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원래 스킨십 별로 안 좋아하고,
더운 여름 날에는 진짜루 애들이 안아달라고 따라붙거나 걸으면서 손잡자고 하면 완전 더워서 돌아버리겠고,
게다가 기다란 어른이 그러면 진짜 완전  튀어 나가버리고고 싶은 요즘.
(기다란 어른, 미야~안! 헤헤)


이럴 때는 스킨십 대신 페이퍼십이 딱이다.
더운 여름 날 마음의 양식이 되어준 좋은 만남이 있었다.





얼마 전 동생이 좋은 책 발견했는데  50% 세일 중이라며 얼른 주문하고 해서 손에 넣은 책이다.
동생도 조금 그런 시기였고 나 역시 이 부조리한 세상, 부조리한 교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냐는 식의 20대 초반 같은 고민 끝에 우울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다.
그럴 때 '책만 보는 바보'는 나 자신이라 해도 좋겠다 싶었다.
조선후기 실학파라 불렸던 여러 사람들 중에 이덕무가 지은 <간서치전>에 저자가 상상력의 옷을 입힌 것이다. 상상이든 역사든 분명한 건 당시 서자로 양반사회에서 살아가야 했던 아웃사이더들의 삶, 그들의 우정의 이야기이다.

이 책은 아침의 책이다. 아침마다 홀로 앉아 학문(정직하게 읽으시오!ㅋㅋ)에 힘주는 그 곳에서....ㅎㅎㅎ







이 책은 밤의 책이다.
잠들기 20분 전에 무슨 생각을 하는 지가 다음 날의 내 영혼의 상태를 결정한단다.
잠들기 전에는 헨리 나우웬을 읽는다. 잠들기 20분 전의 자투리 시간을 모아서 읽은 나우웬의 벌써 책이 여러 권이다.

나라는 인간 본능적으로 슬픔, 아픔, 고통, 죽음이라는 단어는 피하고 싶은 일천하고 피상적인 인간이라서 '나우웬의 마지막 일기'는 쉽게 손에 들어지지가 않았었다. 헌데 어떻게 어떻게 손에 들게 이 책으로 나우웬이 본향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1년을 함께 하였다. 그리고 아픔과 아쉬움으로 그를 떠나보냈다.

자신의 외로움, 사랑받고 싶은 욕구, 연약한 내면을 보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 아니, 두려워하지 않음이 아니라 그 두려움까지도 투명하게 보여주는 글들이 하루를 닫는 20분 동안 내 시끄러운 내면에 진정제가 되어주었다.






내겐 대화를 잘 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조금만 깊게 들어가면 대화를 처음부터 갈아 엎어버리는 폭탄이라는 자괴감이 공존한다.
 아, 쉽게 말하면 대체로 난 대화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결정적인 순간에 비합리적인 판단으로 대화를 그르친 아픈 경험이 있어서 사실 중요한 대화는 늘 잘 못한다는 못할거라는 생각을 한다.

가끔씩 남편과 대화하면서 남편이 정말 황당해 할 때가 있는데 한동안 이게 더 심해진다고 느꼈었다. 요즘 생각해보니 내가 에니어그램을 하고 난 이후로 '대화하다 남편 어이없게 만들고 열받게 만들기' 기술이 날로 발전한 것 같다.ㅠㅠ

최근들어 내가 왜 이러나 깊이 성찰하면 반성하고 회개 중이다.  에니어그램을 알고나서 '나는 안다. 나는 당신의 속마음과 동기를 안다'는 자의식이 내게 충만해진 것 같다. 그 자의식은 나를 끝도 없이 교만하게 만들었고, 그 교만한 태도는 결국 나와 사람들을 단절시켜가고 있었다. (이건 진짜 에녀그램을 만났을 때의 초심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냔 말이다)

암튼, 이러던 찰나에 한참 전부터 백현웅님이 강추하던 <비폭력 대화>를 읽게 되었다. 대화의 기술을 가르치는 책일 것 같아 처음에 썩 땡기지 않았었다. 어느 날 교보에 가서 첫 부분 몇 페이지를 보다가 바로 사가지고 왔다.
아, 기술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언뜻 보면 기술이지만 그 기술은 기술로 배워서 되는 게 아니기에 이 책이 담고 있는 보물이 빛나는 것이다. 끌리시는 분들께 일독을 권하면서 책 내용에 관해서는 여기서 접으련다.


가을이 오기는 하려나?
더운 여름날 끈적이지 않는 좋은 만남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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