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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이야기

큰 애기들

larinari 2017.07.29 18:58



살짝 열린 방문 틈사이로 보았다.

엄마 화장대에 앉아 거울을 들여다 보는 채윤이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낯설진 않은데, 언제 봤더라, 언제 본 표정이더라?

김채윤, 뭐 해?

그러자 특유의 입주면 근육만 활짝 벌어지는 부끄러운 웃음. 그리고 의외의 대답.

어...... 엄마 놀이.

그러고 보니 낯익은 그 표정은 어렸을 적 그분이 오실 때마다,

그분과의 대화에 빠졌을 때 힐끗 보았던 표정이다.

나이 열 여덟에 엄마 화장대 앉아서 엄마 놀이 하는 우쭈쭈쭈 우리 큰 애기.


클릭, 하면 그분 오시던 그 옛날의 한 순간




맹꽁이 열 마리 잡아 먹은 걜걜걜걜 하는 목소리에, 여드름 듬성듬성,

그리고 가끔 맥락 없는 버럭!

'나 키 또 컸어' 하면서 (벌써 따라 잡은) 엄마가 아닌 장식장과 책꽂이에 키 재는 중딩.

딴에는 클 만큼 컸고 세상을 알 만큼 아는 청소년,

웬만하면 '난 그냥 집에 있으면 안 돼?' 하는 중2 현승이다.

집에서 혼자 라면 끓여 먹겠다는 청소년을 삼고초려로 설득하여 냉면 먹으로 갔다.

친절하신 아주머니, 젓가락은 탁자 서랍에 있다며 아가용 포크 하나를 챙겨서 현승 앞에 놓아주셨다.

(뽀로로 플라스틱 젓가락 챙겨 가지고 다닐 걸. 킥킥)


나름 혼자 다 컸다고 세상 우습게 보는 사춘기 아들. 가만 앉아서 스타일 무너지고 속수무책 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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