이 펑펑 내리던 주일 밤.
그들과 함께 있었네.

청년들 목자 모임을 마치고 나와서 교육관 앞에 섰습니다.
잠깐 서서 눈장난을 하고,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다가 떠나는 그들입니다.
요란스럽지도 않은 저들의 뒷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한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가끔 '아~ 디카 들고 나올껄' 할 때가 있는데 주머니 속에 늘  폰카가 24시간 대기라는 걸 잊곤 합니다. 이 순간 손에 잡히는 것이 있어 만져보니 폰카 입니다.
되는대로 찍어댔습니다.

그리고 코너를 돌아 거의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습니다.

남편이 그럽니다. 자기 평생에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요.
주일날 3부 예배에 찬양시간이면 눈물이 쏟아서 주체할 수가 없다고요.
남편이 나를 무척 사랑하는 건 잘 알고 있는 바지만 나 때문에 너무 행복해서 견디지 못하는 모습은.... 글쎄요.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눈물을 본 적도.... 한 번 정도 얼핏 젖은 눈을 봤을까요?
쳇!
2주간의 강도사 고시를 앞두고도 주말 내내 평소 그답지 않게 시험에 초연한 모습입니다.
바보같아 보입니다.
저 나이에 저렇게 좋을까?
사역자의 길이 저렇게 좋을까?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지 모르는 이 안개속 같은 길을 눈 앞에 두고도 저리 좋을까?

눈 내리던 주일 밤.
목자들 모임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풍덩하고 뜨거운 것이 하나 들어와 앉았습니다.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책으로 공동체에 대해서 스터디를 하고 있는 목자들을 지켜보면서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새벽이슬 같은 주의 청년들인가? 하는 생각과 두근두근 하는 마음...
사랑에 빠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진로, 자신의 연애, 그리고 정체성....
이런 일들로 제 한 몸 추스르기도 어려운 세상에
사람들을 마음에 담고 사랑하고 섬기겠노라하고,
그러면서 필연적으로 당할 상처입기를 감수하는 청년들입니다.
어찌 저렇게 젊은 나이에 상처입은 치유자의 깊은 길을 꿈꾸며 선택한단 말인가.
그러면서 때로 흔들리는 저들의 좌절과 방황조차 사랑스럽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눈물이 납니다.

펑펑 내리는 눈처럼 저들의 어깨에 위로와 사랑으로 덮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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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 프로필사진 유나뽕!!★ 2008.12.09 01:27 이번주 주일날..전 제대로 고난주간이었다는....;;
    과제의 압박과..월요일 3과목시험이라는 부담....
    공부는 하나도 안해놨으면서 괜히 스트레스는 혼자 다받고..

    그래도 유치부 크리스마스 달란트잔치 준비를 하고..
    7시쯤 교회를 나섰는데...
    눈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이쁘게 오더라구요...ㅋㅋ

    2정거장쯤 걸어가서 버스를 탔다는..
    "이런날에는 애인이랑 손잡고 데이트를 해야하는데..."
    하면서 꿍시렁 거리면서 집에들어와서
    열심히 오리고 자르고 붙이고 그리고 만들어댔답니다요...ㅋ

    이번주 주일날 예배시간에.. 도사님께 너무 죄송해요.ㅠ
    눈치채셨을진 모르겠지만...
    말씀은 너무 좋아서 듣고 싶은데
    내려오는 눈꺼풀과... 집나가는 정신을 잘 잡지못해서..
    여러번 넋을 놔버렸어요ㅠㅠ

    이번주면 종강이니까 다음주부터는 넋놓고 있다가도
    주일날은 꽉!! 붙들라구요~ㅎㅎㅎ


    목자모임때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곳" 책으로 하는거보고.
    재욱오빠한테 다 보고 빌려달라고 버어어어얼~~써
    찜해놨다지요~히히히히!!!

    결론은......................






    현승이는 파마한것도 깨물어주고싶어요오오오오오!!!!!!♡ㅎㅎ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8.12.09 09:59 백 몇 개의 작품을 생각하면 아직도 나 혼자 후덜덜..ㅋ
    마지막 고난주간 잘 지내고 오늘 주일 부활의 새아침을 맞이하자.

    현승이 파마가 너무 풀려서 돈이 아까워서 한 번 더 해달라고 해야쓰겄어. 이 놈을 어떻게 또 꼬셔서 한 번 더 마나?
  • 프로필사진 미쎄스 리 2008.12.09 08:20 다시 청년이 되어 한영교회 다니고 싶어지네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8.12.09 10:01 이제 집도 가까워졌으니 고모부 설교하는 3부예배에 한 번 와라. 이러다 나 고모부한테 맞는다. 지지난 주에 수현이네 식구 와서 설교 듣고 수현이 에미 애비 둘이 합작으로 계속 고모부 놀리는 중.ㅋ

    이사 정리는 다 됐지?
    이 시간에 벌써 회사 출근한거야? 에고... 우리 미세스리 힘들어서 어쩌냐.
  • 프로필사진 미쎄스 리 2008.12.09 12:02 지난 일요일부터 어머님 와계시거든요.
    이사한 다음주에 컨디션이 좀 안좋았는데..
    남편이 SOS를 쳐서 어머님이 밥도 해주시고 도와주러 오셨어요.

    화장실 가기 힘들어진 며느리를 위해 아침마다 강판에 과일 가시고,
    아침, 저녁 다른 국 끓이고, 새로 나물 무쳐서 식사 준비해주시고,
    잘 먹는 모습에 행복하다고 하시는 어머님 모습을 보면..
    직장다니시느라 바쁘셨던 친정엄마한테도 못받았던 호강(?)을 받는 것 같아 몸둘 바를 모르는 요즘이에요.

    아침 식사하고, 출근준비를 마치면..
    아버님, 어머님과 함께 앉아 출근 전 기도를 하고 집을 나서요.
    어머님이 싸주신 간식거리를 들고 아버님께서 운전하시는 차를 편하게 타고 출근하는 아침.. 이보다 더 감사할 수가 없을 듯.

    조카가 이른 시간에 벌써 회사에 출근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길었네요~ 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8.12.10 09:16 그렇구나.
    시부모님의 사랑을 사랑으로 받을 수 있는 우리 지희 너무 대견하다. 고모도 자주 그렇지만 그 분들 입장에선 사랑인데 그걸 사랑으로 알아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
    오늘 설겆이 하면서 지희 생각하다가 '감사합니다' 하는 말이 절로 나왔어. 순간순간을 사랑으로 알고 살아가는 게 얼마나 이쁜지.

    아가도 지희 닮은 몸과 마음이 이쁜 아가로 자라고 있을거야. 헌데... 우리 손주 태명은 뭐지?
  • 프로필사진 BlogIcon myjay 2008.12.09 12:07 전 '쳇!'이 가장 감동적입니다.^^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8.12.10 09:17 개인적으로 이 글에서 감정이 가장 많이 실린 단어는...
    바로 이 쳇! 입니다. ^^
  • 프로필사진 BlogIcon forest 2008.12.12 18:17 그러고 보니까 갑자기 저의 20대가 생각나네요.
    저는 다시는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20대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저 열정만큼은 부럽네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8.12.12 19:26 저두 젊음이 참 부럽고,
    '좋은 때다' 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
    다시 돌아갈래? 그러면 싫어요.
    눈가에 주름이 자글거려도 나이 먹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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