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삑삑삑, 남편 김종필도사님 새벽기도 갔다 들어오시는 신호.
잠결에 현관문 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들릴 때가 있지요.
들어와서 부시럭 부시럭거리던 남편이 잠든 내 귀에 대고 '사랑해'라고 말합니다.
잠결에 듣는, 것두 새벽기도 다녀온 이가 꾸밈이라곤 없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사랑해'라는 고백. 안 들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ㅋ

어느 날, 잠결에 들은 이 말 한 마디에 살짝 눈물이 고일 만큼 고맙습니다.
'사랑해줘서 고마워요' ㅜㅜ

지난 토요일, 아이들 데리고 수영장에 다녀와서는 점심부터 쌓아놓은 설겆이 할 기운도 없이 침대에 쓰러져버렸습니다. 달그락 달그락 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긴 했지만 몸은 그대로 천근만근 바닥으로 녹아내렸습니다.
주일 아침입니다. 모처럼 커피 장사를 안하는 날이라 일찍 나가는 남편에게 챙겨보낼 것이 없어서 달아나려는 잠을 붙들고 밍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아, 커피가 문제가 아니라 아침식사가 문제지' 하고 생각해보니 밥도 없고 빵도 없고.... 어젯밤에 그냥 잠들어버린 탓에 끼니를 떼울 아무것도 없네요.
'여보, 미안. 아침에 먹을 게 하나도 없어. 어떡해?' 다른 날도 아니고 설교하고 에너지를 있는대로 써야하는 주일 아침이라 몇 배 더 미안했습니다.
'괜찮아. 그냥 자. 당신만 쳐다봐도 배불러' ㅎㅎㅎ 이게 평소 립서비스가 되고, 일상에 오버가 좀 되는 남편이면 느끼하달 수 있겠지만 말이든 감정이든 보태기를 모르는 남편인지라 그 느끼한 말도 담백하게 들립니다.

남편이 나가고 늦게 일어나 깨끗이 정리된 씽크대를 보니 가슴이 뭉클합니다. 토요일 밤은 늘 부담 백배의 시간인데 모처럼 설교원고 일찍 썼다고 아무 말 없이 설겆이를 해놓으신 손길을 보니 말이죠. 그렇게 해놓고도 공치사 같은 것 할 줄 모르는 사람.

남편의 사랑이 날이 갈수록 더 고맙고, 가끔은 남편 때문에 하나님의 사랑을 힐끗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요 며칠 생각해보니 남편의 아내 사랑의 그의 성품에서 기인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내가 비록 소문자이긴 하지만 아직 에스라인이니까, 원하는 요리는 뭐든지 해주니까, 말을 잘 들어주니까.... '이런 많은 이유들이 있으니까 날 사랑할 수 밖에 없을거라고 확신에 넘쳤었습니다.
헌데, 정말 잘 생각해보니 남편의 사랑은 한결같습니다. 요란하지 않지만 흔들림이 없고, 허세도 없고, 포장도 없고 그저 늘 한결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사랑은 남편의 인격과 성품에서 오는 것이 맞습니다. 나의 매력 때문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따위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남편의 사랑처럼 그 분의 사랑도 그 분의 성품에 기인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더 뭉클해졌습니다. 그 분의 성품이라기 보다는 그 분 자신은 '사랑'이니까요. 아, 나는 사랑받는 존재입니다. 그의(his) 사랑에 감동하여 마음 따스하고, 그의(His) 사랑으로 영혼이 충만한 나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뱀의발)
  이건 일종의 닭살행각이며, 염장용 포스팅이오나 인체에 무해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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