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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일상

눈 오는 지도

larinari 2009.01.18 08:58



눈 오는 지도 

                                                                                              윤동주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위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내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밑, 너는 내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네 쪼고만 발자국에 눈이 자꾸 나려 덮여 따라 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국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꽃 사이로
발자국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 두달 하냥 내 마음에는 눈이 나리리라.


전 날 놀러오셨던 까옥까옥님께서 베란다 앞에서 '눈이 펑펑 내려주면 좋겠다'
하시는 예언을 한 마디 남겨 놓으시더니...
담날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어느 새 일어난 망아지 두 마리가 베란다 앞에 나란히 앉았다.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모습이 제법 어르스러워보여
'저 분위기에는 커피를 한 잔씩 타다 주고 싶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리는 눈 때문에 일과 운동과 모든 어머니 병원 모시고 가기로 한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그리고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아침을 먹고 난 아이들은 무장을 하고 밖으로 튀어나가 뒹굴고,
3층이며 놀이터 앞인 집이라 두 망아지 뛰노는게 그대로 보인다.
눈을 즐기는 건지, 뛰노는 망아지들을 관람하는 건지 아무튼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이런 날을 커피 쫌 많이 마셔도 돼. 하면서 석 잔을 마셨다.

윤동주의 <눈 오는 지도>가 생각이 났다.
순이, 쪼그만 발자국.... 이런 시어가 생각이 나서 오랫만에 윤동주 시집을 꺼내들어봤다.
중학교 때 산 시집이다.

윤동주가 그린 눈 오는 지도와 저 밖에 펼쳐지는 지도는 '쪼그만 발자국' 말고는 통하는 정서가 없는 듯 하다. 그래도 좋다. 왜냐면 눈이 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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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 프로필사진 myjay 2009.01.18 10:22 만남의 설렘과 이별의 아픔은
    싱글만이 가지는 혜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앞으로는 쪼그만 발자국으로 만족해야 할 듯.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1.18 20:08 고 발은 아직 눈을 디뎌보지도 못하겠지만 얼내나 귀여울까요. 생각만 해도 귀엽네요. ㅎㅎ
  • 프로필사진 BlogIcon 강언 2009.01.18 19:49 신고 형수님(사모님, 신실누님 등등), 덕분에 설교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채윤이에게도 고맙다고 전해 주세요. 성호삼츈이 맛난 것 사주겠다고 전해주세요. ^^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1.18 20:09 오늘 채윤이 아빠도 설교에서 자신의 얘기를 예화로 썼는데 제가 클럽 시절에 정리해놨던 거였어요. 야~ 이 블로그가 은혜의 블로그가 되가고 있습니다. 도사님들 설교재료로 막 쓰여지고요...^^ 이번 주 뵙는거죠?
  • 프로필사진 hs 2009.01.18 19:58 ㅎㅎ 커피 좀 타다 주시고 한잔씩 마시며 이야기 하라고 하시지 그러셨어요. ㅋ
    혼자서 석잔씩 마시지 마시고....^^
    정말 오랜만에 눈이 내렸죠?

    중학교때 산 것을 아직도 가지고 계세요?
    그런 습관이 참 바람직한건데.......

    그러고보니 오늘 아침에 올리셨네요?
    얼마 전만해도 정신 없으실 시간이었는데 이제는 잘은 몰라도 오랜만에 아주 오랜만에 여유있는 시간이 되었나봅니다.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1.18 20:12 웬만한 책들은 많이 버렸는데 시집은 거의 다 갖고 있어요. 이번에 이사하면서 보니 일기장이 중학교 때 쓰던 것 부터 다 있더라고요.(자랑ㅎㅎㅎ)

    주일 아침이 정말 여유로와요.
    결혼하고 주일날 아침을 챙겨 먹은 적이 없는데 사역하는 남편 주일 아침식사 챙기는 게 뿌듯해요. 따땃한 국에 금방 한 밥 후루룩 먹고 나가도록 해주면 제 몸이 다 든든해지고 따뜻해지고요.^^
  • 프로필사진 hayne 2009.01.19 12:34 이건 완전 저층의 혜택이네.
    거실에서 눈이 땅에 떨어지는 경치를 볼수있으니 말이지.
    둘이 도란 도란 얘기하는 실루엣이 제법 운치 있음.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1.19 20:28 맨날 1층에 사는 거 싫었는데 이번에도 높이 올라가지 못한 것도 은근 불만이었거든요.^^;;
    이번에 보니까 딱 좋은데요.ㅎㅎ
  • 프로필사진 미쎄스 리 2009.01.19 13:25 고모..
    아파트 단지가 정말 깨끗하고 이쁘네요.
    눈이 와서 한층 로맨틱한(?) 분위기도 나고..^^

    용문오빠 딸 돌잔치에는 언니랑 다녀왔어요.
    나중에 제 아이가 태어나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전 부페에서 하는 돌잔치에 대한 긍정적이지 못한 생각이 있어서..
    언니랑 얼른 저녁먹고 왔어요~ ㅋ
    그래도 가서보니 우리쪽 가족은 저희 둘 뿐이라.. 가기 잘했단 생각은 들더라구요.

    이제 조카는 19주차인데.. 몸무게가 벌써 3킬로그램이 넘게 늘었어요.
    조만간 굴러다니지 않을까 몰라요 ㅡ.ㅡ

    이제 곧 점심시간 끝. 오후 근무가 절 기다리고 있습당~^^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1.19 20:31 깨끗하기로 따지면 엘스만 할까?^^
    잘 갔다 왔다.
    요즘은 부페도 조금만 신경쓰면 복잡하지 않고 음식도 좋고 돌잔치 하기 좋은 곳도 있더라.
    에고 3키로는 오히려 너무 안 는거 아냐?
    굴러다녀도 되니깐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근데 누가 자라는 거냐?^^
  • 프로필사진 forest 2009.01.19 18:52 으유~ 이쁜 강아지들..
    아직 돌리지 않아도 될만큼 예쁘거든요.^^

    눈오는 날 넓은 창으로 한없이 내려다보면서 마시는 한잔의 커피, 죽여줍니다요.^^
    그 맛과 멋을 아는지 두 꼬마분들이 분위기 딱 잡고 앉으셨네요.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1.19 20:34 저분들 대화 요즘 진짜 웃겨요. 아까 저녁 준비하는데 방에서 둘이 나누는 대화.

    야! 레나 마리아가 얼마나 멋진 줄 알아?
    찬양도 잘한대. 누나가 이 책 읽었잖아.

    그래? 마리아가 크리스챤이었어?
    (현뚱이 이 말에 제가 넘어갔죠 ㅋㅋㅋ)

    그러엄~

    아, 그랬구나. 아니... 이 책에 있는 사람?
    나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마리아 말하는 줄 알았지. 그 마리아는 크리스챤 아니지?


    이러더라구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은행나무 2009.01.19 22:17 신고 실이는 언제 불러주시려나~. 나도 그 동네가 그립다. ^^

    채윤이 부츠가 지난 2년간 신었던 하민이꺼랑 똑같네. 작아져서 버렸는데~.^^
  • 프로필사진 larinari 2009.01.20 11:23 이 동네 많이 변했는데 한 번 와서 봐야지.^^
    이번엔 제대로 집에서 하는 MT 해보자.

    채윤이는 신발이건 부츠건 교회 언니들의 취향이 채윤이 취향이 되는거지. 작년에 저거 얻어놓고 신고 싶어서 안달을 했는데 눈이 와서 신이 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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