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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을 가진 리뷰

더 랍스터_결혼 못 하면 짐승

larinari 2016. 1. 4. 23:00

 

 


영화 <더 랍스터> 관람후기입니다.

스포 그 자체입니다.

영화 보실 분은 읽지 마세요.

이 리뷰만 믿고 재미를 기대하고 영화 보시면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는 정말 좋습니다.


 

 

결혼을 안 해? 결혼을 안 하고도 네가 사람이야? 자, 마지막 기회를 준다. 데드라인까지 결혼을 안하면 넌 더 이상 사람이 아니므니다. 짐승이므니다. 오케이? 이러면 어떨까? <더 랍스터> 영화 속 현실이다. 솔로들은 잡혀간다. 커플 메이킹 호텔로. 주어진 45일 동안 짝을 찾아야 한다. 그 사이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한다. (영화니까 봐줬다. 가장 기묘한 상상 맞네!)


현실 속 영화 같은 이야기는 어떻고? (까치까치 설날) 국수 언제 먹여줄 거니? 눈이 높은 거 아니니? 너 올해 몇이야? 어이구, 벌써 그렇게 먹었냐? 여자 나이 그 정도면 이제 볼 장 다 본 거다. 백 프로 맞는 사람은 없는겨. 대충 맞으면 그냥 결혼해. (그리고 그다음 추석) 넌 왜 결혼을 안 하니? 눈을 낮춰야 한다. 너도 한참 피더니 이제 얼굴에서 나이가 나오는구나. 백 프로는 없다. 대충 아무하고나 결혼해. 별거 없어. (다음 설날) 너 올해 몇이니? 왜 결혼을 안 하니? $^$&%*^^&^$@$%&*..................

 

영화 속 설정이 기괴하지만, 현실도 만만치는 않다. 맹목적으로 결혼을 강요하는 것 말이다. 대놓고 구조적으로 압박하는 영화 속 현실이 현실 속 영화 같은 명절 대화보다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본인 결혼생활이 그다지 행복하지도 않으면서 싱글에게는 끊임없이 '국수 얻어먹을 날'을 물으며 결혼을 강요한다. 결혼한다고 끝은 아니다. 신혼부터 첫아이 가질 때까지는 '좋은 소식'을 강요당하고, 좋은 소식으로 첫 아이를 얻은 후에는 '둘째는?' 바로 둘째 낳을 것을 종용받는다. 누구에게? 그냥 모든 사람에게! 엄마 친구, 친척, 교회에서 마주친 권사님..... 사람들은 왜 그렇게 뻔한, 질문으로 처자들을, 신혼들을, 젊은 부부들을 고문할까? 고문이라니! 나쁜 뜻이라고는 없으시단다. 나름대로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고 생각해주는 마음이다. 죄라면 스스로 '왜?'를 묻지 않는 죄이다. '왜'를 묻지 않고 습관적으로 인사하는 탓이고, 아무 생각 없이 관례를 따라 사는 탓이다. 결혼과 관련한 맹목적인 시간표, 이유를 막론하고 따라야 하는 생의 주기표는 영화 속 커플 메이킹 호텔과 다르지 않다. 당위로 주어지는 것에는 생기나 창조성이 없다. 커플 메이킹 호텔의 하루하루는 당위로 주어진 결혼이 얼마나 우습도록 생기가 없는지를 보여준다.

 

45일 안에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하는데 주인공은 억지 커플 되기를 시도했다. 100번 소개팅 나가도 맘에 드는 사람 하나 만나기 어려운데 45일 만에 무슨 수로 제짝을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주인공은 데이비드는 그럴듯한 연기로 어렵사리 짝을 만나 커플을 이룬다. 아니나 다를까. 연기임이 들통 나고 실패! 제 발로 도망쳐 숲으로 들어간다. 숲에는 커플이 되지 못했으나 동물로 변하기를 거부하여 도주한 솔로들이 게릴라처럼 모여있다. 호텔에선 '커플 천국/솔로 지옥'이라면 숲에서는 '솔로 천국/커플 지옥'이다. 공동체 생활을 하되 사귀면 안 됨. 매우 엄격하다. 혹시 사귀다 뽀뽀하는 게 들키면 입술을 갈아버리는 정도?(잔혹한데 웃긴다)

 

일방적, 묻지마식 결혼 강요는 부당하고 인간적이지 못하다. 그러면 절대 솔로가 답인가? 그렇지 않다. 변비의 치료가 설사가 아니듯. 자유가 없는 삶이란 호텔이나 숲이나 거기서 거기. 사랑과 자유는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고귀한 덕목이다. 사랑과 자유를 패키지로 묶어 박탈당하기로는 호텔이나 숲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 결혼만을 지고의 목표로 사는 사람이나, 결혼제도가 부당하다며 삐딱한 자세로 (감정을 억압하고) 센 척하는 겁쟁이나. 변비든 설사든 건강한 황금색 변과 거리가 먼 극단인 것이다. 오로지 결혼, 오로지 독신. 둘 중의 하나가 아니라 제2의 길이 있다고 영화가 말해준다.

 

블랙 코미디처럼 건조한 영화이지만 사랑에 대한 중요한 힌트가 하나 심어져 있다. 커플이 되기 위한 유일한 조건이 있는데 둘 사이 닮은 점이 있어야 한다. 노래를 좋아한다든가, 코피를 자주 흘린다든가, 냉혈한이라든가. 쟝르에 상관없이 닮은 점 하나가 있어야 한다. 흔히 부부는 닮는다고 하는데 심리적으로는 그 반대라고 한다. 부부가 되어 닮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나와 닮은 구석이 있는 사람을 찾아 헤맨다는 것. 성격이 전혀 달라서 꽂혔다고 하지만 그런데도 서로 통하는 것이 있더라고 할 때 그 통하는 것, 닮음이다. 어쩌면 우리는 깊은 외로움을 끌어안고 우는 사자와 같이 나와 닮은 영혼을 찾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정치적 입장만 달라고 다시 상종 못 할 사람으로 치부하는 우리 아닌가. 결국, 사랑에 빠짐은 '닮음'에 대한 공감일 수도 있다.


숲으로 도망친 데이비드는 커플맺기가 허락되지 않는 그곳에서 사랑에 빠진다. 근시라는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받아 호텔로 잡혀 왔던 그의 앞에 매력적인 근시녀가 나타난 것이다. 아, 비밀연애란 얼마나 짜릿한가! 같은 직장, 같은 교회 안에서 몰래 하는 연애 정도가 아니라 뽀뽀하다 걸리면 입술을 갈아버리는 공포 속에서의 비밀연애라니! 당연히 발각된다. 솔로부대 잔혹한 대장에게 관용이란 없다. (대장역의 레아 세이두, 완전 반했음. 내가 다시 태어나면 안젤리나 졸리로 태어나려고 했는데 레아 세이두로 바꿨음. <007 스펙터>에서 이미 반했었음.) 근시녀의 눈을 아주 멀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둘의 닮음이 사라져버린 것. 데이비드는 실망은 했으나 포기하진 않는다, 정신으로 애인의 손을 이끌고 도시로 탈출한다. 그리고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 눈먼 애인을 카페에 앉히고 나이프를 들고 화장실로 간다. 상상 그대로이다. 닮아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닮기도 결심한 것이다. 감동이다. 사랑은 닮는 것이다. 멀어버린 눈이 다시 근시될 수 없기에 그 반대의 방법을 선택한 것. 이런 의미로 사랑은 하향 평준화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버리고 내려오는 것. 그리하여 어떤 의미로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더 아픈 것이다. 


결혼 비혼이 문제가 아니야.

문제는 사랑이야. 이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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